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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무 님의 서재입니다.

브레이너스(두 개의 두뇌를 가진 사람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이진무
작품등록일 :
2020.03.03 09:45
최근연재일 :
2020.06.19 06:00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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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0,172

작성
20.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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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제 58화 황제컴퓨터

DUMMY

제 58화 황제컴퓨터



상재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범호와 동민은 주먹을 쥐고 레몬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더 이상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레몬은 고개를 숙이고 세 사람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범호와 동민은 손을 내렸다. 이제 와서 복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은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더 중요했다. 범호는 말했다.


“좋습니다. 이제 와서 따져서 무엇 하겠습니까? 한명이라도 사람이 더 필요한 세상입니다. 그런데 엔터빌딩에는 어떻게 들어갔었습니까? 브레이너들이 득실거려서 접근하기도 어려운 곳입니다. 그곳에서 무엇을 했던 겁니까?”


레몬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나지막이 얘기했다.


“오해는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세컨드브레인을 부착하지도 않았고 엔터그룹의 하수인도 아닙니다. 나는 드론을 조종해서 브레이너들이 통신망을 교란하고자 했습니다. 나름대로 브레이너들과 싸우려고 한 겁니다.


그러다가 브레이너들의 통일된 움직임을 보고 메인컴퓨터에 의해서 조종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메인컴퓨터만 해킹하면 브레이너들을 교란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감히 말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컴퓨터도 해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몰래 엔터빌딩으로 잠입해 들어간 겁니다.”


상재가 말했다.


“그러면 해킹은 성공했습니까?”


“부끄럽게도 실패했습니다. 메인컴퓨터는 단순한 컴퓨터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인공지능이었습니다. 모든 해킹프로그램은 이미 알고 있었고 모든 인터넷도 이미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범호는 혀를 차며 말했다.


“역시 그랬군. 당초 계획대로 폭파하는 수밖에 없겠어.”


상재와 동민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순간 레몬이 강력히 반발했다.


“안 됩니다. 메인컴퓨터는 최고의 인공지능입니다. 인류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절대로 파괴해서는 안 됩니다.”


동민이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메인컴퓨터는 세컨드브레인이기도 합니다. 브레이너들을 조종해서 인류를 말살하고 있습니다. 무슨 도움이 된단 말입니까?”


“내가 해킹을 해서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브레이너들을 인류를 위해 일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상재가 말했다.


“정신 차리세요.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서 멸망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현혹되지 마십시오.”


레몬은 입을 다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드론을 끌어안고 무언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범호는 레몬을 힐끗 돌아보고 입을 열었다.


“메인컴퓨터를 폭파하려면 다가가서 폭탄을 설치해야 해. 그런데 지금 상황은 다가가기는커녕 이 빌딩에서 벗어나는 것도 어렵게 됐어. 아까 레몬이 엔터빌딩을 휘저었기 때문인지 더 많은 브레이너들이 안팎으로 빌딩을 지키고 있어.”


상재와 동민은 엔터빌딩 입구를 바라보았다. 백 명 정도 돼 보이는 브레이너들이 입구에 진을 치고 있었다. 내부에는 더 많은 브레이너들이 있을 것이다.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상재는 레몬에게 불었다.


“레몬 씨는 어떻게 들어갔습니까?”


“드론을 이용했습니다.”


“드론을 어떻게 이용합니까?”


“나는 드론에 브레이너 유도장치를 설치했습니다. 드론으로 브레이너를 유인한 후에 들어간 겁니다.”


범호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런데 꼭 메인컴퓨터를 폭파해야 합니까? 컴퓨터를 장악해서 더 좋은 일에 쓰면 안 됩니까?”


“우리는 컴퓨터를 장악할 능력이 없습니다. 지금으로선 폭파시키는 방법뿐입니다.”


레몬은 아쉬워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내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브레이너들을 유인할 수 있는 시간은 5분 정도입니다.”


“5분이면 충분합니다. 고맙습니다.”


레몬은 촉수가 빽빽하게 달린 드론을 꺼냈다. 전원을 켜고 리모컨으로 몇 가지 테스트를 해본 후 말했다.


