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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하이의 서재입니다.

1티어 천재작곡가의 특별한 덕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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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하이
작품등록일 :
2024.08.0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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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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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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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이 곡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DUMMY

나는 지금 노바의 숙소에 와 있다.

‘어쩌다 여기에 오게 됐지?’라고 생각하면······ 뭐, 원하는 게 있으면 쟁취하자는 내 말에, 주정원이 “언니들한테도 말해보자.”라고 하여 자연스럽게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맞아······?’


여러 의미로 아주 정신을 못 차리겠다.


연습복을 입었을 때와 비슷한 복장이긴 하지만.

숙소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 때문일까?

그때와는 다가오는 기분이 전혀 다르다.


눈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정신이 번쩍번쩍 들며, 몸도 몇 번이나 움찔움찔 떨리고 있다.

으레 남자들이 품는 환상처럼 아주 깔끔한 데다, 은은한 향기까지 나고.


어쩌면······ 오늘부로 그녀들의 팬이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 해도 유지현이 본진인 것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나는 눈동자가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끔 바짝 힘을 주며 그녀들을 바라봤다.

내가 던진 제안에 대해서 저들끼리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입을 여는 박성희.


“근데 저희 녹음이 잘 나온다고 해도, 사람들이 생각을 바꿀까요?”


박성희의 걱정은 타당했다.

나랑 주정원도 그런 걱정을 안 한 건 아니거든.

좋은 곡을 줬는데 “그 곡이면 다른 팀한테 주는 게 낫지!”를 말하는 회사에 뭔 큰 기대를 하겠나.


하지만 곧장 대답한 김민혜의 말처럼.


“해보는 데까진 해봐야지. 아니면 가만히 있을 거야? 그러다 놓치면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그래. 해보는 데까진 해봐야지.

나중에 가서 후회하지 않게끔.


사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어느새 노바에 진심이 된 모양이다.


물론 유지현에게 자극을 받기도 했고, 박재현으로 인해 방법이 보이기도 했으며, 구창식이라는 다크호스에게 밀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어느 정도 있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노바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그래, 그리고 작곡가님이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 수고해 주시겠다는데, 받을 수 있을 때 감사히 받아야지. 우리한테 이렇게 힘써주시는 사람이 지금 누가 있어? 그쵸, 작곡가님?”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이정빈은 날 흘끗 쳐다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와, 큰일 날 뻔했네. 순간 눈동자가 내 의지를 벗어날 뻔했다.

이 중에서 이정빈이 가장 위험하다. 아주 한순간이라도 방심할 수가 없어.


“아뇨! 저도 하기 싫다는 게 아니라, 이게 먹힐까 해서 그랬죠.”


박성희는 변명하듯 황급히 말하고는, 나를 향해 말을 이었다.


“작곡가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도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진짜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알겠어요. 오해 안 해요.”

“진짜 오해하지 마셔야 돼요.”

“하하. 알았어요.”


표정만 보면 아주 큰 실수를 저지른 것만 같아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박성희가 말한 걱정은 나랑 주정원도 생각해 본 거기에 딱히 오해할 것도 없고, 김민혜가 말한 것처럼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봐야 하기에.

나는 덧붙여 말했다.


“가사까지 붙여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가사요?”

“네, 가사요. 네 명이 파트를 나눠서 가이드를 녹음하는 것만으로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노바에게 어울린다는 걸 알아보겠지만, 부정적인 색안경을 부수기엔 조금 모자랄 수도 있잖아요?”


이정빈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곧장 맞장구쳤다.


“음! 역시 천재 작곡가님. 아주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확실히 가사가 있으면 더 잘 전달될 테니까.”


가사에 대한 건 주정원도 듣지 못한 것이기에, 그녀는 눈을 껌벅이며 물었다.


“가사 쓴 거 있어?”

“아뇨?”

“······그럼 가사 써본 적 있어?”

“그것도 없죠.”

“······.”


이제는 네 명이 전부 눈을 껌벅거리며 나를 본다.

난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네 분이서 직접 써보시는 거 어때요? 엉성해도 좋으니까.”

“아······. 저희도 써본 적 없는데······. 너무 별로라서 오히려 곡을 망치면 어떡하죠?”


박성희의 말에, 나 대신 김민혜가 즉답했다.


