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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한인생

이 기자, 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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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한인생
작품등록일 :
2024.05.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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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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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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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3. 협잡과 협상

DUMMY

[단독-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21세기 나사로]

-죽음에서의 생환은 영화 속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임상적 사망에 이른 28세 A모 씨는 지난······.


어쭈, 이것들 봐라.

내 허락도 없이 내 기사를 내?

뭐, 기사 내는 데 허락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문제는 내 인터뷰를 실었다는 점이다.

조 뭐시기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눈치를 살피며 이것저것 묻더라니.

와꾸가 딱 연분홍이 짠 그림이다.

병원의 체면을 적당히 살려주며 원하는 걸 받아낸 것 같다.

내 병원비를 비롯한 여하한 문제들도 적당히 퉁 친 모양이고.

많이 컸네, 연분홍이, 이런 수완도 있고.

연분홍이 제 일을 했으니 나도 내 일을 해야겠다.

멋대로 도마에 올려놓고 포를 뜨는 깜찍한 짓에는 끔찍한 선물을 하는 게 격에 맞다.


어디 보자······.

각 잡고 앉아 바이라인부터 살폈다.

‘Reported by 아무개’에서 비롯된 바이라인은 기자가 낳은 새끼한테 붙이는 명찰이다.

바이라인이 공식적으로 달리게 된 건 90년대 후반부터다.

정치, 사회, 경제면 기사에는 원칙적으로 바이라인을 달지 않았었다.

아픈 역사지.

기사의 책임을 누구도 지지 않겠다는 얄팍한 속내가 여실히 드러난 행태였으니.

말이 좋아 기사의 책임은 기자 개인이 아닌 언론사가 진다였지 실상은 문제가 되는 기사의 책임을 폭탄 돌리기 하겠다는 속내나 다름없다.

떠도는 전설에 따르면 그 당시에는 항의 전화를 이리저리 돌려받으며 도화선이 꺼지기만 기다렸다고 한다.

지금이야 이메일 바이라인이 당연한 세상이라 쌍욕으로 도배된 항의메일이 메일함을 점령한 지 오래지만.

여하튼, 바이라인을 따라가면 기자의 이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조명준이라······.

수습 딱지 뗀 지 이제 갓 6개월 된 애송이다.


재밌네.

상당히 여러 가지 고려가 들어간 기획이다.

내 인터뷰가 실린 게 문제가 됐을 때를 대비한 조잡하지만 안전한 한 수도 포진되어 있다.

인터뷰를 문제 삼으면 ‘우리 신입이 너무 의욕이 앞서 실수했네 ‘ 정도의 그럴듯한 포장지겠지.

아니면 인턴이라는 내 초라한 신분과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신입’의 과도한 의욕이 낳은 불상사로 몰아갈 심정적 비책까지 갖춘 한 수이거나.

대개 이런 경우는 좋게 좋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너도 정식 기자가 돼 봐’로 시작하는 공격에는 아는 게 없는 인턴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도제식 교육이라는 기자 문화를 귀동냥으로라도 들었다면 어금니를 깨물고 참을 도리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거기다 ‘같은 기자끼리’라는 어쭙잖은 동료 의식이라도 강제당하면 ‘아, 네, 그렇군요’ 정도의 대답을 꺼내 놓는 게 고작이기도 하고.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아서 어디까지 조질지 고민했다.

해동일보.

십 년 넘게 몸담았던 징글징글한 친정 같은 곳이다.

사주가 아들내미로 바뀌면서인지, 아니면 끝 간 데 없이 추락하는 언론사의 현실 때문인지 밥맛 떨어지는 회사로 전락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연분홍이 다시 와 달라고 했을 때 망설였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딱 지금의 해동이 그 꼴이다.

어쩔까?

그냥 해동일보에 입사하는 선에서 정리해?

이 나이(?)에 시사상식 책이나 뒤적거리면서 입사 시험을 보는 것도 우습긴 하지.

행여 깜도 안 되는 게 면접관으로라도 앉아 있으면 면접이고 지랄이고 욕부터 박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평화롭게 해결하는 게 낫겠지?

음······, 좋네, Peace.


