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느림뱅이 님의 서재입니다.

The Root : 다섯 번째만 4회차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현대판타지

완결

느림뱅이
작품등록일 :
2023.05.11 13:21
최근연재일 :
2023.07.05 14:3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23,992
추천수 :
750
글자수 :
655,468

작성
23.06.26 08:15
조회
167
추천
7
글자
17쪽

[시즌1] 주입(injection) - 10

DUMMY

* * * * *


남은 생존자들을 구하며 이동하기를 20여 분. 어느덧 무리는 제노와 전투로봇을 제외하고 8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흠... 좋은데, 마냥 좋지가 않아."


레이나는 무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상태에서 후방 경계중인 제노의 나지막한 혼잣말에 의문을 표했다.


『 레이나는. 이유가. 궁금. 합니다. 』

"그냥 좀 그래서."

『 구출. 임무는. 순탄. 합니다. 』

"알지.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다 구해냈고, 딱히 큰 위협도 없고."


제노가 도착하기 전에 용감하게 탈출을 시도하다가 감염체들에게 당했다거나, 너무 늦어 치료제가 소용 없었다거나, 희망을 잃고 스스로 자살한 경우 등의 예외를 제외하면 모두 다 구출해낸 상태였다.


『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까? 』

"어. 너무 순조로워. 그게 문제야."

『 레이나는. 재차. 반문. 합니다. 』

"내 인생이 순조로울 리가 없거든. 이런 골치 아픈 사건과 엮였을 때는 특히 말이야."

『 운명은. 비논리적. 주장. 입니다. 』

"비논리적이라니? 님아, 통계도 모르심?"

『 주관적. 통계. 수치는. 논리의. 근거로. 불충분. 합니다. 』

"믿어라. 사전에 정의된 단어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여~."

『 비과학적. 입니다. 』

"어허~, 최고 관리자님께서 그렇다면 그런 줄로 알아야지~."

『 억지. 강요. 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임시.... 』


몇 초간 뚝 끊겼던 레이나의 말이 다시금 이어졌다.


『 경고! 격리구역. 강제. 해제! 고위험. 미분류. 개체. 고속. 이동중! 』

"그러췌~! 역시나 이변은 없었구나! 다시는 운명을 무시하지 마라, 레이나~."

『 농담. 중단을. 요구! 개체와. 조우. 예상시간. 180초. 미만! 신속한. 이동을. 제안. 합니다! 』

"일단 경보 울려봐. 괜히 뻘쭘해지기 싫다."

『 명령. 수행. 』


- 왜애애애애애앵~.


난데 없는 경보음과 무섭게 번쩍번쩍 거리는 적색등. 그리고 안쪽부터 하나둘 씩 내려오기 시작한 격벽들의 모습에 생존자 무리가 어리둥절해 했고, 제노는 그런 그들을 향해 고함쳤다.


"도망쳐!!!"

"""히이익!!!"""


적절한 시청각 효과는 긴장의 끈이 살짝 풀렸던 생존자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흐흐, 성능 확실하구만. 역시 같은 말이라도 분위기가 따라줘야 훨씬 효과적이라니깐?"


제노는 숨을 헐떡이며 선두로봇을 뒤따라 달리는 무리의 모습을 등지고 우뚝 섰다.


"레이나, 몇 초 남았냐?"


그녀는 답변보다 먼저 그의 행동을 질타했다.


『 무모. 합니다. 』

"이햐~, 내 걱정해주는 거야? 이거 감동인데?"

『 이제. 임시. 최고. 관리자의. 생존은. 레이나의. 항상성과. 직결. 합니다. 』

"쯧쯧, 솔직하지 못한 녀석~. 알고 보니 우리 레이나는 새침떼기였네~?"


제노의 말장난에도 불구하고 기초 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레이나의 경고는 멈추지 않았다.


『 위험. 합니다. 중도 포기와. 빠른. 이탈을. 권장. 합니다. 』

"난 괜찮아. 정화 프로토콜조차 어찌저찌 버텨낼 가능성이 있는 놈이라며? 그럼 말끔히 치우는 게 맞아."

