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심판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전편인 ‘죽음’ 편에 부족함을 느껴 ‘심판’과 ‘죽음’ 편으로 분리해 수정했습니다.
심판이 너무 밋밋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차원적인 존재가 나타나 심판대를 세웠는데도 그저 인간 세상과 같다면 재미없잖습니까?! 그래서 2/3를 얻은 놈들의 죽음을 특별하게 꾸몄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죽음을 선택하는 부분도 너무 급작스럽고, 당황스럽다는 생각에 타당성을 확보하려고 분리했습니다.
항상 독자의 반응을 면박수련(面縛修鍊)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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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각국 정상이 머무는 곳에 알 수 없는 장치가 등장했다.
한국도 청와대 정문 50m 상공에 장치가 생겼다.
나라의 정상과 일반인 그렇게 양쪽에 뭔가를 보여주려는 듯 묘한 위치에 나타난 이 장치는 심판의 저울을 똑 닮은 장치였다.
살생부에 오른 자를 심판하기 위한 진실의 심판대였다.
청와대를 보호하는 수방사, 경찰 등이 출동하는 한편 고가 사다리를 이용해 심판대에 접근해봤지만,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투명한 막이라도 처진 듯 들어갈 수 없었고, 총으로도 그 막을 파괴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도시 한 복판에 나타난 장치에 섣불리 다이너마이트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해 파괴할 수도 없었다.
우선 접근을 차단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심판의 저울의 양쪽을 차지하는 자가 나타났다.
한 놈은 나이프를 꺼낸 놈이었고, 한쪽은 검은 갓과 도포(道袍)를 입은 저승사자였다.
“진실을 말할 준비가 됐는가?”
“진실?! 뭘 알고 싶지?”
“차승현과 그의 가족에 대해 말해봐라.”
“차, 승, 현? 그놈이 누군데?”
“…2015년 8월 5일 네가 노름빚은 갚으라며 접근한 가족이 기억나지 않는단 말인가?”
“후후, 어디 그런 놈이 한둘이어야 기억하지…아! 그놈, 병신같이 짜고 치는 것도 모르고 도박에 미쳐 가산을 탕진하고, 덕분에 딸은 텐프로로 팔려갔던 놈. 기억나…그럼에도 끝내 도박을 끊지 못하고 자신의 장기까지 적출당하고, 오락가락하던 그놈 말인가?”
“그래, 혹시 아무런 죄책감도 들지 않나?”
“죄책감? 내가 왜 그런 걸 느껴야 하지? 어차피 선을 넘은 건 놈이었어. 뭐 우리가 작업하는 놈치고 도박에 빠지지 않는 놈이 거의 없지만 어쨌든 장기를 적출 당했다고 도박을 끊을 놈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끊었다는 게 의외이기는 했지만 장기를 더 축출할 수도 있었음에도 죽을까봐 포기한 것만 해도 많이 봐줬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마법에라도 걸린 듯이 저승사자의 질문에 한 점의 의심도 없다는 듯이 잔혹한 얘기가 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시간이 흘러 저승사자의 질문이 끝났다.
“너희 선택은 어떤 것인가? 지금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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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01
피고(被告): 이양은
원고(原告): 차승현
12853/4591
너의 선택은 [사형] [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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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난 사형에 한 표를 던졌다.
빠르게 투표수가 늘었다.
‘kr는 우리나라는 뜻하는 것 같고, 01이 첫 번째라면 난 아홉 번째인가?’
신이현의 번호는 kr-09였다.
추론대로라면 9번째가 분명했다.
그렇다면 남은 대기시간 08 : 17분이란 시간은 1시간에 한 번씩 심판을 갖겠다는 거로 보였다.
1분이 되지 않아 투표는 마감됐다.
3,500만여 명 중 2,734만 명이 사형을 선택했으니 사형은 확정되었다.
‘과연 저승사자는 놈을 어떻게 처리할까?’
한참 자기 생각에 빠진 그때.
피고 이양은이 갑자기 머리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어? 뭐야?”
이양은은 정신을 차린 듯 주변을 바라보더니 곳 창백해졌다.
50m 아래를 빼곡히 매운 사람들과 특공대, 군인 그리고 검은 갓을 쓴 저승사자를 발견한 것이다.
“꿈이 아니었던 거야? 이런, 젠장! 내, 내 입으로 진실을 말…보스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아, 안 돼.”
머리를 쥐어 잡고, 주절거리던 놈이 ‘안 돼’라고 외치며 저울 아래로 뛰어내렸다.
밑에 있던 자들은 너무 놀라면서 잡을 생각도 못 하고 피하기 급급했고, 곧 근처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50m의 높이는 아파트 18층과 맞먹는 높이지만 날개 없는 사람이라 가속도가 붙어 점점 빨리 떨어져 내렸고 점점 더 시야에 자세히 보였다.
