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준비 - 1 (계획)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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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훈과 가신은 환상마법으로 가져진 던전 앞에 도착했다.
“캬~옹.” - 주인! 안녕.
답답한 곳이 싫다고 던전에 남아 북악산을 놀이터처럼 돌아다니던 영롱이가 나타나더니 품으로 뛰어올랐다.
“어이쿠 이놈 잘 있었어?”
“캬~옹.”
하는 짓이 귀여워 쓰다듬자 영훈의 손을 자꾸 핥았다.
“이놈 심심했나?”
“캬~옹.” - 영롱, 심심해.
“허허, 이거 암고양이라도 데려다 줘야 하나?”
“캬~옹.” - 고양이?
“너도 고양잇과니까 한 번 만나보는 것도 좋겠지… 뭐 잡아먹는다면 할 수 없는 거고, 아니면 넌 색시와 후손을 볼 수 있겠지?”
“캬~옹.” - 색시, 후손?
“그렇게만 알고 있어 볼일 본 다음에 다양한 종의 고양이를 데려다 줄 테니.”
“캬~옹.”
영롱이와 잠시 대화하는 사이 아지즈가 전이해서 준비한 다과와 술을 긴 식탁 위에 차려졌다.
영훈은 영롱이에게 고대의 고기를 간식으로 내준 후 아지즈가 따라주는 엘프주를 음미한 다음 말을 꺼냈다.
“제가 현실에서 활동할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며칠 본의 아니게 던전과 우주선에 숨어서 살다 보니 드래곤이 되지 않는 한 그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
대충 운만 띠었을 뿐인데 다들 좋아하는 반응이었다.
“으흠, 그래서 명목상이지만 큐빅 자선재단의 이사장을 맡은 김에 드래곤이 하던 유희(遊戲)처럼 저도 유희하기로 했습니다.”
“오, 잘하셨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삶을 포기하기엔 마스터는 아직 젊습니다.”
- 모두 축하하는 분위기군요. 저도 축하합니다.
“다들 기뻐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한데 좀 쑥스럽군요. 하하하.”
흥분이 가라앉길 엘프주와 다과를 들며 기다려야했다.
적당한 때를 찾은 영훈은 다시.
“큐빅재단은 고인의 유지를 잇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사실 특별한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거 남들처럼 불우한 이들을 도우려는 생각뿐이었지요. 뭐 변명을 하지만 남들과 다르게 부유한 보육시설을 그리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가능한 모두 들어줄 생각뿐이었습니다.”
“……!”
본론이 나오지 않았으니 가신은 그저 듣고 있었다.
“아마 미래에 그냥 있었다면 그렇게 살았을 것입니다. 한데 전 과거로 왔지요? …그래서 미래를 조금 바꾸려 합니다. 우선 제 목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일 우선시하는 것은 가족입니다. 물론 드래곤의 후손인 알이 있지만, 가신과 제가 항상 곁에 있으니 제외라기보다는 일상이라 말을 꺼내지 않은 것뿐이니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두 번째는 미래의 인연이지만 신세호, 박문수 박사님과의 인연을 다시 잇는 겁니다. 지금 열심히 연구에 몰두하고 계시겠지만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냥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지금도 문제지만 미래에 아주 심각했던 부의 불균형과 몇몇 독과점을 해소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은 자연히 불균형과 독점에서 벗어나겠지요.”
“……?”
- 상당히 흥미로운 생각이십니다.
“소심한 놈 치고는 과감한 생각이지.”
-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알아! 썰렁한 농담이었어.”
가디언 출신 가신과 포링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내 기억을 가진 포링이 너무 튀는데 이거 조금 위험해… 다음 계획이 도움될까?’
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았기에 영훈은 엘프주를 한 모금 마신 후.
“그래서 저와 여러분을 제약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드래곤처럼 제약하실 생각이십니까?”
“예, 유희는 보편적인 인간에 맞춰서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모든 것을 제약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서 보호를 위한 아티팩트는 상관없지만, 공격용이나 직접적인 마법의 사용은 제한하겠습니다. 그리고 전이나 텔레포트도 퇴근 후 집에서만 사용할 생각입니다.”