『 그래도. 지하. 5km. 아래의. 생매장. 입니다. 상대적으로. 안전. 합니다. 』

"내가 아무리 말려도 기어이 몰래 파헤칠 군상들이 저 위쪽에 널렸어. 확실하게 처분해야 나중에 뒷탈 없다."

『 하지만. 인간은. 개별적. 상대불가. 입니다. 최우선. 격리. 조치된. 피실험체는. 매우. 강력. 합니다. 』

"응~, 비스무리한 거 신물나게 겪어봤어~."

『 당신의. 허세. 부적절. 합니다. 』


레이나는 제노가 이동을 멈췄을 때 따로 빼둔 무인전투로봇 5대를 그의 앞쪽으로 움직였다.


"야, 이 오빠 못 믿니?"

『 긍정. 100%. 입니다. 』

"아따 되게 서운하다야~."

『 장난. 중단을. 요구. 재고를. 거듭. 요청. 합니다. 』

"그래서 몇 초 남았다고?"

『 60초. 미만. 입니다. 』

"오케이. 곧 등장하시겠군."

『 현재. 5기로. 최대. 45초. 지연. 가능. 합니다. 도주를. 권장. 합니다. 』

"45초?"


발목을 붙잡은 시간이 겨우 45초라면, 생존자들이 지상에 오르기 전에 무조건 당한다고 봐야했다.


"흠, 미안한데 난 이걸 꼭 처리해야겠다."


레이나는 퀴에스 영역에서 RPG를 꺼낸 뒤 로봇들과 나란히 서는 제노의 고막을 때리다시피 음향을 키웠다.


『 휴먼! 제정신! 입니까?! 』

"하하하, 진정해. 이 훌륭한 전투로봇 5기로도 고작 1분을 못 버티는 놈이라면, 어느 마족의 하수인일 가능성이 크거든."

『 당신의. 유언은. 엉뚱. 합니다.』

"거참. 최고 관리자에 대한 믿음이 이래 부실해서야. 쯧쯧쯧."


가볍게 혀를 찬 제노는 거치적대는 격벽을 차례차례 바수며 질주해오는 검은 물체를 정조준했다. 그리곤 그와 괴물 사이의 마지막 격벽이 부서지는 찰나를 노렸다.


"어디 간 좀 볼까~?"


- 딸깍. 푸슈아아아아아아!


발사된 탄두는 사족보행 그림자의 중심에 정확히 도달했다.


- 퍼엉!


하지만 접촉 직전에 푸스르름한 장막이 타원형 방패 형태로 생성되어 폭발을 막아냈다.


"얼라리? 마법을 쓴다고?"


그는 뿌연 연기를 가르며 나온 대상을 빠르게 훑었다.


"하이구야~, 카우보이가 따로 없구만?"


어깨 높이가 2m, 몸길이가 거의 4m 내외인 네발 괴수는, 바티카에 감염된 '아메리카 들소' 쯤으로 어렵지 않게 예상됐다. 그러나 그것에 올라탄 키 2.8m 인간형 괴물의 정체를 도무지 좀 잡을 수가 없었다.


"허허이~, 처음 보는 생명체가 나타날 줄이야~. 이거 자칭 괴수 전문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네~. 앞으론 너무 으스대지 말고 겸손하ㄱ..."


그때 인간형 괴물이 생성한 길이 1m의 푸른 기운이 투창처럼 쏘아졌다.


- 쐐액-!


"흡!"


- 터엉!


제노가 서 있던 자리에 팔뚝만한 구멍을 남긴 기운 덩어리는 몇 초만에 스르륵 사라졌다.


『 미확인. 에너지. 공격. 입니다. 』

"엣헴. 하드디스크에 잘 적어둬, 레이나. 저건 마나라는 거란다~."

『 미확인. 에너지를. 마나로. 규정. 합니다. 』

"그나저나 우리 마왕님께서 조용하신 걸로 봐선 마족이나 그 따까리는 아닌 것 같다."

