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 1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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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고인을 덮었던 이불을 들어 올려 고인의 전신을 덮었다.
눈앞의 죽음도, 유산을 받게 된 것도 신체의 변화도 다 잊고 그저 멍하니 있었다.
그렇게 얼마를 있었을까.
멀리서부터 점점 거 가까워지는 반복된 프로펠러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수습한 영운은 밖으로 나가 헬기에서 내리는 119대원들을 안내하고, 그들을 도와 두 분을 수습해서 헬기에 싣고, 헬기에 탄 체 서울에 있는 강남성심병원으로 향했다.
얼떨결에 상주가 되었지만, 나이도 있고 상갓집에 가본 적이 있으니 그리 어렵진 않았다.
상주로서의 역할을 제외한 부분은 김 변호사의 도움으로 해결했고, 덕분에 두 분의 장례식은 무난히 진행했다. 영운은 그저 방문객을 맞으면 되었고, 많지도 않았다.
드문 방문객으로 많은 시간이 남았고, 그 덕에 김인문 변호사와 상당히 가까워졌다.
영운과 동갑이었고, 서로 부담이 줄어 더 친해졌다.
드디어 발인 날이 되었다.
발인 전날까지 내방자가 적어 신세호님과 박문수님에겐 연고가 없으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무사히 마치기를 바랐다.
한데 발인 날이 되자. 생각지도 못한 분들이 찾아왔다.
대부분이 외국인이었고, 그중의 절반 이상이 서양인이었다.
김 변호사의 말로는 예의상 명단에 있던 이들에게 부고를 알렸고, 그 때문인지 그분들 덕분에 사업하고 있거나 그분들의 특허를 사용하는 곳에서 참석했다는 말을 들었다.
단순히 방문객만으로도 두 분의 업적이 대단한 것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발인은 성대하게 치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두 분의 유언대로 화장을 치르고, 봉안당에 안치하였다.
“수고 많았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다 자네 덕분이지.”
“별말 다 하는군. 나야말로 변호사로서의 책무를 한 것뿐이네.”
“하여튼 변호사인 자네 덕분에 가시는 분께 누가 되지는 않은 것 같아, 고마웠네!”
우리는 동갑이라 그런지 아주 많이 친해졌고, 서로 편하게 대하기로 했기에 말을 놓고 있었다.
“하하하, 내가 이런 일에 경험이 많아서 다행이긴 했지… 그건 그렇고, 오늘 참석한 외국인들이 접견을 신청했네! 오늘은 날이 아니라는 핑계로 내일 식사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멀리서 찾아오신 분들인데 당연히 내가 접대를 해야지… 한데 영어회화가 가능할지는 모르겠네!”
“…아, 그쪽에 통역사가 있었네.”
“흠,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우리도 준비하세.”
“자네는 꼭 만약을 걱정하는구먼. 뭐 그러지. 하지만 경비는 전처럼 모두 우리가 관리하는 돈에서 빠져나갈 걸세.”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그럼 난 서울에 남아 있어야겠군.”
“아! 잠시만 기다리게.”
김인문 변호사가 뭔가를 적더니 건넸고, 영운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받았다.
건네받은 쪽지에는 주소가 적혀 있었다.
“대충은 알겠지만 이게 뭔가?”
“…자네가 머물 오피스텔의 주소네. 정식으로 유산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관리자라 이용하는 데에 문제는 없네.”
“찜질방에서 잘까 했는데 고맙네!”
“열쇠는 준비하지 못했지만 경비실에 전화 넣어 주겠네. 어서 가서 쉬게.”
김 변호사를 보고, 택시를 타고, 건네받은 쪽지의 주소로 향했다.
쪽지에 적혀 있는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도착해 경비의 도움으로 28층 2803호에 들어섰다.
‘…허허,’
들어서자 경험해 보지 못한 넓이에 놀라고 말았다.
믿어지지 않았지만 내부를 돌아보고서야 40평형 방3 욕실 2개가 어떤 것인지 실감한 영운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넋을 잃고, 감상하고서야 너른 풍경처럼 마음을 평온을 찾았다.
‘당분간 어색하겠지?’
그래도 그렇지 너무 넓다고 생각했다.
혼자 있기에는 너무 적막해 오피스텔을 나섰다.
마침 눈에 뛰는 24시편의점에서 저녁과 아침에 먹을 즉석음식과 맥주와 안주를 사 들고, 근처를 돌아보고서야 올라왔다.
