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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뱅이 님의 서재입니다.

The Root : 다섯 번째만 4회차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현대판타지

완결

느림뱅이
작품등록일 :
2023.05.11 13:21
최근연재일 :
2023.07.05 14:3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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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73
추천수 :
750
글자수 :
655,468

작성
23.06.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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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10

DUMMY

"어차피 저희들이 안 놔드릴 거예요~. 설마 위험천만한 업무에 허우적 대는 저흴 버려두고 멀리 떠나실 건 아니죠? 그쵸?"


그녀의 말투는 장난꾸러기의 그것을 똑 닮아 있었고, 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었던 제노는 난감한 웃음으로 확답을 피했다.


"......으음... 아핫하하하!"

"이쒸! 어서 빨리 아니라고 대답해요! 어딜 도망가려고요!"

"에이~, 내일 일을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어머머머! 증~말~, 매정하시다~. 너무해!"

"흐흐, 대신 팀과 함께 일하는 동안엔 근면성실하게 돕겠습니다."

"빈말이라도 굳게 약속해주면 어디 덧나시나요?"

"흐흐, 사나이는 허투루 약속하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누가 그래요?"

"돌아가신 제 아버지께서요."

"....칫, 사람 할 말 없게!"

"으흐흐흐."


때마침 사거리의 신호등이 빨갛게 들어왔다. 달리아는 모처럼만의 이 화기애애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살려 호기심을 한 가지 풀기로 했다.


"우웅... 제노 씨."

"네?"

"아주 사적인 질문을 해도 괜찮을까요?"


운을 떼는 그녀의 목소리가 몹시 조심스러웠다.


"예예~, 얼마든지요~."

"어쩌면 조금 기분 나빠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래도 기회가 생기면 꼭 한 번쯤은 여쭙고 싶었던 거라서..."

"하하하, 스스럼 없이 물어보십쇼. 뭔지 모르겠지만 부모 욕만 아니면 절대로 화내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약속이나 호언장담을 장난이나 농담으로 하지 않는 그의 성격을 알기에 작은 용기를 냈다.


"그으... 다름이 아니라요. 어쩌다 가끔씩, 제노 씨의 손속이 너무 지나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혹시... 어떤 기준 같은 게 있으신 건가요?"


개인적인 주관과 잣대가 워낙 뚜렷한 터라 그의 답변은 거의 즉각적이었다.


"에이~, 전 또 뭐라고~.그건 별로 대단치 않습니다. 짧게 줄여서 '사람이냐, 아니냐.'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아..."


달리아는 진짜 괴물 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쓴 범죄자 역시 사람으로 취급을 안 한다는 그의 사상을 어렵지 않게 이해했다.


"역시... 제 어림짐작이 맞았네요. 명쾌한 답변 감사합니다."

"뭘 이 정도로요. 그나저나 실망입니다, 달리아 씨."

"...네?"


그녀의 걱정과 달리 제노의 입가엔 장난기가 잔뜩 서려 있었다.


"으흐흐, 거 뭐시기냐. '숨겨둔 애인은 없냐?' 등등. 애틋한 계열의 질문을 하실 줄 알고 은근 기대했거든요."

"엥? 제노 씨는 여자친구 없으시잖아요!"


그녀의 돌직구로 대뜸 얻어맞은 그의 정신이 혼미해졌다.


"...어... 아니... 그, 그렇긴 한데... 너무 칼 같이 단정지으셔서 상당히 당혹스럽습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도 저희 팀장님 문의전화를 잘 받아주셨다면서요? 게다가 오늘 저녁도 아무 일정 없으시고요. 푸훕, 그럼 보나마나죠~!"


연이은 팩트 폭행은 비좁은 조수석에 앉은 제노로 하여금 얼얼한 가슴을 쥐어뜯게 만들었다.


"...크읏... 비겁하게 사실적시로 후드려 패시다니..."

"호호호! 그럼 제가 어떻게, 제노 씨의 사랑스런 연인이 되어 드릴까요?"

"오!"


일순간 눈빛을 반짝였던 그가 이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에잉~, 순간적으로 엄청 혹했습니다만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제 알량한 자존심이 값싼 동정과 연민을 극구 거부하네요."

"피이, 그런 거 아닌데~."

"예?"

"저도 됐다고요, 흥."


그들의 차량은 어느샌가 워싱턴DC의 어느 안전가옥 가까이에 도착해 있었다.


