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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무 님의 서재입니다.

브레이너스(두 개의 두뇌를 가진 사람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이진무
작품등록일 :
2020.03.03 09:45
최근연재일 :
2020.06.19 06:00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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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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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제 37화 범호의 귀환

DUMMY

제 37화 범호의 귀환




이 병걸 조사관은 고개를 들고 둘을 쳐다보았다. 우락부락한 모습의 건장한 남자와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눈초리가 매서운 청년이 서 있었다. 의외로 활기가 있고 힘이 넘쳐보였다. 오랫동안 구치소 생활을 했을 텐데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자 이 쪽에 앉으세요.”


범호는 정중히 인사를 한 후에 의자에 앉았다.


“저희를 빼내 주신 분이 조사관님이라고 들었습니다.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고마워할 건 없어요. 다 필요해서 한 일이니까요. 더군다나 불법적으로 갇혀있었잖아요.”


범호와 동민은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제대로 돌아가는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조사관은 일부러 사무적으로 말했다.


“두 분의 조사 자료는 이미 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삭제된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할 말은 없습니까?”


범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먼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조사관께서는 저희들이 불법적으로 갇혀있었다고 하셨죠? 어떤 점이 그렇습니까?”


“두 분은 프시케와 내통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겁니다. 그런데 프시케의 범죄 혐의는 하나도 밝혀진 게 없습니다. 아무 증거 없이 범죄 집단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프시케와 교류가 있었다고 해서 구속한다는 것은 불법 아닌가요?”


“조사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런 불법적 일이 경찰 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는 이유는 무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사관은 빤히 범호의 눈을 쏘아보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소린가요?”


범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근거를 말해보세요.”


범호와 동민은 처음 마트의 노인 사건에서부터 마지막으로 조사할 때까지의 경과를 상세하게 얘기했다. 장장 두 시간에 걸친 보고였지만 조사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이 맑아졌다. 오히려 피로감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비로소 사건의 윤곽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 국방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크루라는 단체가 엔터그룹의 손발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말인가요? 그리고 모든 사건의 원인은 세컨드브레인이고, 엔터그룹은 세컨드브레인의 부작용을 덮기 위해 그런 일을 벌이고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세컨드브레인은 나이가 들거나 사고로 인해 두뇌 활동이 약화되면 두뇌를 대신해 인간의 신체를 지배합니다. 국과수 부검실에서 직접 그런 현상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부터 집요한 세컨드브레인의 추적이 시작됐습니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조사를 계속했었지만 결국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세컨드브레인이 사건의 원인이라는 것을 증명할 사람이 있습니까?”


범호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제 1세대 세컨드브레인을 만든 조 종훈 교수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망했습니다. 그 분은 세컨드브레인의 위험성을 알고 걱정하시던 분이었습니다. 국과수의 부검의인 서 준석 박사님도 얼마 전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범호는 말하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언뜻 눈에서 눈물이 비쳤다. 범호는 옷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서 박사님은 제게 아버지 같으신 분이셨습니다. 저는 그 분들의 죽음에 모두 사이버크루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사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요. 그들의 죽음에 아무런 증거자료도 제출되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직 일방적인 주장으로 가득 채워진 보고서만 제출되었습니다.”


조사관은 허공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입을 열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범호는 주저 없이 말을 했다.


“우선 엔터그룹과 정부 기관의 내부 커넥션을 찾아서 끊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조사가 가능합니다.”


“그 다음은요. 세컨드브레인을 어찌해야 합니까? 엔터그릅과 맞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인류의 존망이 걸린 일입니다.”


“우선 좀비 사건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두 분은 그것을 도와주십시오.”


“당연히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은 좀비가 아닙니다. 좀비는 전염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들은 좀비와 비슷한 행태를 보이나 전염성은 없습니다.


또 하나 그들은 인간 이상으로 영리하게 행동을 합니다. 왜냐하면 세컨드브레인의 지배를 받기 때문입니다. 세컨드브레인 그 자체는 인공지능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브레이너라고 부릅니다.”