거리를 돌며 본 오피스텔은 늘 구경하는 높고 반듯한 건물이었다.
먹거리를 사 들고 들어선 오피스텔 내부가 약간 익숙해졌다.
‘점점 익숙해지는걸. 하지만 혼자 지내기엔 지나치게 넓은데.’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지만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잘 적응할 것을 알기에 걱정을 털어버리고 편의점에서 사온 것들은 꺼내 놓고, 맥주를 한 모금들이 켰다.
‘캬… 맥주의 맛은 그대로군.’
영운은 자신이 변해도 맥주의 맛이 변하지 않길 바랐다.
벼락부자는 돈에 흥하고, 돈으로 망한다는 말처럼 자신이 허영에 물들어 맥주의 맛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란 것이다.
안주를 씹으며 벼락부자의 말로를 떠올려봤다.
‘난 달라.’
벼락부자의 말로가 뉴스에 화제 될 때마다 언젠가 부자가 되면 조심하기로 마음먹었고, 평소 복권을 살 때도 항상 경계해왔던 부분이라 자신을 믿었다.
다행히 고인의 유지가 자선재단의 설립이니 꼭 하고 싶은 것이 없는 한 재단을 감독하며 자숙하기로 하곤 안심했다.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봉사의 삶을 사는 동료들이 자신을 잘 이끌어 주리라 생각했다.
영운은 다음 날 약속이 떠올라 남은 맥주를 들이켠 후 오지 않을 것 같은 잠을 청했다.
* * *
디리링.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영운은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넓어서 약간 어색했지만, 샤워기 앞에서는 익숙하게 따듯한 물을 틀고, 온도를 조절한 후 샤워를 했다.
넓다는 것을 제외하고, 똑같은 방식이기도 하고, 영운이 가난해도 빼놓지 않는 호사 중 하나가 샤워였기 때문이다.
세수는 필요 없다.
영운은 평소 세수와 머리 감기를 따로 하지 않고, 샤워 때 같이한다.
대머리라 원스톱으로 끝낼 수 있기에 항상 선호했다.
한데 아직도 샤워 때 물이 탁했다.
“아직도 나오네! 언제쯤 끝나려나?”
벼락을 맞은 날부터 샤워할 때마다 약간 끈적이고, 불쾌한 냄새가 나는 땀이 씻기는 것을 알았다.
언제 끝날진 모르지만, 이것이 초인이 되는 현상임을 영운은 알았다.
사실 두려워야 정상이지만 아침에 개운한 기상을 시작으로 심하지 않은 지병들이 호전하고, 힘이 세지는 등 변화가 한둘이 아니라.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직 할 일도 있고, 병원에서 검사해볼 용기도 없기에 당장 처리할 것만 해결하고, 시간을 내서 한적한 곳을 찾아 따로 점검해보기로 했다.
디리링.
알람이 울렸다.
“이런, 늦겠다.”
출근준비 저리 가랄 정도로 빨리 준비한 영운은 오피스텔을 나셨다.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를 알려준 후 창밖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여유 넘치는 모습이 생소했다.
한때 이런 적이 있었다.
자신의 가족이 중산층이었을 때 아버지가 남자는 주머니가 두둑해야 어깨를 펼 수 있다며 자주 용돈을 주셨고, 그때마다 자신감이 붙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가 내 인생의 황금기였지.’
영운 자진은 바뀐 게 전혀 없는데 우연히 받게 된 유산 때문에 변했다고 생각하니 억울했다.
한때 성공 가도를 달리던 자신은 IMF로 큰 고배를 마셔야 했다.
IMF를 기점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영운은 열심히 살았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은 원위치로 오를 수조차 없었다.
IMF 후 5년간의 생고생으로 포기와 용기를 얻어 지금은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고, 근근이 살아오며 만족했지만 매 순간이 위기였기에 정말 여유가 없었다.
유일은 두세 달에 한 번꼴로 이었고, 18시간을 일했으며 저축을 해도 남는 게 없는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다.
치과에 가야 할 때도 참고 참다가 아파야만 병원을 찾을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돈이 생겨서 자신감이 생긴 것은 좋았지만 반대로 돈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억울했고, 한편으로 돈 때문에 안심하는 자신의 간사함에 비참했다.
“손님 도착했습니다.”
택시기사의 부름에 생각을 접어야 했다.
“…네, 고맙습니다. 여기.”