놈이 떨어질 자리를 예측한 자들은 서둘러 그 자리를 피했지만 많은 인파가 몰렸기 때문에 겨우 3m의 공터를 만들어냈다.
지금도 위를 보며 우왕좌왕하는 중이었다.
“비켜 더 조금만 더 뒤로….”
“아우, 밀지 마세요. 갈 데도 없단 말이에요.”
구경꾼들이 실랑이를 벌일 때 놈의 비명이 가까이 들렸다.
“으~악!”
놈이 떨어질 곳에 가까운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놈의 끔찍한 참상을 상상하며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한데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기대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소리가 모든 사람에게 들렸다.
“네놈에게 헛된 죽음을 허락할 것 같으냐? 돌아와라!”
목소리에 눈을 뜬 구경꾼들은 돌아오라는 소리와 함께 이양은이 사라졌지만 사라지기 전까지 아스팔트에 닿을 듯 말뜻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이양은을 볼 수 있었고, 이 상황을 본 자들은 얼핏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뒤늦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본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저승사자는 이양은을 코앞으로 끌어오더니 한마디 했다.
“내가 진짜 저승사자는 아니지만, 지옥과 비슷한 곳을 만들 능력 정도는 가지고 있지 그래서 지옥을 모티브로 감옥(監獄)을 만들었다. 우린 교화 같은 것 하지 않아 오직 죽지 전까지 죗값을 치르도록 만들뿐이다. 스스로는 죽을 수 없게 고안해서 만들었으니 가서 벌을 받아라! 게이트!”
이양은과 저승사자 옆에 시커먼 공간이 나타났다.
검은 공간엔 고통을 겪는 인간의 얼굴들이 끊임없이 아우성치고 탈출하려는 듯 불쑥 솟았다 가라앉고 있었다.
“자, 들어가랏!”
“안, 안 돼.”
놈은 끝까지 반항했지만 질질 끌려서 시커먼 게이트에 도착했고, 게이트를 탈출하려고 아우성치던 얼굴형상뿐인 자들의 손에 이끌려 게이트 너머로 사라졌다.
그렇게 첫 심판은 비명을 남기고 끝났다.
악인의 말로가 처참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근대(近代) 이후 처음으로 만천하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으로 살펴보니 전 세계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2/3을 얻어 처음 몇 번을 제외하고 나오지 않았다.
간혹 절반이 넘은 놈 중에 자신의 죄가 들어나자 두려움에 휩싸여 저울 아래로 뛰어내린 자가 있었다.
50m의 높이는 아파트 18층과 맞먹는 높이로 웬만한 벽돌도 총알의 파괴력의 반을 낸다는데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떨어진 놈들은 비록 조금이지만 아스팔트를 함몰시킬 정도로 가속도가 붙어 바닥에 처박혔고, 온몸의 뼈란 뼈는 다 부서졌으며 피가 한꺼번에 흘러나와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처참한 몰골로 죽고 말았다.
1시간마다 계속 심판이 이뤄졌지만, 국가에서는 심판대 아래에 대형 쿠션을 설치하는 것 외에 별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청와대의 전근대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생각 같아서는 국가계엄령이라도 내려 이 사태를 막아보고 싶었지만, 청와대 앞에 모인 국민의 눈에 광기를 보고 차마 입에 계엄령을 담을 수는 없었다.
계엄령을 선포하는 순간 자신의 이름이 살생부에 오를 것이 너무도 뻔했기 때문이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은 누구도 상대할 수 없었다.
세계 각국 정상의 처지도 비슷했다.
다행이라면 몇 번의 자살 말고는 대부분 대형 쿠션을 이용해 받아냄으로써 죽음을 막았다는 것이고, 횟수가 거듭될수록 사형을 누르는 자가 절반을 넘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정치인, 기업인, 검찰, 경찰 등 다수 권력자가 나왔지만, 누구도 2/3를 넘지 못했다.
그중에 뛰어내려 자살을 선택한 자도 있지만, 대다수가 경찰에 넘어가는 선에서 그쳤다.
이유는 많겠지만, 국민의 선택은 선처 쪽으로 기울었다.
원고도 진실을 알렸으니 법의 심판을 받을 거로 생각했는지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 놈들을 벌하려 하지 않았다.
심판은 참혹한 진실을 알리는 것 외에 다른 기능은 없었다.
그렇게 여덟 번의 심판이 끝나고 내 차례가 다가왔다.
‘파급효과가 크겠지만 뭔가 아쉽네! 사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죽어야 하는 놈도 있는 죽어야 하는데…’
자신은 자식을 위해 고액의 보험금을 남길 요량으로 죽을 생각이지만 꼭 자살해야만 한다면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놈 중 최소한 한 놈과 같이 죽음 정도의 각오가 돼 있다고 생각했다.
자살하려면 최소한 자신이 자살하게 한 놈 중 한 놈은 데려가야 하지 않겠는가.
00 : 05분 내 차례가 다가오자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이제 내 차례군!’
“휴_”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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