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퀘스트 - 3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 * *
어색한 두 사람은 유령마을처럼 어두침침한 길을 20여 분 올라 드디어 집 앞에 도착했다.
집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서로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신이현은 뭔가 아쉬웠지만 당장 아들에게 달려가고 싶었던 것을 아픈 수영이 때문에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있었을 뿐이라 더 남아 있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제 수영의 엄마에게도 고마움을 전했으니 떠나야 했다.
전혜빈은 신이현을 보내야 하는데 딸 수영이 신이현을 찾고, 슬퍼할까 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차라도 권해 시간을 늦춰볼까도 했지만 2평이 될까 말까 한 좁은 방이라 그럴 수도 없었다.
설령 권한다 해도 좋을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도 이제 헤어져야 한다는 걸 인정했다.
‘여기까지가 좋아…이제 아들 현을 보러 갈 시간이야.’
신이현은 더 망설일 수는 없었다고 생각하자 남자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게 좋을 거로 생각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고마웠습니다.”
“뭘요. 다치신 곳이 없으셨다지만 돌봐 드리지도 못하고 나가서 죄송했습니다.”
“아닙니다. 덕분에 푹 쉬었습니다. 무엇보다 귀여운 수영이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몰라 좋았습니다. 제 아들에게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애가 아파서 폐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닙니다. 저도 홀로 아픈 아들을 돌봐야 하는 처지라.”
“아! 많이 아픈가요?”
“수영과 비슷한 증상이지만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
같은 증상이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전혜빈은 말을 잊지 못했다.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밤인데도 무척 춥군요. 혹시라도 수영이 감기 걸릴지도 모르니 어서 들어가십시오.”
“아! 예, 안녕히 가세요.”
“혜빈 씨 힘내십시오. 그럼, 안녕히.”
“…예.”
둘은 서로 고개 숙여 인사한 후 이제 다시 볼 일은 없을 거로 생각하며 각자 가야 할 길로 향했다.
서로 뒤돌아봤지만, 시선이 엇갈려 알지는 못했다.
* * *
신이현은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부랴부랴 아들이 입원한 병원으로 향했다.
입원 당시엔 나름 잘나가는 편이라 집과 가까운 대학병원을 선택했지만 며칠 전 걸려온 병원비 독촉전화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저승사자의 얘기론 보상을 받을 거라 했지만, 이익을 위해서 남의 것도 빼앗는 것들이 순순히 돌려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신이현은 병원에 도착해 간호사들을 피해 아들이 입원한 병실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마침내 아들의 병실로 몰래 들어섰다.
아들이 입원한 병실은 4인실로 모두 애들이 입원해 있었다.
그래서 더 안심했었다.
한데 아들이 누웠던 침대에는 아들이 보이지 않고 웬 다른 애가 누워 있었다.
‘설마 병원비 때문에 애 병실을 바꿨나?’
병원비 때문에 간호사를 피해서 들어왔는데 이번엔 간호사를 찾아가야 할 처지가 된 거다.
‘내 처지가 참 우습구나.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애가 얼마나 놀랐을까.’
자신 때문에 아들이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니 서럽고 화가 났다.
‘돈 없는 서러움이 이런 건가!’
이윽고 간호사대기실에 도착했다.
막 불같은 화를 내려는데 간호사가 날 웃는 얼굴로 반겼다.
“현이 보호자님 어서 오세요.”
“아, 네.”
“저, 이쪽으로 오신 걸 보니 혹시 아드님의 병실이 바뀌신 걸 모르셨나요?”
“그러잖아도 그것 때문에 왔습니다.”
“모르셨군요. 그럴 실줄 알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16층 특실 2호실로 옮겼습니다.”
‘특실로 옮겼다고? 아니 왜? 병원비를 독촉할 때는 언젠데 특실로 옮겼지?’
우선 아들이 잘 있나 확인해보고 따지기로 했다.
땡! 16층에 내려 막 아들이 옮겼다는 ‘15-02호 신*’라고 쓰인 방에 도착했을 때 깔끔한 정장차림의 사내가 말을 걸었다.
“신이현님 안녕하십니까? SL 그룹 법무 1팀장 이상혁입니다.”
저승사자의 말이 떠올랐다.
‘아! 그렇게 된 건가.’
명함을 내밀려 자신을 소개하는 자를 보고 아들이 특실로 옮긴 이유를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놈들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내 것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싫든 좋든 조속히 관계를 청산하려면 필요했기 때문에 명함을 받았다.
“그래요? 시간 있으면 제가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저, 그러지 마시고 잠시 시간 좀 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비키세요. 지금 제 아들을 보는 것보다 급한 건 없습니다.”
“아! 제가 성급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됐습니다. 비키세요.”
“예, 아드님을 뵙고 나서 꼭 제게 시간 좀 내주십시오.”
냉정하게 말했음에도 시간을 내달라며 고개 숙이는 SL 그룹의 직원을 보며 굳이 직원에게까지 화를 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 알았습니다. 기다리세요.”
끓어오르는 화를 진정시킨 난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들의 병실이 맞았다.
못 본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죽다 살아나서일까.
억겁을 세월을 돌아온 기분이었다.
난 아들 현의 침대를 파고들어 보듬듯 안고 누웠다.