『 의미. 불명. 추가. 정보를. 요청. 합니다. 』

"미안한데 친절히 대꾸해줄 시간이 없다."

『 전투를. 보조. 합니다. 』


전투로봇들은 때마침 속력을 높이기 시작한 들소 감염체에게 미니건 또는 기관포로 응사했다.


- 투투퉁퉁퉁퉁.

- 타라라라라락.


여느 때라면 몇 초 안에 고기 덩어리로 화했어야 마땅했지만, 들소 감염체에 올라탄 기수가 전방에 생성한 푸른막이 그 모든 것을 튕겨냈다.


- 티디디디디딩.


전투로봇의 화력을 무시하며 가속에 가속을 더하는 감염체. 제노는 우측으로 바짝 붙어서 달렸다.


- 탓. 탓. 탓. 탓..


그러다 괴물이 그에게 팔을 뻗는 타이밍을 노려 벽을 박차고 제비를 돌았다.


- 부웅~.


타워쉴드 같은 보호막의 사각지대를 공격하기 위한 행동. 그가 마침내 고폭소이철갑탄을 빠르게 뿌려대자, 인간형 괴물은 이쪽이 조금 더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푸른막을 신속히 움직였다.


- 타다다다당!

- 터더더더덩!


공격은 보기 좋게 막혔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이를 기점으로 활짝 오픈된 공간을 향해 전투로봇들의 총알이 빗발쳤기 때문이었다.


- 트라라라라락!


【음머어어어!】

【그어어!】


들소 감염체는 50구경 총탄 세례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며 그대로 절명했고, 기수는 가속과 중력에 힘입어 바닥을 철푸덕 뒹굴렀다.


『 활력 징후(Vital Signs)를. 확인. 매우. 경이로움. 추가. 공격을. 속행. 합니다. 』


전투로봇 5기가 인간형 괴물를 반원으로 에워쌌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미니건들이 총알을 내뿜는 소리와 괴물의 비명이 한데 섞여 울렸다.


- 트라라라라락!


【그어어어어!】


그러나 놀랍게도 그 무수한 총알들은 괴물의 더러운 곰팡이 덩어리를 쓸어내는 것 이상의 위력를 발휘하지 못했다. 괴물이 푸른 마나를 온몸에 퍼트려 방어해낸 까닭이었다.


"...악어?"


이를 지켜보던 제노의 짤막한 감상이었다. 듬성듬성 겉으로 드러난 괴물의 형체가 딱 그러했던 것이다.


"악어가 이족보행으로 진화하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데... 헉?! 설마 이 미친 과학자 놈들이 기어이 인간이랑 악어를!"


제노는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퍼리 팬덤(furry fandom)을 최종 흑막으로써 의심하기 시작했지만, 레이나는 그것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 부정. 이종교배. 연구. 데이터. 전무. 합니다. 』

"아, 진짜?"

『 또한. 바티카는. 숙주. 이성의. 마비. 그리고. 공격성의. 증폭에만. 관여. 합니다. 』

"아아, 맞다. 맞다. 그랬었지."


곰팡이균과 마나는 무관계. 고로 이 악어 괴물은 바티카에 감염되기 이전부터 마나를 숨쉬듯 자유로이 다룰 수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럼 이건 대체..."


안타깝게도 느긋하게 따질 틈이 없었다. 전투로봇들의 탄약이 이내 고갈됐기 때문이었다.


- 타라라라... 틱. 틱. 틱. 틱.


【크르르르르...!】

"오우, 쉣."


제노가 급히 사격을 시작했지만, 분노 게이지 MAX를 찍은 괴물이 다족보행 전투로봇을 한 손에 하나씩 거머쥐고 일어난 상태였다.


【크아아아!】


왼손의 로봇은 방패로, 오른손의 로봇은 철퇴처럼 활용했다.


- 부웅! 부우웅!


