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즐거운 한때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나노백신이 자신의 몸에도 들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나노백신이 능력에 따라 양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를 수도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저 백신으로 끝나기를 바라야 할 상황.
‘훗, 어차피 죽었다 살아났잖아. 백신이 아니더라도 날 제어할 방법은 많아···제발 현에게 해가 되지 않았으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앞으로도 계속 퀘스트를 전달받겠지만, 신이현 님께 배속된 순간부터 사용자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정되었습니다.]
‘휴, 빨리 생각을 들키지 않는 방법을 찾든지 해야지 원···’
99호의 말에 위안(慰安)된 건 맞지만 답답했다.
그것보다 굳이 백신을 이용하지 않아도 날 제어할 충분한 능력을 갖춘 이들이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는 것에 위안 삼아 자신을 스스로 달랬다.
아마 진실을 알기 전까지 답답할 것 같다.
“아저씨?!”
수정이 언제 깨어났는지 날 부르며 안겼다.
날 와락 껴안는 수정일 마주 안아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
“왜 말도 없이 가셨어요. 힝.”
“아저씨도 수영이 보고 가고 싶었지만, 너무 늦었지 뭐니.”
“힝, 다시 오셨으니 봐 드릴게요. 헤헤. ···좋다!”
날 꼭 껴안으며 좋다고 한다.
“우리 아빤데···”
수영이 내게 안길 때 깨어난 현이 질투가 났는지 끼어들었다.
“누구?”
“우리 아빠 아들 현, 신현! 네가 우리 아빠가 말한 요정이야?”
현도 내 품을 파고들었다.
아마 자기 아빠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애들의 재롱에 답답함이 조금 가셨다.
“요정? 내가?”
수영은 되물으며 히죽 웃었다.
“음, 눈이 예쁜 요정 같고, 웃는 것도 예쁘데···많이 아파?”
“아프진 않지만, 힘이 없고, 피곤해 그래서 누워서···흑흑, 으앙!”
근엄한 척 연기하며 자신을 예쁘다 말하는 현 때문일까.
씩씩한 척하더니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현이 수영의 눈물을 닦아 주는 걸 보니 수영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아서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품에서 서로 위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울지 마! 오빠도 너랑 비슷해 하루에 3~4시간을 제외하곤 잠자야 하고, 일어나도 피곤하지···하지만 봐 오빠도 이만큼 건강해졌잖아 수정이도 곧 나을 거야. 눈물 뚝!”
“뚝! 나랑 똑같네! 오빠 나 정말 나을 수 있는 거야?”
“그럼, 오빠는 1년쯤 됐어, 넌.”
“난, ···몰라 모르겠어. 힝.”
♬~[이상혁]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에 빠졌을 때 이상혁의 전화다.
애들에게 올 때 사 온 주전부리를 건넨 난 둘을 누워주고, 이상혁을 마중하기 위해 찾아 나섰다.
이상혁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백사마을에 드문 고급 SUV(Sports Utility Vehicle)를 타고 왔기 때문이다.
집으로 들일 수 없어서 이상혁의 SUV를 집 앞에 세우고 함께 탔다.
“어서 와요.”
“별말씀을 한데 이런 데서 뭐하십니까?”
“뭐 어때서요? 조금 누추하고, 불편하지만 인심 좋고, 좋구먼! 그건 그렇고 렉서스네요?”
“네? ···아!”
눈치가 빠른 만큼 내 눈치를 아는 거 같았다.
나도 일제를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의 배를 불려주지 않았으면 할 뿐이었다.
일제가 최고라면 몰라도 다른 좋은 것이 있는 데 말이다.
“굳이 렉서스를 좋아해서 산 건 아닙니다.”
“뭐, 개인의 취향은 존중합니다. 그것보다 제가 이상혁 씨를 부른 것은 땅이 필요해섭니다.”
“땅이요? 갑자기 무슨.”
“어떻게 된 거냐면···”
난 99호의 도움을 받아 준비한 영상을 스마트폰에 띄웠다.
병원체의 군락지는 회춘약수터 옆 자연학습장 남동쪽이었지만 군락지와 겹친 곳이라 회춘약수터까지 사들여야 했다.
군락지가 원형인 걸 보면 중심엔 병원체가 그득할 거로 생각했다.
“직경(直徑) 350m쯤이고 평수로는 대충 3만 평 정도 될 겁니다. 상당히 넓죠?”
“넓이는 둘째 치고, 위치가 묘해서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압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곳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겁니다.”
“음, 그렇다면 꼭 확보해야겠군요. 마침 이런 일에 딱 맞는 적임자를 알고 있습니다. 한데 도대체 뭘 하시려고?”
이상혁의 질문에 연구소라고 대답하려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99호에 질문을 던졌다.
‘99호 연구소 근처에 내 집을 지어도 될까?’
[예, 대신 특수한 상황인 만큼 설계와 공사는 저희에게 맡겨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연구소는 대외적으로 식물연구소로 군락지는 온실로 발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거야 상관없겠지···좋아. 그래도 내 집인데 디자인 정도는 내 맘대로 할 수 있겠지?’
[조율이 필요하지만, 최대한 원하시는 것을 반영해 드리겠습니다.]
데이터가 없다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뭔가 바뀐 것 같은데?’
