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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뱅이 님의 서재입니다.

The Root : 다섯 번째만 4회차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현대판타지

완결

느림뱅이
작품등록일 :
2023.05.11 13:21
최근연재일 :
2023.07.05 14:3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23,960
추천수 :
750
글자수 :
655,468

작성
23.05.26 08:15
조회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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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8쪽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5

DUMMY

"어쨌거나 제 앞에선 일일이 스펙 설명 안 하셔도 됩니다. 다른 지식이면 몰라도 그쪽 연구소의 제품군은 제가 그쪽보다 훨씬 더 잘 알거든요."

"예? 저희 연구소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제품을 어떻게..."

"그 쪽 연구원들이 무기성능 테스트를 한답시고 제 몸뚱아리에 쏴 제끼거나 터트린 게 바로 이 물건들이에요. 그러니 제가 잘 모르면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


제노는 최선을 다해 언성을 높이지 않은 채, 일정한 목소리톤을 유지했다. 또한 천박한 쌍욕이나 신랄한 비속어 역시 가급적 자제하며 이성적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야만 독설과 비아냥, 그리고 약올림이 상대방에게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교육 목적만 아니었으면, 전 이딴 거 안 썼습니다."

"뭐, 뭐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이, 이딴 거라니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네요!"

"크크크, 그럼 어디 딱 말해 보십쇼. 이 소총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몇 번이나 직접 쏴봤었는지."

"...저, 저희는 군인이 아니라 기술자와 연구원일 뿐이라구요......"

"쯧쯧, 한 마디로 제대로 다룬 적이 없다는 거네. 에잉~, 그러니까 시제품이 이 모양 이 꼴이지. 도대체 사용자 중심의 설계는 어따 팔아먹었습니까? 이걸 진짜 사람이 운용하라고 만든 거 맞아요?"

"....."


그는 진솔한 감상평을 비수처럼 마구마구 꽂아댔다.


"어휴, 미군에 익숙한 AR-15 계열이면 뭐합니까? 나한테 총을 쏴 제끼던 당신네 테스터들조차 어깨 통증을 호소하더만. 게다가 한 3~4천 발 이상 발사하면 바로 기능고장이던데, 그 허접한 내구성은 여전히 그대로죠? 보나마나 요상하게 조합한 화약을 탄피 안에 잔뜩 우겨 넣은 걸 6.8mm 신형 소총탄입네~하며 입만 털었지, 정작 전체적으로 개선할 생각은 쥐뿔만큼도 안 했나 보군요."

"그, 그거야 어쩔 수 없잖아요! 괴물에게 유효한 피해를 주자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요!"

"그럼 총기 구조를 변경해서라도 반동을 줄였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또 디자인은 이게 뭡니까? 모듈화는 개뿔! 확장성은 고려도 안 했군요. 완전 엉망이네, 엉망. 제대로 할 자신 없으면 전문디자이너한테 의뢰를 하던가."

"...이이익..."


연이은 팩트 폭격에 어질어질 정신 못차리는 그녀. 그러나 제노는 적당히 봐줄 생각이 없었다.


"으휴~, 정말 세계굴지의 방산업체인 BT그룹 소속 기술진들 맞습니까? 제가 보기엔 그런 명성은 이제 과거의 영광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데요?"

"......"

"쯧쯧쯧. 재차 강조하지만 진짜 교육만 아니었으면, 차라리 50구경 반자동식 대물저격소총을 들고 투입했습니다. 용도에 따라 고폭소이철갑탄이랑 매치그레이트탄을 운용하는 편이 더욱 효과적이니까요."


일반인이 이런 말을 지껄였으면 헛소리 나불댄다며 곧장 태클을 걸었겠으나, 눈앞의 상대는 그 중량과 반동을 완벽히 무시하고도 남을 인물이었기에 그녀의 항변은 입속에서만 굴러다녔다.


'아닛! 그런 무거운 쇳덩어리를 플라스틱 장난총처럼 다루는 인간은 당신 뿐이잖아!'


이렇듯 연구성과를 철저히 부정 당한 채 부들부들 떠는 그녀. 하지만 제노는 오히려 그 모습을 흡족히 즐기는 가운데 카랑카랑한 언질을 몇 마디 덧붙였다.


