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죽음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호흡을 가다듬는 동안 시야가 바꿨다.
공간이동이었다.
원수인 남규만과 저승사자가 각자의 저울 위에 서 있었고, 난 두 저울 사이에 마련된 소파 앞에 이었다.
저울보다 약간 높은 위치였다.
아마도 다른 원고도 이곳에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누구도 알아보지 못한 것이 뭔가 원고를 위한 배려로 보였다.
피고 남규만의 말로 시작됐다.
“웬 놈이냐?”
“묻고 싶은 것이 있어 찾아왔다.”
‘각자 조금씩 반응이 다르네!’
대화를 들으니 놈의 집에 찾아온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네가 얼마 전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헐값에 사들였더군.”
“아! 그거 흐흐흐, 아주 대단한 걸 얻었지.”
“자세히 듣고 싶은데 말해줄 수 있나?”
“그러지 않아도 자랑할 데가 없었는데 잘됐군! 난 어느 날 여기저기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어, 내용은 너도 알다시피 인공지능에 관한 내용이었어. 웬 놈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는데 솔직히 난 관심 없었어. 나도 인공지능을 만들고 있었고, 성과도 있었거든. 한데 아버지까지 전화하신 거야.”
자기를 포장했지만 결국 아버지의 영향력으로 살아가는 놈이라 아버지의 명령을 어길 수 없었다는 내용의 변명이었다.
“난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내용을 알아봤지. 한데 놈이 만든 인공지능이 너무 뛰어난 거야. 현존하는 어떤 인공지능도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놈의 인공지능은 한번 접한 데이터를 이용해 자신만의 알고리즘을 만들기에 데이터가 없더라도 추론해서 결과를 만들어냈던 거야.”
그랬다.
내가 만든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알고리즘을 새로 생성해 추가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었다.
그렇게 만든 이유는 나 혼자 개발해야 했고,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름 로봇 3원칙을 준수하면서 개발했다.
다만, 알고리즘이 비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초기라 수정할 것이 많았는데 내가 만든 인공지능이 그렇게 뛰어났었나?’
자신이 만들었기 때문에 당당하고, 뿌듯했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데 타인은 자신의 인공지능을 높이 사고 있는 거다.
그 때문에 파멸했지만, 이유를 알자 조금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 * *
그때 다른 장소에서 TV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9번째로 등장한 인물이 누군지 알아냈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피고는 국내 1위 대기업인 SL의 삼남 남규만으로 네오위즈라는 게임회사의 사장으로 밝혀졌습니다. 얼마 전 원고 신이현의 ‘현 소프트’를 상대로 1년간의 끈질긴 법정공방 끝에 승소하고, 인수·합병했는데 그것이 다 공작으로 드러났습니다.”
처음 특허분쟁서부터 다시 집중 조명되기 시작했고, 그동안 흘러나왔다가 묻힌 내용이 다시 재조명되기 시작했고, 하나씩 사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남규만의 입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꽝!’ TV를 시청하고 있던 노신사가 스마트폰을 TV에 던졌다.
“후, 후, 후~우, 방법이 없겠나?”
“…죄송합니다. 아시다시피 심판 아니, 저 만행을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지금까지 현상을 종합해 본 결과 남규만 사장님의 일을 완전히 덮을 수 없다는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연구진의 말로는 더 커지기 전에 봉합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꽝!’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쓰린 곳을 달란 노신사는 다시 물었다.
“후, 내가 가진 힘으로도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연구진의 판단으론 정신병이나 여타 방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남규만 사장님만이라면 억지로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곧 관련자가 저 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예상입니다.”
“하, 관련자라…”
‘그렇군! 이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계속된다면 앞으로 권력을 쥔 자들이 계속 저 저울에 오르겠지.’
수많은 역경을 겪었던 자였던 것만큼 남창현 회장은 빨리 결정을 내렸다.
“그래, 맞아. 당장은 손실보다 생존을 선택해야겠지…좋아! 조속히 이 일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우리에게 한을 품을 놈들이 많겠지?”
“아마 많을 겁니다.”
“그래, 특수2과가 놈들을 관리하기 위해 생겼으니 많을 거야…휴, 미리 배상할 생각이니 자료를 찾아 모두 배상하도록 해. 그리고 신이현 저놈과 관련된 것을 다 돌려주고, 소송당하기 전에 합의해. 터무니없는 거라면 몰라도 웬만한 건 다 들어줘.”