“으음, …아빠?!”
“그래, 내 아들 현아, 잘 있었니?”
“네, 뉴스를 보고 오실 줄 알았어요. 헌데 조금 늦으셨네요?”
뉴스를 보고 기다렸단다.
‘내가 올 줄 알고 기다렸다는데 난 아들의 위한다는 핑계로 자살을 선택했다니…’
가슴이 먹먹했다.
저승사자 말처럼 너무 성급했던 게 아닐까.
어쩌면 난 아들 걱정보다 사는 게 두려웠던 건 아닐까.
자괴감에 빠져들었지만 다행이라면 내가 살아 있다는 거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아들 곁인데…자괴감에 빠질 것 없어 다시 살았으니 이제부터라도 잘하자. 그러면 되는 거야.’
아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게 핑곗거리가 필요했다.
“…그랬니? 미안, 귀여운 요정과 놀다 오느라고 늦었단다. 몸은 어떠니?”
“귀여운 요정이요? 누굴까? 누군지 저도 만나고 싶네요. 몸은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정말?”
“네, 정말이에요.”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구나!”
‘의사선생님을 만나 봬야겠군.’
내 눈엔 변한 게 없어 보였지만 아들의 말대로 수영과 달리 살도 좀 붙었고, 피곤해 보일 뿐 창백하지 않았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일까.
어쨌든 아들 현이 수영이보다 상태가 좋아 안심됐다.
안심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수영이보다 상태가 좋다고 생각한 게 미안했기 때문일까.
삐쩍 마르고 창백한 수영의 얼굴이 아들 현의 얼굴에 겹쳐 떠올랐다.
‘수영이도 입원하면 상태가 호전될까?’
확신은 없지만, 수영이 현과 함께 2인실에 입원한다면 서로 의지가 돼 좋을 거 같았다.
수영이 입원해서 아들과 같이 있는 상상하니 절로 입가에 웃음이 뱄다.
아빠의 복잡한 표정을 빤히 바라보던 현은 아빠의 미소를 보고 물었다.
“아빠!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아! 미안, 귀여운 요정이 너와 만나면 어떨까 하고 생각니 절로 웃음이 생기는구나.”
“요정이요? 정말 요정은 아니겠고, 자꾸 요정이라 말씀하시니 보고 싶네요. 누구예요? 어서 말해주세요.”
자살 후 우연히 만났다는 사실을 얘기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자살과 관계된 것을 제외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을 수영이 발견해 구해졌다는 것을 시작으로 수영과 있었던 얘기를 모두 들려줬다.
“어! 저도 그 자연학습장에 다녀온 후부터 앓았는데…”
“뭐? 정말?”
“네, 엄마에게 얘기했었는데 못 들으셨어요?”
이혼한 아내에게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소송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에게 소홀했던 것이 떠올랐다.
‘내가 죽일 놈이구나! 내가 죽일 놈이야.’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퀘스트가 도착했지만 보고 싶지 않았기에 무시했다.
“못 들으셨구나!”
“미안해 아들, 내가 그때 소송에 정신을 뺏겨서 들은 기억이 없네.”
“그럴 수도 있죠. 그리고 상관없어요. 안다고 제가 나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의사 선생님도 못 고치는 걸…혹시 그 가여운 요정을 볼 수 있을까요?”
“보고 싶니?”
“네!”
1년을 병원에 있었으니 오랜만에 나들이를 다녀와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의사와 상의해봐야 하지만 많이 좋아졌다니 하루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았다.
더 늦으면 추워서 곤란하니 꼭 데려가고 싶었다.
“내일 요정을 만나러 갈까?”
“정말요?”
“의사선생님께 허락받고 외출토록 하자.”
“좋아요. …아함, 너무 떠들었나 봐요. 헤헤, 저 졸려요. 아빠! 잘게요.”
“그래, 푹 자라.”
현이 웃으며 잠들었다.
난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침대에서 조용히 내려와 병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소파에 앉았다.
퀘스트를 확인할 정도의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99호가 물었다.
[신이현님 퀘스트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응, 보여줘.”
[퀘스트]
1, [일일 퀘스트: 단전호흡을 익히자.]
2, [일일 퀘스트: 몸을 단련하자.]
3, [돌발 퀘스트: 병원체(病原體)를 확인하자.]
[돌발 퀘스트: 병원체(病原體)를 확인하자.]
-수정과 현을 감염시킨 병원체를 찾아라.
기한: 무기한.
보상: ?
“뭐, 병원체를 찾으라고? 혹시 치료제를 만들어주려는 건가?”
[……]
“99호, 설명이 없는데 혹시 더 아는 거 없어?”
[예, 추가된 데이터는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용자의 등급에 따라 제 능력이 제한된다는 것과 사용자 편의를 돕는 능력만 개방된 상태란 것뿐입니다.]
“등급이 올라야 정보도 더 얻고, 능력도 개방된단 말이지.”
[예.]
‘불친절하지만 이런 퀘스트라면 좋지. 원래 나와 관계된 퀘스트가 주를 이루는 건가? 아니면 나에게 환심을 사려는 건가?’
어떤 쪽이던 내가 도움이 될 거란 예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설명이 없는 걸 보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될 것도 같았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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