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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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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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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4.1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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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DUMMY

거대한 화물선 두 척이 바다 한복판에 서로를 의지하듯 붙은 채 떠 있었다.

굵은 쇠사슬을 늘어뜨려 서로를 결박한 배의 가운데 빈 공간에서는 바다 위에 무언가를 띄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빌어먹을 해군 놈들은 도움도 안되다가 꼭 이럴때에만.."


포츠머스해운연합 소속의 대형화물선,

베이브릿지(Baybridge)호의 선장인 웸블턴 헤리엇은 신경질적인 혼잣말을 내뱉으며 선교 바닥에 침을 뱉었다.

바로 옆에 붙어서 작업중인 자매함 프리드쇼어(Pridshore)의 함장은 그와 절친한 이십년지기 동료 뱃사람이었는데, 역시 그보다 두어배는 더 화난 상태일 것이라 확신했다.


진수한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이 두척의 최신 화물선은 난데없이 비상 작전에 휘말려 들었다.

포츠머스 국제항에서 출발할때 세웠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진작에 인도부왕령 동부의 첸나이 항구에서 교역품과 화물을 가득 싣고 수에즈를 통해 포츠머스로 돌아오는 직항 항로에 있어야 했다.


계열사의 방직물 공장에서 생산한 모직과 신발, 그리고 런던에서 실어온 공산품들을 첸나이항구에서 한창 하역하는 순간이었다.

미끈하게 빠진 검은색 세단 세대가 갑자기 하역장 앞으로 달려와 멈춰섰을 때, 함장은 선교에서 내려다보며 힘차게 욕설을 내뱉었다.

이 세상에 왕립해군의 빌어먹을 문장을 차문짝에 대문짝만하게 붙이고 다니는 놈들은 단 한 곳 뿐이었다.


검은색 정복의 손목에 감긴 금띠. 왼쪽 어깨에 주렁주렁 드리워진 두꺼운 금사가 딱 보기에도 고위직인 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은색 봉인 씰과 휘갈겨쓴 서명이 들어간 동그랗게 말린 서류를 펴보였다.


"위대하신 조지5세 폐하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대영제국 해군장관의 동원명령에 따라 포츠머스연합해운사의 화물선, 베이브릿지와 프리드쇼어를 지금 즉시 징발한다!"


"BLOODY FUCKERS!"

(빌어먹을 새끼들!)


선장이 걸쭉한 욕설과 함께 손가락을 V자로 들어보였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었다.


지극히 뱃사람 다운 선장의 태도에 경멸하는 눈빛을 잠시 보인 해군 지휘관이 고개를 돌려 뒤따르는 거대한 화물을 옮겨 실을 것을 지시했다.

저 화물 하나 만으로도 이 배의 만재배수량까지 차오를 만한 압도적인 크기.


'빌어먹을, 런던놈들은 정말 전쟁이라도 벌이려는 건가.'


인도양에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때, 인도산 향신료 가격이 일제히 폭등하려는 낌세가 보이자 과감히 회사에서 가장 큰 배를 파견한 경영진들이었다.

그 과감한 결정으로 회사는 과감히 두 척의 배를 징발당하게 된 것이다.


어딘가에 구조물을 조립하려는 듯 트러스 구조를 가진 길쭉한 기둥들이 자매함 프리드쇼어에 실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배로 사복을 입은 해군 병사들이 백여명 가까이 타기 시작하자, 더 이상 그 꼴을 볼 수 없던 웸블턴이 선장실로 들어가버렸다.


밤이 될때까지 기다린 두 척의 배는 첸나이 항구에서 야음을 틈타 인도양 한복판, 어딘가를 향해 떠났다.


그렇게 몇 일간을 이동해 도착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발광부표를 기점으로 두 배는 설치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해상부유물 설치작업은 밤새 길게 이어졌다.

현장을 지휘한다며 선교를 차지한 해군장교는 그와 함께온 수병들이 모두 동원되고도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지자 웸블턴 선장과 오랜기간 함께해온 노련한 선원들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그보다 더 열받는 상황은 선교의 본인 자리에 당연하다는 듯이 다리를 꼬아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는 모습.

선교 옆문을 열고 바람을 쐬러 나온 웸블턴은 답답하다는 듯 밤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 순간이었다.


"쐐애애애애액 - "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하늘을 찢으며 미친듯한 속도로 날고 있었다.

거대한 반원을 그리며 비행하는 물체의 뒤로는 둥그런 공기파가 꼬깔모양으로 끝없이 터져나오는 게 달빛에 반사되어 선명히 보였다.

둔하기 그지 없는 해군의 뚱땡이 군함들이 무슨 안티그래비티엔진인가 뭔가로 겨우 떠다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비행.