[그건 신이현 님의 보안등급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지역을 확보하시면 소유권뿐만 아니라 모든 이익은 오로지 신이현 님의 것이 될 것입니다.]
보안등급이 올랐다는 메시지를 들었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게 내 것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내 것이 된다고?’
[예, 그렇습니다. 저희는 병원체의 정보만 얻으면 됩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만 보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이미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부유할지도 몰랐다.
돈 때문이라면 굳이 나와 같은 이들에게 기회를 줄 이유도 없었고 말이다.
‘돈보다 정보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군.’
그랬다. 능력자들에게는 돈보다 정보가 더 중요할 것이다.
“으흠, 생각이 길었죠? 미안해요.”
“아닙니다. 2분도 되지 않으셨습니다.”
생각을 정리한 신이현은 묵묵히 자신의 말을 기다리는 이상혁을 발견하고 익숙하지 않아 아주 미안했지만, 이상혁은 익숙한 듯 오히려 능숙하게 대답해 날 편안하게 해줬다.
조금 쑥스러워 겸연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그랬나요. 뭘 할 거냐고 물었죠?”
“예.”
“350m를 덮는 거대한 온실과 식물연구소 그리고 제집과 애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을 만들 생각입니다.”
“제가 더 알아야 할 게 있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연락은 해보겠지만, 최소한 며칠을 기다려 주셔야 할 겁니다.”
“네, 당연히 그래야겠죠.”
이상혁은 내게 받은 영상과 정보를 메시지로 어디론가 보낸 후 이번엔 자신이 할 말을 꺼냈다.
복잡한 얘기가 대부분이었고, 때론 벅찬 내용이었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기에 받아들였다.
얘기가 끝난 후 이들과 피자를 먹기 위해 이상혁에게 부탁했다.
복잡한 문제를 떠안긴 이상혁에게 소소한 복수를 한 난 그가 가져온 피자를 받고 돌려보낸 후 수영 엄마 전혜빈을 기다리며 애들의 재롱에 행복한 순간을 보냈다.
다 나노백신 덕분이다.
백신 효과가 탁월한지 애들이 깨어 있는 시간과 식사량이 늘었고 그래서 더 행복했다.
그러나 결국 쏟아지는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잠들었다.
‘많이 좋아진 건 맞지만, 백신이라 역시 한계가 있군. 그래도 생각보다 대단하데.’
한계가 드러났지만, 이대로라면 안심하고 퀘스트에 임할 수 있을 거 같았다.
* * *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10시간의 고된 일을 마친 전혜빈은 호텔을 나와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백사마을 초입에 도착한 전혜빈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딸 걱정에 거친 숨을 내쉬며 오르막길을 부지런히 올랐다.
집 앞에 도착해 거친 숨을 조절하며 열쇠를 찾았지만 없어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불안한 마음에 평소 몸에 지니고 있던 은장도를 꺼내 들고, 조용히 집으로 들어섰다.
불 꺼진 방이 어두워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들려오는 숨소리에 안심한 전혜빈은 벽의 수위치를 찾았다.
‘휴, 괜히 놀랬네!’
긴장을 풀고 전등 스위치를 켰다.
“헙!”
전등이 켜진 후 드러난 풍경에 놀란 전혜빈은 급히 자신의 입을 막은 뒤 조용히 방을 나섰다.
수영이 안고 잠든 사람이 신이현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 옆에 남자아이가 아마 그의 아들일 거로 생각한 전혜빈은 검은 봉투에서 찬거리를 꺼낸 후 세 사람이 잠에서 깨지 않게 조용히 요리하기 시작했다.
요리하는 모습이 왠지 즐거워보였다.
맛있는 냄새에 깨어난 신이현은 방 밖에서 조용히 요리하는 전혜빈을 발견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상황이 묘해서 뭐라 말해야할지 난처했다.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다가 식사가 완성됐을 때쯤 용기를 얻어 헛기침으로 자신이 깨었음을 알렸다.
그리고 애들을 깨웠다.
“애들아, 일어나야지.”
“힝, 졸린 데···킁킁, 맛있는 냄새 엄마다!”
“그래, 밥 먹자. 현아 너도 일어나야지.”
“네, 아빠!”
곧 음식으로 가득한 작은 밥상을 들고 전혜빈이 들어왔다.
쑥스러움을 감추려고 가볍게 눈인사로 인사를 나눈 둘은 조용히 서로의 애들을 챙기며 어색한 분위기기를 풀었다.
애들로 덕분에 화기애애해지자 쑥스러움은 사라지고 편해졌다.
그제야 전혜빈이 오기 전까지 생각했던 속마음을 꺼냈다.
“당분간 제가 수영이를 돌봤으면 하는데 혜빈 씨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네? 수영이를요?”
“예, 제가 요즘 백수거든요. 현도 그렇고 수영도 그렇고 서로 아프니 같이 지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만.”
“···그, 그건 너무 폐가 되지 않을까요?”
“백수에게 폐라니요.”
“엄마! 나 아저씨랑 오빠랑 같이 있으면 안 돼?”
“저도 수영이랑 같이 놀았으면 좋겠어요.”
“···그래.”
애들의 도움으로 승낙을 받자 애들이 아주 좋아했다.
“와~아.”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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