"흐흐,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달리아 씨. 덕분에 편하게 왔네요. 주말 잘 보내십쇼~."

"네네~, 제노 씨도 해피 주말이요~."


달리아가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가속페달을 밟았다.


"으이그~, 저 인간은 이쪽 방면으론 눈치가 완전 꽝이야, 꽝! 연애세포 자리에 근육들이 꽉 들어찬 거 아냐?"






* * * * *


며칠 만에 다시 마주한 크리스의 안색은 썩 괜찮았다. 그동안 보안규정상 위치를 알 수 없어서 들었었던 걱정들이 허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형님!"

"에이, 진짜 고생은 다른 연방요원들이 다했지 뭐~. 그나저나 다른 두 사람은?"

"2층에 계세요. 디애나 아주머니의 상심이 너무 크셔서 패트릭이 껌딱지처럼 전담마크 중입니다."

"그랬고만~."

"모셔올까요?"

"아냐, 아냐. 괜찮아. 다음에 해도 되는 용무거덩. 그나저나 뭐 필요한 거나 먹고 싶은 거 없냐? 배달시킬까? 남의 차 얻어타고 오느라 빈손으로 왔더니만 쪼매 뻘쭘하네."


이때다 싶은 크리스가 피자 등의 갖가지 메뉴를 나불대는 사이, 1층의 인기척을 느낀 디애나가 아들과 함께 내려왔다.


"오, 오셨어요?"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디애나 부인."

"...감사합니다. 평생 다 갚지 못할 은혜를 입었습니다."

"별 거 아닙니다. 전 그저 크리스와의 약속을 지켰을 따름입니다. 하하하."


패트릭이 이 서먹서먹한 공기를 가르며 해맑게 끼어들었다.


"저도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쯧쯧. 아저씨, 임마. 아저씨. 선생님이란 호칭은 어딘가 부담스러워."

"헤헤, 근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내일 귀가 예정이라며?"

"네!"

"그 전에 세 사람이랑 현실적인 이야기를 좀 나눌까해서 와봤다."

"아~, 그럼 지금 바로 해요! 엄마도 괜찮죠?"

"...으, 응."

"그럼 거실로 가요. 자, 어서요, 엄마."


'현실'이라는 특정 단어에서 엄마의 기분을 전환할 기회를 포착한 패트릭은, 디애나를 재촉하다시피 거실의 소파로 쭉쭉 이끌었다.


'허참...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일찍 철든, 효심이 갸륵한 아들로 알겠네. 어... 음... 이건 전혀 틀린 말이 아닌가...?'


구레나룻 부근을 벅벅 긁어낸 제노는, 거실을 한 바퀴 돌며 혹시 모를 도청장치를 탐색한 다음, 이내 남겨진 자리로 가서 풀썩 앉았다. 그리곤 제일 만만한 크리스를 콕 찍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담소를... 음... 아니, 사실상 통보하고자 합니다. 일단 크리스부터."

"넵."

"테리타운에 있는 단독주택, 그거 나한테 넘겨라."

"예?"

"이제 거긴 비밀 아지트로 못 써먹을 거 아녀. 내가 호구처럼 비싸게 사줄 테니까 능력껏 다른 곳 구해.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나도 호텔생활을 청산하련다."

"으음......"

"회장님한텐 내가 네 명의를 잠시 빌렸었던 걸로 포장해서 말씀드려. 그럼 네 자금의 출처도 딱히 의심 안 하실 거다."

"어... 형님께서 그렇게 해주신다면야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만... 지하벙커 건설비까지 감안하면 가격이 좀 쎈데..."


그는 망설이는 크리스에게 거부할 수 없는 금액을 제시했다.


"현금으로 200만 달러, 일시불."

"헉!"

"왜 부족하냐? 그럼 수수료 주는 셈치고 50만 달러 더 얹어주마. 총 250만 달러, 딜?"

"아니, 형님! 무슨 돈이 그렇게나 많으십니까?! 그동안 농담처럼 말씀하시던 졸부 수준이 절대 아니잖아요!"

"다소 민감한 이야기니까 그 부분은 신경 꺼라. 그렇다고 이상한 검은 돈도 아니니까 걱정도 하덜덜 말고."

"......"

"이런 걸로 시간 질질 끌지 말자. 너 나랑 거래할래, 말래?"

"하, 합니다! 무조건 합니다, 우리 호갱님!"