“해보자. 그래도 일단은 해봐야지.”


역시 리더는 리더인 이유가 있었다.

아니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리더가 돼서 이렇게 된 걸 수도 있고.


“저희 해볼게요, 작곡가님. 그런데 혹시 감독해 주실 수 있나요?”

“감독이요?”

“네, 작곡가님이 의도하신 곡의 감성에서 엇나갈까 봐서요. 혹시 안 될까요?”


그 정도야 뭐.


“되죠.”


그런 게 뭐 별거라고.


그리고 감성, 하니까 먼저 이것부터 설명하는 게 낫겠다.

내가 어떤 장면을 떠올리고, 어떤 영감을 받으면서 곡을 썼는지.


“저는 네 분이서 밝게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중세풍 고급 파티장의 발코니,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작게 흘러 들어오는 탱고 음악, 저들끼리 수다를 떨며 꺄르르 웃는 그녀들.

반짝이는 귀걸이와 목걸이를 착용하고 화려한 의상을 입었으나, 꾸밈없이 해맑기만 한 미소를 띠고 있는 얼굴들.


IA엔터에서 홀린 듯이 써 내려가며 떠올린 영감들을 가감 없이 풀어 말했다.


“······.”

“······.”

“······.”

“······.”


설명이 끝났는데, 다들 말이 없다.

그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볼 뿐.


‘뭐지······?’


가사를 쓰라니까 멍을 때리고 있다.

내가 너무 어려운 걸 주문했나? 원래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닌가?


예상치 못한 침묵이라서 당황하고 있는데, 이정빈은 작은 실소를 흘리며 침묵을 깼다.


“역시 작곡가님이야. 우리를 이렇게나 생각해 주신다니까······.”


그녀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시선을 교환했다.


“저 감동 먹었어요.”

“이건······ 진짜 무조건 우리가 가져야겠다. 다들 필사적으로 가사 써보자.”


박성희와 김민혜까지 말을 꺼내는 가운데, 주정원만이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안 한다.

나를 지그시 쳐다보다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제 방에서 노트와 필기구들을 들고 와 말했다.


“너도 써.”

“······저요?”

“응. 방금 말했던 거, 그대로 쓰기만 해.”


왜 이러는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하는데.

멤버들이 빙긋 웃으며 한마디씩 꺼내는 말에 그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작곡가님도 작사가 크레딧에 이름 올려야 돼요!”

“맞아. 이건 정식으로 작사가한테 의뢰할 때도 지분 받을걸? 그리고 이 정도면 곡이 우리한테 안 돌아가도 가사로 쓰여질 거야.”

“응. 이 정도면 안 쓸 수가 없지. 이걸 안 쓴다고 하면 그건 그냥 지분 욕심 때문에 억지로 퀄리티 낮추는 짓이야.”


다들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었으나.

꽤나 듣기 좋게 들렸으니, 나도 같이 마시기로 했다.


“네 분도 저랑 같이 크레딧에 이름 올려야죠. 우리 다섯이서 공동작사로 올리는 거예요.”



***



우리는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 않다.

정확히 정해진 기한은 없었지만, 상황이 위태위태하지 않은가.

곡이 다른 팀에 가게 됐다는 뉴스를 언제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에 쫓겨 쉴 틈 없이 가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건 어떤지, 저건 어떤지, 이런 느낌은 별론지, 저렇게 바꾸면 좋은지.

집에 돌아와서도, 학교에서도, 톡방에서 계속 의견을 쏟아내면서 말이다.


이러한 노력과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 덕분일까.

우리는 고작 이틀 만에 가사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그것도 제법, 아니, 상당히 훌륭한 퀄리티로.


‘이 정도면 진짜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등록해도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우리는 뿌듯한 성취감을 누릴 틈이 없었다.

정작 중요한 건 아직 건드리지도 않았잖은가.


바로, 녹음.

즉, 노래였다.


“전에 가이드 듣고 노래 연습했었다고 했죠? 어땠어요?”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주정원과 함께 OMG엔터로 향하는 길.

주정원에게 묻자, 그녀는 그때를 떠올리는 듯 “어······.” 말꼬리를 늘이며 답했다.


