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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하이의 서재입니다.

1티어 천재작곡가의 특별한 덕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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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하이
작품등록일 :
2024.08.0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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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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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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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R&B계의 거물

DUMMY

우리 부모님은 아주 바쁘시다.

족발집이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하우스 계약 때문에 미팅이 잡혔음에도, 회사엔 나 혼자 올 수밖에 없었다.

이 말은 곧 귀찮은 과정이 앞에 기다리고 있다는 뜻인데, 계약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계약서를 집으로 가져가고, 부모님 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들고 다시 회사에 가야 한다.

허나 이건.


‘다 내가 천재여서 그렇지.’


유명한 이들이 유명세라는 세금을 치른다는 것처럼, 어쩌면 나 또한 귀찮은 천재세를 치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성년자인데 이렇게 인하우스 계약을 한 작곡가는 아마 국내에선 내가 최초일 터.


‘뭐, 회귀를 하기는 했다지만, 그 나이까지 합산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지.’


나이는 살아온 햇수를 말함이다. 그리고 햇수란 시간을 의미하고, 시간은 숫자로 계산할 수 있다.

그러니, 시간이 되돌려졌는데 나이를 그대로 계산하는 건 이치에 굉장히 어긋나는 계산법이라는 거지.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든, 애늙은이든, 회귀자든,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값이 곧 나이이지 않은가.


고로 난 천재가 맞다.

29살이 인하우스 계약을 하는 건 전혀 특별하지 않지만, 17살이 하는 건 천재가 아니면 불가능하거든.


‘17살이 저런 곡을 냈으면 아이돌을 시키지 왜 작곡가로 놔둠?’이라는 댓글에, ‘ㅋㅋ왜겠냐?’라는 대댓글이 달린 걸 본 탓에 내가 지금 천재라는 특별함에 더 집착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고.


“곡 비는 이 정도입니다.”


인하우스 계약을 하러 온 김에 유지현 곡 계약까지 하게 됐는데, 그 곡 비로 엄청난 액수를 받게 돼서 뽕이 찬 탓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직 저작권료가 안 들어와서 그렇지, 분기가 지나고 박재현 곡의 저작권료가 들어오면 그 또한 어마어마하겠지.


“질이 좀 안 좋은 회사들은 작곡가들을 실력에 맞게 대우해 주지 않곤 하는데, 저희는 아닙니다. 작곡가님은 1위를 하셨잖아요. 그래서 이런 곡 비가 책정된 겁니다. 1위를 한 번이라도 해본 작곡가랑 아닌 작곡가의 몸값은 하늘과 땅 차이거든요.”


미성년자라고, 그리고 이제 인하우스 작곡가가 된다고 해서 후려치는 것도 없는 것 같았다.

역시 대형은 대형인 이유가 있다.


“여기 적혀 있듯이, 타이틀로 결정 나면 더 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아직 유지현 가수의 다음 앨범이 싱글일지, 미니일지 계획도 미정이고, 이 곡을 바로 실을지, 그다음에 실을지도 몰라서 이 정도인 거예요. 원래 저희 회사는 처음부터 타이틀 곡용 리드랑 수록곡용 리드를 따로 뿌려서 구하는 방식으로 하는데, 이렇게 특별한 경우도 종종······.”


난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말을 잇는 A&R 양 팀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팀장님.”

“네, 뭐 물어보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양 팀장은 인하우스 계약서와 유지현 곡 계약서 두 개를 다시 반듯하게 놓으며 대답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내가 물어볼 건 그 계약들에 대한 질문이 아니다.


“저 천재죠?”

“예······? 아, 네. 물론이죠!”

“그런데 왜 신인개발팀에선 절 본체만체할까요?”


이 정도면 연습생을 제안해 볼 만하지 않나?

물론 제안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마음은 없긴 하지만.


“······.”


그냥 단지, 조금 궁금해져서 물어본 것뿐인데.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말이 끊이지 않았던 양 팀장의 입이 조개처럼 다물어졌다.

데굴데굴 눈을 굴리던 그가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말씀드릴 건 다 말씀드린 것 같으니, 따로 더 궁금하신 게 생기시면 저희 직원한테 연락 주세요.”


회의는 그렇게 끝이 났고, 양 팀장은 어디 바쁜 일이 있는 것처럼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나는 빠르게 멀어져가는 양 팀장의 뒷모습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회의실을 나섰다.


이런 내 걸음걸이엔 짜증이나 실망, 씁쓸함이 담겨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난 조금도 상처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그토록 염원하던 유지현 곡을 계약하지 않았나.

심지어 17살에 OMG엔터의 인하우스 작곡가가 된 천재인 데다가 돈도 많이 들어올 예정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최고다.