마구잡이로 휘둘렀다면야 대수롭지 않았을 것이나, 이성을 상실한 이 괴물의 공격은 전혀 달랐다. 본능 깊숙이 새겨진 동작 하나하나는 그가 얼마나 완숙한 전사였는지를 몸소 증명하고 있었다.


'허미, 시바.'


약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연속 공격. 왜 그렇게 레이나가 학을 떼며 경고했었는지가 쉬이 납득됐다. 어쩌면 현재 상황을 지켜보며 '내가 뭐랬습니까, 휴먼?'이란 의사를 표현하고 싶어 할지도 몰랐다.


'모양 빠지게 절대로 그럴 순 없지!'


재장전을 포기한 제노는 대구경 자동소총의 총열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곤 장외 홈런을 노린 타자처럼 총이 바스러지도록 악어 괴물의 허리를 강타했다.


- 뻐걱!

【크흡!】


충격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상체가 앞으로 쏠린 악어 괴물. 이 기회를 놓칠 세라 괴물의 팔을 붙잡아 2m 전방의 벽쪽으로 던졌다.


- 후웅, 쾅!


이때 제노가 던진 것이 하나 더 있었다.


- 투둑.

【?!】


예쁘게 묶인 세열수류탄 8개. 괴물의 입장에선 애석하게도 그 가운데 불량이 없었다.


- 퍼버버버버버버벙!


후방으로 몸을 날렸다가 잽싸게 일어난 제노는, 희뿌연 화약연기 속으로 RPG를 3발 연거푸 발사했다.


- 콰앙! 콰앙! 콰앙!


남들 보기에 다소 과하다 싶을지라도 그의 입장에선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수류탄에 움찔했다.'


무의식적으로 위험을 인지할 만큼, 악어 괴물이 현대 화기에 충분히 익숙하다는 뜻. 겨우 3발 밖에 날리지 못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진짜로 뭐지? 저 놈은 지구의 심해에서 사는 종족도 아니잖아?'


갑자기 이 연구시설의 배후가 누군지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했다. 그러나 바티카에 의해 두뇌가 망가질 대로 망가진 괴물과의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할 터. 우선 도시의 위협이 되지 않도록 확실히 처치하고 나서 다른 단서를 찾아야 했다.


- 우웅~.


이내 연기가 걷히고 악어 괴물의 모습이 나타났다. 과연 그의 예상대로 마법 방패를 이용해 좀 전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낸 상태였다.


"쯧! 이쯤 되니까, 도대체 어떻게 바티카에 감염됐는지가 더 궁금해진다!"

【크르르르...】


그래도 나름대로의 진전은 있었다. 그건 방패의 푸르스름한 색이 처음 조우했을 당시에 비해 많이 흐릿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얼래? 단물 다 빠졌네? 프흐흐흐! 어이~, 아저씨! 빠떼리가 다 됐나봐? 님 마나 없음?"

【...크라와악!】


괴물의 고성은 본격적인 육탄전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합금으로 이뤄진 벽이 움푹 패이는 물리력이 둘 사이에 쉼없이 오갔다.


- 뻐걱! 파각!


레이나의 사전분석 상으론 2.2m의 제노가 2.8m의 인간형 괴물에게 후두려 맞다가 사망하는 결과로 이어져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실제 벌어지는 양상은 전혀 달랐다.


악어 괴물이 일명 '마나'라고 정의된 힘을 사용하지 않으면, 치열한 공방에서 수세로 몰리는 건 언제나 제노가 아닌 괴물 쪽이었던 것이다.


- 퍼억!

【큽!】


충격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난 괴물이 적절한 기회를 재듯이 제노를 노려봤다.


【크르르...】


고작 몇 미터 거리에서 살얼음판길을 걷듯 대치하던 그때, 갑자기 제노의 내면이 웅웅 울리며 루카스가 참견해왔다.


"어허, 이 양반이 갑자기 왜 이래? ...엥? 저게 뭔지 알 것도 같다고? 그래서 자세히 관찰하고 싶으시다?"