“어렵지는 않았어. 불러보니까 어디가 누구 파트인지 다 알 것 같았어서. 근데 파트는 그냥 우리끼리 편하게 느껴진 부분 생각한 거라, 네 의도랑 다를 수도 있어.”

“아뇨, 느끼신 부분이 정확할 거예요.”


당연한 거 아니겠나.

내가 노바의 멤버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그녀들의 장점과 특색을 가장 잘 살릴 수 있게끔 만들었는데.

그러니 녹음하는 데에도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연습은 잘됐다는 거죠?”

“응. 가사가 없었는데도 편해서.”


여기까진 좋다.

다만 문제는, 이미 부정적인 시선으로 팔짱 끼며 들을 사람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역시나 완벽해야 했다.


‘진짜 음원용을 녹음하는 것처럼.’


사실 얼마 전까지의 나였으면 막막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디렉팅의 경험이 있지 않은가.


‘박재현이 또 이렇게 도움이 되네?’


경험치 몹 사냥의 효과를 아주 톡톡히 누리게 됐다.


비록 <Top Of Top>의 정식 가사가 붙은 후에 정식으로 음원용을 녹음할 때엔 내가 없었지만.

그래도 가이드 재녹음이나마 가수를 디렉팅해 봤다는 경험은 크게 작용하지 않겠나.

OMG의 연습생을 상대로도 가이드를 녹음한 경험이 있기도 하고.


“내리자.”

“네.”


OMG엔터에 도착하고, 우리는 작업실을 향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발맞춰 걸었다.


그리고.


역시나 OMG엔터는 어지간히 쩨쩨한 놈들이었다.


‘설마 했는데, 진짜 3번 중에 하나를 깔 줄이야.’


내가 외부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진짜 핑계 한번 궁색하기는.



***



메인 보컬이니 메인 댄서니, 그런 포지션 분배는 케이팝 시장에서 중요한 문제였지만.

앞으로는 그 중요성이 희미해지고, 나중엔 아예 리더와 센터 같은 것도 공식적으로 정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건 나중 얘기고.’


올해로 4년 차인 노바에는 포지션이 딱딱 나뉘어져 있었으니.

김민혜가 리더, 이정빈이 메인 보컬, 박성희가 메인 댄서, 그리고 주정원이 센터다.


사실상 노바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 포지션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메보’와 ‘메댄’이 실력상 먼저 정해지고, 이제 ‘센터’와 ‘리더’가 남으니, 맏언니 라인인 김민혜에게 리더를 주고 막내인 주정원에게 센터를 준 거 아니냐고.


하지만 아니었다.

무대 영상들을 보니까 그들이 각각 제 포지션을 맡은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라.


‘주정원이 확실히······ 존재감이 미치긴 했지.’


비주얼적인 측면에선 다른 멤버들도 부족한 점이 없었지만, 주정원이 킬링 파트의 장면을 가장 맛있게 살린달까?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이 무대 위에선 아주 시선을 쫙쫙 끌어당기더라.


김민혜도 평소 모습을 보면 리더인 이유가 있고.


하지만 이곳은 오로지 보컬만이 전부인 녹음실.

녹음실에서의 존재감은 역시나 메인 보컬인 이정빈이 독보적이었다.


“와······.”


메인 보컬이라서,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를 먼저 부르게 했는데.


탄탄한 발성과 안정된 호흡과 음정은 둘째 치고.

엿가락처럼 혓바닥에 찰지게 달라붙는 발음, 미세한 박자 조절과 강약 조절이 아주 감탄만 나오게 한다.


“노래를 진짜 맛깔나게 부르네······.”


이 곡의 가이드를 열심히 불러준 연습생에겐 미안하지만.

곡을 살리는 맛이 그냥 하늘과 땅 차이다.


그렇게 노래가 모두 끝나고.

아무 말도 못 한 채 입을 반쯤 벌리고 이정빈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자.

그녀는 내 반응이 퍽 만족스러운지 낮게 웃음소리를 흘리며 물었다.


“작곡가님? 디렉팅해 주실 부분 없어요?”


박재현을 디렉팅한 경험이 크게 쓸모가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이정빈의 노래 앞에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가이드 녹음과 가사 있는 노래의 차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보컬의 수준 차이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 놈이다.

그놈이 그럼 그렇지.


“어, 그게······.”