그러니 기분이 좋으면 좋았지, 안 좋을 이유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박재현한테 맛있는 거라도 사줘야겠다.’


내 저작권료를 벌어주기 위해, 그리고 내 몸값을 높여주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지 않았나.


‘무대를 못 본 게 갑자기 미안해지······진 않고, 일단 수고하긴 했으니까.’


오늘 저녁에 맛있는 거 사줄 테니 시간 내라는 톡을 보내며 복도를 지나는데.


“아직 준비가 다 안 됐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날카롭고 까칠한 말투, 벌겋게 충혈된 눈, 누가 봐도 신경이 곤두서 있음을 알 수 있는 예민해 보이는 표정.

긴팔 티에 캡 모자, 체크 남방을 입고 있음에도 화보에 나올 법한 비주얼.


‘비로······!’


내가 위안을 삼고 있는 천재세와 더불어, 유명세, 심지어 잘생김세까지 치러야 마땅한 존재이지만.

재수 없다는 마음이 들긴커녕, 되려 사인받고 싶은 마음만 샘솟는 R&B계의 거물.


‘비로를 여기서 보게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OMG에 있으니 이렇게 한 번이라도 보게 되긴 하는구나.

보기 진짜 힘들다던데, 운이 좋다.


비로의 앞에 마주 서 있는 사람은 얼굴이 익숙한 A&R팀의 직원이었다.

그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떠보듯이 말했다.


“그, 비로 님, 혹시 비트를 받아 보실 생각은······ 하하, 없으시죠? 아니면, 비로 님이랑 같이 공동 프로듀싱을 할 만한 분들을 구할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해외에도 커넥션이 있어서, 국내에 딱히 끌리는 분이 없으시면 해외에서 구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필요 없습니다. 알아서 작업할 테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멀찍이서 구경하고 있는데, 내 옆에 처음 보는 웬 아저씨 한 명이 슬그머니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저거 다 부담감 때문이야. 수장이나 여러 논란들 때문에 레이블 해체되고 이런 대형 아이돌 회사 들어왔다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잖아. 그러니까 다음 앨범을 더 잘 만들려고 힘이 들어간 거지. 쯧쯧. 원래 힘 들어가면 되던 것도 안 되는데. 저 정도 경력이 있어도 이런 감정 문제는 컨트롤이 안 된다니까?”


비로에게 그런 문제들이 있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가수들의 가수라고 불리는 그의 음악을 나도 회귀 전부터 상당히 즐겨 들었기 때문이다.


비로는 원래 국내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상위 힙합 레이블 소속이었는데, 레이블이 여러 가지 논란들에 휘말리며 터져 버렸다.

그리고 이런 아이돌 기획사인 OMG에 들어오게 됐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


그런 결정을 한 이유는 나중에 밝혀졌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3년쯤 뒤에, 비로는 달랑 싱글 앨범 하나 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제 음악 외의 다른 문제들에 얽히거나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대형 기획사로 들어온 것’이라고.


그런데 그것보다.


“······누구세요?”


이 사람은 누군데 나한테 다가와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그는 씩, 웃는 얼굴로 내 어깨를 툭, 두드렸다.


“이제 전속되지? 한솥밥 먹는 동료 작곡가야. 유환석. 딱딱하게 선배나 피디님이라 부르지 말고 그냥 편하게 형이라 불러.”


아, 이 사람이 그 사람이구나?’

김성진 피디와 더불어 최상위 작곡가 7명에 오른 이들 중 한 명.

이름은 많이 들어봤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반말하는 거야 뭐, 내가 어려도 너무 어린 데다가, 이제 동료가 됐으니 그렇다 치는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뒷담화를 하는 게, 참 여러모로 구설수에 오르기 쉬운 타입 같다.

그 실력과 재능은 둘째 치더라도 말이다.


“저 친구 고집도 어찌나 황소고집인지, 다른 작곡가들은 지 작업물에 손끝 하나 못 대게 한다니까? 완벽주의라는 건 알고 있었어도, 저 정도면 진짜 병이야, 병. 제아무리 천재면 뭐 해? 정식 작업물이 3년째 아무것도 안 나오고 있는데. 기껏해야 피처링을 내긴 하는데, 그것도 고작 1년에 한 번 정도밖에 안 하니까 팬들이 더 감질나서 우리 회사만 욕 먹고 있어.”


그때였다.


“이봐요.”

“······!”

“······!”


우리의 고개가 동시에 홱! 돌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비로다.


당사자가 가까이 있는데 대범하게 욕하는 타입은 종종 걸리기 마련인 법.