"거~ 내가 딱 보니까 그쪽이 연구소로 영입된 지 1년이 될락말락 하는 거 같은데, 괜히 뭐 하나 주워 먹겠다고 저한테 말 걸지 마십쇼. 설령 세상이 괴물 천지가 된다 하더라도, 내가 그쪽 연구소랑 사이 돈독하게 지낼 일은 결코 없으니까 말입니다."

"과, 과거에 CIA와의 협동 프로젝트 도중에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었다곤 전해들었어요. 하지만..."


그녀 딴에는 우회적인 표현이라고 여겼겠으나, 이를 듣는 제노의 입장에선 참지 못할 도발이었다.


"크크크, 뭐어? 사고? 불미스러운 사고오?"


따라서 그의 이성적인 발언과 응대 또한 슬슬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캬하~, 지가 안 겪어본 일이라고 겁나 캐주얼하게 표현해대는구나~. 어이, 당신. 세탁기에 빨래 돌리듯이 원심분리기 안에 처박혀진 채로 돌려진 적 있어?"

"......"

"없지? 당연히 없겠지! 어이구~, 있을 리가 있나~. 근데 그게 니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나한테 실행한 흔한 실험 중 하나야."


팍팍 구겨진 그녀의 자존심은, 불현듯 엄습해온 공포를 잠시나마 떨쳐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오, 오늘날의 연구소는, 이전과 완벽하게 달라졌어요! 합리적인, 그리고 최고의 대우를 약속하겠습니다! 부디 제노 씨의 기이한 신체능력을 연구할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당신의 능력과 저희 연구원들의 뛰어난 기술력! 이 둘의 시너지는 방산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룩하고도 남을 겁니다!"

"푸흡, 푸하하하하!"


잠시 이마에 손을 짚은 채로 자지러지던 제노가 갑작스레 정색하며 눈빛을 차갑게 머금었다.


"이보세요, 수석연구원님. 혹시 학교에서 왕따나 괴롭힘 당한 경험은 없으십니까?"

"네?"

"현재 제 입장에서는 말입니다. 날 괴롭힌 양아치 일진 새끼가 어느날 갑자기 얼굴에 점만 찍고 나타나서 '내 죄를 깊이 뉘우쳤다. 나는 완전히 새 사람으로 거듭났다. 그러니 니가 너그럽게 용서해줘라. 과거는 과거에 불과하지 않느냐.'라는 등등의 개소리를 씨부리는 걸로 밖에 안 들리거든요?"

"......"


입꼬리만 억지로 웃는 그의 표정과, 마치 어린 아이 훈육하듯이 나긋나긋 상냥한 그의 음성. 이 둘의 조합과 더불어 분노로 빨갛게 충혈된 그의 눈동자는 그녀에게 뚜렷한 의사를 전달하고도 남았다.


"썅. 그쪽은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었으니까, 내가 지금 차분한 대화로써 경고하는 겁니다. 근데 말입니다. 딱 한 번만 더, 내가 딱히 요청하지도 않았는데도 쓸데없이 혓바닥 놀리면, '지난 과거의 불미스러운 사고'가 아주 선명하게 떠올라서 더 이상은 못 참을 것 같거든?"

"......"

"어이, 잘 들으세요, 벨라토르 그룹 산하 마키나 연구소의 데자 벨벤 수석연구원님. 내가 뚜껑 열리면 어떤 사달을 일으킬지가, 진심 그렇게나 궁금하신 거에요? 그쪽 동료들의 트라우마가 왜, 어째서, 어떤 식으로 생겨났는지. 이 자리에서 니 몸뚱이에 각인시켜줘?"


- 우드둑.


제노가 들고 있던 티타늄 합금소재의 돌격소총의 총열이, 흡사 다 마신 음료수캔처럼 쉽게 뭉그러졌다. 그리고 이런 무력시위는 그녀에게서 재빠른 사과를 이끌어냈다.


"......아니요,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무척 짧았습니다."

"당신네 그룹 대표가 은근슬쩍 사주한 건지 어쩐 건지까진 내가 잘 모르겠는데, 만약 그 놈 지시 받은 거라면 똑똑히 전달해. 한 번만 더 내 앞에서 알짱대면! 그땐 대통령이 직접 중재를 나서건 말건, 내 기필코 니 놈 새끼의 뇌수를 산 채로 뜯어낼 거라고 말이야."

