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퀘스트 - 1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믿자니 불안하고, 믿지 않으려 해도 믿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더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99호, 이제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별다를 게 없습니다. 신이현 님은 그저 전처럼 자유롭게 사시면 됩니다. 전과 다른 게 있다면 퀘스트가 주어진다는 것뿐입니다.]
“퀘스트?”
[예, 그렇다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퀘스트는 사용자의 뜻대로 결정하시면 됩니다. 수행하실지, 포기하실지 혹은 보류하실지 말입니다.]
“정말이야?”
[예,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강요가 아니란 말이지!? 점점 더 궁금해지는데…도대체 목적이 뭘까?’
난 평소 목적 없는 행동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의식중에 한 행동도 다 이유가 있음을 정신학자들이 밝히기도 했으니 내 생각이 맞을 거다.
다른 것도 아니고 거창하게 시작한 일에 목적이 없을까.
분명히 있을 거다.
그렇다면 과연 이 알 수 없는 세력이 바라는 건 뭘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승사자와 그의 배후세력이 뭘 바라는지 알 수 없었다.
‘내게 배정된 도우미가 99호라면 나 말고 다른 자들이 있는 게 분명해 각국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99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어.’
한국에서 9번째였던 내가 99번 도우미를 받았다면 훨씬 더 많은 자가 퀘스트라는 명목의 임무를 받을 게 분명했다.
퀘스트란 것이 어떤 건지 받아 보지 못했지만 99호의 말대로라면 얻는 건 있고 잃는 게 없는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 될 것이다.
누가 이런 조건을 거부할까.
아마 없을 거다.
나도 그렇지만 각자의 이익에 따라 퀘스트를 판단해 수행함으로 손해가 없을지라도 퀘스트를 완수할 때 얻어지는 부수적인 효과에 목적이 있다면 서로 유리한 좋은 관계가 될 것 같았다.
‘역시, 문제는 그게 나와 내 아들에게 영향을 끼칠지가 문제야.’
고민하지 않기로 했지만, 너무나 좋은 조건에 자꾸 의심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한데 고심 끝에 결과는 이번에도 같았다.
‘그냥 앞으로 퀘스트가 완성됐을 때 일어날 일을 예상해보자 그게 좋겠어.’
쓸데없이 걱정만 할 게 아니라 퀘스트를 보고, 단서를 찾기로 했다.
그전에 과연 99호가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혹시 뭐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지 알고 있나?”
[제가 가진 데이터엔 관련내용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 나도 네가 대답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어.”
굳이 가르쳐줄 거면 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 내 생각이 맞았다.
이제 남은 걱정은 어떻게 해야 생각을 읽히지 않을 수 있는 가였다.
‘이거 정신수양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정말 시급한 건 생각을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만드는 거로 생각했다.
아직 생각을 숨길 방법을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그게 시급해 보였다.
[띠링,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퀘스트?”
[예, 보시겠습니까?]
“좋아, 보여줘.”
[퀘스트]
1, [일일 퀘스트: 단전호흡을 익히자.]
2, [일일 퀘스트: 몸을 단련하자.]
퀘스트는 두 가지였다.
[일일 퀘스트: 단전호흡을 익히자.]
-아침과 저녁 30분씩 두 차례 단전호흡. 0/31일
도우미의 도움으로 단전호흡을 익히자.
보상: 재생력 5% 상승.
[일일 퀘스트: 몸을 단련하자.]
-헬스장에 상관없이 1시간 운동. 0/31일
트레이너의 지도에 따라 올바른 운동법을 익히고 건강을 되찾자.
보상: 피로회복 5% 상승.
‘재생력 10%와 피로회복 10%이라고? 저 보상이 어떤 방식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정말이라면 대박인데…임무를 시키기 전에 우선 몸을 만들어두라는 건가? 그건 그렇고 단전호흡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새로 얻은 삶과 아들을 위해서라도 건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일일퀘스트를 수행하기로 했다.
“이봐 99호, 단전호흡이 도움되는 거 맞아? 그건 그렇고 당장 헬스장을 갈 수는 없는데 어떡하지? 미뤄야 하나?”
[단전호흡은 충분히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굳이 미루지 않으셔도 됩니다. 헬스장에 가지 않으셔도 제가 알려 드리는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스쿼트(Squat) 자세 따라 하기, 5미터 왕복달리기, 10km 달리기 등을 수행하셔서 하루 치 목표를 맞히시면 대체 가능합니다.]
“다행이네.”
일단 안심됐다.