- 공개된 삶과 개인적 삶을 구분하시려는 겁니까?
“아, 그렇게 되나? …음, 그렇게 되는군!”
‘역시, 포링이군!’
“마스터! 그럼 안전과 비밀을 위해서 꼭 사용해야 한다면 어떻게 합니까?”
“당연히 그럴 때는 사용해야지요. 제가 말하는 것은 일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반대할 이유가 없으니 모든 가신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 전에 여러분에게 숙제를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가신은 하고 싶은 것을 꼭 하나씩 이상을 정해서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포링과 마법사에게는 미안하지만, 마법과 기술을 접목하는 것을 등한시할 수는 없으니 마법사를 중심으로 포링과 마법과 기술을 융합을 위해 계속 연구를 진행해주세요.”
“알겠습니다.”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 * *
영훈과 가신은 현실에서 쓸만한 아티팩트를 고르거나 만들고 있었고, 영훈은 가족을 살피고 있었다.
- 마스터 서류전형이 끝났습니다.
“어, 이제 드디어 시작인가?”
- 예, 이제 현실로 나가실 때가 됐습니다.
“여러분 드디어 때가 됐습니다.”
“드디어 나가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포링 큐빅빌딩은 다 마무리됐어?”
- 15층만 제가 손댔고, 다른 곳은 예전 그대로 뒀습니다.
“잘했어. 굳이 남들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돈은 돌아야 맛이지 그럼 당장은 건물과 면접을 준비합시다.”
“예, 마스터.”
면접 일을 기다리는 동안 서류전형은 포링을 통해 사소한 거짓으로 걸러졌고, 영훈과 가신은 건물을 소개해준 부동산 업자를 통해 소개받은 실내장식 업자를 통해 15층을 제외한 건물의 대대적인 보수 및 내부공사가 진행됐다.
15층은 포링에 의해 이사장과 이사들의 전용공간으로 꾸며졌기 때문에 1층을 두 곳으로 양분해 한쪽은 은행과 같은 접수창구 만들었고, 반대편은 카페를 만들었다. 그리고 2층부터는 대민지원부 등 자선재단에 걸맞은 장소로 변경되었다.
그때부터 영훈과 가신은 15층에서 머물면서 저녁에는 상황에 따라 던전과 우주선을 드나들었다.
“마스터 이제 대중교통도 적당히 익숙해졌으니 차량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승용차요?”
“예, 방송을 보니 승용차는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라고 자동차가 필요한 걸 왜 모르겠습니까?”
“?”
영훈도 자동차가 필요했다. 하지만 미래에서 온 게 화근이 됐다.
모든 차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아씨 어쩔 수 없나? 왠지 시작부터 복잡해질 것 같아서 모른척했는데.’
영훈은 자신이 자동차를 사는 순간 고치려 하거나 자동차산업에 뛰어들 거라 생각했기에 차근차근할 생각으로 참는 중이었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페라리’ 몰다가 ‘티코’를 몰고 다니려면 견딜 수 있겠는가.
영훈이 그 경우와 같았다.
“…자동차가 필요하겠죠?”
- 아! 마스터 혹시 지금 출시되는 자동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러는 겁니까?
“……!”
‘헉! 들켰다.’
“…포링의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요. 이왕 이렇게 된 거 포링이 자동차 좀 검색해서 띄워줘.”
- 예, 인터넷에 찾은 차량을 모두 띄우겠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는 자동차들을 봤다.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화면에 시대를 거슬러 명차로 유명했던 차들이 많이 보였다.
그중에 페라리 993turbo와 복스터, 크라이슬러의 ‘플리머스 프라우러(Plymouth Prowler)’가 유독 눈에 뛰었다.
‘마음에 드는 게 있지만 너무 눈에 띄는군!’
첫차 량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살피던 중 현대가 생산한 티뷰론이 눈에 뛰었다.
“아, 티뷰론이 이때쯤 생산하는 거였나?”
