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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우 (劍雨)님의 서재입니다.

칼리어스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검우
작품등록일 :
2018.12.21 13:17
최근연재일 :
2019.12.28 08:30
연재수 :
235 회
조회수 :
531,160
추천수 :
8,550
글자수 :
1,546,294

작성
19.09.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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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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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23쪽

새로운 시작 - 10.

DUMMY

마테우스 공작이 이끄는 6만 콜린군 진영!

제니아 왕도를 향해 진군하고 있는 6만 대군이 주둔한 진영은 장관 그 자체였다.

초원이 끝나는 지점이라는 것을 반영하듯이, 넓은 대지위에 산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법 높은 구릉지가 여기저기 보이고, 구릉지 사이에는 울긋불긋한 천막 수천개가 자리잡고 있었다.

요소요소에는 검과 창이나 활을 든 콜린 정예군이 보초를 서거나, 편한 자세로 무기를 닦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콜린군은 소피아 4만군과는 별도로 제니아 왕도를 향해 진군중이었다.

콜린군은 속도전을 전개하고 있었다.

빨리 제니아를 점령하고 방향을 제국쪽으로 돌려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영도 빠른 이동을 위해 간략하게 대충 설치한 채 였다.

쉽게 해체해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

누구나 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 제장들이 다 알다시피 우리는 폐하의 명으로 최대한 빨리 진군해 이곳까지 왔네. 이번 전투에서 우리는 반드시 이기고 제니아 왕도를 신속히 점령해 이 전쟁을 끝낼 것이네! ”


“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

“ 사령관님이 계시는데 당연히 저희가 승리합니다. 하하하! ”

“ 이번 전쟁은 이미 이긴 전쟁입니다! 사령관님! ”


콜린군 진영 정중앙!

외부에서 보기에는 그리 티나지 않지만, 힘차게 비상하는 피닉스가 새겨진 콜린 국기가 펄럭이는 가장 큰 막사안에는 지금 주요 지휘관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총사령관이 호출을 한 것이다.

분위기는 밝았다.

이들 지휘관들은 점령지나 콜린 서부군 출신들이 비슷한 비율로 섞여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나라이던지 군 지휘관들은 공을 세우는 것이 우선인, 공을 세워 작위를 높이고, 영지를 받고, 권력을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한 그런 귀족들이 대부분 맡고 있었다.

그런만큼 그들은 아부에도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소질이 분위기를 더욱더 밝게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테우스 공작은 지금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자신에게 아부하는 이들 지휘관들이, 현실이 어떤지도 모르는 지휘관들이 한편으로는 가엾게 생각되었다.


“ 믿어주니 고맙군! 헥터 참모장! ”

“ 네 사령관님! ”


“ 작전을 이야기 하게! ”

“ 네 사령관님! 우리는 이삼일 후면 적과 마주칠 예정입니다. 적은 10만입니다. 제국군 5만이 앞서오고 있고 벨라투스군 5만이 하루이틀 사이를 두고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적 10만은 최정예병입니다. 반면 우리는 6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에서 현재와 같이 허술한 모습으로 위장한 채 기다립니다.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제국군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저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뒤따르는 5만 벨라투스군과 합류하지 않고 말입니다. 전투가 벌어지면 저희는 제국군 5만을 최대한 빨리 물리치고 뒤따르는 5만 벨라투스군을 상대합니다. 그동안 소피아군 4만은 벨라투스군의 진군을 막는 지연 작전을 펼칠 것입니다. ”


헥터는 충격요법을 사용했다.

지휘관들이 이해하건 못하건 거두절미하고 한꺼번에 주요 사실을 먼저 다 말해버렸다.

지휘관들은 감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 참모장 그게 무슨 소리요? 갑자기 10만의 적이라니? ”

“ 거기다 제국군이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인줄 모르겠소! ”

“ 적은 제니아 왕도 근체에 있는게 아니오? ”


사방에서 지휘관들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지휘관들은 아직 제국군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공작이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요를 피하기위해서.

