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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하이의 서재입니다.

1티어 천재작곡가의 특별한 덕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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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하이
작품등록일 :
2024.08.06 12:23
최근연재일 :
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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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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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이거, 저희가 하고 싶은데

DUMMY

대형 기획사라고 해서 늘 성공만 하는 건 아니다.

노바가 그 예고, 유지현의 데뷔도 그 예다.


하지만 명백히 대형일수록 성공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IA엔터의 3년 차 걸그룹, ‘하이즈’가 그렇다.


하이즈는 명실공히 대박을 거둔 현 1티어 걸그룹에 속했는데.

라이브건 퍼포먼스건, 순수하게 실력적인 밸런스로 따지면 따라올 그룹이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건 그들이 성공을 거듭해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


오늘도 그녀들은 스케줄이 끝나고 연습을 하기 위해 여지없이 회사를 찾았는데.

하이즈의 리더 소하윤은 사내 카페에서 음료를 기다리다가, 들려오는 대화에 귀가 쫑긋 기울여졌다.


“박재현이 데려온 친구가 그렇게 곡을 기깔나게 뽑는다면서요?”

“어, 진짜 천재래. 고1인데 무슨 현역 탑 작가들 뺨싸다구 날릴 정도라더라.”

“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너무 과장 아니에요? 고1인데 어떻게 탑 작가님들급이겠어요.”

“진짜라니까? 아까 선 피디님도 휴게실에서 엄청 칭찬하는 것 같던데? 살짝만 만지면 어느 걸그룹에 가져가도 대박일 거라고.”


지금까지는 그저 흥미롭게 듣고 있을 뿐이었으나.

선 피디의 이름이 나오자.


“······!”


소하윤의 표정이 순식간에 진지하게 바뀌었다.

하이즈가 거둔 대박의 일등공신이자, IA엔터의 핵심 프로듀서, 선유민.


선유민 피디는 실력으로 보나, 커리어로 보나, 업계 탑 티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귀는 또 어찌나 좋은지, 그가 좋다고 하는 곡이면 최소 중박 이상은 치고.

별로라고 하는 곡이면 아무리 잘돼봤자 귀신같이 중박에 그치고 만다.


그러니 지금 들은 저 말이 반 정도만 진실이어도 그 곡은 최소 중박 이상이라는 말과 같았다.


소하윤이 연습실에 가지 않고 선 피디의 작업실에 들른 건 그래서였다.


“피디님, 저 들어가도 돼요?”

“어, 하윤아. 들어와.”


선유민 프로듀서.

그는 내일모레면 마흔인데도 불구하고, 군살이 전혀 없으며 피부도 깨끗했다.

옷 입는 스타일도 올드하거나 과하게 어려 보이려는 느낌 없이 깔끔하고 담백해서, 다가가기 어렵지 않은 유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그런 겉모습과 달리.

선유민의 눈썰미는, 곡을 알아보는 안목만큼이나 날카롭기 그지없었는데.

소하윤이 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눈치만으로 앞뒤를 추측할 수 있었다.


선 피디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들었구나?”

“네?”

“하하. 딱 보면 알지. 그 소식 들은 거지?”


성공을 거두고 또 거두어도, 이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만족을 하지 못하는 법이고.

가수란 본디, 좋다는 곡은 반드시 들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존재들이었다.


더구나 소하윤은 그런 가수들 중에서도 유독 독기가 강하고 욕심이 많지 않은가.

가끔은 욕심 때문에 사리 분별이 흐려질 정도로.


그러니 지금 이때, 소하윤이 저런 진지한 얼굴로 찾아온 걸 보면.

그 이유는 빤했다.


“아······. 네, 방금 카페에서 들었어요. 사실이에요? 살짝만 만지면 어느 걸그룹에 가져가도 대박일 거라고, 피디님이 말씀하셨다는데.”

“아니? 그렇게 말하진 않았는데?”


번들거렸던 소하윤의 눈동자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아, 역시 과장 섞인 헛소문이었-”

“난 이렇게 말했지. 이미 대박 곡인데, 내가 만지면 완성도를 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소하윤은 잠시 벙쪘다. 믿기지 않는 소리에 귀가 의심스러운 탓이다.

이 눈 높은 사람이 고1이 만든 음악에 이런 말을 한다니.


“······그 정도예요?”


선 피디는 그 곡을 다시 떠올리듯 허공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어디 가서 천재라는 말을 밥 먹듯이 들어왔는데······ 걔는 그냥 괴물이야. 미친놈이라고. 고작 고1에 불과한데, 오히려 내가 밑으로 들어가서 배워야 할 것 같다니까.”

“그건 진짜 말도 안 돼요.”