아직도 많은 감정이 남았지만 대충 계산을 하고, 약속장소를 찾아 호텔로 들어섰다.
촌놈이지만 순수한 촌놈은 아니기에 호텔 표지판을 이용해 쉽게 도착한 영운은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혹시 예약하셨나요?”
아주 공손히 예약을 묻는 직원의 환대에 놀람과 생소함을 동시에 느꼈다.
‘깜짝이야…’
순간 놀랐고, 자신보다 잘 어울리는 직원을 보자. 기가 죽었다.
‘기죽지마! …별것 아니야 그저 생소하게 느낄 정도로 내 경험이 부족한 거야… 정신 차려 영운아.’
“…네, ‘빌 폴리먼’ 씨와 약속이 있는데 안내 부탁합니다.”
“아, …예약 확인했습니다. 저, 승수 씨 1번 VIP룸으로 안내해 드리세요.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네.”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방에 들어섰고, 먼저 온 듯 김인문 변호사가 반겼다.
“어서와 조금 일찍 왔군!”
“아, 그렇게 됐네! …서울지리가 하도 많이 바뀌어. 택시를 이용했더니 생각보다 빨리 왔지 뭔가 하하하.”
멋쩍은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서울에서 시간을 맞춘다는 게 어디 쉬운 줄 아나 아무튼 잘했네! …뭘 하나? 어서 앉게.”
“응. 한데 상대는 아직 인가?”
“…엉덩이가 무거운 분들이니 시간에 맞춰서 내려오지 않겠나?”
“그래? 그도 그렇군! CEO라지?
“그렇다더군!”
“무슨 일로 만나려는지 알겠나?”
질문을 듣고 김인문 변호사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글쎄, 두 가지는 예측할 수 있지, 오늘 약속을 잡은 이들이 고인의 특허를 사용하는 곳이니 하나는 잘 지내보자는 인사일 테고, 다른 한 가지는 특허권의 주인이 바뀌었으니 특허계약에 대한 변화를 알고 싶은 거겠지.”
굳이 그들이 인사차원에서 만나길 원할 것 같진 않았다.
“…흠, 인사를 겸한 조사가 되겠군! 뭐 내가 아는 게 있나 우선 만나보면 알겠지. 어쨌든 앞으로 알아야 할게. 점점 늘어나겠군.”
“그렇게 되겠지. 염려 말게 기존의 계약을 승계하는 방법도 있으니 당장 자네가 모두 알아야 할 이유는 없네.”
“다행이군! 어설프게 알고 상대하느니 아예 모르고 상대하는 게 편할 것 같으니 기다려보세.”
영운은 특허계약이라는 말을 접하자마자 불안했다.
아직은 초보지만 영운은 장르문학 소설가다.
세상엔 여러 종류의 작가가 있겠지만 영운은 골수 독자에서 넘어온 경우다.
장르문학이 그렇듯 대세가 있으면 웬만하면 바뀌지 않고, 기조를 유지하는 경향이 강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글이 부족하단 생각에 작가로 뛰어든 경우다.
그럼 작가란 어떤 사람들일까.
다 같지 않겠지만,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경우가 많기에 누구보다 생각이 많다.
어쩌면 생활이 곧 직업 활동이기에 영운과 같이 가게를 보는 내내 독서와 소설에 사용할 만큼 상상에 익숙하고, 어쩌면 일반인보다 더 냉소적인 부분도 많았다.
특히 정부나 가치관, 현상, 구조 어떤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소설의 소재로 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니 특허계약에 대한 경험이 없는 영운은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
그동안 들었던 뉴스, 소설의 내용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고, 부수한 불합리가 판치는 소설을 읽어온 영운은 그 내용으로 말미암아 불안했던 거다.
‘소설의 비약이지만 가능성을 내포한 인간의 상상이니 대비하는 게 좋겠지? …방법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자신이 선택할 방법은 없었다.
우선 아는 게 없고, 인맥도, 힘도, 능력도 없었다.
벼락을 맞고 초인으로 변하는 것 같지만 특별한 능력이 있는지는 더 점검해봐야 했다. 또 있다 하더라도 게임처럼 누가 짠하고 나타나 알려주지 않는 이상 혼자 깨달아야 할 거로 생각했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능할 수 없다.
‘…하, 아마도 이것이 소설과 현실의 차이겠지? …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은 자주 했지만 하필이면 시작부터 어려운 현실과 맞닥뜨렸으니 난감한데.’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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