물론 본격적인 퀘스트가 도착해야 알겠지만, 어차피 선택의 자유가 있다지 않은가.
마음이 편해지자 아들 현이 떠올랐다.
현이 떠오르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데 그 순간 아들 현의 얼굴에 초췌한 수영의 얼굴이 겹쳐 보여 차마 방을 나서지 못했다.
‘최소한 애 엄마와 수영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고 가자.’
“그래, 애 엄마가 올 때까지만 같이 있자.”
난 자신을 달래며 수영의 곁에 누웠다.
내 품이 따듯하다는 말이 수영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수영을 품으로 옮겨 안고 지쳐 잠든 수영의 볼을 쓰다듬었다.
새근새근 잠든 수영은 귀여웠지만 피곤함에 찌든 게 역력했고, 통통하고 보드라워야 할 어린 애의 피부는 거칠고 메말라 있었다.
“가여운 것.”
‘얼마나 아팠을까? 그것도 혼자 늘 이렇게 있어야 한다니…’
또 아들 현이 떠올랐다.
현은 1년 전 원인불명의 불치병으로 판명돼 병원에 입원해있다.
나이는 7세고, 애늙은이였다.
원래 쾌활하고, 말썽 꾸리기였던 현은 아내가 떠나고, 아비가 소송에 시달리기 시작하자 세상을 알아버렸다.
수영이처럼 천진함을 버리고, 가식적인 웃음을 짓는 애늙은이가 됐다.
고난이 애들을 빨리 철들 게 한 거다.
‘현보다 더 어린 것이 얼마나 외로웠으면 내 품이 따뜻하다고 했을까?’
수영이 더 가엽게 느껴져 꼭 끌어안았다.
수영이도 내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날 꼭 안았다.
“그러고 보니 그놈은 어떻게 됐지?”
난 남규만의 심판결과가 궁금해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다.
[신이현님 인터넷 검색기능은 제게도 있습니다.]
“그래?…아! 안경 화면에 채팅창이 왜 필요한 가했더니 그게 검색창이었어?”
[예, 그렇습니다.]
“그럼, 남규만이 어떻게 됐는지 검색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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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심판이 끝나자 남규만은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사무실이라 생각했던 곳이 전혀 다른 장소란 것과 자신의 치부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밝혀졌다는 게 동시에 떠올랐다.
“흐흐흐, 역시 그런 건가?!”
“네 투표결과는 50.3% 사형을 선택해서 애석하게도 지옥형벌은 면했다.”
남규만은 저승사자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저울 아래를 내려다봤다.
“흐흐흐, 그렇다고 내 처지가 달라질까?”
“글쎄, 혹시 모르지 않나?”
“일반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난 달라. 집안 내에서 적도 문제지만 아버지가 날 용서하지 않을 거야…훗, 어쩌면 아버지도 여기 설 수도 있겠는데 흐흐흐.”
“가진 게 많은 만큼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
“어쨌든 내가 밝힌 걸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는 걸 아는데 시간만 끌면 뭐해. 결국, 더 비참해질 뿐이야. 저기 혹시 자살할 기회를 줄 수 없나?”
저승사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다행이군! 네가 누굴 죽였다면 불가능했겠지만 가능해. 그리고 네가 삶을 선택한다고 해도 네 죽음을 바라는 이가 목숨을 대가로 널 죽이려 해서 어차피 죽었을 거다.”
“흐흐흐, 그놈이 내 죽음을 바란다?…당연하겠지.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그때 허공에 철봉이 나타났다.
“철봉? 설마 목을 매라는 건가?”
“……”
“흐흐흐, 하하하하, 좋아, 좋아! 그렇다면 나 혼자 죽을 수는 없지.”
남규만은 자신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나눠 가진 놈들을 하나하나 조목조목 다 까발린 후 자신의 넥타이를 불어 철봉에 건 채 스스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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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현은 자신의 넥타이에 매달렸음에도 자신의 목을 잡은 것 외에 흐트러짐 없는 놈을 보고 자신에게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받고 나서며 웃던 놈이 떠올랐다.
끝으로 몸을 부르르 떨며 황홀해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축 처진 놈이 무서웠다.
“휴, 저런 놈이었다니 정말 무서운 놈이었구나!”
가진 놈이 더 지독하다더니 무척 무서운 놈이었다.
그래도 다시는 마주치지 않게 됐으니 후련했다.
다시 저런 놈들과 만나지 않길 바라며 수영을 안은 채 잠을 청했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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