“예, 회장님.”
“그리고 혹시 모르니 장례준비를 해서 보내도록.”
“에? 예! 알겠습니다.”
‘그동안 쌓아둔 자금으로 될지 모르겠군. 비자금을 쓰더라도 해결해야겠지. “뿌드득” 놈을 죽이고 싶지만 당장은 놈을 죽어봐야 손해만 가중될 뿐이니…’
* * *
누간가는 원한을 갖고.
누군가는 통쾌하게 생각하는 그때.
“무서웠어…아마 나뿐만 아니라 내게 전화한 놈들도 아마 그랬을 거야…잘 사용하면 세상을 장악할 수도 있을 정도로 아주 위험한 프로그램이었거든. 그래서…”
심판대에 올라 모두가 진실을 말했던 것처럼 남규만 놈도 거침없이 진실을 쏟아냈다.
결론은 혼자 독식하면 다수의 공격을 버틸 수 없다는 생각에 공유하기로 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자신이 총대를 멨다는 내용이었다.
“너희에게 양심이라는 게 있나? 그게 궁금하군!”
“양심?…아! 그놈에게 미안하지 않으냐고 묻는 거라면 조금 미안하지…놈의 것을 빼앗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하지 않는다고 놈이 그것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나?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이 일에 나만 나선 게 아닌 거 알잖아…아직도 모르겠어?”
“훗, 양심이 없는 건 아니군!”
“나도 인간이라고 양심이야 없을 수야 없지…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양심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아. 아니, 지배자에게 양심은 어울리지 않지. 우리에게 빌붙어 사는 놈의 것은 우리 것이나 마찬가지야 하하하, 맞아! 그랬던 거야.”
놈은 자신의 정당성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양심이 그렇게 만든 것 같았다.
그러지 않았다면 굳이 저렇게 변명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었을 거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만 빼앗으면 됐지. 굳이 그자를 파멸로 몰아넣어야 했나?”
“흠, 죽이지 않을 거면 철저히 밟으라는 아버지의 말씀도 한몫했지만, 질투가 나더라. 내가 하지 못한 것을 평민이 그것도 혼자 만들어냈다는 게 몹시 거슬렸거든. 그래서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철저히 파멸시켰지…뭐 지금도 관리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관리할 거야.”
“허, 끈질기군!”
“그러지 않아도 슬슬 귀찮아서 죽일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어. 아버지는 죽이라고 하시지만 내 질투가 다 식지 않아 더 괴롭힐 생각이야.”
질문이 끝났으니 놈은 이제 곧 정신을 차릴 거다.
투표가 시작됐을 거다.
다른 자들과 마찬가지로 정신을 차리기 전에 결과가 먼저 나왔다.
저승사자가 날 보며 말을 걸었다.
“애석하게도 2/3를 넘지 못했다.”
‘역시! 세상을 믿을 게 못 돼. 죽어도 마땅한 놈들에게도 선처를 보내는 놈들이 너무 많아.’
그럴 거라 예상했기에 실망하지 않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이가 사형을 선택해준 것에 만족했다.
“겨우 절반을 넘을 줄 알았는데 2,300만이나 나왔다니 조금 아쉽지만 전 만족합니다. 혹시 한 가지 부탁해도 될까요?”
“가능한 거라면.”
‘부탁도 들어주는구나! 좋아!’
난 죽기로 했고 저승사자가 승낙의 뜻을 비췄기 때문에 희망을 앉고 시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당신의 보여준 능력이라면 가능할 거라 믿습니다. 저를 사고사로 처리해주십시오. 믿겠습니다.”
난 저승사자가 혹시라도 안 된다고 말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말을 마치자마자 탁자에 놓여 있던 단검을 들고, 내 가슴을 힘차게 찔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칼이 심장을 힘차게 관통했고, 칼끝이 심장을 관통한 게 느껴졌다.
“이런, 사고사로 처리해달라면서 심장에 찌르다니…”
“안 된다고 말할까 봐 두려웠거든요. 부, 탁, 합니…다.”
난 할 말을 마치고 정신을 잃었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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