“좋습니다. 세 분은 아래층으로 내려간 후 브레이너들이 이동하면 바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세 사람은 2층으로 내려가서 현관을 보았다. 여전히 10여 명의 드론들이 입구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달릴 준비를 하고 입구를 주시했다.


그 때 타타타타, 소리가 들렸다. 드론이 움직인 것이다. 브레이너들은 소리를 듣고 현관 밖으로 몰려갔다.


범호 일행은 조용히 그 뒤를 따라갔다. 엔터빌딩에 있던 수백 명의 브레이너들이 따라 나오는 것이 보였다. 하늘에는 드론이 빙빙 맴돌고 있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브레이너들이 드론을 향해 괴성을 내지르자 드론은 방향을 틀어 동쪽으로 날아갔다.


브레이너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드론을 쫓아 달려갔다. 순식간에 엔터빌딩 앞은 텅 비었다. 범호는 소리쳤다.


“됐어. 달려!”


범호 일행은 전속력으로 달렸다. 거리는 30미터정도. 그런데 엔터빌딩 앞에 거의 도달했을 때 브레이너들을 유인해서 멀리 가야했을 드론이 되돌아오고 있었다. 채 현관에 이르기도 전에 일행의 머리 위에서 맴돌았다.


일행은 깜짝 놀라 거리를 바라보았다. 브레이너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범호가 일행을 돌아보며 외쳤다.


“뭘 보고 있어? 어서 달려! 컴퓨터는 지하 2층이야!”


범호 일행은 지하 계단으로 뛰어갔다. 계단은 엔터빌딩 전투 때 부서져 돌 더미로 뒤덮여 있었다. 빠르게 움직이려 했지만 돌 더미를 헤치고 나가느라 속도가 느려졌다. 현관에는 벌써 브레이너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지하 1층에는 엔터빌딩 전투에서 죽은 시체들이 여전히 굴러다니고 있었다.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시체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습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라 몸에 거미줄이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에 대해 투덜거릴 여유는 없었다. 브레이너들은 돌 더미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도 개의치 않고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넘어진 브레이너들을 밟으며 달려왔고, 넘어진 브레이너들은 기어서 내려왔다.


손을 뻗으면 범호 일행과 곧 닿을 듯이 가까워졌다. 동민은 돌아서서 전자파 총을 쏘았다. 맨 앞에서 쫓아오던 브레이너는 충격을 받고 동작을 멈췄지만 뒤에서 브레이너들이 계속 밀고 들어왔기 때문에 소용이 없었다.


일행은 서둘러 지하 2층 계단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계단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수가 얼마나 되는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브레이너들이 꾸역꾸역 올라오고 있었다.


세 사람은 두리번거렸다. 어떻게 할 지 생각하고 움직일 시간은 없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브레이너가 없는 곳은 시체와 콘크리트 파편으로 뒤덮인 복도뿐이었다. 세 사람은 무조건 달렸다. 복도 끝은 연구실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범호는 몇 번 와본 적이 있어서 비교적 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


범호는 벌컥 문을 열었다. 그런데 안에서 손이 나와 범호의 팔을 움켜쥐었다. 브레이너였다. 연구실에도 역시 브레이너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브레이너는 범호의 팔을 잡고 물어뜯으려고 머리를 내밀었다.


뒤 따라오던 상재가 개머리판으로 브레이너의 머리를 내리쳤다. 범호는 간신히 팔을 빼낸 후 우격다짐으로 소총을 발사했다. 팔뚝에 소름이 돋았고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 때 상재가 소리쳤다.


“이리로 와. 아래층으로 구멍이 나있어. 이리로 가자!”


범호는 총을 쏘며 뒤로 물러났다. 동민은 브레이너들을 막다가 상재의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상재가 가리킨 곳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폭탄이 터졌던 자리 같기도 했고 탈출하기 위해서 일부러 구멍을 뚫어놓은 것 같기도 했다.


3m 정도의 높이에 철근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어서 위험하긴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상재가 먼저 내려가다가 비명을 질렀다. 잘려나간 철근 끝에 등이 긁혔기 때문이었다. 범호가 소리쳤다.