"......네에......"


최후의 통첩으로 수석연구원을 구석에 몰아세운 제노는, 대괴수용 탄약과 세열수류탄을 비롯한 물품들을 한계치로 바리바리 챙긴 다음 창고를 나섰다.







* * * * *


전투 준비를 끝마친 제노가 대형 수송기에 몸을 맡긴 지 몇 분이나 됐을까? 돌연 목적지 도착을 알리는 조종사의 음성이 그가 착용한 헤드셋에서 흘러나왔다.


<제노 준위님. 약 2분 후, 작전지역 상공에 진입합니다. 강하 준비 바랍니다.>

"예얍~."


방탄헬멧까지 착용을 마친 그가 통신기에 대고서 말했다.


"헬멧캠 전원 올렸습니다. 상황통제실에 정상여부 확인 바랍니다."

<넵, 전달하겠습니다.>


조종사의 답변은 빠르게 되돌아왔다.


<영상 무선송출, 이상 무! 통제실로부터 확인 됐습니다, 준위님.>

"그럼 됐네요. 강하 준비 완료입니다. 도어 개방해주십쇼."

<롸져. 후방 램프 도어 개방합니다.>


- 지이잉...


주로 화물 수송시에 열리고 닫히는 기체 후문이 서서히 열리며, 비행기 뒤편으로 밀려나는 어두운 밤하늘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런데 때마침 강하를 보조하러 나온 부조종사가 제노의 복장을 보곤 화들짝 놀라 외쳤다.


<앗! 주, 준위님! 낙하산 미착용하셨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상남자는 그런 거 안 합니다."

<...예?! 잘못 들었습니다?>

"그럼 작전지역 투입합니다. 강하 개시."


- 타다닥. 탓.


<헉?!!!>


약 35,000ft(10,668m)가 넘는 고도에서 자유낙하를 강행한 인간은 좀처럼 보기 힘든 구경거리였다. 그건 1인칭 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상하는 군인들의 구시렁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저, 저, 저...!"

"와, 미친... 하염 없이 추락하네."

"죽을 꺼면 곱게 죽지. 저게 뭐냐?"

"애꿎은 부조종사만 정신과 상담을 받게 생겼구만?"

"어이, 이봐. 저 인간 왜 저러냐? 한때 너희 데브구르의 전설이었다며?"

"...원래 저런 분이 아니신데..."

"상부에서 차출된 이후로 변했나보지 뭐."

"쯧쯧쯧. PTSD와 조현병의 대환장 콜라보인가?"


그들의 웅성임도 잠시뿐. 그런 자살행위를 하고서도 지면에 멀쩡히 착지한 제노의 모습은 진귀하다 못해 경이로웠다.


- 피이이이이이이이이익... 쿠웅-!


"""?!!!"""


- 부스럭.


"...살아 있어? 어떻게?!"

"우, 움직인다! 움직인다고!!!"

"아니 저 충격량을 인간이 쌩으로 버틸 수 있는 거였어?!"


이어서 제노가 돌격소총을 들고 장전하는 영상과 함께 그의 목소리도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아아. 들리십니까? 본 교관이 이 정도로 소란을 피웠으므로 괴수와의 교전이 곧 시작될 겁니다. 지금부터 괴수에게 점령 당한 마을로 이동하면서 특이체 수색 및 사살을 진행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께선 본 교관의 움직임이 아닌, 레드캡스의 행동을 눈여겨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그는 이 말을 끝으로 입술을 굳게 닫은 채 어둠 속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 샤샤사사사...


1인칭 영상만으로도 엄청난 속도감이 느껴졌다. 여기서 더욱 놀라운 점은, 스피커에서 바람소리 외엔 별다른 소음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뭐지? 헬멧캠 고장 났나?"

"스피커 정상 맞아?"


기기고장을 운운하던 부대원들의 불신은, 돌격소총 블러드 벳저가 일으킨 총성 이래로 싹 사라졌다.


- 타당! 타당!

<케륵!>


기계식 더블탭에 의한 점사마다 용맹한 레드캡스들의 심장부근과 이마에 바람구멍이 시원하게 생겨나곤 했다.