“뭐, 일부분에 대해서 말하는 거지. 학교에서 과제용으로 만든 박재현 곡까지 딱 두 개 들어봤거든? 미숙한 부분이 군데군데 보이긴 해. 경험 부족인 거지. 그런데 그런 건 금방금방 채워져. 그런데 시간이랑 경험이 해결해 주는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걘 이미 최고야. 남들은 해도 해도 안 채워지는 걸 걔는 이미 다 갖고 있거든.”


여기까지 들은 이상, 소하윤이 다음에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혹시, 그거 저도 들어봐도 될까요?”


선 피디는 다시 힘이 잔뜩 들어간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큭큭, 웃었다.


“뭐, 듣는 것 정도야. 이미 들을 사람도 다 들었으니, 너도 들어봐.”


그는 소하윤을 데리고 그곳으로 향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 임정우가 있었던 바로 그 작업실로.


그곳엔 이미 선객들이 많았는데.

IA 소속 작곡가들이 절반쯤 모여 있었다.


“어? 또 들으러 오셨어요? 아, 하윤 씨 들려주려고 오셨구나.”

“하윤아, 잘 왔어. 우리도 몇 번씩이나 계속 듣고 있는데, 들을 때마다 감탄밖에 안 나온다니까?”


물론 모든 작곡가들이 이들처럼 다 좋은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었다.


그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감탄하거나 흥분하거나 배우려는 열의에 찬 사람도 있는 반면.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에 못마땅해하거나, 회의감을 느끼거나, 자조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거야?”


하이즈의 다음 싱글 앨범 곡에 참여한 작곡가는 심기가 매우 불편한 쪽에 속했다.


“하이즈 색깔이랑은 전혀 다르잖아. 그리고 이런 싸구려 팝 같은 건 케이팝 감성에 안 맞아.”


다른 작가들은 그의 편을 들어주는 대신, 어깨를 으쓱이거나 한 귀로 흘려냈다.

해당 작곡가가 실력이 뛰어나긴 하나, 평소에 동료들을 은근히 무시한 업보였다.


“그 친구는 무조건 우리 회사로 데려와야 할 것 같아요.”

“맞아요. 다른 데 들어가서 곡 쓴다고 생각해 봐요. 아주 골치 아파질걸요?”


사내에서 경쟁자가 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다른 회사에서 빵빵 터뜨려서 이쪽의 앨범 자체가 망하는 것보단 낫다.

그리고 같은 회사에 있으면 숟가락 정도는 얹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옆에서 뽑아먹거나 배울 것도 많을 것 같고.


이들의 생각은 이토록 저마다 제각각이었지만.

지금 소하윤에겐 작곡가들의 의견 따윈 알 바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의 반응에 궁금증이 부채질 될 뿐이었으니.


“바로 들어볼 수 있을까요?”


마음이 더 급해진 소하윤의 요청에.

곧, 녹음실의 빵빵한 스피커에서, 아까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곡이 흘러나왔다.


“······.”


가이드 녹음은 없다.

하지만 보컬을 대신하는 멜로디는 있어서, 음악을 온전히 파악하는 데엔 전혀 무리가 없었다.


듣는 내내 소하윤은 자신의 그룹 아이즈를 떠올려봤는데.


‘······100% 어울리진 않아.’


냉정하게 생각해서 그랬다.


‘그런데 이 정도 곡이면.’


그룹의 색깔과 약간 다르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팬들이건 대중들이건.

무조건 좋아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거, 저희가 하고 싶은데.”

“하윤아!”


하이즈의 다음 싱글 앨범에 참여한 작곡가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강렬하게 쏘아보는 눈에는 힘이 들어가 있고,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다.


허나 이를 마주한 소하윤은 조금도 위축되거나 움츠러들지 않았다.

이미 3년 차 아이돌로서, 못 볼 꼴은 웬만큼 다 겪어 봤으니.

이 정도야 뭐 좋은 곡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지.


그녀는 그 길로 곧장 작업실을 빠져나와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 하윤아.

“실장님, 늦은 시간에 전화 걸어서 죄송해요. 조금 급해서요. 혹시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


소하윤은 욕심이 앞서 가끔 눈에 뵈는 게 없을 때가 있긴 한데.

그 단면을 긍정적으로 보자면 결단력과 실행력이 뛰어나다는 말과 같기도 했다.

이런 면 때문에 데뷔를 거머쥐면서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거고.


그녀는 지금 확신에 찼다.

우물쭈물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건 멍청한 짓.

기회 앞에서 그녀는 눈치를 보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 급하다고? 무슨 일 있어?

“회의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 무슨 회의?

“이번에 저희 싱글로 내기로 한 거, 더블 싱글로 바꾸고 싶어요.”