"뭐이? 호갱? 이 시뀌가... 야, 암튼 겸사겸사 투자감각 좋은 너한테 내 자금 중 얼마쯤 맡겨서 굴릴까 하는데, 아차차... 이건 말이 너무 길어지니까 나중에 둘이서 따로 하자."

"넵!"

"오케이, 그럼 넌 끝났고."


이어서 제노의 시선을 받은 디애나가 살짝 긴장한 채로 그를 올려다 봤다.


"디애나 부인."

"...네."

"대충 전해 듣자니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고려중이시라고요?"

"예, 사건은 종결됐지만 혹시라도 해코지하는 잔당이 남아있을지 모른다고 해서요."

"흠... 그거 하지 마십쇼. 이유는 일전에 제가 진중하게 설명드렸을 겁니다."

"그치만..."

"오히려 제 그늘 밑이 더 안전할 겁니다. 명함 건넨 담당자에게 연락하셔서 거절하세요. 죄송하지만 부인께 거부권은 없습니다."

"......"


그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차마 겉으론 표현 못해도 제노의 무조건적인 강요가 퍽 못마땅했던 것이다.


하지만 날카로운 채찍에 뒤이어진 당근이 그녀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우선 테리타운 내에 적당한 집을 한 채 구매해드리겠습니다. 지난번 학살 때문인지 급매로 나온 집들이 몇 개 되더군요."

"......"

"그곳의 첫인상은 영 별로였겠지만 기본적으론 치안이 괜찮은 동네입니다. 그러니 그리로 이사오도록 하세요. 이전 집은 팔으셔도 되고, 아니면 임대로 돌리셔도 전혀 상관 않겠습니다."

"...네에."


제노는 미처 몰랐으나, 그녀는 독립 이후 지금까지 월세살이를 전전해왔던 터라 그런 류의 걱정은 불필요하다고 하겠다.


"참고로 저는 뉴저지의 저지시티(Jersey City)에 유한책임회사(LCC)를 하나 차렸습니다. 등록된 업종이 여러 개이긴 하지만, 군사 자문업이 메인인 보안업체(PSC)이고, 다음주 수요일 이전에 등록절차가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절 직원으로 영입하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예, 테리타운의 주택은 계약금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일개 직원이 아니라 회사 임원으로써 대우해드리려는 겁니다. 연봉도 마찬가지고요."

"...그으... 제안은 무척 감사합니다만..."

"기탄없이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녀는 적당히 거절하려 했다. 제노란 인물을 상대하기 어려운 것은 둘째치고, 모름지기 스타트업 회사라는 건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히 신경쓸 일이 굉장히 많아서였다.


"저기... 느낌상 회사 직원은 저 혼자 뿐일 것 같은데... 제가 그쪽 업무는 생소하기도 하거니와..."

"이전 회사에서 받으시던 연봉의 5배를 드리죠."

"...다, 다섯 배...!"


제노는 크게 놀라서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는 디애나에게 추가타를 날렸다.


"음? 당연하잖습니까? 대표인 저를 대리해줄 단 1명 뿐인 임원이니까요. 지금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출장이 잦아서 회사출근도 띄엄띄엄 할 겁니다."

"......"

"그리고 혼자 일하시는 거 아닙니다. 차주에 법인용 은행계좌를 개설하는대로 추가 고용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흔치 않은 호기를 맞이한 디애나가 '못 먹어도 GO!'라는 심정으로 운을 뗐다.


"호, 혹시... 그 인원들은 제가 추천해도 괜찮을까요? 매우 성실한 지인들이 있습니다. 다들 자격증 있는 전문가 못지 않게 법률과 회계 실무에 빠삭해요."


그녀가 더 길게 말하지 않았어도, 에스벤의 사망과 함께 백수로 전락해버린 직원들을 일컫는 게 분명했다.


"믿을만 합니까? 참고로 저는 업무경력이나 개인의 능력보단, 덮어놓고 신뢰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훨씬 더 중요시 하는 사람입니다."

"네! 제가 보증해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고려하겠습니다."

"그런데 몇 명이나...?"

"음... 그 부분은 제가 반대로 여쭙죠. 몇 명이나 추천하고 싶으신 겁니까?"


디애나는 옛동료들 중 근면성실하면서 성격이 모나지 않은 얼굴들을 후르륵 떠올렸다.


"...7명, 아니, 많게는 11명까지도 추천 가능합니다."

"제 당초 계획보다 인원이 많군요."


