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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7,334
추천수 :
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5.09 21:21
조회
422
추천
14
글자
11쪽

14. 베링해의 모비딕 (2)

DUMMY

생각지도 못한 퀘스트의 등장이다.

심지어 주목해야 하는 것은 보상.


몇 일간 십여차례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잠을 자는 중이건, 업무를 보는 중이건.

하루에 세번 또는 네번.


제일 아쉬운 것이 역시 유효시간이었다.

어떻게든 그곳에 머무는 상태를 늘려 보려 했으나 진전이 없던 상태였다.

1분은 너무 짧았다.


1단계에서 내가 얻은 시야.

그것만으로도 압도적인 능력.

전장의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3D로, 그것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다가올 대전쟁에서 무시무시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중요한 것이 빠져있었다.


'컨트롤'


단지 어딘가에서 우두커니 지켜볼 뿐.

나의 영토와 유닛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이 패널티는 게임화면에 익숙한 내게 슬슬 괴롭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아마도 이번 퀘스트의 보상은 그것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제일 중요한 유지시간도 좀 확 늘려주고.


어쨌든 하나는 확실했다.


'안그래도 박살을 내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나온다면 더더욱!'


인도양에서의 비겁한 합동기습이 실패했다면 몸을 사려야 했다.

그럼에도 버젓이 앞마당을 노렸다.

대한제국을 우습게 보았다는 뜻이다.


그 오만은 대가를 치룰 것이다.

랭커의 플레이가 왜 칭송받는가.

일반 유저보다 더 상세히 대비하기 때문이다.

비록 원래의 역사에서는 인도양기습과 이어진 불운에 그가 펼쳐 놓은 대비책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어쩌면 기습을 허용한 것 역시 실력이라 비난하겠지.

채팅창의 그놈들은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뿐.


새로운 나의 대한제국은 아직 한번의 침략도 허용하지 않았다.

오만은 공포로 바뀔 것이다.


'저놈들도 똑같이 느끼게 해줘야지.'

'똑같이.'


전쟁지휘소의 용상에 앉은 황제의 얼굴에 비틀린 미소가 보였다.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모습.

주변에 둘러앉은 장군들과 대신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결국 제왕의 직계라 이건가..'


누가 평화를 사랑하는 새 군주라 하였는가.

사람은 얼굴만 보고 평가해선 결코 안되거늘.


'휴우...'

'완전 똑같구나.. 똑같아.'


대한제국의 앞날은 피로 물들어 있을 예정이었다.

앞으로 쭈욱.


* * *


대응작전이 속행중이었다.


방금 '발굴지'로부터 들어온 보고.

황명을 예정대로 완수했다는 것.


"좋아."


덫은 제자리에 잘 놓아졌다.


일주야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급히 가동한 연구소가 해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 했건만, 그들은 충실히 임무를 완수했다.

급파된 비익조가 물건을 실어나르고 다시 한번 음속의 묘기를 선보였기에, 제 시간에 모든 것이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최무진 부령이 잘 해주었구나.'


미 태평양함대는 조금씩 접근중이었다.

알류샨 열도의 끝자락에서 출발한 함대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 천운.

그 후로는 6시간에 한번씩 업데이트하며 위치를 최신화 하는 중이다.


우연히 저들을 발견한 직후 내가 취한 조치는 간단했다.

조업철이 끝나가는 캄차카 반도 일대의 항구에 황명이 떨어졌다.

그 직후, 백여척에 달하는 민간어선이 대한제국 교통성에 의해 즉시 매입되었다.

선주들은 배를 구입했던 가격의 곱절 이상이 지급되었다.

대한은 품안의 백성에게는 너그러워야 했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를 향해 어선들이 끝없이 출항했다.

거대한 베링해 일대에는 대한제국의 어선들이 거대한 격자무늬의 교차점마다 투입되었다.

기우뚱 거리는 작은 민간 어선들이었지만 배를 운용하는 것은 노련한 해군 부사관들이다.

적들은 아마도 베링해 일대에 조업량이 일시에 늘었다 여길 것이다.


민간어선들도 공식적인 자국의 유닛.

그들이 확인하는 최대시야는 나의 세계지도에 즉각적으로 공유된다.

처음엔 몰랐던 사실이었다.


내가 태평양함대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천상의 눈]이 내게 우연히 알려준 힌트 같은게 아니었다는 사실도 그제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특별보고지역으로 지정된 베링해 일대의 모든 동향이 황궁으로 올라왔다.

