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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대한제국 랭커강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3.29 22:54
최근연재일 :
2021.06.01 02:05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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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
글자수 :
179,356

작성
21.05.0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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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4. 베링해의 모비딕 (1)

DUMMY

베링해의 물결은 거세다.

살이 에일듯한 영하 30도의 추위.

두꺼운 이중방폭 창문으로 중무장한 함교.


거대한 군함임에도 무거운 파도에 떨어지고 또 치솟은 뱃머리가 그대로 느껴진다.


6미터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파도.

거기에 합쳐진 변화무쌍한 날씨.

베링해의 바다는 멋모르고 만선의 꿈을 꾸며 출항한 어선을 제물로 집어삼킨다.


방금 전에도 그런 운 나쁜 배가 있었다.

몰아친 파도에 작은 선체가 순식간에 복원력을 잃고 기울었다.

바다를 가벼이 본 자들이 과한 만용을 부린 결과다.

삶의 기로에 선 어선이 멀리서 오는 한무리의 군함을 발견했다.


"이 날씨에 고기잡이라니···."


태평양함대 사령관, 캐머런 M. 윈슬로우 제독이 난처한 얼굴로 함장을 돌아보았다.

무선으로 보내온 신호와 발광구조요청이 이곳, 기함의 함교에서도 잘 보이는 탓이다.


분명 출항때는 고요한 바다였을 터.

훈련 중이었다면 그다지 큰 고민 없이 구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이 작전중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함대 전체의 운명을 건.


고속항진 중인 함대의 진로에서 살짝 비껴난 장소.

바다 위의 모든 배들은 조난신호를 보내는 위기에 처한 배를 구해야 할 당연한 책임이 있다.

다음 번 조난의 대상이 바로 자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옆에서 해군용 쌍안경을 든 채 민간어선을 살피던 군인.

태평양함대 새로운 기함인 프리덤급 전함.

USS프리덤의 함장, 홀스터 대령이 쌍안경에서 눈을 떼고 그를 바라보았다.


"사령관님. 워싱턴에서는 분명히 이런 변수를 좋아하지 않을겁니다.

더군다나 이번 작전은 정확한 시간의 공지합동전개가 필수입니다.

지난 번 인도양에서의 헛발질이 얼마나 우리를 곤혹스럽게 했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것은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그들이 태평양에서 상대해야 하는 적은 공화국이 아닌 제국이었기에, 빛나는 태양을 산등성이 넘어로 떨어뜨릴 수만 있다면 그 흉포한 기세를 꺾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오만한 영국놈들이 모든 것을 그르친 것이다.

공식적으로 모든 책임은 설치에 실패하며 자폭한 그들에게 있었다.

호언장담했던 대영제국의 전권대사는 연일 백악관으로 불려와 진땀을 빼야 했다.

윈슬로우 제독은 너무 성급한 지휘부의 결단이 썩 내키지 않았다.


태평양에서 합중국의 가상적국과 십수년째 얼굴을 맞대며, 그가 가진 감정은 호승심이나 패기보다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에 가까웠다.


'그건 그들도 마찬가지였겠지.'


그렇기에 그리도 성급한 것이리라.

이번 작전을 위해 워싱턴의 해군부장관까지 하와이로 직접 날아왔다.


의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 없는 특정지역에서의 군사작전.

자국의 국제적 지위와 이익에 혈안이 된 의사당의 정치인들이 작년 통과시킨, 따끈따끈한 임시법이자 헌법이 부여한 의회의 권리를 스스로 축소한 법이었다.


'빌어먹을 제국놈들과 싸우기 위한 최소한의 자위책이지..'


윈슬로우 제독이 태평양함대의 본진, 하와이에서 직접 만난 해군부장관 역시 같은 말을 했다.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부여받은 초법적인 권한이 이번 작전을 위해 쓰여진 것이다.

태평양 함대 사령관은 그 권한을 수행할 최전선의 창 끝에 있다.