책상 위를 어지르고 있는 종이들을 정리했다.

[진성그룹, CKF 텔레콤, 재성케미칼, 최병훈 비서실장. 매시브 테크놀로직스, 진성그룹 양혁수 전 회장]

죽기 직전에 장명섭의 취재 수첩에서 봤던 내용들이다.

됐다, 이건 천천히 고민하자.

지금 내 처지에 할 수 있는 건 고작 포털에 떠다니는 빨아주는 기사 검색이 고작이다.

괜히 아침부터 헛수고할 필요야 없지.

장명섭에게 선물했던 일명 특종수첩이 눈에 들어온다.

한쪽 구석에 밀어 넣고 크게 숨을 쉬며 다시 한번 속으로 외쳤다.

자, 피이이스!



*



“어떻게, 좀 괜찮아?”


연분홍이 연분홍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움직여 내게 한 첫 마디다.

내 마음은 ‘괜찮겠냐’였지만 입으로 나온 말은 달랐다.


“안 괜찮습니다.”


연분홍이 눈살을 구기길래 입부터 틀어막았다.


“제 기사가 난 걸 봤습니다.”


구겨지던 연분홍의 눈살은 다리미로 다린 것처럼 쫙 펴졌다.


“봤구나······, 우리 커피 한잔할까?”

“그 전에 사과부터 듣고 싶은데요.”


아, 이거. 반은 욕을 섞어 하던 대화를 부드럽게, 그것도 존칭을 섞어서 하려니 두드러기가 날 것 같다.


“사과? 무슨 사과?”

“제 인터뷰, 동의 없이 실렸더군요.”

“아, 그거? 병실에서 조 기자가 했다면서, 인터뷰.”


연분홍의 볼때기에 볼우물이 파인다.

슬슬 입질이 온다는 신호다.

쟤는 난처하면 입꼬리를 씰룩이면서 보조개가 들어가거든.


“아니요. 인터뷰라고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 줄까, 죽 사다 줘, 물으면서 곁다리도 던진 말이지. 게다가 전 이런 식으로 적극적으로 대답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아, 네, 음······ 정도였지요.”


사실이다.

한참 말을 아끼며 머리에 김 나게 짱구만 굴릴 때였거든.

잘 펴놨던 연분홍의 눈살이 다시 쭈글쭈글 구겨진다.

연분홍의 눈에서 불똥이 튀기 직전, 문어로 진화 중인 인간이 나타났다.

저 양반 이름이 뭐였더라······, 아, 최인식이.

시원하게 벌목이 한창인 이마를 쓸며 나타난 최인식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이구, 이게 누구야. 21세기 나사로 아니신가?”

“안녕하세요.”

“그럼, 안녕하시지. 자네도 안녕하······, 근데 분위기가 왜 이래?”


의자 등받이를 뒤로 젖힌 연분홍이 딱딱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얘가 사과하라네요. 기사 낸 거.”

“뭐?”


그때 내 바지 주머니 속에서 전화가 진동했다.

모른 척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지이잉. 지이잉.


불편한 침묵 사이를 진동음이 미꾸라지처럼 헤집고 다닌다.

견디지 못하고 먼저 입을 뗀 건 문어로 진화 직전의 최인식이었다.


“뭐해, 전화 오는데, 어서 받아봐. 기자는 전화를 놓치면 안 돼. 술 먹고 떡이 돼도 전화가 오면 재깍 받는 게 기자의 기본 자세라고.”


안 받고 버틴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어디서 온 전화인지 대충 알고 있어서고, 둘째는 받으라는 말이 떨어져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끌고 갈 수 있어서다.

나는 천천히 전화를 꺼내 연분홍의 책상 위에 올려놨다.

등받이에 거만하게 기대 있던 연분홍이 재까닥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잔뜩 좁힌 미간으로 전화를 노려보던 연분홍이 한숨을 내쉬었다.


“왜, 뭔데?”


내 어깨 너머로 전화에 뜬 이름을 본 미스터 옥토퍼스 최인식이 대경실색했다.


“아니, 상도덕 없는 새끼들이 왜 남의 새끼한테 전화질을 해대?”