- 뭐?

“지금 회사에 곡이 하나 있어요. 이거, 꼭 저희가 하고 싶어요.”


소하윤의 표정은 단호했고, 목소리는 딱딱했다.

절대, 그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무조건 저희가 할 거예요.”



***



노바라고 스케줄이 없는 게 아니다.

아무리 망했다는 소리들을 들어도, 엄밀히 말해 완전 폭삭 망해버린 건 아니었으니까.


망했다고 말하는 건, OMG 걸그룹에 대한 기대치와 데뷔 성적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일 뿐.

셀 수 없이 많은 무명 걸그룹들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


그래서 평소라면 학교에 있을 시간이지만.

주정원은 오전과 점심 스케줄을 마치고 지금 회사에 와 있었다.


“흠흠.”


지하 1층, 아티스트 라운지.

주정원은 따로 스케줄을 하러 간 멤버들을 기다리는 와중에 누군가와 톡을 나누고 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오늘 학교는 안 오는 거예요?]

[응 안 가. 시간 애매해서. 멤버들이랑 연습하려고.]

[아 그렇구나]

[왜?]

[아니에요. 내일은 학교 오죠?]

[응 내일은 갈 거야]


그때.


“누구예요?”

“앗!”


옆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주정원은 헛숨을 들이켜며 핸드폰을 품 안으로 황급히 숨겼다.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단지, 뭔가 들켜선 안 될 게 있는 것처럼 반응이 너무 컸을 뿐.


“어······?”


이에, 되려 말을 건 유지현이 더 놀랐다.


“언니······?”

“아, 지현이였구나.”

“흐음.”


유지현의 눈매가 의심스럽다는 듯 가늘어지고.

처음 던졌던 물음이 이번엔 의미심장한 어조로 다시 튀어나왔다.


“누구예요?”

“어? 아, 그냥 후배.”

“와. 연하요?”

“어?”

“톡할 때 보니까 계속 웃으시던데.”

“······내가?”


유지현의 눈매가 짓궂게 휘어진 반면, 주정원의 눈은 잔뜩 커졌다.

웃고 있었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지현이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다.

오해일 뿐이다.

주정원은 변명하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


“그냥 어쩌다 알게 된 후배야. 곡을 되게 잘 써서 우리 곡도 물어봤는데, 한 번 써본다고 했어.”

“아. 뭐야, 난 또.”


실망스러운 듯 쩝, 입맛을 다시던 유지현은 무언가 의문이 들어 고개를 갸웃했다.


“음? 근데 후배가 곡을요?”

“어, 진짜 잘 쓴대.”


유지현의 입술이 달싹거리다가 이내 다물어졌다.

그래봤자 고등학생 아니냐는 말을, 회사에 훌륭한 작곡가들이 많지 않냐는 말을 차마 꺼낼 수가 없는 탓이다.


오죽했으면 후배한테까지 기대를 걸까.


회사에서 준 곡들이 모두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둔 탓이고.

이젠 회사에서 곡을 주지 않으니까 다른 곳에 눈길을 돌리는 것이리라.


“······.”

“······.”


둘 모두 입을 열지 않았다.

서로 암울한 노바의 상황을 떠올리고 있다는 걸 눈치로 알 수 있어서 그렇다.


노바가 무명 걸그룹보단 사정이 훨씬 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당사자에게 위안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데뷔 때 높은 곳에 올라갔기 때문에 더더욱.


“언니, 저 연습하러 가볼게요.”

“어, 그래. 힘내.”

“네, 언니도요.”


돌아서 걸어가는 유지현과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주정원.

둘의 얼굴에선 하나같이 씁쓸한 표정이 지어지고 있었다.



***



오늘 들려주려고 했더니만, 하필 스케줄이 있었네.


‘내일 들려줘야겠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참 인생지사 새옹지마랄까.


작곡가 데뷔는 관심도 없고, 유지현만 바라보던 내가.

어쩌다 보니 박재현의 곡을 먼저 만들게 됐고.

박재현의 곡을 완성하기 전에 주정원에게 줄 만한 곡이 먼저 완성됐다.


“아아.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어라······.”

“염병.”


수업이 끝나고 하교하는 길.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하자, 구창식이 썩은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아해가 어디 인생을 조금이라도 알기나 할까.

날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쯧쯧. 그러니까 곡이 그렇게 구리지. 감성이 그렇게 메말라서야 어디 작곡이나 제대로 하겠냐? 이태원 느낌이 어쩌고 하더니만, 그보다 먼저 너 자신을 되돌아보고 깊게 성찰해 보란 말이야. 알겠어?”

“하아······.”