“괜찮아?”


상재는 긁힌 부분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몹시 쓰라렸고 손바닥에 한 움큼 피가 묻어났다. 하지만 상재는 태연하게 말했다.


“조금 긁혔을 뿐이야. 빨리 내려와.”


범호가 요란하게 쿵 소리를 내며 뛰어내렸다. 범호와 상재는 위에 있는 동민을 바라보며 빨리 뛰어내리라고 재촉했다. 동민은 총을 쏘던 것을 멈추고 구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뛰어내리려는 순간 브레이너가 동민의 옷을 잡았다. 뿌리치려 했으나 브레이너는 놓지 않고 오히려 끌어올리려고 하였다. 동민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꼴이 되었다.


동민은 한 손으로 전자파 총을 들고 브레이너를 향해 쐈다. 브레이너는 손을 놓았고 동민은 풀썩 땅에 떨어졌다. 범호와 상재가 달려가 동민을 부축했다. 일어나던 동민은 갑자기 하얗게 질리며 복도를 가리켰다.


“저, 저거.”


복도 끝에서 새까맣게 브레이너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괴성을 지르며 흉측한 모습으로 이빨을 내보이며 달려왔다. 범호 일행은 순간적으로 브레이너들에게 잡혀 물어뜯기는 환상에 빠졌다.


범호는 제일 가까이에 있는 문을 향해 뛰었다. 손잡이를 잡고 힘껏 돌렸으나 굳게 잠겨있어 열리지 않았다. 범호는 달려오는 브레이너들을 힐끗 보고 어깨로 있는 힘껏 문에 부딪혔다.


삐걱 소리가 나며 조금 흔들렸으나 열리지 않았다. 동민과 상재가 합세해서 다시 힘껏 부딪혔다. 빠지직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브레이너들은 거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마지막 기회였다. 브레이너들이 막 범호 일행을 낚아채려는 순간 일행은 마지막 힘을 다해서 문으로 돌진했다. 빡 소리와 함께 문은 활짝 열렸고 달리던 힘으로 일행은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 엎어졌다.


그러나 브레이너들과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다시 문을 닫을 시간도 없었다. 브레이너들은 일행을 잡으려는 듯이 손을 내밀고 괴성을 질렀다. 상재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범호와 동민도 쓰러진 채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이제 다 포기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브레이너들은 더 이상 들어오지 못했다. 문 밖에서 소리만 지르며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실내는 모든 전등이 켜져 밝은 편이었다. 수천 대의 컴퓨터가 스르륵 소리를 내며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연구실을 경계로 파란 빛의 선이 그려져 있었다. 브레이너들은 그 선을 넘지 못했다. 상재가 파란 선을 가리키며 말했다.


“브레이너들은 저 파란 선을 넘어오지 못하고 있어. 메인컴퓨터가 제한을 걸어놓은 것 같아.”


동민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안전하단 소리인가요?”


범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직까지는.”


세 사람은 그 상태로 주저앉아 잠시 쉬기로 했다. 눈앞에서는 브레이너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구경하듯 태연하게 앉아있었다. 흉측한 브레이너들의 모습을 보며 즐기는 듯했다. 동민은 브레이너들을 보고 있다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겁니까? 레몬은 왜 갑자기 드론을 우리한테 날렸나요? 무슨 득이 있다고요?”


상재가 말했다.


“나쁜 놈이야. 생각하는 것이 딱 킬러 수준이야. 브레이너들을 유인한다고 해놓고 우리가 움직이는 순간 브레이너들을 우리에게 보낸 거야.


우리를 모두 브레이너들의 밥으로 만들려는 거였어. 그는 컴퓨터를 폭파하는 것을 격렬하게 반대했잖아. 우리가 컴퓨터를 파괴하지 못하려고 한 거야.”