그 덕분에 지휘관들은 속히 제니아를 점령하고 전리품을 나눠갖는 그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제국군 10만과, 그것도 이삼일후면 전쟁을 치루어야한단다.

혼란이 계속되자 마테우스 공작이 나섰다.


“ 모두 조용! 일단 참모장 이야기가 모두 끝난 뒤에 각자 의견을 말하도록! 참모장은 계속하게! ”


“ 예 사령관님! 모르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우리의 적은 제국군이 되었습니다. ”


헥터는 지난 제니아와 소피아 전쟁에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양패구상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전쟁에서 지금까지 콜린 정보망에 걸리지 않았던 제국 기사가 제니아 사람으로 위장해 전쟁에 참여했고, 그 신원미상의 초인을 불의전사라고 부른다는 것도 밝혔다.

그리고 제국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아는대로 다 설명했다.

콜린 북부전선에서의 제국군 움직임까지도 말이다.

비밀엄수를 요청하면서...

그래서 헥터의 말은 한동안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막사안은 갑자기 침묵이 무겁게 내려 앉았다.

하지만 침묵은 잠시였다.

이들은 군인이었다.

전리품을 생각하는 것도 분명 사실이었지만, 전쟁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상대방이 갑자기 많아졌다고, 적이 제니아군에서 제국군으로 바뀌었다고 물러나는 것은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헥터의 전략에는 반대가 쏟아져 나왔다.


“ 다 좋소. 참모장! 그런데 여기서 적을 기다리다니? 폐하는 신속한 진군을 명했소! ”

“ 그렇습니다. 이곳은 구릉지가 많고 아군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습니다. 만약 그 불의 전사나 적 기사단등이 아군을 분산 격파하면 저희는 쉽게 무너질 것입니다. 흐름이 끊기게 됩니다. ”

“ 설사 위장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아군 진영의 방어진지는 너무 약합니다. ”

“ 차라리 적을 우회해서 제니아 왕도를 칩시다. ”


이번에는 작전의 잘못됨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루었다.

더구나 국왕의 신속 진군과 종결 명령은 모두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마테우스 공작이 나섰다.


“ 그만! 분명히 말하건대 지금은 회의가 아니라 작전지시다. 이미 참모장은 나와 작전을 논의해 내가 승인했다. 폐하의 신속 진격 명령은 나도 안다. 하지만 현장 지휘관으로서 그 정도는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그러니 참모장의 말을 듣고 그대로 시행하도록! 이상! ”


지휘관들은 불만을 나타낼 수 없었다.

공작이 마나를 끌어올려 막사안을 다 장악했기 때문에.

그러고는 공작은 헥터를 쳐다보았다.

말을 계속 이으라며...

헥터는 정보를 조금 더 흘릴 필요성을 느꼈다.


“ 그럼 계속 말씀 드리겠습니다. 여기에도 불의 전사는 반드시 올 것입니다. 단, 몇 명인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후미에 벨라투스군 5만이 추가로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젠코 후작이 이끄는 소피아군이 제니아 왕도를 향해 진격중인데도 왕도방위는 하지 않고 말입니다. 결국 제가 생각하는 제국 전략은 단 하나입니다. 제국의 목표는 콜린, 그리고 그냥 진격입니다. 절대적인 전력 우위를 앞세워서 말입니다. ”


“ 그럼, 참모장 이야기는 제국군이 그냥 일직선으로 우리에게 돌격할 거란 말이오? ”


“ 그렇습니다. 제국 계획은 뒤에오는 5만과 함께 10만이 불의전사를 앞세워 저희 콜린만을 격파하고 그대로 점령지를 지난 콜린 왕도를 향해 진격할 것일 것으로 저는 예상합니다. 아님 소피아니아로 가던가요. ”


“ 그럼 소피아군 4만은요? 설마 제국군이 후방에 적을 두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