구창식은 주먹을 꽉 쥐며 눈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그래서 나도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사실 나도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렇게 장난을 치거나 하지는 않는데.


‘얘는 편해졌단 말이지.’


친구가 얘밖에 없고, 얘가 항상 내 옆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악연으로 묶일 줄 알았는데, 어느새 보니까 이렇게 돼버렸다.


‘이 또한,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할 수 있겠지.’


다시 감성적인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구창식이 물었다.


“오늘도 거기 작업실 가지? 그, 나도 한번 가보고 싶은데, 갈 수 있으려나?”

“될걸? 박재현한테 한번 물어볼게.”


어차피 엔지니어님이 옆에 있을 게 뻔한데, 이놈 하나 옆에 더 붙어 있는 게 뭔 대수랴.

별생각 없이 박재현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는데.

마침, 그쪽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딱 그 짝이다.

아마, 오늘도 작업실 오냐는 말을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겠지.


“여보세요.”

- 야! 오늘 작업실 올 거지? 아, 아니, 무조건 와! 뭔 일 있어도 와!


돌아오는 말은 예상과 비슷했으나 어조는 달랐다.


“뭐야, 갑자기.”

- 아, 그리고 너 될 수 있으면 부모님도 모시고 와.

“······?”

- 아까 회의 열렸거든? 그리고 네 노래 듣자마자 바로 결정됐어. 네가 어제 만든 그 곡, 그거 하이즈 다음 컴백 때 더블 싱글로 실리게 됐다. 좋지? 그러니까 계약하게 부모님 모시고 와.


하이즈라는 말에 발걸음이 멎었다.


“누구 맘대로 그걸 결정해?”라며 기분 나빠하기엔, 하이즈라는 이름값이 너무 크다.


‘하이즈는 그러기에 충분한 그룹이긴 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고 있는 박재현마저도, 내가 당연히 기뻐하면서 오케이 할 거라고 확신할 만큼.


하이즈는 현시점 명실상부 1티어 걸그룹.

그리고 그 위상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자잘한 사건 사고들이야 뭐, 아예 없을 순 없으니 당연히 있긴 한데.

그래도 이렇다 할 정도의 큰일도 없고, 실력도 뛰어난 데다, 비주얼과 매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롱런하는 것도 당연하지.


탄탄한 팬덤으로 지금도, 미래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쭉 잘나간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약속은 약속이지.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내가 듣기에도 깨나 딱 부러졌다.


“안 줄 건데, 그 곡.”

- ······뭐?


마치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꺼벙한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그럴 만하다.

실리만을 생각하면 이건 무조건 콜을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그러나 나는 실리가 아닌 내 마음과 충동을 따른다.

그 곡을 만든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이건 볼 것도 없지.


“계약 안 한다고.”


나는 전화를 뚝, 끊었다.


“무슨 전환데? 계약? 뭔 일이야? 안 준다니, 뭘 말하는 건데?”


옆에서 꾹 참고 기다리던 구창식이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쏟았다.

핸드폰은 또 울리기 시작했지만, 나는 깨끗하게 무시하며 구창식의 물음에 답했다.


“어제 작업실에서 곡 하나 만들었거든. 그거 하이즈가 다음 앨범에 싣고 싶대.”


담담하게 말했는데, 돌아오는 반응은 상당히 격렬했다.


“하, 하, 하이즈으으?! 하이즈라고?”

“그런데 거절했어.”

“······.”


구창식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날 미친놈 바라보는 듯한 시선은 덤이었다.


아마, IA엔터도 이놈처럼 나를 미친놈 취급하겠지?


‘이젠 거긴 불편해서 못 가겠네.’


계약 제의도 거절했으니, 더 이상 작업실을 쓰도록 허락하지도 않을 거다.


장비들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많이 아쉽긴 한데.

뭐, 괜찮다.

그렇다고 막혔던 아이디어가 샘솟지는 않더라고.


게다가.


‘작업실이 거기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


주정원이 학교에 나오는 내일이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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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니야! +15 24.08.31 17,008 375 13쪽
28 그 곡이면 달랐을 수도 있었는데 +16 24.08.30 16,920 377 15쪽
27 나만이 알고 있는 우리들의 멜로디 +15 24.08.29 17,161 384 14쪽
26 <Dancing In The Breeze> +11 24.08.28 17,434 377 15쪽
25 내 고백을 차버린 남자가 너무 잘나감 +10 24.08.27 18,153 36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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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혹시... 제 팬이에요? +15 24.08.06 24,271 434 15쪽
2 하니까 되던데? +22 24.08.06 26,792 436 15쪽
1 스물여섯 임정우, 개 같이 부활 +30 24.08.06 31,715 5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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