루카스의 목소리에 조금 더 집중하던 그가 고개를 이내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잇... 이 양반아, 그래도 그건 아니지! 우리 계산은 확실히 합시다. 3코인 어때심, 딜? ...어허~, 노노! 에이~, 적어도 2개는 주셔야지~."


레이나가 관리자의 보유질병 항목란에 '정신분열증'을 추가할지 말지를 검토하던 그때, 제노의 입술이 다시금 활짝 열렸다.


"...으헛? 진짜로?!"


퀴에스로 향하는 대형 차원문을 복수 생성할 수 있도록 능력을 한 단계 상향해주겠다는 루카스의 화끈한 약속. 그리고 제노는 그것의 무궁무진한 활용가능성을 매우 잘 알았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제안을 덥썩 물었다.


"아이쿠우~, 나으리~!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아무쪼록 좋은 시간 되십쇼~!"

【......???】


뭐가 됐든지 간에, 뜬금 없이 손바닥을 샥샥 비비며 허리를 굽실거리는 그의 행동은, 괴물의 시각에선 아주 완벽한 빈틈이었다.


【크아아아!】


순식간에 거리를 무섭게 좁혀온 악어 괴물의 손엔, 어느샌가 마나로 반짝 생성한 푸른색 창이 들려 있었다.


- 쐐애애액!


제노의 목젖 아래를 꿰뚫고자 날아드는 창끝. 그러나 도착지점에 서 있는 표적은 더 이상 제노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 퉁-.


루카스가 튕긴 검지에 맞은 창, 아니 길쭉한 마나 덩어리는 한순간에 모래처럼 바숴졌다.


【?!】


괴물의 눈언저리가 크게 번쩍 떠졌다. 하지만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루카스의 주먹을 피할 길은 없었다고 하겠다.


- 쾅-! 쿠과과과과과과....


삽시간에 80m를 날아가 벽에 부딪친 악어 괴물의 복부엔, 매우 커다란 바람구멍이 흉흉하게 뚫려 있었다.


【......끄어어어엌... 허어어어업...】


통증을 관장하는 뇌 중심부 하단 영역이 다 죽어가는데도 불구하고, 부상을 통해 뚜렷히 전달되는 고통의 크기가 엄청났다. 허나 그것은 루카스의 마기가 강제로 끄집어낸 원초적 두려움의 크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 ■■...■■■....】


문득 제정신이 든 악어 괴물이 내뱉는 말은 지구상의 언어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의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온 루카스는 그것을 정확히 알아들었을 뿐더러, 의사소통까지 원활히 행하고 있었다.


【...드디어... 뵈옵...나이다...】

【이상하군. 아스테라에 있어야 할 너희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거지?】

【...저, 저희 트로돈에... 용서와... 자비를... 베푸사...】

【내 물음에 답하라.】

【...부디... 저희... 종족에게... 용서와... 자비를...베ㅍ...】


숨이 멎기 직전이라서였을까? 이종족의 회광반조는 거기서 끝이었다.


【크아아아악!!!】


루카스는 이성을 잃고서 달려드는 트로돈 전사에게 평안한 죽음을 선고했다.


- 떠엉-!


바닥을 뚫는 것도 모자라, 우물보다 깊은 크리에이터를 만들어낸 가공할 위력.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도망치던 생존자 무리 중엔, 이것을 연구시설의 붕괴징후로 여기고 크게 식겁한 사람이 더러 있었을 정도였다.


『 최고. 관리자의. 재평가를. 실행. ...분석중... 위험도. 평가. 오류. 측정 불가. 』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찰 드론으로 목도한 레이나는, 본인은 인간이 아니라던 제노의 장난스런 발언을 거짓 없는 사실로써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 결론. 레이나의. 승률. 제로. 』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7 루이미너스
    작성일
    23.06.26 11:13
    No. 1

    악어에서 트로돈을 예상했다...그리고 왜 여깄냐 너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느림뱅이
    작성일
    23.06.26 11:45
    No. 2

    1부를 안 읽어도 상관 없지만,
    읽은 독자들을 위한 요소도 가미하면서 스토리 짜느라... 머리카락을 많이 잃었습니다.