“ 그냥 둘 것입니다. 초인이 없는 소피아군 4만은 제국군을 단독으로 공격할 수 도 없습니다. 또한 설사 젠코 후작이 이끄는 소피아군이 제니아 왕도를 점령해도 제국은 그냥 둘 것입니다. 제국은 제니아가 어찌되든 관심 없습니다. 소피아도 언제라도 먹을 수 있습니다. ”


“ 그럼 참모장님 말씀은, 제국군 10만이 우리 콜린군만 격파하고는 바로 이동할 것이란 거군요. 제니아가 어찌되든 상관없이... ”


“ 그렇습니다. 저는 지난 제니아와 소피아 전쟁에 대해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수집해 분석하였습니다. 결론은 불의 전사는 작전을 모릅니다. 오로지 전투만 압니다. 그래서 적은 10만이 한꺼번에 다 달려오지 않을 것입니다. 제국군 5만이 먼저 도착하면 바로 우리를 향해 진군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벨라투스군이 합류하기전에 그들을 먼저 궤멸시켜야합니다. 그리고 소피아는 벨라투스군의 진군을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기다려야합니다. 높은 구릉에는 활을 든 사수들이 자리잡을 것입니다. 구릉이 오히려 적 대군의 진군을 방해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저희는 적을 분산시켜서 승부를 볼 것입니다. ”


갑자기 막사안에 고요가 맴돌았다.

이제 지휘관들은 모두 현재 처한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냥 제니아 점령은 진군만하면 될 줄 알았었다.

제국군 5만이 왕도를 지키고 있지만 초인도 없었다.

그럼 콜린 6만과 소피아 4만 등 유목왕국에서 갈고닦은 정예병 10만과, 소피아가 전역에서 끌어모은 젠코 후작이 이끄는 10만이 넘는 병력이면 제니아 왕도를 일시에 점령할 줄 알았다.

그런데 제국과의 전쟁이었던 것이다.

마테우스 먼저 공작이 침묵을 깼다.


“ 참모장은 계속하도록! ”


“ 예 사령관님! 여기 계신 제장들 앞에 봉투 하나씩을 두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숙지하셔야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틀이내에 모두 준비하여야합니다. 단, 우리는 그동안 너무 빨리 달려와서 이곳에서 삼일간 휴식하는 것으로 적이 알아야합니다. 그러니 이틀 동안은 휴식을 취하면서 무기도 정비하고 몸의 피로도 풀어야합니다. 그리고 출발준비를 하면서 비밀리에 전투준비에 들어갑니다. ”


“ 모두 들었는가? 그 어떤 항명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즉시 시행하도록!”


“ 명! ”


공작은 지휘관들앞에서는 자신감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고민이 많았다.

지금 공작은 국왕의 명에의해 전속력으로 달려왔지만, 최소한 지금은 헥터 이야기를 듣기로 결정하였다.

하도 헥터 주장이 강해서...

이곳만이 그나마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지형이라고 헥터는 강력히 주장했던 것이다.

각자 앞에 놓인 봉투 내용을 모두 확인하고 돌아서는 지휘관들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져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쳐다보는 공작과 헥터의 얼굴도 역시 무거웠다.


“ 병사들에게는 불의전사 이야기는 하지말고 제국과의 전쟁이라는 사실은 알리도록! ”

“ 명! ”


공작은 막사를 등지고 각자 부대로 돌아가는 지휘관들에게 명했다.

공작은 유목왕국에 주둔했던 3만 병사들은 콜린 출신만 동원했다.

하지만 후에 합류한 드미트리 공작 휘하에 있던 3만 병사들은 대부분 몬테그로 출신이었다.

지휘관들은 점령지와 과거 콜린군 출신들을 가리지 않았지만...

그래서 이런 명령을 내린 것이다.

몬테그로 출신병사들에게 그래도 몇 년전이기는 하지만 자국 백성들과의 전투가 아니라 제국과의 전쟁이니 마음 편히 싸우라고 말이다.


...