그래도 그의 심사숙고는 짧았다. FBI와 국방부에서 지급하는 거액의 자문료에 대해 서류상으로도 멋드러지게 꾸미고 싶다는 정부의 요청을 감안하면, 회사규모를 조금 더 크게 늘려도 괜찮을 법해서였다.


'같은 신규법인이라도 5인 미만의 영세업체보단, 직원만 10인 이상 규모의 법인이 국세청 보기에 훨씬 그럴싸하겠지?'


그 대신 사무실 임대다, 인건비다, 뭐다 하면서 감당해야할 액수이 처음 계획의 수십 배로 불어날 것은 자명했다. 그러나 그가 벨라토르 그룹으로부터 갈취한 금액에 비하면 가렵지도 않았다.


여담이지만 제노가 이와 같은 엄청난 갑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의 중재를 파토낼 요량으로 책정한, 실로 천문학적인 배상청구액을 벨라토르 그룹이 순순히 뱉어냈기 때문이었다.


'니미, 그러고도 안 망할 줄이야! 아오썅, 더 뜯어낼 껄!'


어쨌거나 그는 일단 마음을 굳혔어도 즉답은 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진중한 분위기를 1분 넘게 유지했다. 이 조건을 끝으로 디애나의 불만을 싸그리 잠재워 보자는, 다분히 계산적인 잔머리였다.


"흐음... 대충 서너 명 정도일 거라 예상했었는데... 11명이라......"


일부러 혼잣말을 웅얼거리던 그는 마지못한 결단을 내린 사람처럼 허세를 부렸다.


"어쩔 수 없군요. 디애나 부인의 거취를 제 마음대로 강제한 만큼, 최소한의 보상은 해드려야 형평성이 맞을 테니 말입니다."

"헉, 그러면 11명 전부를..."

"예, 영입조건으로 여기겠습니다. 다만 연봉은 많이 주기가 힘들 것 같네요. 신생회사임을 감안하여 그분들께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은, 이전 회사의 연봉 3배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그 이상을 원할 경우엔 채용이 어렵겠습니다. 이 절충안으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추, 충분하고도 남아요!"


하루가 다르게 실업자가 폭증하는 애틀랜틱 시티의 근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보다 좋은 조건은 어딜가도 찾기 힘들 터였다.


"그럼 이제부터 호칭을 바꾸도록 하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디애나 이사님."

"저,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살짝 길었던 협상이 끝나고, 그의 시선이 마지막을 향해 스르륵 움직였다. 그러자 그와 눈을 마주친 패트릭이 하얀 치아가 다 드러나도록 씨익 미소 지었다.


"전 욕심 많이 안 부릴께요, 아저씨. 에헷헤헤~."

"햐~, 너 감이 꽤 좋다? 니가 이거저거 요구하면 바로 쫑내려 했거덩."

"우헤헤헤, 저도 염치가 있죠~. 엄마도 무사하시고, 진짜 우리집도 생겼는데요!"

"짜쉭..."


디애나가 바로 곁에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패트릭의 언행이 유난히 더 어리광스러웠다.


"좋아, 넌 짧고 굵게 정리하자."

"넵."

"계좌 하나 터라. 대학 학자금 50만 달러를 바로 꽂아줄... 아아, 증여세 폭탄 맞겠다. 그냥 현금으로 줄께. 니가 알아서 조금씩 입금해."

"헉! 50만!"

"그 대신 입단속 철저히 해라!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까지 포함해서!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디애나는 단순히 블로그 같은 걸 상상한 반면, 크리스와 패트릭은 제노가 다크넷 커뮤니티를 언급하고 있음을 잘 알았다.


"옙! 전혀 문제 없습니닷!"


본인도 아리까리한 정보를 회귀자 커뮤니티에 알리는 일과, 현금 50만 달러 중의 양자택일.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후자를 선택할 터였다.


"전 아무 것도 몰라요~. 아무 것도 몰라~, 몰라~. 아몰랑~."

"오케이, 굿굿. 바로 그 자세다."


그런데 패트릭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저기요, 아저씨."

"?"

"추가 조건에 따라선 커뮤니티에 연막치기도 가능해요.”


만일 제노에 관한 이야기가 커뮤니티에 올라올 경우, 왜곡 혹은 가짜정보를 투척하여 혼선을 유도하겠단 소리였다.


“그거 나쁘지 않네. 그 추가 조건이 뭐냐?”

"그냥... 저랑 약속 하나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

“좋다, 뭘 약속해주리?”