그 동향에 끼어있던 것이 당시 태평양함대의 인근에서 조난당한 민간어선이 한 척 있다는 보고였다.


'이 개새끼들, 내 신민을 감히 빠트려 죽여?'


조난신호를 무시하고 백성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 만으로도 격분할 만한 일.

거기에 더해 뒤늦게 도착한 구조함은 해당 해역에서 산산조각나고 부서진채 그을린 파편을 건져올렸다.


"민간 배에 포격까지 했단 말이지.."


만행을 저지른 미국 함대는 우리의 시선을 최대한 피하려는 듯 움직였다.

포격 이후 지그재그로 변칙적인 동선을 그리며 캄차카반도를 향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해상에서 함대결전을 해야 합니다!"

"북해함대 사령관에게 즉시 하명하시지요."


즉시 합동함대를 꾸려 베링해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참모진의 의견이 잇따랐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살기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북해함대는 전투준비를 마치고 쿠릴열도 외곽에 대기하라."

"저들은 대한을 우습게 본 자들이다.

이미 정정당당하기를 포기했으니 우리 역시 그 장단에 맞춰주는 수 밖에."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낸 이상, 나 역시 가볍게 돌려보낼 마음은 없었다.

참모와 대신들은 이 땅에 그저 한발자국도 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인 것이다.

그 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렇기에 더더욱 소탐대실 해선 안되는 일.


"그리고, 저놈들은 미끼일 뿐이야."


의문스러운 표정이 얼굴에 어린다.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저들에게는 정보의 퍼즐이 전혀 맞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성 작전참모."


"예! 폐하. 작전참모장입니다."


"동시백력 전쟁 당시에 우리가 대량운용했던 공중강습함.

황무성 대외정보국에서 얼마전 들어온 첩보가 있네."

"저놈들이 샌디에이고에서 건조 중인 신형함의 외형이 우리 강습함과 흡사하다는.."


물론 그런 보고는 없었다.

양면전쟁 당시에 블라디보스토크를 급습했던 미국의 강습부대.

그들이 타고 왔으니 만들었을 것이 아닌가.


참모장이 대답하기 전.

앉아있던 대한제국 전쟁대신, 유지량 대원수가 벌떡 일어났다.


"허면.. 고고도 정찰을 즉시 강화해야..."


"인도양 때와 마찬가지네.

적은 아마도 층적운 사이에 몸을 숨기고 고고도에서 접근하는 소형 강습함일 것이야."


"육안으로 놈들을 탐지할려면 제국부양함 전력의 절반이 보초라도 서야 할 걸세."

"젠장 그러고 보니 레이더.."


"...예?"


"혼잣말이네. 신경쓰지 말게."


이미 돌아온 직후, 전쟁기술연구소에 연통을 넣은 것이 몇 주 전이다.

원래 역사에서 1900년대 초반, 실험적으로 개발된 장치였던 원격이동계측기.

레이더 연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전파간섭 현상에 대한 연구가 우선 마무리되어야 개발 할 수 있는 체계다.


'그렇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렸지.'


개발계획은 상세히 잡혀있었지만 결국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이었다.


물론 그가 아무 생각 없이 개발을 미룬 것은 아니다.

레이더는 공격자가 아닌 방어자가 더 필요로 하는 무기다.

지금처럼 대한제국이 방어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는 지금껏 극히 드물었다.

인도양 패배가 사라진 이상, 현 시점의 제공권은 대한제국이 장악했다.

어설픈 신기술의 개발이 유출되기라도 한다면 부양전함 최고의 장점 중 하나인 고고도에서의 은폐성이 그날로 사라질 수도 있다.


'그 거대한 쇳덩이는 어디에 있든 그대로 발각될 것이 뻔했으니.'


또한 지금 하늘 위를 돌아다니는 것은 반저항기관을 매단 괴물들 뿐.

아직 세계는 날개에 의한 양력발생과 대기압에 차이를 이용한 비행력, 즉 '베르누이(Bernoulli)의 정리' 이론을 확립하지 못했다.


당연히 그렇게 된 이유는 하나.

이 말도 안되는 오파츠 때문이다.


라이트형제가 한명을 겨우 실어 나르는 시한부 동력비행기를 발명한 것이 1903년이다.

그때는 이미 뒤틀린 역사에 의해 대한제국의 동경 대공습이 일어난지 한참 후의 시간대.


전함이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하늘로 떠오르는 시대였다.

비행기는 너무 위험하고, 또 너무 작았다.