저기 멀찍이 있었는데, 어느새 우리의 지근거리까지 왔다.


‘들었나? 들었으면 어디까지 들었지?’


난 입도 벙긋 안 하고 듣고 있기만 했는데, 이런 사람을 피하지 못한 죄로 나까지 억울한 오해를 받을 판이다.

허나, 그의 충혈된 눈동자는 슬쩍 나를 훑었다가 옆에 있는 유환석 작곡가에게만 못박혔다.


“······어, 아니, 저······.”


유환석이 눈에 띄게 당황한 가운데, 비로는 차가운 분노가 묻어난 목소리로 나지막이 경고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남일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다행이다. 나한텐 말 안 해서.


유환석 저 사람은 앞으로 멀리 해야지.

가까이 다가오면 어떻게든 피해야겠다.



***



“OMG 인하우스 작곡가가 된 거랑, 그 사이에 유지현 곡까지 계약한 건 축하한다. 아이돌도 아니고, 이 나이에 그 정도 성취면 진짜 말도 안 되는 거 같아. 그런데······.”


보통, 맛집 같은 곳에 보면 벽면에 연예인들의 사인이 걸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 족발집에도 드디어 연예인의 사인이 하나 걸리게 됐다.

박재현의 사인이었다.


“······그런 새끼가 쏜다고 한 게 이거냐? 네가 갑자기 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우리 부모님 족발집 온 게 그렇게나 싫어?”

“······누가 싫댔냐. 나 족발 좋아해. 맛있네.”


박재현은 곧장 족발 쌈을 싸서 입에 한가득 욱여넣었다.

차마 우리 부모님 족발집에 데려온 것에 더 불만을 내뱉지 못하겠는 모양인지, 그는 타겟을 바꿨다.


“근데 쟤는 여기 왜 있는 거냐?”


구창식을 말함이다.


“그냥 너 부르는 김에 같이 불렀는데? 나 이번에 돈 많이 벌었잖아. 플렉스도 할 겸.”

“······사는 것도 아니면서 플렉스는 개뿔. 아무튼 쟤는 그냥 가라 그러면 안 되냐? 쟤 때문에 입맛 떨어지잖아.”


구창식을 향한 박재현의 말투가 좀 싸가지가 없긴 하지만, 뭐, 이해가 아주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원래 밥상머리에서 밥맛 떨어지게 하는 유형들이 몇몇 있는데, 저건 아주 종합세트이지 않나.


족발을 먹는 둥 마는 둥 깨작대고, 다리도 달달 떨어대며, 멍하니 있다가 입술을 물어뜯기도 한다.

영 안절부절못하면서 한숨도 푹푹 내쉬는 것이, 누가 보면 집안에 큰 우환이 있는 줄 알겠다.


구창식은 박재현의 싸가지없는 말투에 발끈했는지 그를 노려보며 입술을 뗐다.


“야-”


그런데 그때.


“입에는 좀 맞니?”


엄마가 활짝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어유! 어머니! 최고예요! 너무 맛있어요!”

“저희 멤버들이랑도 같이 와야겠어요. 진짜 너무 맛있는데요? 하하!”


투덜투덜 하나부터 열까지 불만만 내뱉던 박재현과, 집에 우환이 있는 것 같던 구창식이 동시에 착해졌다.


“다행이다. 혹시나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쩌나 했지. 잘 먹으니 안심되네. 부족하면 말해. 더 줄 테니까.”

“와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둘은 주먹 만한 쌈을 싸고 입에 넣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엄마가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돌아가자, 언제 웃고 있었냐는 듯 둘은 다시 서로를 노려봤다.


구창식은 박재현을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제 내일 곡 발매하니까 그러지. 넌 데뷔 때 안 떨었냐?”


작곡가 엘라의 데뷔가 내일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윤태민 가수의 싱글 곡이 내일 발매된다는 말이다.


“하! 긴장하긴 했어도 너처럼 그렇게까지 유난 떨진 않았어.”

“이걸 무슨 유난이라고······!”

“하긴 애초에 그릇이 다른 걸 어쩌겠냐. 원래 나 같은 진짜배기 탑 티어들은 웬만한 일에는 항상 덤덤한 법이거든.”

“웃기고 있네.”


유치한 입씨름이 차츰 빌드업되며 눈빛들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그런데 박재현이 진짜배기 탑 티어라는 말은 대충 헛소리라며 흘려 넘기더라도,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서 나도 끼어들었다.


“아니던데. 탑 티어인데도 엄청 예민해 보이던데.”


둘의 의아한 눈빛이 내 얼굴에 꽂혔다.


“아까 회사에서 비로 님 봤거든.”

“······! 비, 비로!?”