“브레이너라? 좀비 보다 부르기가 한결 낫군요. 그러면 브레이너란 말을 그들을 지칭하는 공식 명칭으로 하겠습니다.”


범호는 조사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그런데 지금 브레이너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오다가 들으니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조사관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뒷목을 주물렀다.


“미안합니다. 브레이너들을 생각하면 혈압이 오릅니다. 지금 보고된 사건 수는 325건, 사상자는 13,272명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 동민 형사가 문득 범호를 바라본 후에 조사관에게 얘기했다.


“사실은 계속 세컨드브레인의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전송되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수준이라 별로 개의치는 않았지만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때마다 세컨드브레인의 활동력이 점점 강해져서 생각하는데 방해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조사관은 동민에게 물었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동민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실은 저도 제 2세대 세컨드브레인을 부착했습니다.”


범호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내가 떼어내라고 했잖아!”


“떼어내려 했지만 잘 안된다고요. 의사가 함부로 떼어내면 미칠 수도 있다고 했어요.”


“세컨드브레인의 활동력이 강해졌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야?”


“가끔씩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움직여요. 가령 중국음식을 먹고 싶은데 한식집으로 가기도 하고, 이상한 상상들이 머릿속에 제 멋대로 나타나곤 해요.”


“생각이 컨트롤이 안 된다는 거야?”


“네. 어떻게 컨트롤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정신력이 강한 네가 그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다는 말이야?”


동민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데이터를 전송 받다 보니 얼마 후에 또 대규모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전송할 거라고 예고를 하던데요. 두통도 사라지고 훨씬 편하게 세컨드브레인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마 내 생각엔 세컨드브레인이 더 강화되지 않을까 의심이 됩니다.”


둘의 대화를 듣던 조사관은 탁자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큰일이군. 빨리 조치를 취해야겠습니다.”


범호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을 서성거렸다. 조사관에게 예의는 아니었지만 생각에 잠길 때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었다. 범호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조사관님. 사건 발생 건수로 보아 이미 브레이너들을 막기는 늦은 것 같습니다. 조사관님이 보고 받은 것이 325건이라면 실제로는 두 배, 또는 세 배 이상 발생했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세컨드브레인이 계속 업그레이드된다면 정상인도 언제 브레이너로 변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브레이너들 보다 엔터그룹을 통제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막아야합니다.”


조사관은 의아한 얼굴을 하고 범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엔터그룹을 통제한다고? 엔터그룹으로 쳐들어가서 세컨드브레인의 생산과 업그레이드를 중단해야한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것도 지금 당장입니다.”


“그러나 그러려면 영장이 발부돼야 합니다. 무슨 근거로 영장을 청구합니까? 확보된 증거는 아무 것도 없지 않습니까?”


범호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조사관의 말이 모두 맞았다. 더군다나 판검사 사이에 엔터그룹에서 심어놓은 사람이 없으리란 법은 없었다. 영장을 발부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큰일입니다. 전 국민의 50% 이상이 세컨드브레인을 부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 국민이 50%가 브레이너로 돌변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조사관은 범호의 압박에 못 이겨 땀을 흘리며 말했다.


“너무 앞서가지 맙시다.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범호는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빨갛게 충혈 된 눈에서 불꽃이 일어나고 있었다. 조사관을 노려보던 범호는 이윽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암울한 미래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그렇다면 이제는 전쟁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브레이너들과 인류의 존망을 걸고 벌이는 전쟁 말입니다. 성서에서는 인류의 종말에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를 아마겟돈이라고 합니다. 지금 그 아마겟돈이 시작되려합니다.”