“엄마한테 작업금지요.”

"......"


직설적인 요구에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제노였다.


"와~, 넌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냐? 인마, 내가 암만 발정났어도 크나큰 상실감에 빠진 사람한테 마구 찝쩍댈 정도로 몰상식하진 않아요~."

"히히, 나중에라도요.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


패트릭은 디애나가 세상사람들에게 마왕의 여자라며 손가락질 받는 미래가 두렵다는 말은 구태여 하지 않았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당장에 거슬리는 문제가 있는 탓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새로운 회사에선 우리 엄마더러 '오피스 창녀'라는 식으로 직원들이 뒤에서 쑥덕거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그래요.”


그저 실 없는 농담을 주고 받는 줄 알았던 디애나가 큰 충격을 받으며 어버버하는 순간에도, 패트릭의 말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아저씨, 꼭 좀 부탁드려요. 엄마 같이 성실하고 정직한 부하직원이랑, 손재주 좋은 저를 협조자로 얻었다는 정도로만 만족해주시면 안 될까요?”

"......"


제노의 머릿속에 지난 반 평생 이상을 고되게 살아오신 모친의 과거사가 불현듯 스쳤고, 이에 따라 패트릭의 조건을 흔쾌히 수용해주기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오냐. 이번 일은 니가 나한테 크게 빚진 걸로 치자.”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저씨.”

“말뿐인 감사는 됐고, 빡세게 긴장 타고 있어. 기회 생기면 널 대차게 굴려먹을 작정이니까.”

“헤헷, 적당히 봐주세요. 저 아직 미성년자에요.”

“참나~.”


피식 웃고난 제노의 눈길이 세 사람을 전체적으로 두루두루 훑었다.


"자, 이것으로 제 방문 용건은 끝입니다. 본인 머리에 총이 겨눠진 위기상황이 아닌 이상, 철저한 비밀엄수를 부탁드리고, 아무쪼록 사이 돈독하게 잘 지내봅시다."


"예, 형님!"

"네, 아저씨!"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렇게 새로운 인연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작가의말

▶ 오랜만에 연참해봤습니다. 하핫.

▶ 이걸로 깔끔하게 50화를 딱 찍고, 내일부터 새로운 에피소드를 시작하기 위함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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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7 루이미너스
    작성일
    23.06.16 09:27
    No. 1

    ??? : 아 싫다구요. 왜 그걸 멋대로 정하시는데요!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였다.
    ??? : 대표님, 뭐부터 할까요? 장기라도 뺄ㄲ...?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느림뱅이
    작성일
    23.06.16 09:33
    No. 2