"내 눈이 벌써 헛것을 볼 나이가 된건가?"


말은 그렇게 중얼거렸어도 저것은 절대 헛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다.

신병기.

그것도 말도 안되는 기술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부양함이다.

인도양에서 저런 흉악한 무기를 날려 보낼만한 국가는 하나 뿐이었다.


'대한제국. 그놈들의 비밀무기야.'


웸블턴은 그 괴비행체가 구름위로 모습을 감출 때까지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고개를 돌려 아래를 보니 한창 용접과 설치작업에 열중한 사람중 저 하늘의 괴조를 본 사람은 누구도 없는 듯 보였다.

선교에 있는 해군 장교에게 자신이 본 것을 보고하러 뛰어가던 그가 발걸음을 멈췄다.


'빌어먹을 해군놈들이 내게 해준게 뭔데?'


발걸음을 돌린 그가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냈다.

다시 난간에 기대어 천천히 담배를 마저 피웠다.

인도양 밤공기는 꽤나 차가웠다.


* * *


"저곳이군요.

황태자 전하께서 말씀하신 기폭점 말입니다."


최무진 참령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걸 보았다는 의미는 황태자 전하의 군령이 한 치의 틀림 없이 맞아 떨어진다는 말임과 동시에, 자신들이 어전 함대를 이미 추월해버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거대한 원을 그리며 다시 온 길을 되돌아가는 최 참령의 속이 바짝바짝 타올랐다.

황태자전하의 적색갑호명령에 따라 양곤시내를 박살내며 이륙한 비익조였다.

곧장 최고속도로 버마해를 가로지르기 시작해 한시진도 지나기 전에 광활한 인도양으로 내려온 것이다.

출발 직후부터 정윤철 정위에게 비익조의 조향을 맡긴 채 급히 읽어 내려간 보안보고서류와 명령서 뒷 장의 내용들을 그는 빠짐없이 기억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참령과 참장의 계급은 고작 세 단계 차이였지만,

공개된 군사비밀과 국제정세에 대한 내부의 최고 기밀 자료들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제국 남부 식민지의 안정화 확인.

그리고 대한제국 국토방위선의 점검.

이렇게만 알려진 황제와 어전함대의 이번 출항목적은 대영제국과의 전면전이었다.

작전의 핵심은 인도양을 거대하게 우회해 뭄바이의 대영제국 해군 공창과 주둔지를 공습하는 것.

이를 위해 지난 삼년간 대한제국의 권역별 함대 소속의 최신예 핵심전함들은 순환배치와 개보수를 명목으로 기지에서 서서히 모습을 감춰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나식민지 서남총독부에서 다음 달 대규모로 열릴 예정이었던 정기 합동 군사훈련.

장교양성소 지휘관 교육을 함께 들었던 동기와 오랜만에 만난 술자리에서 그의 푸념을 흘리듯 들었던 기억이 났다.

서남총독부에서 버마총독부, 그것도 험준한 아라칸산맥으로 훈련지가 갑작스럽게 변경되고 또 규모도 늘어 해야 할 행정처리가 산더미라는 말.


제국은 전쟁을 준비중이었다.

작전 계획에 따라 인도 서부의 뭄바이 공습과 동시에 동부의 캘커타에는 대한제국 육군과 해군육전대가 상륙 작전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그가 전달 받은 기밀 서류에 따르면 이번 인도양 작전 전체의 구상은 황태자가 황제폐하로부터 전권을 얻어 기획한 것이다.


그런 황태자가 이것이 함정이라며 함대를 돌려 세우라고 그를 보냈다.

명령서 뒷장에 쓰인 충격적인 말들과 함께.


『제국 어전함대는 완전한 함정에 빠졌다.』

『하와이조약에 의거해 대영제국으로 수출한 반저항기관의 불완전한 복제품이 무기화 과정을 거쳐 함대의 도착 지점 해상에 설치되었다.』

『미합중국 의회가 태평양함대에 배치했다는 공중전함은 거짓 정보다.』

『미국 태평양함대는 이미 대영제국과의 밀약에 의해 남반구를 거쳐 인도양에 진입했을 것이다.』


그걸 막아야 하는 것이 바로 그, 최무진 참령이었다.

단 일초라도 빨리 어전함대를 찾아야 했다.

비익조가 최고속도를 돌파하며 고도를 올렸다.

천억금을 주고서라도 살 수 없는 시간이 그렇게 조금씩 흐를 무렵.


"저... 저기! 동북향으로 약 백리 상공!

두꺼운 층적운 사이에, 불빛이 언뜻 보였습니다!"


군사용 정밀 천리경으로 주변을 수색하던 정윤철 정위가 떨리는 목소리로 관측결과를 보고했다.