사령관의 생각 많은 얼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슬쩍 비튼 홀스터 대령이 한마디를 보탰다.


"저 배. 함미의 깃발이 대한제국 것이군요.

캄차카 반도에서 출항한 모양입니다."


구하지 못한다면, 남겨두어선 안되는 일.

껄끄러운 것은 사전에 정리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렇기에 어선의 국적을 구태여 끄집어 알려준 것이다.

대한제국의 스파이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니 어쩌면, 스파이이길 바랬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구만."


사령관의 암묵적인 동의가 떨어졌다.

고개를 끄덕인 홀스터 대령이 함대사격통제 장교를 돌아보며 빠르게 중얼거렸다.


기울어진 배 위.


"이런 개같은 새끼들이..!"


쏟아지는 폭우에 흠뻑 젖은 함장이 욕설을 퍼부었다.

쏘아대는 조명과 조난신호, 하다못해 선장과 선원들의 흔들어대는 손까지, 유유히 그들을 비껴간 함대.

그들의 후미를 뒤따르던 군함에서 순간 빛이 번쩍였다.


"콰앙!"


거대한 주포에 직격당한 어선이 반으로 갈라졌다.

순식간에 차가운 베링해는 배와 허우적대는 선원들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불우한 먹잇감을 찾아 입을 벌렸다.


곧 매서운 바다 위로 욕망이라는 기름이 흩뿌려질 것이다.

전화(戰火)가 피어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 * *


한성, 황궁.

제국은 전시상황에 돌입했다.

황무성에 속한 황제 직속의 대외 정보국.

그곳을 통해 전쟁이 임박했음을 보고받았다며 즉시 전쟁준비의 돌입을 지시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었다.


전임자는 제국 행정부의 보안업무를 완전히 믿지 못했고, 그랬기에 그것과 별도로 움직이는 황실의 정보라인을 따로 만들었다.


황궁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한 전시벙커의 전쟁회의소.

빌어먹을 양키놈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캄차카 반도.'


원 플레이에서 베링해 해전은 인도양 해전과 이어졌다.

대 부양전함용 반저항트랩이 인도양 한복판에서 이순신함과 어전함대를 직격했다.

단 한번의 공격으로 함대의 삼분지 일이 대열을 이탈했고, 한쪽 기관을 상실하며 반파된 어전함은 연기를 내뿜으며 인도양으로 착수했다.


"즉..즉시 하강하여 어전함을 호위한다!"

"저고도에서 함대원형진을 구성해야한다!"


어전함의 대한제국 수뇌부를 즉시 구출하기 위해 기함급 중전함이 해수면에 접근했다.

직격에서 무사한 나머지 함대도 저고도로 하강하며 호위 진형을 갖추었다.


'바로 그것이 패착이었지.'


영미의 함대구성은 전통적인 해상함대였다.

하와이조약에 따른 반저항기관 공급비율이 극히 적었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

그들의 함대가 소수의 부양전함과 다수의 일반함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대한제국은 다수의 부양전함과 소수의 일반함으로 구성된 함대편성이 원칙이었다.

더군다나 철저히 우회 기습을 목표로 편성된 어전함대는 전함대가 부양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부양전함의 압도적 이점인 고고도와 기동력.

그 두 가지를 상실한 바로 그 순간이 영미 연합함대의 기습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우리 함은 우선 응사한다!"

"이.. 일단 어전함을 몸으로 막아라!"

"각 전함별로 개별대응한다!"


기함의 침묵에도 개별함들의 결사적인 응사가 있었을 것이다.

그가 피땀흘려 키워온 함대가 순식간에 지도에서 사라지는 것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자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필사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지휘계통의 붕괴는 결국 전멸로 이어졌다.


"으드득."


분노로 가득한 마음이 복수심으로 너울거린다.

당시 규열은 제국의 영토선을 어떻게든 지켜내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지나와 일본식민지 주둔함대를 빼내어 뚫려버린 인도양과 남방의 방어선으로 보냈다.