“ 폐하! 제국군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제5성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저희 제1군과 제3군 역시 폐하의 명으로 대응해 움직이고 있습니다만 더 서둘러야 할 듯합니다. ”


“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 ”


“ 저희 예상보다는 배이상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 이미 크리스 공작에게 총사령관을 맡기고 20만 대군 지휘를 명하였다. 공작이 잘 알아서 할 것이다. 그러니 그 일보다, 교국은? 교국은 역시 답이 없는가? ”


“ 그렇습니다. 폐하! ”


콜린 니콜라이 3세는 교국이 움직이지 않을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자 보니아 후작을 통해 토니 추기경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휴전협정 준수를 촉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역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 음... 결국 본국의 힘만으로 제국과 싸워야하는가? ”


국왕의 중얼거림에 대전에 있던 그 누구도 말을 하지 못했다.

모두 다 현상황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전쟁이 콜린의 의도대로 전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콜린은 제니아 점령을 결정할때만 해도 제국 불의전사 존재도 몰랐다.

그냥 제국 초인중 한명이 제니아 기사로 위장한 줄 알았다.

그래서 제니아와 소피아 전면전이 벌어지자 소피아와 함께 제니아를 점령하기로 한 측면도 있었다.

만약 그때 결정을 조금 늦추었다면, 불의전사 존재를 알았을 것이고 그럼 제니아 점령 작전은 세워지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또한 제국이 제니아를 방어만하는 것이 아니라, 10만으로 제니아를 점령하려는 콜린군을 오히려 공격하기위해 이동할 줄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제국은 북부전선에서 서너달이 걸릴것이라던 전쟁준비도 배이상 단축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한두달이면 족할 듯 싶었다.


“ 제국, 제국이라... ”


그 누구도 국왕의 상념을 방해할 수 없었다.

제국과 휴정협정이후 3년이 조금 더 지나는 시간동안 콜린 왕권은 더욱더 강해져만 갔다.

그 어떤 반대 세력도 없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국왕은 자신만의 확실한 치적을 원했다.

치적만 있으면 콜린 역대 최고의 왕권을 누리고, 명군으로 평가받을 터였다.

지난 제국과의 전쟁은 칼리어스 공작이 치룬 전쟁이었다.

이번에는 국왕 자신이 직접 전쟁을 치루고 싶었다.

제니아를 멸망시키고 제5성에서 방어에 성공하면 된다고 믿었다.

그 욕심이 지금의 상황을 만든 측면도 분명 있었다.


“ 음... ”


국왕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그렇다고 국왕이 왕권 강화를 위해 칼리어스를 경계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어찌보면 칼리어스 공작이 영지에 틀어박혀 중앙일은 일체 손대지 않으니, 자연스레 그리된 측면이 컸다.

국왕이 마테우스 공작을 총애하여 왕세자의 사실상 검술 스승을 맡기면서 칼리어스 공작이 왕도에 올 일은 더욱더 없어졌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놈은 정말 묘해, 어느새 가장 가깝고 신뢰하였던 국왕과 칼리어스 공작간에는, 한꺼번에 뛰어넘기에는 그 어떤 계기가 필요한 상황까지 되어 버렸다.

국왕은 사실 제니아 왕도 공격 즈음해 칼리어스 공작을 부르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작이 가르시아 후작을 소환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이야기 들었지만 왕국일보다 가문 일을 더 우선시하는 그 행위는, 이미 수없이 겪고 알고 있었으면서도 서운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골수 국왕파들은 그런 공작을 헐뜯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국왕도 보란 듯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수렁에 빠진듯한 형국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 폐하... ”


안드레 후작이 조심스레 국왕을 불렀다.

그런 안드레 후작을 가르딘 후작이 쳐다보고 있었다.

칼리어스 공작과 국왕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관계 덕분에, 가르딘 후작도 그렇게 한동안 지내왔다.

지금 상황과 안드레 후작이 하려는 이야기를 누구보다 가르딘 후작도 잘 알고 있었다.


“ 말하시오 후작! ”


국왕은 한동안 못들은 듯 생각을 이어가다가, 고개를 살짝 들어 후작을 쳐다보며 말했다.

