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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하이의 서재입니다.

1티어 천재작곡가의 특별한 덕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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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하이
작품등록일 :
2024.08.06 12:23
최근연재일 :
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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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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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내 고백을 차버린 남자가 너무 잘나감

DUMMY

예로부터 ‘반전’은 대중들의 이목을 효과적으로 끄는 요소 중 하나로 꼽혔다.

그리고 이 곡의 바이럴은 반전이라는 키워드를 완전히 저격했다.


모두가 곡이 좋지 않을 걸로 예상했는데, 이게 웬걸? 너무 좋지 않은가.

곡이 그냥저냥 무난하게 좋았다면 모를까, 너무 좋으니 화제성은 폭발적으로 커질 수밖에.


그렇게 대박이 난 화제성으로 말미암아, 일단 곡을 한번 들어보자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 곡에 대한 관심은 탕후루같이 자극적이며 중독성 있는 음악과 맞물려, 실시간 차트 1위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1. Top Of Top – 박재현]


차트 1위.


나는 그렇게.

한낱 고등학생에서, 하루아침에 1위 작곡가가 되었다.


-귀에 쫙쫙 달라붙네. 박재현이 이렇게 노래를 맛깔나게 잘했음?

└ㄴㄴ박재현은 그대론데 걍 곡이 좋은 거임. MSG 한 봉지 그대로 퍼부은 맛이잖어?

-천재 고등학생 듀오 미쳤네ㅋㅋ

└은근슬쩍 박재현까지 천재로 끼워넣네ㅋ 바이럴이냐?


댓글 보는 재미가 이렇게나 쏠쏠할 줄이야.

박재현과 구창식의 표정이 망가지는 걸 구경하는 것만큼이나 재밌다.


‘내가 이렇게 즐길 줄은 몰랐는데.’


음원이 공개된 순간부터 주변에서 반응이 터지니, 나 또한 반응 보는 맛에 들리고 말았다.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은 곧 내가 실력과 재능이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지니.

이를 보며 안심하고 뿌듯하고 흥분하는 것은 당연했다.


더군다나 이 곡은 미래의 트렌드나, 미래의 해외 유명 프로듀서들이 영상을 올린 개꿀팁들과 큰 연관이 없지 않나.


훅! 뜨고, 훅! 지는, 잠시 크게 유행을 타는 음악이다.

이런 음악들은 국내나 해외나, 지금 시점에도 상당히 많지.


뭐, 음악의 그런 특징 때문에 지금 1위를 한 것이니, 순수하게 내 실력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긴 한데.


‘노린다고 다 1위를 할 수 있는 건 또 아니거든.’


그러니 과한 겸손도, 과한 자만도 하지 않는다.

그저 순수하게 이 순간의 기쁨을 즐길 뿐.


그리고 이를 즐기는 것은 당연히 나뿐만이 아니었다.


[어이 1위 작곡가! 1위 가수인 내 다음 곡은 또 언제 만들 거임?ㅋ]


아주 잔뜩 신이 났다.

근데 나도 신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기다려 1위 가수. 너무 급하잖아? 지금도 1위인데 또다시 1위를 할 셈이야?]

[앗! 이런이런. 누가 천재 고1 1위 작곡가 아니랄까 봐 아주 여유롭잖아?]


난 박재현을 용서하기로 했다.

처음엔 내 이름이 인터넷에 오르내리길래 조금 오해했는데, 나쁜 뜻이 있던 건 아니었더라.


역시 작업실을 흔쾌히 빌려주던 대형 기획사 IA.

다 큰 그림이 있었던 것이다.


“뮤직비디오는 벌써 500만이 넘었네? 와······. 24시간도 안 지났는데 이래?”


점심시간.

밥을 먹으면서도 한 손에 핸드폰을 놓지 않고 있던 구창식이 말했다.


“그렇더라.”


난 굳이 기쁨을 숨기지 않고 짙게 웃으며 답했다.

사실 음악이라면 모를까, 사람들이 대체 이 뮤비를 왜 이렇게 많이 보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Top Of Top>은 제목만 보면, 힙합에서 으레 그러는 것처럼 내가 최고라고 말하는 내용처럼 짐작할 수도 있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내용의 곡이다.

중독성 있고 독특한 보컬 멜로디 탓일까, 아주 높은 목표를 바라보는 스스로를 익살스럽게 자조하는 가사가 쓰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박재현은 꾸러기 표정을 너무 자주 짓고, 멋있는 척을 과하게 많이 했다.

더구나 썸네일도 진짜 쓸데없이 멋진 척을 하고 있는 얼굴이 크게 떠있기도 하고.