    단언컨대 금융치료는 가장 완벽한 민간요법입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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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7 +2 23.07.05 162 7 15쪽
101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6 +2 23.07.05 161 7 14쪽
100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5 +2 23.07.05 156 7 17쪽
99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4 +2 23.07.05 157 7 14쪽
98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3 +2 23.07.05 157 7 12쪽
97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2 +2 23.07.05 156 7 12쪽
96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1 +2 23.07.05 162 7 17쪽
95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8 +2 23.07.04 157 7 12쪽
94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7 +2 23.07.04 156 7 12쪽
93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6 +2 23.07.03 212 6 13쪽
92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5 +2 23.07.03 156 6 13쪽
91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4 +2 23.07.01 156 7 14쪽
90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3 +2 23.06.30 157 7 14쪽
89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2 +2 23.06.30 157 7 11쪽
88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1 +2 23.06.29 160 7 12쪽
87 [시즌1] 비애(sorrow) - 9 +2 23.06.28 155 7 12쪽
86 [시즌1] 비애(sorrow) - 8 +2 23.06.28 157 7 12쪽
85 [시즌1] 비애(sorrow) - 7 +2 23.06.28 159 7 12쪽
84 [시즌1] 비애(sorrow) - 6 +2 23.06.28 159 7 13쪽
83 [시즌1] 비애(sorrow) - 5 +2 23.06.28 156 7 14쪽
82 [시즌1] 비애(sorrow) - 4 +2 23.06.28 158 7 13쪽
81 [시즌1] 비애(sorrow) - 3 +2 23.06.28 160 7 13쪽
80 [시즌1] 비애(sorrow) - 2 +2 23.06.28 159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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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시즌1] 참조(reference) - 3 +2 23.06.28 162 9 15쪽
71 [시즌1] 참조(reference) - 2 +2 23.06.27 164 7 11쪽
70 [시즌1] 참조(reference) - 1 +2 23.06.27 164 7 12쪽
69 [시즌1]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Behind story) +2 23.06.26 164 7 12쪽
68 [시즌1] 주입(injection) - 11 +2 23.06.26 168 7 14쪽
67 [시즌1] 주입(injection) - 10 +2 23.06.26 167 7 17쪽
66 [시즌1] 주입(injection) - 9 +2 23.06.24 166 7 14쪽
65 [시즌1] 주입(injection) - 8 +2 23.06.24 169 7 14쪽
64 [시즌1] 주입(injection) - 7 +2 23.06.24 168 7 12쪽
63 [시즌1] 주입(injection) - 6 +2 23.06.23 172 7 12쪽
62 [시즌1] 주입(injection) - 5 +2 23.06.23 169 8 12쪽
61 [시즌1] 주입(injection) - 4 +2 23.06.23 169 8 13쪽
60 [시즌1] 주입(injection) - 3 +2 23.06.22 174 8 14쪽
59 [시즌1] 주입(injection) - 2 +2 23.06.22 176 7 18쪽
58 [시즌1] 주입(injection) - 1 +2 23.06.22 179 7 14쪽
57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7 +2 23.06.21 180 8 16쪽
56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6 +2 23.06.21 183 7 14쪽
55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5 +2 23.06.20 184 8 13쪽
54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4 +4 23.06.20 186 7 14쪽
53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3 +2 23.06.19 195 7 13쪽
52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2 +2 23.06.17 187 8 16쪽
51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1 +2 23.06.16 197 8 13쪽
»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10 +2 23.06.15 189 7 18쪽
49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9 +2 23.06.15 193 7 16쪽
48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8 +2 23.06.14 196 8 17쪽
47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7 +2 23.06.13 198 6 16쪽
46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6 +2 23.06.12 198 6 14쪽
45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5 +2 23.06.10 198 7 12쪽
44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4 +2 23.06.09 197 7 12쪽
43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3 +2 23.06.08 200 6 15쪽
42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2 +2 23.06.07 204 8 12쪽
41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1 +2 23.06.06 210 8 13쪽
40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9 +2 23.06.05 217 7 16쪽
39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8 +2 23.06.04 214 7 15쪽
38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7 +2 23.06.03 217 7 17쪽
37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6 +2 23.06.02 228 7 14쪽
36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5 +3 23.06.01 226 7 15쪽
35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4 +2 23.05.31 227 6 15쪽
34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3 +2 23.05.30 227 7 13쪽
33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2 +4 23.05.30 226 6 13쪽
32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1 23.05.29 239 8 12쪽
31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8 +2 23.05.28 242 6 12쪽
30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7 23.05.27 235 6 12쪽
29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6 +2 23.05.26 239 6 14쪽
28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5 +4 23.05.26 243 6 18쪽
27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4 +2 23.05.25 247 6 14쪽
26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3 +2 23.05.25 257 6 16쪽
25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2 +2 23.05.24 256 7 15쪽
24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1 23.05.24 264 5 11쪽
23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8 +2 23.05.23 265 6 12쪽
22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7 23.05.22 268 5 15쪽
21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6 +2 23.05.22 279 5 14쪽
20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5 +2 23.05.21 289 5 14쪽
19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4 23.05.21 279 5 14쪽
18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3 +2 23.05.20 285 7 15쪽
17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2 23.05.20 298 5 14쪽
16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1 23.05.19 303 8 15쪽
15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6 23.05.19 308 6 16쪽
14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5 +2 23.05.18 331 7 13쪽
13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4 23.05.18 331 7 15쪽
12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3 23.05.17 345 6 15쪽
11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2 +2 23.05.17 363 8 13쪽
10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1 23.05.16 391 8 14쪽
9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6 23.05.16 383 8 17쪽
8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5 23.05.15 390 8 12쪽
7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4 23.05.15 396 8 13쪽
6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3 +2 23.05.14 404 9 14쪽
5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2 +2 23.05.13 428 9 15쪽
4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1 +2 23.05.12 471 10 14쪽
3 [시즌1] 인공적인 재난(man-made disaster) - 2 +2 23.05.11 507 11 12쪽
2 [시즌1] 인공적인 재난(man-made disaster) - 1 +2 23.05.11 651 12 11쪽
1 [프롤로그] 싱거운 농담(corny joke) 23.05.11 746 1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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