전방 점멸신호등을 켜며 속도를 줄여 구름에 가까이 접근했다.

다른 층적운에 비해 유난히 어둡고 깊어보이는 한줄기 구름.

탐조등을 쏘아 반응이 없으면 구름 안으로 진입해야 했다.


그 순간 거대한 치마주름처럼 너울거리는 광활한 층적운으로부터 강렬한 탐조등 수백여개가 일제히 비익조를 향해 쏘아졌다.


틀림없었다.

황제폐하의 옥체가 있는 대한제국 무력의 총집합.

어전함대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인도양 한복판에서 황태자의 말도 안되는 명령을 성공시켰다는 기쁨보다 격추될 것이라는 공포가 두명의 무관을 사로잡았다.

저 강렬한 탐조등 뒤로 겨누어진 육중한 함포들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예광탄이 섞인 강력한 경고사격이 비익조함의 주변으로 발사되었다.


"쐐애애액 - "


대구경탄이 공기를 찢으며 스쳐지나가는 소리에 정윤철 정위가 하얗게 질렸다.

정정위는 초급무관학교에서 죽도록 배웠던 제국해군점멸신호교범에 따라 미친듯이 점멸 수신호를 보냈다.

최참령은 무선침묵을 해제시키는데 성공할 경우를 대비해 어전함대에 전달해야할 내용을 되새기는 중이었다.


대한제국. 아군. 대한제국. 아군.

긴급정보. 사격금지. 황태자. 명령.


달칵거리며 두차례 더 같은 정보를 빛의 조합으로 반복해서 보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치.. 치익. 치칙."


"감히 짐의 충실한 군대가 .. 치직..

겁없이 짐의 앞길을 막은 것이냐."


대한제국의 모든 것을 다스리는 자.

제국 그 자체이자 이땅을 철권으로 다스려온 살아있는 신.

태양왕 고종황제가 직접 무선을 보내왔다.

대한제국 인도양해전 전개도_대지 1.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49 Yorktown
    작성일
    21.04.19 01:14
    No. 1

    그럼 이 세계관에는 레이더가 없는건가보네요...
    + 보통 무선침묵을 해도 수신은 가능하지 않나요?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은찬(恩燦)
    작성일
    21.04.19 18:47
    No. 2

    안녕하세요.
    레이더와 관련된 기술은 작중 시점 상용화되지 못했으며, 주인공의 플롯 중 하나로 쓰일 예정입니다 ㅎㅎ
    작중 대한제국군의 무선 무선통신기술은 극초기단계로, 주파수도약이나 CEOI체계등 보안기술이 아직 없는 상태로 설정하였습니다.
    공용주파수를 사용하게 되면 무작위 대상에게 송신하여 높은 확률로 적군에 도청될 우려가 있으므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같습니다.
    답글을 쓰다보니 점멸신호 단계에서 특정 교신주파수를 서로 확인하고, 해당 주파수에 접속하여 통신하는 문구를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
    제가 무선통신관련 기술은 군대에서 999K를 다뤄본게 전부라 부족했네요 ㅠㅠ
    제 글을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겁많은중년
    작성일
    21.05.19 14:11
    No. 3

    트러스트 구조 → 트러스 구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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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16. 대한의 발톱 (1) +4 21.05.17 374 13 10쪽
34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3) +4 21.05.14 394 12 9쪽
33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2) +3 21.05.12 377 13 10쪽
32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2 21.05.11 397 9 7쪽
31 14. 베링해의 모비딕 (3) +1 21.05.10 407 9 9쪽
30 14. 베링해의 모비딕 (2) +2 21.05.09 421 14 11쪽
29 14. 베링해의 모비딕 (1) +2 21.05.08 436 11 9쪽
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41 9 10쪽
27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19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4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2 15 8쪽
24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50 10 7쪽
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36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2 11 9쪽
21 9. 전율하는 기둥 (2) +2 21.04.29 582 12 8쪽
20 9. 전율하는 기둥 (1) +1 21.04.27 643 13 9쪽
19 8. 대영제국 특명전권대사 21.04.26 618 13 9쪽
18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90 13 8쪽
17 7. 판을 뒤엎는 자 (2) +1 21.04.24 615 12 7쪽
16 7. 판을 뒤엎는 자 (1) +3 21.04.23 627 12 8쪽
15 6. 제국 설계자 (3) +1 21.04.22 635 13 8쪽
14 6. 제국 설계자 (2) 21.04.21 609 13 7쪽
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3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07 14 9쪽
»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2 13 10쪽
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69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38 14 9쪽
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26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1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893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18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52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09 20 8쪽
2 1. 제국의 운명 +2 21.04.02 1,643 26 13쪽
1 0. 프롤로그 +2 21.03.30 1,978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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