발신자는 나 이전 버전의 이 몸뚱이 주인이 잠시 몸담았던 언론사 기자였다.

전화가 끊어지고 문자가 떴다.

문자 알람이 꺼지기도 전에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이번에는 지상파 방송국 기자다.

광활한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가는 미스터 옥토퍼스에게 물었다.


“받을까요?”


질겁한 최인식이 얼른 전화를 들어 거절 버튼을 눌렀다.


“에비! 지지야, 지지. 이런 이상한 전화 받으면 숭고한 저널리즘에 때 타. 받지 마.”


연분홍이 한숨을 토해냈다.


“조명준이 의욕이 앞서서 일어난 일 같은데, 내가 알아듣게 얘기해서 너한테 사과하라고······.”


기가 차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말았다.

예상에서 벗어나야 쫄깃한 맛이라도 있지, 이건 뭐 퉁퉁 불어 터진 국수가 따로 없다.


“팀장님. 저 언론사 인턴 뺑뺑이만 이 년 반이 넘습니다. 1년 차 기자가 단독까지 달고 쓴 기사에 데스크 입김이 들어간다는 정도는 압니다.”


차가운 눈으로 매섭게 노려보던 연분홍이 손으로 책상을 탕하고 내리쳤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건데? 엎드려서 석고대죄라도 하라고 해?”

“아뇨. 언론사의 사과는 기사로 해야죠. 기사 삭제하시고 정정보도 내주세요. 사실과 다른 부분도 꽤 있으니까요.”

“야!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는 아니?”


그럼 모르겠냐, 알아도 내가 너보다 더 잘 알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챈 최인식이 나섰다.


“자, 자, 그러지 말고 좋게 좋게 가자고. 좋게 좋게.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고 자네도 기자 밥 먹어봐서 알 거 아니냐. 기사 삭제에 정정보도 그거 보통일 아니다.”


큰일이긴 하지.

슬슬 평화로운 해결책을 꺼낼 때가 됐다.


“죄송하게도 모릅니다. 홀아비도 아닌 데다 되어 본 적도 없어서요.”

“뭐?”

“제가 정식 홀아비가 된다면 또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눈치가 9단인 연분홍이 냉랭한 눈으로 물었다.


“너, 이걸 빌미로 특채라도 해 달라고 협박하는 거야?”


지랄한다.

원래라면 삼고초려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협박은 얼어 죽을.


“아뇨. 해동일보에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그래도 최근까지 함께하던 곳이라 다른 언론사보다 먼저요. 기사 보니까 후속 보도를 생각하고 쓰신 거 같던데, 넣으셔야 정식 인터뷰.”


나는 느긋하게 전화를 터치해 메시지창을 켰다.

그중 하나인 민국신문에서 온 메시지를 띄웠다.


[이 기자. 해동이랑 인턴 끝난 걸로 아는데, 언제까지 인턴만 할 거 아니면 나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


연분홍의 눈동자가 메시지를 훑고 지났다.

나는 냉큼 다른 창을 띄웠다.


[언론중재위원회 알림 : 귀하의 문의에 대한······]


“아, 죄송합니다. 잘못 눌렀네요.”


잘못 누르긴 뭘 잘못 눌러, 당연히 쇼지.

툭 치면 푹 찌르겠다는 엄포용 쇼.

미스터 옥토퍼스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너, 언중위에도 연락했어? 이거 정말 앞뒤 없는 놈이네.”


당신도 내 꼴 돼 봐.

앞뒤가 아니라 좌우, 위아래도 없어지니까.

눈빛을 굳히고 연분홍을 쳐다봤다.

자, 어떡할래, 연분홍.


연분홍이 연분홍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을 때, 또 내가 아는 인물이 등장했다.

저 인간, 사회부장이다.

이름도 거창한 정치사회에디터 겸 사회부장.

훤칠한 키에 평범한 인상과 달리 뱃속에 서슬 퍼런 칼을 품고 사는 걸로 유명한 조진상이다.

이거 첫날부터 조진상까지 덤벼들면 너무 빡센데?

······에라이, 내 인생에 언제부터 빠꾸가 있었다고.

덤비면 들이박는 것이 기자의 기본 덕목 아니겠나.