- 타당! 타당! 타당! 타당! 타당! 타당!

<카흑!>

<케게켁!>

<크아륵!>


전속력으로 제노를 덮쳐오던 무리가 주로 사살 됐음에도 불구하고, 잘 익은 감처럼 나무 위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괴물의 숫자가 엄청났다.


"와씨... 암만 봐도 저 교관은 사람이 아닌데?"


어느 대원이 무심코 내뱉은 감탄은 다른 이들 또한 크게 공감하는 바였다. 백발백중의 사격솜씨야 각 특수부대에서 차출된 자신들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으나, 그 외의 나머지 부분은 인간의 범주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별도 장비 없이 저 수준의 야간사격이 가능한 사람?"

"아니 그보다 저거 뭐여. 레드캡스의 근력은 오랑우탄 못지 않다며? 그런 레드캡스들을 어린애 다루듯 상대하는 저 인간은 도대체 뭐임?"

"끙... 벨라토르 그룹이 CIA랑 손잡고 무슨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지를 대충 알 것도 같다."


마지막은 누군가의 억측이었다. 하지만 군중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단서들을 제 입맛대로 요리조리 짜맞췄고, 종국엔 그것이 진실이라 믿었다.


"...그렇군. 개조인간인가?"

"아, 그러면 오케이. 대충 납득할 수 있지."

"맞아, 그게 아니면 설명이 도저히 불가능해."

"과학기술이 언제 이만큼 진일보한 거냐?"


실상은 무슨 짓을 해도 죽지 않는 제노에게서 불사의 비밀을 캐내려던 인체실험이었으나, 여기 모여 있는 군인들이 정부 주도로 깔아뭉갠 그 진실을 알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쩝... 성공확률이 얼마나 되려나?"

"야야, 아서라. 저 사람이 뚜껑 열려서 게거품 무는 거 못 봤냐? 만약 시도했다가 재수없게시리 실패해봐라. 어디가서 하소연할래?"

"그래도 계속 쭉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혹한다 말이지. 너는 영화 주인공처럼 막 날라다니는 저 모습이 손톱만큼도 안 부럽냐?"

"......크흠... 절대 아니라고는 부정 못하겠다야."


왜곡된 정보가 사람들에게 현실로 두런두런 인식되면서 대회의실 분위기가 부쩍 소잡해졌다.


아무래도 위험한 실전투입이 아닌 시청각 교육으로 우선 진행되다보니, 괴수의 위험수준을 간접체험 해보라는 제노의 호의가 흐지부지 된 모양이었다.


"흠흠, 너무 소란스럽군."


결국 참다 못한 테런스 중령이 대표로 나서서 한 마디하려고 했다. 그러나 제노의 전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 퍼엉-!


스피커에서 크게 터져나온 폭발음. 그리고 영상촬영 이래로 처음 뿜어져 나온 제노의 앓는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대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커흑... 아오, 시부랄 거. 드럽게 아프네.>


이윽고 제노의 시야를 따라 움직인 헬멧의 카메라 렌즈가 어느 한 인영을 담아냈다.


<어라? 완전 애새끼였잖아?>


주변이 활활 불타오르는 상태였기에, 매우 또렷하게 찍힌 대상의 모습은, 테런스를 비롯한 군인들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앳된 소년. 누가 봐도 16세 미만의 꼬마.

으레 멕시코의 시골지역에서 흔하게 마주칠 법한 평범한 인상의 소년이 제노를 적대시하고 있었다.


<니미 쉬뿔... 하필 빌붙어도 애새끼한테 빌붙어 있냐? 꿈자리 사납게시리. 쯧.>

<@#$!!@#!#!>


의문의 소년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떠들어 대며, 마치 불 붙은 작대기 같은 형태의 장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 팡!

<어잇쿠!>


큰 충격파를 가까스로 회피한 제노 앞에, 두 번째 충격파가 연달아 덮쳐왔다.


<아! 쫌!>

- 퍼펑!


이번엔 억센 물리력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 장대한 힘의 파장은 제노의 몸에 적중됨과 동시에 담황색 불꽃을 흉측하게 피어냈다.


- 화라라락...