국왕은 칼리어스 공작을 만나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일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중에는 안드레 후작의 처절한 충성을 담은 고언을 듣고 칼리어스를 신뢰하고 선택한 국왕 자신의 모습도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후작은 변하지 않았다.


“ 폐하! 솔직히 왕국이 위기입니다. 제국은 본격적으로 저희 콜린을 집어삼키려고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폐하께서 아시다시피 지금 매의눈은 모든 정보를 피닉스의 눈에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닉스의눈이 자체적으로 수집하는 해외정보보다 칼리어스 공작가 매의눈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가 더 많고 더 정확하며 더 고급정보입니다. 그 이유는 폐하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


“ 물론 과인도 알고 있소! 그래 후작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오? ”


“ 폐하! 이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칼리어스 공작가는 직접 권력을 누리지는 않지만 왕국의 제일 가는 충렬가문입니다. 그리고 신의 생각에는 왕국군 체계를 지난 제국과의 전쟁처럼 칼리어스 공작에게 총사령관을 맡기고, 모든 국력을 총동원해야합니다. 3년이 넘는 시간을 제국이 전 국력을 동원해 준비한 전쟁이옵니다. 결코 쉽게 마무리 지어질 일이 아니옵니다. ”


순간 모여있는 모든 대신들과 귀족들이 국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안드레 후작의 이야기는 지금 국왕이 잘못하고 있다는, 어찌보면 국왕의 역린을 건드리는 말이었다.

가르딘 후작의 생각도 그랬다.


“ 과인도 지금 그 생각을 하고 있었소! ”


하지만 염려와 달리 국왕은, 칼리어스 공작을 선택하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던 과정을 생각해서인지 안드레 후작의 말에 순수히 고개를 끄떡였다.

한편으로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말을 해서, 국왕이 칼리어스 공작을 부를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해 주는 안드레 후작에게 고마워하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3년여의 공백은 너무 길었다.


“ 폐하! 지금은 왕국군 체제를 바꿀 때가 아니옵니다. 이미 본국은 폐하의 명을 받아 전선을 다 구축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총사령관을 새로 임명한다는 것은 혼란만 가져올 것입니다. ”


“ 그렇습니다. 폐하! 제국만큼 콜린도 준비했습니다. 북부전선에서는 능히 100만 대군이라도 막을 수 있습니다. 관건은 마테우스 공작이 최대한 빨리 제니아를 점령하고 측면에서 제국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


“ 폐하! 달리는 말등위에 탄 사람을 바꿀 수 는 없습니다. ”


국왕의 이야기가 끝나자 골수 국왕파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들은 누구보다 국왕이 자신만의 치적을 원함을 잘 알고 있었다.

또 다시 칼리어스 공작만을 영웅으로 만들 수 는 없었다.

그리고 대부분 아직은 시간이 많다고 판단했다.

공연히 말을 꺼낸 안드레 후작만이 머쓱해졌다.

가르딘 후작도 염려섞인 표정으로 국왕과 안드레 후작을 바라 보았다.


“ 후랭코프 자작! ”

“ 네 폐하! 하명하십시오! ”


“ 어떤가? 콜린이 단독으로 제니아를 점령하고 제국을 막을 수 있겠는가? ”

“ 폐하 전쟁은 치루어봐야압니다만 분명한 사실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제국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본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옵니다. ”


그러자 국왕파들이 다시 들고 일어섰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깃들여 있을 정도였다.


“ 이보시오 자작! 그 무슨 막말이오? ”

“ 어서 폐하께 사죄하시오. 어서! ”


하지만 자작은 그럴 수 없었다.

국왕이 소란을 정리했다.


“ 그만들 두라! 과인이 자작과 이야기중이다. 예법에 어긋난다. ”


소란이 정리되자 국왕이 다시 후랭코프 자작을 쳐다보았다.

그는 언제나 강단있는 인물이었다.