이러한 이유로, 나는 개인적으로 뮤비를 보는 게 힘들 정도였지만.


‘어쨌거나 사람들이 많이 보면 좋은 거지.’


구창식은 부럽다는 눈으로 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넌 무슨 데뷔곡으로 히트를 치냐······.”


사실 조회수나 추이로 보면 초대박 그룹에 비할 바는 아니긴 했다.

하지만 박재현은 염색체상,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는 걸그룹의 멤버가 아니고.

이 곡은 그룹으로 컴백한 노래도 아닌 솔로 데뷔곡이다.


그러니 이 정도면 진짜 대박이 터진 게 맞지.

차트 1위이기도 하니, 히트곡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난 구창식을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리 어렵지 않던데?”

“······.”

“노력만 하면 너도 할 수 있어.”

“씹, 진짜······.”


난 구창식에게 가볍게 기만을 해주며 표정을 감상하고는 뮤비의 댓글 반응을 살폈다.


-이 노래는 걸작입니다ㅠㅠ

-한 번 들었을 때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노래도 mv도 너무 최고······.

-멋진 우리 귀염둥이 재현이! 멤버들이랑 해도 빛나지만 넌 솔로로도 빛이 나! 항상 응원할게 너무 사랑해!

-박재현 솔로 역량 확인. 넌 성공해라. 고1이 이런 퍼포먼스 말이 되냐?ㅋㅋㅋ

-이 정도면 진짜 박재현 인생곡 아님?!ㅋㅋ 내자마자 차트 1위는 뭔데ㅋㅋㅋㅋㅋ 어이가 없네.

-작곡가랑 진짜 절친인가 보다ㅋㅋ 재현이를 너무 잘 아네.


그만 봐야겠다.

절친은 개뿔이.


마침 밥도 다 먹었겠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일어나려는데.


‘어라?’


마침 우리 반에 들어오고 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하이즈의 김세희.


“미친. 선배님 또 오셨어······.”

“와, 오늘도 레전드시네.”


이제 반 친구들도 적응이 됐는지, 호들갑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도 그럴 게, 오늘은 당연히 출석을 못했다지만 우리 반엔 박재현도 있고, 주정원도 몇 번인가 오고.

이제 나 또한 대한민국에서 현시점 가장 잘나가는 곡을 순서대로 세워놓은 인기 차트에서 최정상의 자리를 우뚝 차지하고 있는 1위 작곡가가 아닌가.


하지만 여전히 김세희의 냉랭한 얼굴상의 미모는 익숙해질 만한 것이 아니었기에.

반 친구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모두 홀린 듯이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그녀는 이전처럼 내 앞에 똑바로 다가와서는 말했다.


“우리 이제 곧 컴백해.”

“······축하······? 해요.”


이걸 왜 여기까지 와서 말하는 걸까?

우리가 이런 사이였나?


모두의 흥미진진한 시선과 내 의아한 시선에도, 김세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말을 이었다.


“너도 1위 축하해.”

“감사합-”

“우리는 이번에도 성적 좋을 거야. 네 곡이 마음에 들긴 했는데, 우리가 갖고 있던 곡도 엄청 좋거든.”


이런 비유를 해도 될지는 모르겠는데.

마치 ‘내 고백을 차버린 남자가 너무 잘나감’의 상황 같다는 생각이 설핏 스쳤다.

그러니까, “너만 잘나가? 나도 잘나가. 너 없어도 난 멀쩡해.”라는 말을 전하러 온 것 같다는 말이다.


‘너무 지나친 비약인가?’


그런데 마냥 착각이라고 하기엔, 딱히 다른 이유가 떠오르질 않는다.

그리고 이런 상상이 들어서일까?


아주 예쁜 것과는 별개로, 그녀의 얼굴은 늘 그렇듯이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이 강하게 나기는 하는데.

어째 지금 내 눈에는 살짝 새초롬한 애기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서늘한 눈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노바는 아직 컴백까지 멀었지? 우리가 먼저 컴백한다고 해서 네 곡을 피하는 건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우린 컴백 일정이 미리 잡혀 있었거든.”

“네, 그럼요. 하이즈인데 누굴 피할 리가-”


딱 여기까지 말했을 때.

최근 회사에 갔을 때 들은 소식이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말을 멈추고는, 김세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왜?”

“선배님, 정확히 컴백이 언제예요?”

“정확한 날짜는 아직 비공개인데, 그렇게 궁금하다면 너한테만 특별히 알려줄게.”


그녀의 귓속말을 들은 나는.


“허억!”


헛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하필 그때라니······.’