- 현대의 티뷰론이라면 그렇습니다. 1996년부터 생산하고 있습니다. 마스터의 기억에 가지고 싶던 차로 알고 있는데 이것을 사실 생각이십니까?
“응, 그 전에 모두 운전면허를 따야겠죠?”
- 저, 가신과 마스터의 운전면허증은 이미 만들어 뒀습니다.
“정말?”
영훈이 명하지 않은 것을 이미 마련했다는 말에 놀랐다.
- 저, 마스터는 이미 경험이 있으셔서 운전면허를 만들어 뒀고, 가신들은 외국인이라 어쩔 수 없이 신분을 만들 때 같이 만들었습니다.
“…허허.”
‘이해 못 할 것은 없지만, 그냥 묵인하면 안 되겠어.’
“잘했습니다만 앞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것은 절대로 마음대로 판단하지 마세요. 안 되는 것은 안 됩니다.”
- 아, 알겠습니다. 마스터.
“절대로 선을 넘지 말 것을 명합니다.”
분위기가 갑자기 다운됐고, 그저 경직된 채 영훈만을 바라봤다.
분위기 메이커라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가디언의 맹약 때문인지 가신이 된 이후에도 이것만은 변하지 않았다.
‘허, 분위기가 말이 아니군! …그래, 아직 정해주지 않은 탓이라 생각하자.’
포링의 탓이라고만 할 수 없어서 달래 주기로 했다.
“흠흠, 어쨌든 이미 받은 면허는 사용하기로 하겠습니다.”
- 예, 마스터.
“다시 운전면허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귀찮았는데 받을 필요 없다고 하니 포링의 선택이 적절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행동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여러분도 앞으로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주세요.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고 초인입니다. 어쨌든 난 영혼의 존재인 포링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요. 알겠죠?”
- 예,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 행동에 심사숙고하겠습니다.
“좋아요. 하지만 나와 달리 가신은 운전경험이 없으니 운전을 배워야 할 텐데 어떻게 하죠?”
- 복잡하게 됐지만 전 사용자가 사용하던 가상현실체험기에서 배우면 될 것입니다.
포링은 영훈의 기억 속의 단어를 사용해 센트리온의 언어를 번역했기 영훈이 알아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한데 가상현실체험기라는 말은 너무 뜻밖이었다.
“예? 그런 것도 있었나요?”
- 예, 마스터가 보신 유리관이 전 사용자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된 장치로 센트리온의 기술과 센트리온을 떠난 후부터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들렀던 1,642개의 행성에서 구한(몰래 훔친) 데이터로 수면은 물론 센트리온을 그대로 모방한 가상세계를 만들어 현대의 게임처럼 생활하게 만들었습니다.
“아, 전 사용자가 혼자라고 하더니…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군요.”
‘실수를 만회해야 하는데 조금 더 나를 알려드려야 할까?’
포링은 그동안 너무 뛰어난 자신 때문에 마스터가 걱정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되도록 자제했었다. 그러나 오늘 마스터의 행동을 보니 자율적인 행동에 대한 걱정이지 능력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마스터가 가상현실체험기에 대해 듣고 흥분하는 것을 보면 마스터가 좋아하는 게임소설과 같은 자신의 능력을 미리 말씀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 그렇습니다. 일인용이지만 게임이나 게임소설 중에 MMORPG(Massive Multi-user Online Role Playing Game)처럼 다수가 같이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스터의 기억 속에 있는 현대의 문명은 100% 구현 가능합니다.
포링의 목소리에 감정이 묻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혼났을 때는 떨리는 것 같았고, 조금 전에는 아주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능력을 인정받으려 하는 것 같지? …확실히 영혼의 갖은 존재라 그런가? 인간과 다를 게 없구나! 앞으로 잘 대해줘야겠어. …뭐 지구의 문명을 복사하는 거야 쉬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가상현실체험기라 하여튼 정말 대단한 존재야.’
“…그럼, 혹시 당장 가능한가요?”
- 예, 지금은 센트리온을 배경으로 했지만 가능합니다.
“그건 안 됩니다. 마스터.”
오랜만에 에반이 반대를 했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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