“ 폐하! 아마 이곳에 계신 분들중에는 제가 칼리어스 여섯벗중 하나라는 이유로, 무조건 공작을 지지하기위한 발언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신이 어렵다고 한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옵니다. 이는 칼리어스 공작이아니라 그 누가 왕국군을 지휘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콜린은 한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


“ 계속하라! ”


“ 예 폐하! 그래서 신이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번 전쟁도 지난 전쟁처럼 역시 평범한 방법으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콜린은 전력이 열세이기에 지난 전쟁때 모든 것을 다 동원해 기묘한 책략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주신께서 콜린편을 들어주었을뿐입니다. 그런데 지금 저희는 모든 것을 다 웅켜쥐고 놓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쥔 것을 놓지 못하니까 결국 지키기위한 전쟁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운신의 폭이 사실상 없습니다. 신은 그 말씀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안드레 후작이야기처럼 칼리어스 공작에게 지휘를 맡기는 것도 한방법입니다. 솔직히 왕국내에 칼리어스 공작 전하만한 전략과 무력을 동시에 갖춘 인물은 없습니다. 그도 아니면 지금 저희가 취하고 있는 전략을 모두 다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


“ 전략을 바꿔? ”


안드레 후작에게 칼리어스 공작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자는 이야기를 이미 들었기때문인지, 국왕은 후랭코프 자작이 이야기한 두 가지중 전략 변경부분에 대해서만 물었다.

아니면 국왕이 그것을 더 선호하였는지도...


“ 예 폐하! 지난 전쟁때는 사전에 큰틀의 전략을 마련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각 군이 알아서 대응하는 형국입니다. 3개 군총사령관과 총참모장 등만이라도 모아서 우선 전략을 세우고... ”


“ 어허 자작! 그 무슨 말인가? 이미 큰 틀의 전략은 폐하께서 명을 내리셨네. ”

“ 맞네! 전략은 오히려 자작이... 음 ... 더 뛰어남을 대륙사람은 모두 다 아네. 그런 자작도 이번 전략에 동의하지 않았는가? ”


다시 골수 국왕파들이 나섰다.

그들은 칼리어스 공작보다 후랭코프 자작이 전략에 더 뛰어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칼리어스 공작을 언급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국왕은 후랭코프 자작에게 계속 물었다.


“ 맞다. 과인도 경과 같은 생각이다. 계속하라! ”


“ 네 폐하! 그리고 신의 생각에는 일단 본국 초인들을 모두 한곳으로 모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 제국 전쟁처럼 기동성을 발휘하여 본국초인들은 제국 초인들보다 배이상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움직여 전력열세를 메꿔야합니다. 그 이상의 방법은 없습니다. ”


그러면서 자작은 지난 전쟁의 승리 용인으로 빠른 대응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제국의 전략이 조금씩 들어나고 제국과의 전쟁이 눈앞에 닥쳤는데, 이미 정한 큰 틀의 전략이라며 계속 고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국왕파들의 의견에 반박하기도 했다.

마테우스 공작군에 초인을 한명 더 파견하자는 이야기도 했다.


“ 그것이 결국 칼리어스 공작에게 콜린의 운명을 맡기자는 이야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오?”

“ 그렇습니다. 폐하! ”

“ 마테우스 공작을 믿으시옵소서. 공작이 곧 승전 소식을 전해 줄것이옵니다. ”

“ 그렇습니다. 폐하! 마테우스 공작이 최대한 빨리 제니아를 점령하고 제국이 침략해오기전에 북부전선으로 이동해 제국을 막고 콜린의 이름을 대륙에 날릴 것이옵니다. ”

“ 폐하! 무엇보다 칼리어스 공작은 가르시아 후작을 자신의 영지 안위만을 위해 소환하였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폐하! ”


결국 결론은 마테우스 공작이었다.

공작을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국왕이었다.

그리고 금기와 마찬가지였던, 칼리어스 공작이 가르시아 후작을 가신이라며 영지로 소환한 이야기가 대전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그 이야기가 나온 이상 후랭코프 자작도 더 이상 이야기 할 수 가 없었다.