안쓰럽도다. 안쓰러워.

어떻게 딱 그렇게 겹칠 수가 있냔 말이다.


귓속말을 하고 떨어진 김세희를, 나는 연민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속으로 김세희와 하이즈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부디, 다음 컴백 때는 유지현이라는 초-천재를 피할 수 있기를.



***



한편 그 시각, OMG엔터의 연습실.

댄서들이 바닥에 앉아 배달 음식을 먹고 있는 와중, 유지현은 신 실장과 함께 거울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양손으로는 댄서들과 마찬가지로 배달 음식을 먹으며, 눈으로는 신 실장이 보여주는 컨셉 포토를 집중해서 살펴본다.


이제 컨셉 포토도 완성됐고, 퍼포먼스도 나왔으며, 연습도 하고 있는 상황.

이제 남은 건 뮤비가 나오길 기다리는 일밖에 없었다.

물론 홍보 활동이 기다리고 있긴 했으나, 데뷔 때의 성적이 별로여서인지 나갈 데가 그리 많진 않았다.


그렇게 한 차례의 검토가 모두 끝나고.

유지현은 이제 제 핸드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러워요.”


맥락 없이 대뜸 꺼낸 얘기였으나.

신 실장은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 수 없었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에선 박재현의 ‘Top Of Top’의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있었으니까.


“벌써 몇 번이나 들은지 모르겠는데, 곡이 너무 좋아요. 되게 감각적이더라고요.”


그 곡을 누가 만들었는지, 유지현과 신 실장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임정우.

유지현의 첫 번째 팬이었다.


“부러워할 거 없어. 우리 이번 곡도 엄청 좋잖아.”

“그래도 1위는 힘들 거 아니에요. 그리고 하이즈랑 컴백 시기도 겹친다면서요.”

“어떻게 될진 또 모르는 거야.”


유지현은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대답을 애매하게 대신하고는 다시 말을 돌렸다.


“진짜 정우 님 능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노바 선배님들 곡도 엄청 좋다잖아요.”


유지현은 노바에게 돌아간 곡을 아직 들어본 적은 없지만.

소문은 무성했기에, 아주아주 좋은 곡이라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


“대단하긴 하지. 쯧, 그런데 네 곡을 만든다고 한 지가 언젠데 왜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는 거야?”

“신중하게 만드시나 보죠. 그리고 지금 받나 좀 뒤에 받나, 달라지는 거 없잖아요. 이번에 활동할 곡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미리 받아보면 좋잖아. 다음에 만나면 내가 한번 말씀드려볼게. 곡이 어디까지 만들어졌는지, 지금 만들고 계시긴 하는지.”


유지현은 뮤비를 보던 눈을 돌려 신 실장을 바라봤다. 미간은 찌푸려진 채였다.


“아뇨. 그러지 말아주세요. 제 팬이시니까 더 조심스럽게 대해 드려야죠. 정우 님한테 부담 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 알았다.”


유지현은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래도 많이 기다려지긴 했다.

능력이 매우 뛰어난 작곡가이기도 하거니와 자신의 첫 번째 팬이지 않은가.


계속 임정우에 대해 얘기를 나눠서일까?

갑자기 유지현의 머릿속에선 임정우가 성적표를 꺼내며 자랑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풉.”


자신을 응원해 주는 팬이라서일까?


성적표를 꺼낼 때 되게 인위적이었는데, 스스로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던 표정도.

성적에 대해 칭찬을 건네자 아주 좋아하던 모습도.

웃긴 한편,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


‘이번 곡은 마음에 들어 해 주셨으면 좋겠네.’


유지현의 입가엔 가느다란 미소가 걸렸다.



***



“크흠.”


OMG엔터의 입구.

내가 만든 곡이 1위를 한 뒤에 회사에 오는 건 처음인데.

나는 너무 들떠 보이지 않게 목소리와 자세를 가다듬었다.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면 왠지 1위 한 게 뽀록 같잖아?’


내가 오늘 여기에 온 건, 유지현의 곡을 만들기 위해서도 아니고, 1위를 했다고 자랑하러 온 것도 아니다.


드디어 그날이 왔거든.

나와 노바, 우리 모두가 손꼽아라 고대했던 바로 그날이.


“작곡가님, 오셨어요? 1위 축하드려요!”

“아, 감사합니다.”


로비로 마중 나온 A&R 직원에게 나는 평소와 크게 다름없는 목소리로, 입가엔 옅은 미소만 띠며 답했다.

지금 꽤 나쁘지 않게 잘한 것 같다.

저기 가서도 이대로만 해야지.