텔레비전에서 상재의 기사가 방송되고 있었다. 예전에 상재가 보도를 부탁했으나 묵살되었던 기사였다. 아나운서는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이 상재 기자의 기사에 의하면 이미 오래 전부터 브레이너들의 난동 조짐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이 상재 기자는 이 난동의 원인이 엔터그룹의 세컨드브레인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는 묵살되었고 이 기자는 수배자가 되어 쫓기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런데 그 순간 나이가 제법 든 보도 작가가 방송실로 뛰어들었다. 아나운서는 깜짝 놀라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보도 작가는 아나운서를 눌러 의자에 주저앉히고 목을 물어뜯었다.


사람들은 놀라 비명을 질렀고 힘 있는 남자 몇몇은 달려들어 작가를 떼어내려 했다. 빨간 튀가 사방으로 튀며 방송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담당 피디는 소리쳤다.


“카메라 치워! 방송 중단해!”


그러나 이미 이 모습은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텔레비전을 보던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언제 돌변해서 공격할지 몰라 안심이 되지 않았다. 누군가 스치고 지나기만 해도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다.


사람들은 이 혼란의 원인이 세컨드브레인이라는 보도가 있은 후에 엔터그룹으로 몰려가서 “회장은 나와서 해명하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사람들은 현관문을 두드리며 엔터그룹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견고한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 유리창에 벽돌을 던지자 옆에 있던 사람들도 보도블럭을 깨서 유리창을 향해 던졌다. 유리창은 워낙 견고해서 깨지지 않았고 벽돌만 산산이 부서지며 바닥에 흩어졌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화염병을 던졌다. 펑펑 소리와 함께 빨간 불꽃이 열을 내뿜으며 바닥을 기어갔다.


사람들은 뒤엉켜 아우성을 쳤고 사람들에게 떼밀려 다치는 사람도 생겨났다. 곧 경찰들이 몰려와서 진압을 했지만 사람들은 물러서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거리에는 벽돌 조각과 벗겨진 신발, 깨진 유리병, 누군가 벗어 던진 셔츠들이 흩어져 뒹굴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엔터그룹의 박 세웅 회장에게 소환장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도 없었다. 3일 간의 시간을 주고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 구인을 하겠다고 위협했으나 대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동안 브레이너로 변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세컨드브레인을 부착한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세컨드브레인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두뇌를 손상시키지 않고 떼어내는 방법은 없었다. 세컨드브레인은 종양처럼 뇌에 들러붙어 자신을 보호하려했고 점점 두뇌를 약화시켰다.


메인컴퓨터가 대규모 데이터를 전송하기로 한 날이 왔다. 나 박사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바깥의 상황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엔터그룹의 직원들은 겁에 질려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직원들은 대부분 세컨드브레인을 부착했으므로 언제 브레이너로 변할지 몰라 서로 거리를 두고 감시하고 있었다.


나 박사는 진작부터 세컨드브레인의 부작용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몇 번이나 한 실장에게 부작용에 대해 보고를 했으나 한 실장은 무시를 하고 밀어붙였다. 조 민주 박사에게도 도움을 청했으나 자신이 만든 먼지세포를 홍보하기에 바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결국 나 박사만 미운털이 박히게 되었다.


나 박사는 그런 와중에 킬스위치를 만들어 세컨드브레인의 생존시간을 단축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세컨드브레인을 자극시켰다.


1개월 전 엔터그룹 내에 있는 메인컴퓨터가 세컨드브레인 생존 프로그램을 전송하여 킬스위치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오늘이 2차 세컨드브레인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전송되는 날이었다.


나 박사는 비틀거리며 슈퍼컴퓨터 앞으로 갔다. 컴퓨터를 조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령이라도 들어가 있는 듯이 컴퓨터는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 박사는 제멋대로 휙휙 돌아가며 프로그램을 전송하고 있는 컴퓨터 앞에서 망연자실해 서있었다. 2차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전송이 완료되면 노인뿐만 아니라 정신력이 약하거나 두뇌활동이 저조한 젊은이들도 브레이너로 변하게 될 것이다.