그렇게 콜린은 시간을 잠시두고 더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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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마지막 회 +2 19.12.28 837 14 15쪽
233 새로운 시작 - 64. 19.12.28 590 8 18쪽
232 새로운 시작 - 63. 19.12.26 598 10 20쪽
231 새로운 시작 - 62. 19.12.24 596 10 19쪽
230 새로운 시작 - 61. 19.12.22 585 12 17쪽
229 새로운 시작 - 60. 19.12.21 573 12 17쪽
228 새로운 시작 - 59. 19.12.19 620 10 15쪽
227 새로운 시작 - 58. 19.12.17 605 12 15쪽
226 새로운 시작 - 57. 19.12.15 591 10 16쪽
225 새로운 시작 - 56. 19.12.14 597 9 16쪽
224 새로운 시작 - 55. 19.12.12 627 12 15쪽
223 새로운 시작 - 54. 19.12.10 668 12 17쪽
222 새로운 시작 - 53. 19.12.08 620 12 18쪽
221 새로운 시작 - 52. 19.12.07 623 11 15쪽
220 새로운 시작 - 51. 19.12.05 642 12 16쪽
219 새로운 시작 - 50. 19.12.03 663 11 17쪽
218 새로운 시작 - 49. 19.12.01 640 12 16쪽
217 새로운 시작 - 48. 19.11.30 646 10 18쪽
216 새로운 시작 - 47. 19.11.28 682 11 16쪽
215 새로운 시작 - 46. 19.11.26 675 12 15쪽
214 새로운 시작 - 45. +2 19.11.24 673 13 15쪽
213 새로운 시작 - 44. 19.11.23 705 11 13쪽
212 새로운 시작 - 43. 19.11.21 689 12 15쪽
211 새로운 시작 - 42. 19.11.19 713 12 16쪽
210 새로운 시작 - 41. 19.11.17 732 12 15쪽
209 새로운 시작 - 40. 19.11.16 689 13 14쪽
208 새로운 시작 - 39. 19.11.14 682 12 13쪽
207 새로운 시작 - 38. 19.11.12 688 11 17쪽
206 새로운 시작 - 37. 19.11.10 742 12 14쪽
205 새로운 시작 - 36. 19.11.09 726 10 16쪽
204 새로운 시작 - 35. 19.11.07 752 13 16쪽
203 새로운 시작 - 34. 19.11.05 793 13 15쪽
202 새로운 시작 - 33. 19.11.03 789 10 17쪽
201 새로운 시작 - 32. 19.11.02 834 11 15쪽
200 새로운 시작 - 31. +2 19.10.31 822 15 17쪽
199 새로운 시작 - 30. 19.10.29 808 11 12쪽
198 새로운 시작 - 29. 19.10.27 818 16 17쪽
197 새로운 시작 - 28. 19.10.26 826 13 17쪽
196 새로운 시작 - 27. 19.10.24 859 11 16쪽
195 새로운 시작 - 26. 19.10.22 858 13 15쪽
194 새로운 시작 - 25. 19.10.20 851 18 14쪽
193 새로운 시작 - 24. 19.10.19 854 15 16쪽
192 새로운 시작 - 23. +2 19.10.17 834 19 14쪽
191 새로운 시작 - 22. 19.10.15 845 15 15쪽
190 새로운 시작 - 21. 19.10.13 853 15 17쪽
189 새로운 시작 - 20. 19.10.12 861 16 16쪽
188 새로운 시작 - 19. 19.10.10 881 14 13쪽
187 새로운 시작 - 18. +2 19.10.08 895 16 18쪽
186 새로운 시작 - 17. 19.10.06 1,011 15 16쪽
185 새로운 시작 - 16. 19.10.05 855 17 18쪽
184 새로운 시작 - 15. 19.10.03 851 16 14쪽
183 새로운 시작 - 14. 19.10.01 932 16 11쪽
182 새로운 시작 - 13. 19.09.29 878 18 14쪽
181 새로운 시작 - 12. 19.09.28 895 17 16쪽
180 새로운 시작 - 11. 19.09.26 927 15 16쪽
» 새로운 시작 - 10. 19.09.24 962 18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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