내가 말꼬리를 늘이며 좀처럼 말을 잇지 않자, 이정빈이 재차 물었다.


“없어요?”

“······일단 나오세요. 다른 분들까지 다 녹음해 보고 다시 보는 게 낫겠어요.”

“네에!”


이정빈은 헤드셋을 벗고 아주 위풍당당하게 녹음 부스를 나왔다.

그리고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 멤버들을 보며 훗, 웃음을 흘렸다.


“너희도 재능 있어. 열심히 하면 나처럼 할 수 있을지도?”

“······멤버가 잘하면 자랑스러워하는 게 맞는데.”

“······재수 없어.”

“······안무 나오면 제가 저 언니 기강 잡을게요.”


우리의 녹음은 그렇게 무척이나 순조롭게 출발했다.



***



우리는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

녹음실 이용 횟수에도 제한이 있고.


그러니, 멤버들을 갈아 넣으며 새벽까지 굴려야만 했다.

게다가.


‘하면 할수록 잘 나오는 걸 어떡해?’


그녀들의 실력이 좋은 덕일까.

나도 거기에 적응하면서 내 디렉팅 경험치도 빠르게 성장하는 듯한 기분이다.

이제는 이정빈에게 여러 가지를 더 요구하며 재녹음할 정도로.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굴린 결과.


“다 쓰러졌네요.”


녹음 부스에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나온 김민혜가 멤버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멤버들은 모두 소파 위에서 서로 엉키고 기대며 쿨쿨 자고 있었다.


“그러게요. 어떻게 이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안 깰 수가 있지?”


얼마나 심력을 다해 녹음했으면, 빵빵한 스피커 소리에도 깨지 않고 저렇게 곤히 잘 수 있을까.


“저희한텐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익숙하니까요. 음방 때나 행사 때, 무대 뒤에서 자기도 해요.”


물론 아주 바쁜 시기만을 말함이겠지.

예를 들면 행사 철이라든가, 아니면 데뷔 때라든가.


“작곡가님은 안 힘드세요? 계속 집중하셔서 저희보다 더 힘드실 것 같은데.”


소파에 자리가 없었기에, 김민혜는 내 옆의 의자를 빼고는 털썩 앉으며 말했다.

몸에 완전히 힘을 빼고 있는 탓인지, 목소리도 나른하다.


“집에 가면 바로 쓰러질 수도 있는데, 지금은 딱히 힘들다는 느낌은 안 받네요? 신경이 바짝 서 있어서 그런가.”

“아. 그런 느낌은 엄청 열심히 했을 때만 받잖아요. 정말로 작곡가님한테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감사해요.”

“고맙다는 말은 이미 너무 많이 들었어요.”

“몇 번이나 해도 모자라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감사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눈매를 초승달처럼 휘며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목소리처럼 나른해 보였다.


“이 곡, 저희가 가질 것 같거든요.”


섣불리 확신할 수 없는 일이긴 한데, 사실 나도 그녀와 같은 생각이다.


‘녹음이 잘돼도 너무 잘됐지.’


더 이상 녹음실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세 번의 기회를 다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에 완성될 줄이야.


“지금까지 녹음하면서 이렇게 만족스러운 적이 없었는데, 저희가 가진 장점이랑 색깔을 한계까지 다 보여준 것 같은 느낌이에요. 작곡가님은 이걸 다 생각해서 만드신 거죠?”

“그렇죠. 노바에 맞춘 곡이니까요.”

“진짜······ 작곡가님이 더 존경스러워졌어요. 저희도 이렇게까지 잘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처음에 순서대로 한 번씩 녹음했을 때부터 느꼈어요. 이거, 저희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잘 나올 것 같다고.”


그때, 뒤에서 “으음.” 앓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자고 있는 주정원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신음을 내고 있었다.

자리가 불편한 모양이다. 박성희의 두 다리가 모두 주정원의 배 위에 올려져 있어서.


나는 그 모습에 픽,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다른 팀들도 이 곡을 녹음해 봤으면 좋겠어요.”

“다른 팀이요?”


동그래진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답했다.

내 안에 떠오르는 또렷한 확신과 직감이, 그녀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바라며.


“네, 그러면 더 크게 비교가 될 것 같거든요.”


귀가 뚫려 있는 이상, 아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누구를 위해 이 곡을 만들었는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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