그러나 규열은 알지 못했다.

태평양함대의 주력이 둘로 나뉘어 있던 것.

인도양 일대에서 대치중이던 영미 연합함대에 심혈을 기울인 바로 그 때였다.


"미친! 저기서 저게 왜 나와!"


알류샨 열도 끝자락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온 태평양함대 분함대가 캄차카 반도를 노려 남하하기 시작했다.

일본총독부의 사세보와 동시백력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급히 대응함대를 출격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대한제국의 양면전쟁이 시작되었다.

캄차카 반도를 거쳐 사쿠릴열도와 사할린까지 제국의 영토는 순차적으로 줄어들며 규열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캄차카 반도에는 반저항기관 발굴지가 있다.

재위 초기 천운에 의해 그것을 발굴해낸 이후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장소로 위장된 곳.


그들이 그곳의 진실을 알아챈 것일까?

상관 없었다.


"이번에 네놈들은 신성한 대한의 영토를 밟을 수 없을테니."

"단 한발자국도."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

이내 황제가 추호같은 명령을 내렸다.


그 순간이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하였습니다.]

- 목표 : 베링해 해전의 완전한 승리

- 퀘스트보상 : 천상의 눈 2단계 개방


어?

이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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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5. 작전명: 드래곤하트 (1) +2 21.05.11 400 9 7쪽
31 14. 베링해의 모비딕 (3) +1 21.05.10 409 9 9쪽
30 14. 베링해의 모비딕 (2) +2 21.05.09 424 14 11쪽
» 14. 베링해의 모비딕 (1) +2 21.05.08 440 11 9쪽
28 13. 장백산의 광기 (2) +2 21.05.07 444 9 10쪽
27 13. 장백산의 광기 (1) 21.05.06 521 10 10쪽
26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2) 21.05.04 476 12 9쪽
25 12. 절대군주의 혜안(慧眼) (1) 21.05.03 526 15 8쪽
24 11. 선위와 즉위, 그리고 ... +4 21.05.03 555 10 7쪽
23 10. 근정전의 소재앙 (2) 21.05.01 542 12 10쪽
22 10. 근정전의 소재앙 (1) +4 21.04.29 567 11 9쪽
21 9. 전율하는 기둥 (2) +2 21.04.29 588 12 8쪽
20 9. 전율하는 기둥 (1) +1 21.04.27 648 13 9쪽
19 8. 대영제국 특명전권대사 21.04.26 622 13 9쪽
18 7. 판을 뒤엎는 자 (3) +2 21.04.25 596 13 8쪽
17 7. 판을 뒤엎는 자 (2) +1 21.04.24 620 12 7쪽
16 7. 판을 뒤엎는 자 (1) +3 21.04.23 632 12 8쪽
15 6. 제국 설계자 (3) +1 21.04.22 640 13 8쪽
14 6. 제국 설계자 (2) 21.04.21 614 13 7쪽
13 6. 제국 설계자 (1) +2 21.04.20 638 11 7쪽
12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3) +1 21.04.20 613 14 9쪽
11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2) +3 21.04.19 637 13 10쪽
10 5. 군령(軍令) : 적색갑호 (1) 21.04.18 676 13 10쪽
9 4. 쾌속비선 비익조 (2) 21.04.17 645 14 9쪽
8 4. 쾌속비선 비익조 (1) +1 21.04.16 733 13 9쪽
7 3. 강림과 회군 (2) 21.04.15 777 12 9쪽
6 3. 강림과 회군 (1) +2 21.04.14 901 13 9쪽
5 2. 제도(帝都) 한성 (3) +1 21.04.12 1,025 13 9쪽
4 2. 제도(帝都) 한성 (2) +5 21.04.05 1,160 19 8쪽
3 2. 제도(帝都) 한성 (1) 21.04.03 1,316 20 8쪽
2 1. 제국의 운명 +2 21.04.02 1,649 26 13쪽
1 0. 프롤로그 +2 21.03.30 1,984 2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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