발화의 원리조차 불분명한 화염 덩어리는, 그 위력조차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것은 마치 백린(白燐)처럼 제노의 몸에 끈끈하게 눌러붙은 것도 모자라, 그의 전투복은 물론 피부 아래의 지방층까지 녹일 기세로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끄아아아!!! 야잇, 호로 새끼야! 느그 집엔 삼촌도 읎냐?! 가아아아악!!!>


- 뚝. 치직, 치지지직.


제노의 헬멧캠이 망가지기 직전에 송신한 데이터는 이 비명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상황이 주옥처럼 돌변했음을 인지한 군인들 사이에 혼란이 맴돌 조짐이 보였다.


"설마... 죽었어?"

"에이, 그럴 리가. 낙하산 없이 추락해도 멀쩡했던 양반이잖아."

"맞아. 헬멧캠만 고장나난 거겠지."

"그, 그렇겠지?"


"모두 잡담 그만!!!"


드디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테런스 중령이 단호한 일갈로써 좌중을 압도했다.


"자네들은 여기 놀러 왔나?"

"""아닙니다!"""


"군인이면 군인답게 행동해! 난 각 부대에서 에이스를 받았지, 덜 떨어진 얼간이를 받은 적은 없다!"

"""예,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괴수 섬멸작전에 돌입하겠다."

"""......"""


대원들에게서 짙은 망설임을 느낀 테런스는, 다소 비겁하더라도 효과가 만점인 처방전을 사용했다.


"설마 두렵나? 만약 임무에서 도망치고 싶은 자들은 당장 내 앞으로 달려나오도록. 동료의 발목이나 붙잡을, 그런 '겁쟁이'들은 내 쪽에서 사양이다."

"""......"""


공개적으로 '겁쟁이'란 단어가 언급된 이상, 군인들은 서로의 눈치만 볼 뿐, 몇 초의 시간의 흘러음에도 탈주 희망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워낙 기본 바탕부터 마초로 얼룩진 미국 문화였던 데다가, 여기 모인 개개인들은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특수부대 소속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도망치는 순간, 비겁자 낙인이 찍힌다!'

'겁많은 계집얘라며 동료들한테 두고두고 놀림 당할 게 뻔해!'

'젠장, 이거 완전 외통수인데?'


역시나 상남자들은 목숨보다 자존심, 아니 명예를 선택했고, 이런 분위기에 크게 만족한 테런스 중령은 재빠르게 출동을 명령했다.


"좋아. 다행히 다들 용감한 군인들이었군! 그럼 각자 장비를 챙겨 배정된 수송기에 오르도록. 5분 후 출발이다, 이상."

"""옛썰!"""


- 우르르르르르르...


그렇게 모두의 등을 떠밀다시피한 중령은, 서둘러 대회의실을 나서며 상황통제실에 전화를 걸었다.


"통제실, 내가 가기 전까지 감시위성 연결해서 작전지역으로 렌즈 돌려 놔. 뭐어? 새까만 매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안 돼? 쯧, 애먼 핑계는 됐고! 어떻게든 상황파악할 수 있게끔 조치해! 아오, 그럼 당장 무인항공기라도 띄우던가!!!"


점점 멀어지는 그의 노성을 듣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해리와 달리아. 그들은 눈치껏 움직이는 윌리엄의 도움을 받아 상황실 안으로 조용히 따라 들어갔다.