우리는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내가 여기 작업실을 몇 번 이용하며, 늘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던 그곳.

문짝만 바라보고 안은 구경도 못 한 바로 그곳.


OMG엔터에 속한 수십 명의 전속 작곡가들 중, 사내 최상위 작곡가 7명에게만 주어진다는 ‘전용 프로듀싱 룸’이었다.


“안녕하세요, 임정우 작곡가님. 곡은 잘 들었습니다. 1위 축하드려요.”


선선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악수를 건네는 사내.

이 전용 프로듀싱 룸의 주인인 김성진 프로듀서였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도 나한테 예의를 차리네.’


어찌됐건 난 고작 고1인데 말이다.

그는 좋은 사람이 분명했다.

내가 1위를 했다고 잘해준다고 보기엔, 그는 히트곡을 엄청 많이 만들었거든.


“감사합니다. 임정우라고 합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야죠. 혼자 탑라인이고, 트랙이고 다 만드신 작곡가이신 데다, 지금 차트 1위 하고 계신 분인데요. 게다가-”


김성진 피디는 뒤에 서 있는 노바의 멤버들을 흘끗 바라보며 짙게 웃었다.


“노바를 엄청 자세히 아시는 것 같던데요? 만드신 음악으로 보나, 녹음한 걸로 보나.”


박성희는 그 말에 크게 동의한다는 듯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녹음할 때 되게 놀랐어요. 그냥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되게 잘 나오더라고요!”


오늘은 우리가 고대하던 노바의 정식 녹음일이다.


‘저번에 내가 한 건 좀 야매였지.’


박재현의 가이드 재녹음처럼,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기 위한 용도였을 뿐.

그땐 엔지니어의 손길도 받지 못했고, 사운드도 다듬어지지 않았다.

그나저나.


‘되게 좋네······.’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녹음실 안에는 내 눈이 아주 휘둥그레질 정도로 좋고 다양한 장비들이 즐비했다.

심지어는 아예 정체를 모르겠는 장비들도 있고.


“와아.”


사실 입 밖으로까지 감탄사를 내뱉지는 않으려 했는데, 이건 자동반사적인 반응이라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하하. 역시 작곡하는 사람 아니랄까 봐. 장비들 되게 좋죠?”

“네.”


김성진은 의미 모를 미소를 지으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임 작가님도 가질 수 있을지 몰라요.”

“······?”


무슨 뜻이지?

나보고 인하우스 작곡가로 들어오라는 말인가?

그리고 최상위 7명 안에 들 수 있다는 말이고?


고등학생이니 꿈을 크게 가지라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이고, 기만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이긴 한데.

그의 표정과 목소리로 보아,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은데······.’


물론, 지금 내 자신감이 조금 높게 올라가 있기는 했지만.


‘이거,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것 같은데?’


당연히 나 또한 유지현의 곡을 쓸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하우스 작곡가가 되고 싶고, 사내에 프로듀싱 룸을 받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이런 작업실을 지원받는 건 작곡을 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바라 마지않는 일이잖은가.

더구나 외부에 스튜디오를 두지 않고 회사 안에 스튜디오를 두면 유지현을 더 자주 마주칠 수 있기도 하고.


‘OMG 인하우스는 외부 가수들이랑 작업하는 걸 오히려 권장한다고 하니까 제한이라고 할 것도 없어.’


하지만 과연 다른 작곡가들을 제치고 이런 억, 소리 나는 곳을 지원받을 정도인지 스스로 되물어보면 고개가 저어지기는 한다.


‘지금으로선 아직 바라볼 수 있는 목표가 아니지.’


이제 막 한 곡 발매했는데 무슨.


“하하. 네, 뭐.”


내가 기계적인 웃음을 흘리자, 김성진은 더 말하지 않겠다는 듯 말을 돌렸다.


“곡을 좀 만지긴 했어요. 많이 바꾸진 않았고, 조금 손본 정도예요. 작곡 크레딧엔 작곡가님이 단독으로 들어갈 거예요. 편곡 크레딧에도 작곡가님이 첫 번째로 들어갈 거고요. ‘Top Of Top’처럼요.”


편곡은 단독으로 이름이 올라가지 않을 거라는 말인데.


‘이건 뭐 당연한 거지.’


내가 베테랑은 아니라서 그렇다.


사실 나도 박재현에게 준 곡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들으면서 많이 배웠다.

‘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아, 이렇게 바꾸니까 느낌이 더 사네?’하면서.


그렇게 배운 게 많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도 내가 요청한 것이다.