“왜 그토록 컴퓨터를 지키려고 했을까요? 우리를 죽여야 할 정도로 절실했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생각해 봐. 그는 혼자서 목숨을 걸고 엔터빌딩으로 들어가려고 했어. 어떤 미친놈이 아무 목적 없이 혼자서 그 짓을 하겠냔 말이야. 인류를 위해서란 말은 개한테나 줘버려. 그는 해킹의 전문가야. 컴퓨터와 해킹을 연결하면 생각나는 게 없어?”


“컴퓨터를 장악하려고 한 건가요?”


“그는 메인컴퓨터를 장악하면 브레이너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아마 브레이너들을 조종해서 세상을 지배하려는 생각이었을 거야.”


동민은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개 졌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누구는 목숨을 걸고 세상을 지키려는 마당에,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상재는 동민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는 이미 겪었잖아. 이 과장, 황 검사, 두물머리 전투와 안반데기에서의 일을 벌써 잊었어?”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건가요? 이 희생의 가치가 있는 건가요?”


“우리는 그저 각자의 일을 하면 돼.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까지 일일이 잘잘못을 따지면서 살아갈 수는 없어. 누구든지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이 달라. 어떤 사람은 돈이 최고의 행복이고 어떤 사람은 권력이 또는 명예가 최고의 행복이야.


물론 남을 위해 희생하며 행복을 얻는 사람들도 있어. 그런 게 세상이야.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남들이 네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욕할 것은 없어.”


“상재 형. 갑자기 부처님이라도 되신 겁니까?”


듣고 있던 범호가 말했다.


“나는 100% 상재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아. 물론 개인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때는 마땅히 응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동민은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그렇죠. 나쁜 놈은 응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나쁜 놈들은 행동이 너무 교묘해서 미리 알기 어렵잖아요.”


범호는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레몬이 어떤 방법으로든 배신할 것이라는 걸 난 이미 알고 있었어. 레몬의 얼굴은 순진하지만 권 신재와 같은 분위기가 풍겼거든. 그리고 우리가 컴퓨터를 반드시 폭파해야한다고 했을 때 얼굴이 확 달라졌었어. 순간 믿을 수 없는 놈이라고 생각했지.”


상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런데 왜 모른 척 했어.”


“조금의 시간이라도 벌어주기를 바랬지. 현관의 브레이너들을 유인해서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조금의 시간을 말이야. 덕분에 우리는 5초의 시간을 벌었잖아. 이렇게 들어오는데 성공했고.”


동민은 고개를 흔들고 투덜거렸다.


“형님. 하지만 이 파란광선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다고요.”


“그래.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렇게 살아 있잖아. 하늘은 아직 우릴 버린 게 아냐. 자. 이제 움직이자. 이렇게 있다간 아예 자리를 깔고 누워버리겠다.”


일행은 일어나 메인컴퓨터를 향해 갔다. 넓은 연구실 맨 앞쪽에 메인컴퓨터가 거대한 몸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수천 대의 소규모 컴퓨터는 메인컴퓨터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신하들 같았다. 그렇게 보면 메인컴퓨터는 황제컴퓨터였다.


소규모 컴퓨터 앞에는 여전히 의자가 놓여있었지만 사람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도 없이 전원을 유지하며 컴퓨터가 작동하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아마도 메인컴퓨터가 조작하고 있는 것이리라.


인기척이 없었기 때문에 일행은 오히려 섬뜩했다. 범호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조심조심 걸었다. 동민과 상재도 기묘한 긴장감에 휩싸여 온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문득 범호가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은 무엇이지?”


상재와 동민은 범호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육중한 강철 문이 보였다.

상재는 앞장서서 다가가 크고 둥그렇게 생긴 손잡이를 돌렸다. 강철 문은 잠겨있지 않았던지 스르르 열렸다. 일행은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전체가 거대한 금고 같았다.


금속으로 된 선반 위에 여러 가지 색상의 액체가 담긴 길고 작은 병들이 꽂혀 있었다. 넓은 공간을 감안하면 작은 병의 개수는 만 개가 넘는 것 같았다. 동민은 입을 딱 벌리고 말했다.


“도대체 이게 다 뭐죠?”


상재가 대답했다.


“그동안 엔터그룹에서 실험했던 시약과 화학물질일 거야. 현대과학의 정수지. 최대한 안전하게 보관하려한 것 같아.”