이 세계에서 그 쌍날개를 보기에는 아직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미국은 그 틈새를 찔러, 대한제국의 영토에 강습함을 보낼 것이다.

해안가에 위치한 '발굴지' 역시 십수년째 탐내온 유적이었다.

하와이조약으로 공급받는 반저항기관은 너무 적고, 구형이었다.


"그렇기에, 과인은 함정을 팔 것이다."


회의탁자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지도, 나는 그곳을 가르키며 상세한 작전계획을 쏟아냈다.

참모부의 노련한 지휘관들이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 * *


구름 사이를 뚫으며 나아가는 칙칙한 배 한척.

선미에 새겨진 독수리 문양만이 날아온 곳을 말해주었다.

미 해군항공함이자 최초의 고고도강습함.

덜컹거리는 배 안쪽으로는 온몸을 검은색으로 채워넣은 군인들이 빼곡했다.

작전소대를 지휘하는 베런 중위(Lieutenant)의 얼굴은 짙게 칠한 위장으로 잘 보이지 않았다.


"하여튼 마음에 안들어.

이거 뭐 따라쟁이(A COPYCAT)도 아니고 말이야."


긴장감이 역력한 부하대원 한명이 그의 옆에서 조용한 긍정을 표했다.


창설된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부대였다.

배도, 부대도, 작전방식도 모두 한곳에서 따온, 그야말로 카피캣이라는 멸칭이 어울리는 부대이기도 했다.


대한제국이 러시아와 치른 동시베리아 전쟁.

베일에 쌓여있던 일본과 지나에서의 전쟁은 불확실했고, 또 숨겨진 전쟁이었다.

그에 비해 한러전쟁에서의 양상은 달랐다.

제국으로써 완성된 이후에 치른 전면전이고 또 국제전이었다.

그만큼 전 세계의 이목은 한꺼번에 집중되었다.


각국은 양국의 동의 아래 대규모 관전무관을 파견했다.

교전국의 승인하에 전쟁터를 누비는 관전무관과 기자들은 최초의 근대전을 여과없이 각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전달했다.

곧 영국과 미국의 군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상하지 못한 온갖 전술이 쏟아져 나온 탓이다.

강철을 꼬아만든 얇은 쇠창살로 진을 치고 깊숙히 땅을 판 채 들어가 있던 병사들.

그것을 돌파하기 위한 기초적인 형태의 전차와 그것을 전장까지 실어나르는 육중한 지상수송함까지.


한러전쟁의 클라이막스 역시 그러했다.

전쟁을 끝낸 마지막 전투는 주요 전장이 되었던 예니세이강 근처가 아니었다.

대규모 위장공세가 전선 전체에서 벌어지는 사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황궁에 내려 앉은 것은 흑복의 고고도강습부대였다.


알렉산드르 3세가 황궁에서 생포된 날.

그날 세계는 대한제국 특수부대의 첫 모습을 보았다.

재정러시아제국을 지휘했던 플레이어의 마지막은 그렇게 끝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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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7 파벨라
    작성일
    21.05.09 21:26
    No. 1

    오 재밌게 봤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옳은말
    작성일
    21.05.28 16:51
    No. 2

    하나의 장소와 하나의 이야기 (한 장면)으로 한 화를 끊으시는데, 이러다보니 내용은 적고 외형묘사만 늘어지게 나옵니다. 마치 한 화가 영화의 한 테이크처럼 쓰이다보니 이야기 진행이 너무 느리고 잡다한 설명과 묘사만 많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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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2 21.05.11 398 9 7쪽
31 14. 베링해의 모비딕 (3) +1 21.05.10 408 9 9쪽
» 14. 베링해의 모비딕 (2) +2 21.05.09 423 14 11쪽
29 14. 베링해의 모비딕 (1) +2 21.05.08 438 11 9쪽
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43 9 10쪽
27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19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4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3 15 8쪽
24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53 10 7쪽
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41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5 11 9쪽
21 9. 전율하는 기둥 (2) +2 21.04.29 586 12 8쪽
20 9. 전율하는 기둥 (1) +1 21.04.27 646 13 9쪽
19 8. 대영제국 특명전권대사 21.04.26 621 13 9쪽
18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94 13 8쪽
17 7. 판을 뒤엎는 자 (2) +1 21.04.24 618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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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6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11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6 13 10쪽
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74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44 14 9쪽
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31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5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8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23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9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14 20 8쪽
2 1. 제국의 운명 +2 21.04.02 1,646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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