디렉팅에서 또한 내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그런데 이놈의 회사는 도통 무슨 생각인지를 모르겠네.’


이런 요청도 선뜻 들어주고, 작업실도 제한 없이 계속 쓰게 해 주고, 오늘 로비에도 마중 나와줬으면서.


‘인하우스 작곡가 제안은 안 한단 말이지?’


물론 김성진 피디님은 내게 기대를 걸고 있는 듯했지만.


‘그건 먼 미래를 말하는 거겠지.’


그리고 선배의 입장과 회사의 입장이 어디 같겠나?

회사는 현재 시점의 현실 비즈니스를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달랑 한 곡 1위 찍은 거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걸 수도 있지.


‘이거, 오늘 진짜 집중력 끌어올려서 김성진 피디의 노하우를 뿌리까지 쪽쪽 뽑아 먹어야겠네.’


내가 속으로 이런 결심을 할 때.


“정우야.”

“네?”


주정원은 옅게 휘어진 눈매로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가사도 우리 거 거의 그대로 쓰기로 했어.”

“네? 그걸요?”

“응. 곡이랑 잘 어울리는 가사라서 그렇대. 뮤비 만들 때도 좋고.”


내가 이 곡을 쓸 때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그리고 내 의도와 감정이 어땠는지 그녀들에게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그걸 들은 멤버들과 같이, 내 의도와 영감에 맞추어 가사를 썼지.


그때의 상황이 상황이라서일까, 가사에 간절한 진심이 듬뿍 들어가 있긴 했다.

물론, 신인이라면 아무리 진심을 꾹꾹 눌러 담는다 해도 회사에서 얄짤 없이 컷할 수도 있으나.


노바는 이제 4년 차 그룹.

도리어 그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권장되는 시기였다.


아무래도 그 덕을 좀 본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정말로, 순수하게 우리가 쓴 가사가 손댈 곳이 거의 없을 만큼 좋은 것일 수도 있고.


“잘됐네요.”

“응. 덕분이야.”


나와 주정원이 마주 보며 말하고 있는 가운데.

이정빈의 혼잣말이 모두의 귀에 꽂혔다.


“저작권 펀치 달달하겠는데?”

“······.”

“······.”

“······.”

“······.”


우리는 모두 대꾸하지 않긴 했으나.


‘솔직히 달달할 것 같긴 해.’


그만큼 성공할 테니까.


이 곡은 박재현에게 준 곡과 달리 인스턴트 탕후루 맛은 아니지만.

미래의 트렌드와 해외 탑급 프로듀서들의 개꿀팁들을 자제할 생각 없이 써서 만든 곡 아닌가.


이 곡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 곡은 절대 안 될 리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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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확실히 어려서 그런가, 낭만이 있어 +14 24.08.24 17,952 346 15쪽
21 이 곡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21 24.08.24 18,410 336 16쪽
20 원하는 게 있으면 투쟁하여 쟁취하라 +11 24.08.23 18,608 331 15쪽
19 투자에 대한 확신을. +18 24.08.22 18,773 351 15쪽
18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싫다 이거지 +21 24.08.21 18,942 334 13쪽
17 설마 진짜 그 엘라겠어? +9 24.08.20 19,274 370 13쪽
16 재회 +12 24.08.19 19,353 375 12쪽
15 실리보단 신의 +22 24.08.18 19,582 365 15쪽
14 유지현은 대체 왜 저런대? +11 24.08.17 19,723 361 12쪽
13 강동 6주까지 되찾은 서희처럼 +11 24.08.16 19,897 373 13쪽
12 누굴 고르는 게 더 이득일지는 명백하잖아 +14 24.08.15 19,877 392 13쪽
11 이거, 저희가 하고 싶은데 +18 24.08.14 20,316 369 16쪽
10 곡은 제대로 뽑히긴 했네 +9 24.08.13 20,586 381 12쪽
9 혹시 아스날 좋아하세요? +14 24.08.12 20,978 367 14쪽
8 혹시 직접 연주해도 될까요? +13 24.08.11 21,176 376 12쪽
7 그냥 잘 만들면 되는 거 아니야? +8 24.08.10 21,480 375 14쪽
6 그 바람막이 +18 24.08.09 22,056 373 15쪽
5 재혼으로 가자 +14 24.08.08 22,653 399 14쪽
4 화선예술고등학교 +17 24.08.07 23,109 424 12쪽
3 혹시... 제 팬이에요? +15 24.08.06 24,267 434 15쪽
2 하니까 되던데? +22 24.08.06 26,790 436 15쪽
1 스물여섯 임정우, 개 같이 부활 +30 24.08.06 31,711 5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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