    그리고 트로돈이 지구에 있는 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The Root : 다섯 번째만 4회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5 [시즌1 - 완결 후기] 자문자답 Q&A +4 23.07.05 162 8 8쪽
104 [시즌1 에필로그] 선풍(sensation) - 2 +2 23.07.05 167 7 19쪽
103 [시즌1 에필로그] 선풍(sensation) - 1 +2 23.07.05 170 7 16쪽
102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7 +2 23.07.05 162 7 15쪽
101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6 +2 23.07.05 161 7 14쪽
100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5 +2 23.07.05 156 7 17쪽
99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4 +2 23.07.05 157 7 14쪽
98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3 +2 23.07.05 158 7 12쪽
97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2 +2 23.07.05 156 7 12쪽
96 [시즌1] 천벌(Divine Punishment) - 1 +2 23.07.05 162 7 17쪽
95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8 +2 23.07.04 157 7 12쪽
94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7 +2 23.07.04 156 7 12쪽
93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6 +2 23.07.03 212 6 13쪽
92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5 +2 23.07.03 156 6 13쪽
91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4 +2 23.07.01 156 7 14쪽
90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3 +2 23.06.30 157 7 14쪽
89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2 +2 23.06.30 158 7 11쪽
88 [시즌1] 강제 퇴거(Forced eviction) - 1 +2 23.06.29 160 7 12쪽
87 [시즌1] 비애(sorrow) - 9 +2 23.06.28 155 7 12쪽
86 [시즌1] 비애(sorrow) - 8 +2 23.06.28 157 7 12쪽
85 [시즌1] 비애(sorrow) - 7 +2 23.06.28 159 7 12쪽
84 [시즌1] 비애(sorrow) - 6 +2 23.06.28 159 7 13쪽
83 [시즌1] 비애(sorrow) - 5 +2 23.06.28 157 7 14쪽
82 [시즌1] 비애(sorrow) - 4 +2 23.06.28 158 7 13쪽
81 [시즌1] 비애(sorrow) - 3 +2 23.06.28 160 7 13쪽
80 [시즌1] 비애(sorrow) - 2 +2 23.06.28 159 7 15쪽
79 [시즌1] 비애(sorrow) - 1 +2 23.06.28 162 6 13쪽
78 [시즌1] 참조(reference) - 9 +2 23.06.28 157 7 14쪽
77 [시즌1] 참조(reference) - 8 +2 23.06.28 156 8 14쪽
76 [시즌1] 참조(reference) - 7 +2 23.06.28 158 8 13쪽
75 [시즌1] 참조(reference) - 6 +2 23.06.28 159 8 12쪽
74 [시즌1] 참조(reference) - 5 +2 23.06.28 158 8 18쪽
73 [시즌1] 참조(reference) - 4 +2 23.06.28 158 8 15쪽
72 [시즌1] 참조(reference) - 3 +2 23.06.28 162 9 15쪽
71 [시즌1] 참조(reference) - 2 +2 23.06.27 164 7 11쪽
70 [시즌1] 참조(reference) - 1 +2 23.06.27 164 7 12쪽
69 [시즌1]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Behind story) +2 23.06.26 165 7 12쪽
68 [시즌1] 주입(injection) - 11 +2 23.06.26 168 7 14쪽
» [시즌1] 주입(injection) - 10 +2 23.06.26 167 7 17쪽
66 [시즌1] 주입(injection) - 9 +2 23.06.24 166 7 14쪽
65 [시즌1] 주입(injection) - 8 +2 23.06.24 170 7 14쪽
64 [시즌1] 주입(injection) - 7 +2 23.06.24 168 7 12쪽
63 [시즌1] 주입(injection) - 6 +2 23.06.23 172 7 12쪽
62 [시즌1] 주입(injection) - 5 +2 23.06.23 169 8 12쪽
61 [시즌1] 주입(injection) - 4 +2 23.06.23 169 8 13쪽
60 [시즌1] 주입(injection) - 3 +2 23.06.22 174 8 14쪽
59 [시즌1] 주입(injection) - 2 +2 23.06.22 176 7 18쪽
58 [시즌1] 주입(injection) - 1 +2 23.06.22 179 7 14쪽
57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7 +2 23.06.21 180 8 16쪽
56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6 +2 23.06.21 183 7 14쪽
55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5 +2 23.06.20 184 8 13쪽
54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4 +4 23.06.20 186 7 14쪽
53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3 +2 23.06.19 195 7 13쪽
52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2 +2 23.06.17 187 8 16쪽
51 [시즌1] 공헌도(contribution) - 1 +2 23.06.16 197 8 13쪽
50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10 +2 23.06.15 190 7 18쪽
49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9 +2 23.06.15 193 7 16쪽