나 박사는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나 박사는 계속 중얼거리며 괴로워했다. 잠시 후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고 소리쳤다.


“컴퓨터를 파괴해야해! 더 이상 프로그램을 전송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돼!”


나 박사는 키보드를 조작해서 컴퓨터를 멈추려고 했다. 그러나 컴퓨터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나 박사는 화가 나서 키보드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키보드가 부서지며 문자키가 튀어 올랐다.


나 박사는 잠시 숨을 고른 후 컴퓨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비 오듯 땀이 흘렀다. 가까이에 하드웨어를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 덮개가 보였다. 어떻게든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를 쓰며 덮개를 벗겨냈다.


내장 메모리 주변에 여러 가지 색깔의 전선들이 질서 있게 연결돼 있었다. 나 박사는 그 중에서 검은색 전선을 잡고 잡아당겼다. 그런데 순간 강력한 전류가 전선을 타고 나 박사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나 박사는 비명을 지르며 튕겨져 나갔고 그대로 혼절했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30분이나 지난 뒤였다. 나 박사는 머리를 세게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킨 후 주변을 돌아보았다. 문 옆에 조그만 소방용 손도끼가 눈에 띄었다. 나 박사는 손도끼를 들고 컴퓨터 앞에 섰다.


“이제 그만 끝을 내자.”


손도끼로 내장 메모리를 내려치려는 순간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잠깐, 멈춰!”


한 실장이 고함을 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나 박사는 한 실장을 힐끗 쳐다보고는 그대로 손도끼를 휘둘렀다. 한 실장은 몸을 날려 나 박사의 허리를 잡았다. 손도끼는 컴퓨터의 모퉁이를 치며 미끄러져나갔고 나 박사는 한 실장과 함께 데굴데굴 굴렀다. 한 실장은 나 박사의 얼굴을 누르며 말했다.


“지금 뭐하는 짓이야. 미쳤어?”


“저 컴퓨터를 부셔야 해. 안 그러면 세상이 끝장나게 생겼어.”


“그런 얼토당토않은 말이 어디 있어?”


나 박사는 한 실장의 손을 붙잡고 있는 힘을 다해 얼굴에서 떼어냈다. 한 실장의 몸이 비스듬히 기울어지자 무릎으로 등을 가격한 후 벌떡 일어나 다시 손도끼를 잡았다. 한 실장이 등을 어루만지며 다가오자 나 박사는 손도끼를 휘두르며 말했다.


“가까이 오지 마. 이대로 있다가는 어차피 끝장이야. 제발 나를 막지 마.”


나 박사가 다시 손도끼로 컴퓨터 내장 메모리를 부수려고 하자 한 실장은 품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멈춰. 손끝하나라도 까딱하면 쏴버릴 거야.”


나 박사는 한 실장의 말을 들은 척도 않고 손도끼를 휘둘렀다. 순간 총소리와 함께 나 박사는 어깨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한 실장은 천천히 다가가 땅에 떨어진 손도끼를 멀리 걷어차며 말했다.


“내가 뭐라고 했어. 쏜다고 했잖아. 왜 말을 안 들어? 지겨운 놈.”


어깨를 누르고 있는 손가락 사이로 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나 박사는 고통에 신음 하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 실장은 나 박사를 향해 총을 겨눴다.