마음을 다잡을 때 다가온 사회부장이 내 어깨를 짚었다.


“이름이 이길래라고?”

“안녕하십니까, 이길랩니다.”

“취재 잘하겠네. 천하의 연분홍을 꼼짝 못 하게 할 정도면.”

“부장님! 누가 꼼짝 못 했다고 그러세요!”

“한번 열심히 해봐. 해줄 테니까 특채.”


응?

뭐지? 뭐가 이렇게 쉽지?

이러면 카드 한 장을 그냥 묵혀야 하잖아.

마냥 좋지만은 않다.

왠지 단서가 달릴 것 같거든.

미심쩍어하는 내 얼굴을 보며 조진상이 입꼬리만 살짝 올려 웃는다.

그런데 이 인간,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조진상이 내 팔뚝을 두드렸다.


“안 그래도 여기 연 팀장이 이길래 씨 채용 안을 올리긴 했었어. 당장 채용한다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 일말의 양심은 있었나 보군.

하지만 ‘안’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안’이다.

어디서 어떻게 까였는지도 모르게 사라지는 게 바로 그 잘난 ‘제안’이라는 거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내가 확인한 팩트만 믿는다.

이러쿵저러쿵 전하는 ‘카더라’는 질색이다.


“그렇군요.”


눈매가 가늘어진 조진상이 피식 웃었다.


“그래도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신경 써 줬는데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야 하지 않아?”


안 그래도 그 말이 왜 안 나오나 했다.


“아, 제가 정신이 없어 깜빡했네요. 하도 그런 얘길 많이 들어서 잠시 긴가민가했거든요.”


미스터 옥토퍼스의 이맛살이 찌그러졌다.


“무슨 소리야, 그런 얘길 많이 듣다니?”

“제가 인턴으로 네 개 언론사를 돌았어요. 다들 그러더군요. 제안은 해 보겠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깨알 같은 글자로 적어놓은 수첩에 무수히 적혀 있던 말이다.

인턴을 향한 희망 고문과도 같은 말.

미스터 옥토퍼스는 쓴 입맛을 다시며 조진상을 바라봤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참는 모양새다.

연분홍 역시 입술을 깨무는 게 한마디 하려는 것 같다.

형평성 얘기를 하고 싶겠지, 아니면 선례로 남을 수 있어 섣불리 결정하면 안 된다고 딴죽을 걸고 싶거나.

하지만 그런 것도 고려하지 않을 조진상이 아니다.

조진상은 여전히 가늘어진 눈매로 날 훑으며 말했다.


“초회에는 1년 계약직으로 하고, 수습 6개월 동안 기본 자질이 안 보이면 남은 기간 사무직으로 채우고 퇴사하는 걸로. 대신 실력을 증명하면 그다음에는 경력직 정규직으로, 어때?”


내 그럴 줄 알았다.

형식은 인턴과 크게 다르지 않게 가면서 취재기자로 써보겠다는 소리다.

해괴망측한 소리지만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다.

내가 사주의 아들내미도 아닌데 정규직까지는 언감생심 노릴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일 년 뒤에 선택권은 해동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을걸?


“좋습니다.”

“오늘부터 출근하는 걸로 하자고. 정식 입사 명령은 계약서 작성하는 대로 내리도록 할 테니까.”


협상은 이 정도 선에서 끝내는 걸로 하자.


“죄송한데, 오늘 내일은 안 됩니다.”


가늘어졌던 조진상의 눈매가 확 커졌다.


“뭐?”

“언론중재위원회에 다녀와야 하거든요. 내일은 병원에 가야 하고.”


당연히 뻥이다.

오늘 내일은 이 버전의 이길래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생각이라 여기 죽치고 있을 생각이 없다.

어차피 신입이면 수습 딱지 달고 말진 기자 뒤꽁무니나 따라다녀야 할 텐데 지금은 좀 피곤하거든.

조진상이 뜻밖에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그래, 그렇게 해.”



*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들이켠 연분홍이 얼음을 우두둑 씹었다.


“뭐 저런 게 다 있대요.”


뉴스제작 1팀장 최인식이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름이 안 좋아, 이름이.”