48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8 +2 23.06.14 196 8 17쪽
47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7 +2 23.06.13 198 6 16쪽
46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6 +2 23.06.12 198 6 14쪽
45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5 +2 23.06.10 198 7 12쪽
44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4 +2 23.06.09 197 7 12쪽
43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3 +2 23.06.08 200 6 15쪽
42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2 +2 23.06.07 204 8 12쪽
41 [시즌1] 양방향(interactive) - 1 +2 23.06.06 210 8 13쪽
40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9 +2 23.06.05 217 7 16쪽
39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8 +2 23.06.04 214 7 15쪽
38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7 +2 23.06.03 217 7 17쪽
37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6 +2 23.06.02 229 7 14쪽
36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5 +3 23.06.01 227 7 15쪽
35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4 +2 23.05.31 227 6 15쪽
34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3 +2 23.05.30 227 7 13쪽
33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2 +4 23.05.30 226 6 13쪽
32 [시즌1] 힘의 논리(The logic of power) - 1 23.05.29 240 8 12쪽
31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8 +2 23.05.28 243 6 12쪽
30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7 23.05.27 235 6 12쪽
29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6 +2 23.05.26 239 6 14쪽
28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5 +4 23.05.26 243 6 18쪽
27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4 +2 23.05.25 247 6 14쪽
26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3 +2 23.05.25 257 6 16쪽
25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2 +2 23.05.24 256 7 15쪽
24 [시즌1] 현실부정(Reality denial) - 1 23.05.24 264 5 11쪽
23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8 +2 23.05.23 265 6 12쪽
22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7 23.05.22 268 5 15쪽
21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6 +2 23.05.22 279 5 14쪽
20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5 +2 23.05.21 290 5 14쪽
19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4 23.05.21 279 5 14쪽
18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3 +2 23.05.20 285 7 15쪽
17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2 23.05.20 298 5 14쪽
16 [시즌1] 동병상련(misery loves company) - 1 23.05.19 303 8 15쪽
15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6 23.05.19 308 6 16쪽
14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5 +2 23.05.18 331 7 13쪽
13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4 23.05.18 332 7 15쪽
12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3 23.05.17 345 6 15쪽
11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2 +2 23.05.17 363 8 13쪽
10 [시즌1] 대중망상(mass hysteria) - 1 23.05.16 391 8 14쪽
9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6 23.05.16 383 8 17쪽
8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5 23.05.15 391 8 12쪽
7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4 23.05.15 396 8 13쪽
6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3 +2 23.05.14 404 9 14쪽
5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2 +2 23.05.13 428 9 15쪽
4 [시즌1] 나그네가 멈춰선 도시(Wandering Man) - 1 +2 23.05.12 471 10 14쪽
3 [시즌1] 인공적인 재난(man-made disaster) - 2 +2 23.05.11 508 11 12쪽
2 [시즌1] 인공적인 재난(man-made disaster) - 1 +2 23.05.11 652 12 11쪽
1 [프롤로그] 싱거운 농담(corny joke) 23.05.11 747 1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