“봤다고? 컴백한대!? 드디어!”


둘 다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눈빛이 반짝거렸다.

단순히, 회사에서 봤다는 말을 했을 뿐인데도 그렇다.

사실 나 또한 회귀 전 이맘때쯤은 저들과 크게 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겠지.


‘그땐 진짜 좋아했었는데.’


영국에 있을 때도 친구들이랑 엄청 들었다. 듣던 거 또 듣고 또 듣고.

비로를 따라한답시고 돼도 않는 미성을 내면서 스스로에 흠뻑 취하기도 했지.


때문에, 지금도 사인을 받고 싶을 만큼, 비로에 관해선 여전히 좋은 마음이 있긴 하지만.

컴백에 대해선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거, 좀 별로였지.’


지금까지 3년 동안 음원을 내지 않았고, 앞으로 3년 뒤에 싱글을 내니까, 계산해보면 거의 6년 만에 고작 싱글 하나 달랑 내게 되는 건데.

막상 듣고는 팍 식어버렸다.


‘6년만에 컴백한다고 해서 엄청 기대하고 들었는데.’


그리고 그는 내가 죽을 때까지 새로운 음원을 내는 일은 없었다.

그래봤자 난 26살에 죽긴 했지만. 아무튼.


“앨범 작업 때문에 온 거래?”

“와 씨. 그럼 너 이제 인하우스 작곡가니까 비로랑 작업할 수 있는 기회도 있는 거야?”


질문들이 쏟아지는데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작업할 기회는 없을 것 같던데?”


아까 그 모습을 보면,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에이······. 하긴 지금까지 쭉 혼자 작업해 왔는데, OMG 들어갔다고 해서 웬 생뚱맞은 작곡가랑 작업하면 좀 별로긴 하겠다. 왠지 비로 같지 않은 음악 만들어질 거 같기도 하고.”


박재현은 이렇게 말하며 쩝, 입맛을 다시다가, 갑자기 살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야, 너 작업실은 생각 있냐?”

“어. 이제 구해봐야지. 회사 주변으로 알아보려고.”


이제 돈도 좀 들어오는 데다가, 가수랑 작업하려면 데려와서 녹음할 수도 있어야 하니, ‘임시’ 작업실은 구해야 하긴 했다.

그런데 왜 ‘임시’냐 하면, 최상위 7명 안에 들면 회사에서 초호화 장비들로 프로듀싱 룸을 지원해 줄 거라서 그렇다.


물론, 몇 년이 걸릴 지 모르는 데다가, 과연 시간이 지난다고 최상위 7명에 들어갈 수 있기는 할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임시’라는 표현이 내 각오를 말해주는 셈이니, 느낌이 퍽 괜찮게 다가왔다.


“그래? 음······. 뭐, 거기 회사에서 어련히 도와주긴 하겠지만, 물어보기 껄끄럽거나 조언 같은 거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라. 내가 우리 회사 힘 빌려서라도 도와줄게.”


난 이제 이놈의 행동 패턴을 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원래부터 단순한 놈이었지 않은가.

먼저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선뜻 먼저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라면.


“블랙원 컴백 계획 잡혔냐?”

“허억!”


맞나 보다.


“그러니까 너네 그룹에 맞춰서 곡 하나 써보라고?”

“······어. 이번에 우리 둘 시너지 봤지? 1위 했잖아. 너랑 나랑 다시 한번 전설을 써보자.”


박재현은 긴장된 눈으로 입술을 잘근거렸다.


“음.”


뭐, 언제나 내겐 유지현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다양한 가수들이랑 일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 들고 있던 차다.

그래서 칼 같이 단호한 거절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지금은 안 돼. 작업실부터 구해야지. 당분간은 바쁠 거야.”


내 대답에서 어느 정도 희망을 엿봤는지, 박재현이 반색하며 물었다.


“작업실 구하기 전까지 그냥 우리 회사 와서 해도 되는······ 아, 이제 OMG 전속이지. 그럼 언제쯤 되는데?”

“나중에 봐서.”

“씹······.”


이 정도면 그래도 칼 같은 거절은 아니지 않겠나.

살짝 희망적이었던 놈의 얼굴은 곧장 똥 씹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를 보는 구창식의 미소는 깊어졌다.

순했던 놈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둘을 붙여 놓으니까 물들어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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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니야! +15 24.08.31 17,009 375 13쪽
28 그 곡이면 달랐을 수도 있었는데 +16 24.08.30 16,920 377 15쪽
27 나만이 알고 있는 우리들의 멜로디 +15 24.08.29 17,161 384 14쪽
26 <Dancing In The Breeze> +11 24.08.28 17,434 37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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