범호는 상재의 안전하게 보관하려했다는 얘기를 듣고 손으로 실내 벽을 두드려 보았다. 둔탁한 소리가 나는 것이 매우 견고해 보였다. 범호는 표정을 활짝 밝히며 자신 있게 말했다.


“됐어. 우리는 살 수 있겠어.”


상재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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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제 60화 사생결단 20.06.17 39 0 16쪽
59 제 59화 기계인간 20.06.15 36 0 15쪽
» 제 58화 황제컴퓨터 20.06.13 35 0 17쪽
57 제 57화 신비의 청년 레몬 20.06.12 43 0 14쪽
56 제 56화 먼지폭풍 20.06.10 31 0 18쪽
55 제 55화 백발의 대장 20.06.08 46 0 15쪽
54 제 54화 윤 부의 최후 20.06.06 54 0 16쪽
53 제 53화 암릉지대 20.06.05 39 0 14쪽
52 제 52화 백두대간 20.06.03 31 0 15쪽
51 제 51화 안반데기 마을(2) 20.06.01 44 0 14쪽
50 제 50화 안반데기 마을(1) 20.05.30 44 0 16쪽
49 제 49화 후퇴 20.05.29 42 0 15쪽
48 제 48화 두물머리 전투(3) 20.05.27 46 0 16쪽
47 제 47화 두물머리 전투(2) 20.05.25 58 0 16쪽
46 제 46화 두물머리 전투(1) 20.05.23 44 0 17쪽
45 제 45화 브레이너 도살자 20.05.22 44 0 17쪽
44 제 44화 나블라와 사이버크루 20.05.20 33 0 17쪽
43 제 43화 전멸 20.05.18 47 0 18쪽
42 제 42화 엔터빌딩 전투(4) 20.05.16 54 0 15쪽
41 제 41화 엔터빌딩 전투(3) 20.05.15 40 0 15쪽
40 제 40화 엔터빌딩 전투(2) 20.05.13 48 0 16쪽
39 제 39화 엔터빌딩 전투(1) 20.05.11 49 0 16쪽
38 제 38화 프랑켄슈타인 바이러스 20.05.09 44 0 16쪽
37 제 37화 범호의 귀환 20.05.08 58 0 17쪽
36 제 36화 로봇 3원칙 20.05.06 44 0 16쪽
35 제 35화 킬러로봇 20.05.04 46 0 15쪽
34 제 34화 대혼란의 시작 20.05.02 45 0 14쪽
33 제 33화 프시케의 여신 20.05.01 68 0 17쪽
32 제 32화 사이버킬러 20.04.29 45 0 15쪽
31 제 31화 명진의 위기 20.04.27 47 0 15쪽
30 제 30화 체포되는 범호 20.04.25 48 0 15쪽
29 제 29화 사라진 신재 20.04.24 49 0 16쪽
28 제 28화 바이오교 20.04.22 60 0 15쪽
27 제 27화 모략 20.04.20 51 0 16쪽
26 제 26화 양심의 소리 20.04.18 49 0 15쪽
25 제 25화 전자파총 20.04.17 56 0 16쪽
24 제 24화 투명망토 20.04.15 63 0 17쪽
23 제 23화 안타까운 죽음 20.04.13 56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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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 17화 박 세웅 회장 20.04.03 67 0 14쪽
16 제 16화 돌아온 황태자 20.04.01 67 0 15쪽
15 제 15화 드러나는 사실 20.03.30 73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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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 13화 염복동 소령 20.03.27 75 0 15쪽
12 제 12화 사이버크루 20.03.25 72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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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 10화 가상현실(2) 20.03.21 8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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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 7화 황태자의 실종 20.03.16 104 0 15쪽
6 제 6화 부작용 20.03.14 131 0 16쪽
5 제 5화 전자그물망 20.03.13 136 0 16쪽
4 제 4화 부검실에서 20.03.11 154 0 14쪽
3 제 3화 사이배슬론 대회 20.03.09 199 0 16쪽
2 제 2화 무서운 노인 20.03.06 255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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