“이제 그만 갈 때가 된 것 같아. 지옥에 가면 제발 염라대왕의 말이라도 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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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제 60화 사생결단 20.06.17 39 0 16쪽
59 제 59화 기계인간 20.06.15 36 0 15쪽
58 제 58화 황제컴퓨터 20.06.13 35 0 17쪽
57 제 57화 신비의 청년 레몬 20.06.12 43 0 14쪽
56 제 56화 먼지폭풍 20.06.10 31 0 18쪽
55 제 55화 백발의 대장 20.06.08 46 0 15쪽
54 제 54화 윤 부의 최후 20.06.06 54 0 16쪽
53 제 53화 암릉지대 20.06.05 39 0 14쪽
52 제 52화 백두대간 20.06.03 31 0 15쪽
51 제 51화 안반데기 마을(2) 20.06.01 44 0 14쪽
50 제 50화 안반데기 마을(1) 20.05.30 44 0 16쪽
49 제 49화 후퇴 20.05.29 43 0 15쪽
48 제 48화 두물머리 전투(3) 20.05.27 47 0 16쪽
47 제 47화 두물머리 전투(2) 20.05.25 58 0 16쪽
46 제 46화 두물머리 전투(1) 20.05.23 44 0 17쪽
45 제 45화 브레이너 도살자 20.05.22 44 0 17쪽
44 제 44화 나블라와 사이버크루 20.05.20 34 0 17쪽
43 제 43화 전멸 20.05.18 47 0 18쪽
42 제 42화 엔터빌딩 전투(4) 20.05.16 54 0 15쪽
41 제 41화 엔터빌딩 전투(3) 20.05.15 40 0 15쪽
40 제 40화 엔터빌딩 전투(2) 20.05.13 48 0 16쪽
39 제 39화 엔터빌딩 전투(1) 20.05.11 49 0 16쪽
38 제 38화 프랑켄슈타인 바이러스 20.05.09 44 0 16쪽
» 제 37화 범호의 귀환 20.05.08 59 0 17쪽
36 제 36화 로봇 3원칙 20.05.06 44 0 16쪽
35 제 35화 킬러로봇 20.05.04 46 0 15쪽
34 제 34화 대혼란의 시작 20.05.02 45 0 14쪽
33 제 33화 프시케의 여신 20.05.01 69 0 17쪽
32 제 32화 사이버킬러 20.04.29 45 0 15쪽
31 제 31화 명진의 위기 20.04.27 47 0 15쪽
30 제 30화 체포되는 범호 20.04.25 48 0 15쪽
29 제 29화 사라진 신재 20.04.24 49 0 16쪽
28 제 28화 바이오교 20.04.22 60 0 15쪽
27 제 27화 모략 20.04.20 51 0 16쪽
26 제 26화 양심의 소리 20.04.18 49 0 15쪽
25 제 25화 전자파총 20.04.17 56 0 16쪽
24 제 24화 투명망토 20.04.15 64 0 17쪽
23 제 23화 안타까운 죽음 20.04.13 57 1 15쪽
22 제 22화 살인 용의자 20.04.11 61 0 16쪽
21 제 21화 구사일생 20.04.10 64 0 15쪽
20 제 20화 함정 20.04.08 57 0 15쪽
19 제 19화 심령심문 20.04.06 74 0 14쪽
18 제 18화 아바타 20.04.04 67 0 15쪽
17 제 17화 박 세웅 회장 20.04.03 67 0 14쪽
16 제 16화 돌아온 황태자 20.04.01 67 0 15쪽
15 제 15화 드러나는 사실 20.03.30 73 0 16쪽
14 제 14화 프시케 20.03.28 69 0 15쪽
13 제 13화 염복동 소령 20.03.27 75 0 15쪽
12 제 12화 사이버크루 20.03.25 72 0 16쪽
11 제 11화 아이돌 사망사건 20.03.23 71 0 15쪽
10 제 10화 가상현실(2) 20.03.21 88 0 15쪽
9 제 9화 가상현실(1) 20.03.20 66 1 14쪽
8 제 8화 추적 전문가 20.03.18 85 0 16쪽
7 제 7화 황태자의 실종 20.03.16 104 0 15쪽
6 제 6화 부작용 20.03.14 131 0 16쪽
5 제 5화 전자그물망 20.03.13 136 0 16쪽
4 제 4화 부검실에서 20.03.11 154 0 14쪽
3 제 3화 사이배슬론 대회 20.03.09 199 0 16쪽
2 제 2화 무서운 노인 20.03.06 255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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