“이름이 뭐가 어때서요. 이 선배는 저 정도는 아니었어요!”


손수건을 곱게 접어 뒷주머니에 넣은 최인식이 혀를 찼다.


“넌 순화된 쓴물 빠진 이길래만 봐서 그래. 이벌레 신입 때는 장관한테 삿대질도 했어.”


화들짝 놀란 연분홍이 눈을 크게 떴다.


“네?”

“장관 인사 청문 문제로 백브리핑(back briefing 공식 브리핑이 끝난 이후에 이뤄지는 비공식 브리핑)할 때 였을 걸? 친여당 성향의 기자하고 입 맞추고 자기 말 씹는다고 벌떡 일어나서 타 언론사 기자한테 쌍욕 갈기고 장관한테 삿대질했잖아. 그때 정치부장이 그거 수습한다고 원형 탈모 걸렸었어.”

“잠깐만요, 이 선배 입사 초기 정치부장이면 지금 논설 주간으로 계신 분 아니에요?”

“맞아. 그 양반이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허리가 쑤신대. 하도 허리를 숙여서.”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치부장까지 소환하는 건 말이 안 되죠.”

“돼. 이벌레 그 인간이 되게 해놔서.”

“도대체 뭐라고 그랬는데요?”

“안 듣는 게 나아.”

“그러니까 더 궁금하잖아요!”


한숨을 내쉰 최인식이 물었다.


“날 것 그대로?”

“네.”

“첫 마디가 이거였어. 장관님, 작작 좀 빨아 달라 그래요. 너무 빨아서 그러다 다 헐겠네.”


연분홍은 손에 든 컵을 떨어뜨렸다.

목을 쭉 빼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최인식을 바라보자 최인식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뒤는 더해. 인사청문회장에서 묻기도 어려운 걸 물었으니까.”

“그건 안 들을래요.”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최인식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벌레는 전설이야. 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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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내가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17 24.08.06 4,650 260 12쪽
25 25. 뭘 맞추라고? +9 24.08.05 4,676 206 15쪽
24 24. 아마 얼씨구나 할 테니까 +10 24.08.04 4,712 197 14쪽
23 23. 일단 끊읍시다 +12 24.08.03 4,751 213 14쪽
22 22. 택시 통신 +10 24.08.02 4,757 202 12쪽
21 21. 이게 이렇게 시작된다고? +12 24.08.01 4,952 216 13쪽
20 20. 피할 수 없는 화살 +12 24.07.31 5,094 225 14쪽
19 19. 이상했어요? +17 24.07.30 4,969 253 12쪽
18 18. 기레기에서 참기자로요 +11 24.07.29 4,909 233 14쪽
17 17. 그 이길래인지 아닌지 말이야 +20 24.07.28 4,910 239 12쪽
16 16. 시끄럽고, 그 말 사실이냐고! +9 24.07.27 4,922 211 14쪽
15 15. 부적 덕분이야 +9 24.07.26 4,913 231 13쪽
14 14. 조건이 있습니다 +9 24.07.25 4,903 193 14쪽
13 13. 걔는 빠꾸가 없어 +17 24.07.24 4,973 215 13쪽
12 12. 마음을 여는 질문 +11 24.07.23 5,060 212 13쪽
11 11. 그 이길래하고는 좀 다르겠지? +13 24.07.22 5,053 198 13쪽
10 10. 얘, 도대체 뭐 하는 놈이래니? +11 24.07.21 5,128 201 13쪽
9 9. 속보 +7 24.07.20 5,308 201 13쪽
8 8. 단서 +10 24.07.19 5,193 189 13쪽
7 7. 오보? +9 24.07.18 5,496 200 13쪽
6 6. 인생은 말이지 +8 24.07.17 5,550 220 12쪽
5 5. 정체가 궁금해서 +8 24.07.16 5,827 202 14쪽
4 4. 죽었다 깨어나면 +10 24.07.15 6,229 198 12쪽
» 3. 협잡과 협상 +11 24.07.14 7,065 227 16쪽
2 2. 또 이길래 +14 24.07.13 8,438 229 12쪽
1 1. 떡잎부터 꼴통 +16 24.07.12 10,869 28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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