작가의말

▶ 난 내 글이 재밌다능! (자기최면을 반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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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6 +2 23.07.05 161 7 14쪽
100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5 +2 23.07.05 156 7 17쪽
99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4 +2 23.07.05 157 7 14쪽
98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3 +2 23.07.05 157 7 12쪽
97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2 +2 23.07.05 156 7 12쪽
96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1 +2 23.07.05 162 7 17쪽
95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8 +2 23.07.04 157 7 12쪽
94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7 +2 23.07.04 156 7 12쪽
93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6 +2 23.07.03 211 6 13쪽
92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5 +2 23.07.03 156 6 13쪽
91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4 +2 23.07.01 156 7 14쪽
90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3 +2 23.06.30 156 7 14쪽
89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2 +2 23.06.30 157 7 11쪽
88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1 +2 23.06.29 160 7 12쪽
87 [시즌1] 비애(sorrow) - 9 +2 23.06.28 155 7 12쪽
86 [시즌1] 비애(sorrow) - 8 +2 23.06.28 157 7 12쪽
85 [시즌1] 비애(sorrow) - 7 +2 23.06.28 158 7 12쪽
84 [시즌1] 비애(sorrow) - 6 +2 23.06.28 159 7 13쪽
83 [시즌1] 비애(sorrow) - 5 +2 23.06.28 156 7 14쪽
82 [시즌1] 비애(sorrow) - 4 +2 23.06.28 158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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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시즌1] 주입(injection) - 7 +2 23.06.24 168 7 12쪽
63 [시즌1] 주입(injection) - 6 +2 23.06.23 172 7 12쪽
62 [시즌1] 주입(injection) - 5 +2 23.06.23 169 8 12쪽
61 [시즌1] 주입(injection) - 4 +2 23.06.23 169 8 13쪽
60 [시즌1] 주입(injection) - 3 +2 23.06.22 174 8 14쪽
59 [시즌1] 주입(injection) - 2 +2 23.06.22 176 7 18쪽
58 [시즌1] 주입(injection) - 1 +2 23.06.22 179 7 14쪽
57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7 +2 23.06.21 180 8 16쪽
56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6 +2 23.06.21 183 7 14쪽
55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5 +2 23.06.20 184 8 13쪽
54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4 +4 23.06.20 186 7 14쪽
53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3 +2 23.06.19 195 7 13쪽
52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2 +2 23.06.17 187 8 16쪽
51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1 +2 23.06.16 197 8 13쪽
50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10 +2 23.06.15 188 7 18쪽
49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9 +2 23.06.15 193 7 16쪽
48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8 +2 23.06.14 196 8 17쪽
47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7 +2 23.06.13 198 6 16쪽
46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6 +2 23.06.12 198 6 14쪽
45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5 +2 23.06.10 198 7 12쪽
44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4 +2 23.06.09 197 7 12쪽
43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3 +2 23.06.08 200 6 15쪽
42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2 +2 23.06.07 204 8 12쪽
41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1 +2 23.06.06 210 8 13쪽
40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9 +2 23.06.05 217 7 16쪽
39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8 +2 23.06.04 214 7 15쪽
38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7 +2 23.06.03 217 7 17쪽
37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6 +2 23.06.02 228 7 14쪽
36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5 +3 23.06.01 226 7 15쪽
35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4 +2 23.05.31 226 6 15쪽
34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3 +2 23.05.30 227 7 13쪽
33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2 +4 23.05.30 226 6 13쪽
32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1 23.05.29 238 8 12쪽
31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8 +2 23.05.28 241 6 12쪽
30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7 23.05.27 235 6 12쪽
29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6 +2 23.05.26 238 6 14쪽
»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5 +4 23.05.26 243 6 18쪽
27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4 +2 23.05.25 247 6 14쪽
26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3 +2 23.05.25 257 6 16쪽
25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2 +2 23.05.24 256 7 15쪽
24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1 23.05.24 264 5 11쪽
23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8 +2 23.05.23 265 6 12쪽
22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7 23.05.22 268 5 15쪽
21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6 +2 23.05.22 278 5 14쪽
20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5 +2 23.05.21 288 5 14쪽
19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4 23.05.21 279 5 14쪽
18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3 +2 23.05.20 285 7 15쪽
17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2 23.05.20 298 5 14쪽
16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1 23.05.19 303 8 15쪽
15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6 23.05.19 308 6 16쪽
14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5 +2 23.05.18 331 7 13쪽
13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4 23.05.18 331 7 15쪽
12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3 23.05.17 345 6 15쪽
11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2 +2 23.05.17 362 8 13쪽
10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1 23.05.16 391 8 14쪽
9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6 23.05.16 383 8 17쪽
8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5 23.05.15 390 8 12쪽
7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4 23.05.15 396 8 13쪽
6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3 +2 23.05.14 404 9 14쪽
5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2 +2 23.05.13 428 9 15쪽
4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1 +2 23.05.12 471 10 14쪽
3 [시즌1] 인공적인 재난(man-made disaster) - 2 +2 23.05.11 507 11 12쪽
2 [시즌1] 인공적인 재난(man-made disaster) - 1 +2 23.05.11 651 12 11쪽
1 [프롤로그] 싱거운 농담(corny joke) 23.05.11 746 1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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