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이상혁 - 2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뭔가 더 필요한 걸까요?
반응이 좋지 않아 내용을 분리했습니다.
더 담아야 한다면 공간이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게임회사 편은 ‘덤’이라는 소제목으로 따로 등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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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부탁합니다. 당신도 모든 것을 잃었을 때의 고충을 이미 겪었으니 잘 아시지 않습니까?! 부디…인정을 베풀어 주십시오.”
“하아…”
이상혁의 생각대로 신이현은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 저들이 무슨 죄가 있겠어. 가진 놈들의 죄지!’
이상혁의 말이 맞다.
신이현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굳이 검증하려는 이유는 첫째 ‘엿 먹어라’라는 심정이 한몫했고, 둘째 자신이 기술자로선 몰라도 경영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 일로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전보다 잘할게 분명하지만 아직 자신이 없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다시 큰일을 맡아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를 세워 협상할 생각이었다.
한데 이상혁의 말대로 전문가를 영입해서 협상하려면 짧아도 보름은 걸릴 것 같았다.
‘아니 그것보다 더 걸릴 수 있겠지.’
그만큼 점검해야 할 게 많았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게 이런 건가?! 사실 괘씸한 걸 제외하면 보상은 들은 얘기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기는 한데…어떻게 하지…아! 흐흐흐, 그럼 되겠군.’
“이상혁 씨, 당신은 자신의 삶에 만족합니까?”
“……?”
‘뭐야? 갑자기 웬 뜬금없는 질문을…’
얘기와 전혀 상관없는 것을 묻자 이상혁은 할 말이 아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대답이 없자.
신이현이 다시 물었다.
“지금 SL에서 하는 일에 만족하십니까?”
“아, 저도 좋아하는 일은 아닙니다만 상황이…”
“그래요? 그럼,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이 자료가 사실입니까?”
“예, 진실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제 목숨을 걸라시면 걸겠습니다.”
“좋습니다. 이상혁 씨의 말을 믿고 합의하겠습니다. 대신 이상혁 씨가 퇴사해서 제 밑으로 오는 조건입니다.”
“예에?”
이상혁은 멘붕에 빠졌고, 신이현은 빨리 일을 매듭짓기 위해 이유를 설명해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솔직히 전 이런 걸 잘 모릅니다. 그렇다고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던 SL과 대충 합의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한데 이상혁 씨가 나타난 것입니다.”
“……?”
“자신의 삶을 후회하고, 이 서류가 진실이라고 외치는 당신이 말입니다.”
“아! 제 말이 사실이지만 그것과 제가 신이현님 밑에 들어가는 거랑 다릅니다. 제가 SL에 충성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론 자신할 순 없다.
누군들 이럴 때 자신할 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하려는 이유는 이상혁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번 일로 인생의 쓴맛을 봤기 때문일까.
사람 보는 눈이 조금 생겼다.
그전에는 마냥 사람이 좋았다면 이제는 사탕발림인지 충고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결과적으로 모두 내 곁을 떠났지만 모두 같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평소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싹싹하고, 친절했던 자들은 연락이 없는 반면 내 그늘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던. 그래서 내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이들은 오히려 내게 전화해 안부를 묻곤 했기 때문이다.
그때야 헤어질 때 그들이 보냈던 시선의 의미를 알았다.
말과 달리 냉정했던 눈.
연민의 눈.
돕지 못해 안타깝다는 눈 등등 이유는 달라도 그 속에 따듯한 인간애가 놓아 있다는 것을 이제 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상혁의 물음에서 난 이렇게 생각했다.
‘이제 최소한 말에 현혹되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 것 같거든요. 그리고 당신의 눈에 진실도 보이는 것 같고.’
또 아니면 어떤가.
오히려 긴장을 유지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어차피 세상에 완전히 믿을 존재는 아무도 없다.
어느 영화에 대사처럼 51%만 믿기로 했다.
다 믿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SL을 믿습니까?”
“물론 믿지도 충성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제 일에 충실할 뿐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처럼 제가 이상혁 씨를 확실히 믿을 수야 없겠지요. 하지만 누군들 그렇지 않겠습니까?”
“……”
“누구도 믿을 수 없다면 SL 그룹을 잘 알고, 후회하는 당신이 가장 적합하지 않겠습니까! 아닙니까?”
“……”
수긍하는 눈치라 쐐기를 박았다.
“진실이라면 SL에서 나와 끝까지 책임을 지십시오.”
이상혁도 신이현의 말을 이해했지만,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못했다.
이상혁은 S대 법대를 졸업하기 전 이미 사법고시를 합격한 유능한 인재(人才)로 변호사 임용(任用) 때 결혼한 상태였다.
캠퍼스 연인이었던 아내와 결혼한 것은 그녀의 뜻하지 않은 임신 때문이었지만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양가의 축복 속에 결혼했지만, 그의 가족과 처가는 그렇게 유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내와 온 집안 식구가 SL의 권유(勸誘)를 옹호(擁護)했다.
그래서 그도 안전하고 편한 길을 선택했다.
“왜? 망설이십니까? 설마 제가 부족합니까?”
‘부족한가? 내가 왜 망설이는 거지?’
신이현의 말에 이상혁은 자신이 왜 고민하는지 생각했다.
신이현 말대로 그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앞으로 받게 될 보상을 생각하면 오히려 인성도 능력도 돈도 누구에게 뒤지는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안한 것은 새로운 삶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삶이 불안했다.
“그건 아닙니다.”
“그럼, SL 그룹에 꼭 남아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니면 혹시 그들이 두렵습니까?”
“훗,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제가 그만둔다고 그들이 저를 만류(挽留)할 이유도, 위해(危害)를 가할 이유도 시간도 없을 겁니다. 다만, 너무 뜻밖이라서.”
“그럼, 이렇게 합시다. 어차피 이 일의 담보가 필요해서 이상혁 씨를 볼모로 잡았다고 합시다. 사실 볼모역이 맞기도 하고요. 하하하.”
이상혁은 신이현의 말이 농담인 걸 알지만, 볼모라 해도 나쁜 건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말이 진실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
신이현은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며 이상혁에게 생각할 시간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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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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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세상이 변하고 있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나도 새롭게 시작하자.’
사실 못할 짓을 많이 해야 하는 궂은일이라 지긋지긋했었다.
결심은 했지만, 아직 부족했다.
“저, 제 처우(處遇)는 어떻게 됩니까?”
“당장은 결정하는 건 성급하지 않을까요? 음, 이렇게 합시다. SL에서 받으시는 것을 연봉으로 계산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생각해봅시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이런 일에 자신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이상혁의 제한은 가장 첫 번째 일은 자문변호사를 구하는 것과 공증이었다.
“저, 마지막으로 SL에서 합의하기로 한 것을 공표하려 할 텐데 어떻게 할까요?”
“상관없지만 유언비어는 삼가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변호사는 제가 따로 섭외하겠습니다. 3일 후 합의하는 거로 합시다. 시간은 그쪽에서 정하라고 하세요.”
“예,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이만 합시다. 쉬세요.”
“수고하셨어요.”
신이현은 병실로 들어가 단전호흡을 마침으로써 남은 일일퀘스트 마쳤다.
그리고 내일을 기대하며 아들 현 곁에서 잠을 청했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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