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나노백신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퀘스트를 보자마자 자신이 승낙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그와 동시에 궁금했다.
허공에 심판대를 만들고, 순간이동 하며 진실을 말게 하고, 지옥을 만드는 등의 능력을 갖춘 저승사자 아닌가.
지금도 순식간에 병원체를 찾고, 병원체도 가져갔는데 선결 조건이 필요하단다.
‘마나의 시험은 모르니 제외하고 병원체 군락지를 소유하라고?’
연구하는데 이곳이 꼭 필요한 걸까?
저승사자와 배후세력의 능력이라면 병을 고쳐줄 수 있을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고쳐주시면 안 되나요?”
“못 합니다.”
저승사자의 대답은 단호했다.
“저승사자님도 못하신다면 수락해야지요. 수락할 걸 뻔히 알면서 물으시다니 짓궂으시군요. 하겠습니다.”
“하하하,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희도 나름으로 고충이 있어서 말입니다. 대신 아드님과 수정이가 의해 나노백신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보안등급이 올랐습니다.]
[띠링, 나노백신 2개를 받았습니다.]
인벤토리에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작은 주사기 2개가 보였다.
“주사기라면 제가 생각하는 그 백신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나노백신은 말 그대로 1나노 크기의 나노봇 1억 개가 들어 있는 백신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병으로부터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고,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를 발견, 차단, 처치할 수 있는 백신인 동시에 재생력과 피로회복력을 올려줍니다. 아드님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대단한 백신이네요. 혹시.”
“생각하신대로 백신은 백신일 뿐입니다. 대신 지금보다 상태가 많이 호전될 겁니다.”
상태가 호전될 테니 걱정하지 말고 퀘스트에 매진하라는 뜻으로 들렸다.
“아직도 불안하신 것 같아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아직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애들이 걸린 것은 병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종의 각성 후유증이랄까요. 다행인 것은 애들이 겪는 각성이 질이 낮아 죽을 일은 없을 거란 겁니다.”
“그래요?”
“예, 물론 고치지 못하면 지금처럼 살게 되겠죠. 혹시 각성한다면 모르지만…그래서 연구가 필요한 겁니다.”
“불행 중 다행이네요. 한데 연구는 오래 걸립니까?”
“그건 신이현님에게 달렸습니다. 마나의 시험을 통과해 마나를 얻으셔야 하거든요.”
‘마나가 뭔지 모르지만 결국, 모든 게 나에게 달렸단 말이네.’
퀘스트를 많이 해보지 않아 확신할 순 없지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모든 걸 직접 하라는 투였다.
아들을 위해 뭘 못할까.
마음을 다잡고 다시 물었다.
“마나의 시험은 언제 합니까?”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목숨을 걸면 단축할 수 있습니다.”
“네에? 목숨을요?”
“예, 이 방법은 웬만하면 권하지 않지만, 신이현님은 이미 죽음을 경험했으니 가능할 거 같습니다. 다만, 생존확률을 높이려면 육체단련과 단전호흡을 완성하셔야 할 겁니다.”
할 말을 마친 저승사자는 곧 사라졌다.
저승사자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전능할 것만 같은 그들에게도 고충이 있다는 것이다.
어디에 있는지, 누군지, 어떻게 대단한 능력을 갖췄는지 등 비밀투성이지만 고충이라는 말에 실마리를 찾았다.
그들의 목적을 위해선 인간의 도움이 꼭 필요하단 걸 알았다.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음을 확인해 마음이 편해졌지만,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게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수정의 집으로 향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육체단련과 단전호흡을 완료하고, 그전에 병원체 군락지를 확보하면 된단 말이지.’
일일퀘스트야 어렵지 않지만 어떻게 군락지를 확보한단 말인가.
척 봐도 국유지에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을 게 뻔한데.
막막했다.
* * *
“…이상입니다.”
“잘했네, 큰 게 해결됐군! 큰일을 했음에도 퇴사해야 한다니 아쉽구먼.”
볼모라는 말을 들은 그룹 부회장 남의찬이 비웃는듯했지만, 어차피 구조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인지 아쉽다는 말을 끝으로 승낙했다.
정말 아쉬워하는 듯했지만, 이상혁은 사탕발림이란 걸 모르겠는가.
이럴 땐 알아도 모른척하는 게 최고였다.
그 후로 일사천리로 퇴사가 진행되었다.
성과 비까지 두둑이 받고 퇴직할 수 있었다.
‘헐, 나도 권고사직 대상자였던 거야?’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일 처리를 볼 때 권고사직 대상자가 맞는 것 같다.
그래도 한때 몸담은 곳을 떠나 적이나 다름없는 신이현에게 가자니 찜찜했었다.
한데 찜찜함을 SL이 직접 한 방에 날려주자.
허탈했지만 그래서 더 홀가분했다.
SL에 마음이 떠나자.
역으로 새로운 보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생각했다.
‘그거라면 혹시 몰라.’
좋은 선물이 생각났다.
이상혁은 자신의 노트북에 따로 정리해놨던 자료에서 네오위즈에 대한 보고서를 찾아 읽었다.
“바로 이거야. 하하하.”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이상혁입니다. …예, …흠, 예! 그러지 않아도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잘됐습니다. 가서 뵙죠. 예, 보스.”
전화를 끊은 이상혁은 노트북을 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 * *
수영 엄마 전혜빈은 딸과 반나절을 12시간을 떨어져 있는 게 불안해서 집주인에게 간혹 살펴봐 달라고 부탁했고, 신이현이 이곳에 머물 때 마침 집주인이 찾아와서 그도 알게 되었다.
전혜빈의 궁여지책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이해했었다.
난 집주인이 수정을 살필 때 사용했던 숨겨진 열쇠를 찾아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섰다.
퀴퀴한 냄새가 났지만, 거침없이 들어가 수영이 잠든 방에 도착했다.
오늘도 피곤한 얼굴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아들 현을 천천히 깨지 않게 수영 옆에 내려놓고, 인벤토리에서 나노백신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수영이 것은 보너슨가?’
[데이터가 없습니다. 백신을 사용하시려면 화면을 따라 해주십시오.]
‘그래.’
안경 화면에 주사 놓을 곳이 보였다.
영상을 도움으로 현에게 주사를 놨다.
주사를 빼자 주사기가 튜브처럼 납작해지더니 길쭉이 늘어나며 반지처럼 휘었다.
이어지는 영상처럼 현의 손가락에 가져다 대자 살에 흡수되듯 사라졌다.
“헉!”
[걱정하지 마십시오.]
99호 말대로 깨지 않는 것을 보면 고통은 없는 듯했다.
‘휴.’ 한숨을 내쉰 난 수영에게도 똑 같이했다.
“99호, 내가 모르는 게 또 있어?”
[들으신 대로 나노백신은 백신입니다. 주사기에 제어 전용 인공지능이 들어 있습니다.]
1나노미터 크기의 나노봇이 대단한 것은 맞지만, 만능이 될 수 없기에 두 가지 기본능력과 고유능력만 갖추게 됐단다.
바이러스를 발견할 탐색 능력과 서로 간의 통신 기능 그리고 서로 뭉치는 능력이었다.
뭉치면 바이러스를 처치할 수 있고, 치료할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조종할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손가락에 삽입된 반지 모양 장치란다.
엑스레이에 잡히지 않는다는 등 부수적인 기능이 있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리고 신이현님 몸속에도 들어 있고, 제가 제어하고 있습니다.]
“뭐어?”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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