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Naun) 영지 - 4(B)수정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조금 늦게 도착한 하멜이 전장을 정리했는지 많은 수의 아이템이 담긴 공간확장 주머니를 건넸다.
한데 대다수가 오크가 쓰던 잡템이었다.
“훗.” ‘허, 이것도 현실적인 거야?’
공간확장 주머니에 담긴 것은 이빨 빠진 칼, 쇠를 뭉뚱그린 몽둥이 글래이브 등 오크들이 사용하는 무기와 너저분한 가죽 갑옷, 피 묻은 가죽바지 등 다수의 잡템과 하급과 중급 힐링포션이었다.
“쓸만한 건 포션뿐이군! 하멜 잡템은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그건 내가 처리할 수 있다냥.”
뽀로가 또 중간에 끼어들었다.
‘아! 뽀로, 맞아 뽀로라면 가능할지도.’
“그렇다면 어서 말해봐라.”
“주인이 아는 게 너무 없으니 설명부터 하겠다냥, 우선 헌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물건은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과 사체(死體: 사람이나 동물의 죽은 몸뚱이)에서 채취해 얻을 수 있는 가죽, 이빨 등이 있다냥, 등급을 나눈다면 등급이 가장 낮은 거로 생필품과 마법으로 가공하지 않은 무기 같은 일반템이 있다냥, 그리고…”
‘아이템이 게임처럼 떨어지지 않다는 것 말고는 게임과 같은 거 같군!’
“뽀로, 그쯤 하면 대충 알겠고, 잡템과 마법으로 가공한 것을 어떻게 팔지?”
“쳇, 일반템은 헐값밖에 못 받기에 팔기보다 대장간이나 팩토리(factory: 제작소, 공장)를 짓고 재처리하는 것이 좋다냥, 그리고 하급 아티팩트부턴 경매를 통해 판매할 수 있다냥. 주인, 어떻게 할 거냥?”
“역시! 그렇다는군! 자네 둘의 생각은 어떤가?”
“찬성입니다.”
“저도 찬성입니다. 팩토리는 영지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제게도 필요합니다.”
“하멜이?”
“전투를 제외하고, 틈틈이 아티팩트를 제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 좋아! 뽀로 큰 생선 두 마리다.”
“냐양, 내 가치를 알아주는구냥, 앞으로 나만 믿어라냥.”
뽀로는 좋다고 손나날의 품으로 뛰어들어 아양을 떨었다.
얼떨결에 자신에게 뛰어든 뽀로를 안아 든 손나날은 원치 않았지만 금방 얼굴에 침 범벅이 되었다.
차마 좋다고 뛰어든 뽀로를 내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휴, 그만.”
뽀로는 핥는 것은 멈췄지만 품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런 뽀로를 마지못해 안고 있던 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뽀로의 등을 쓸어내렸지만, 그는 생각에 빠져 이를 알지 못했다.
“저, 영주님 하멜의 말로는 가까운 곳에 오크의 촌락이 있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하멜, 많나?”
“숫자는 저희보다 조금 많지만 무리하지 않는다면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라면 충분합니다. 영주님, 제가 맡겨주십시오.”
“그래? 자네들이 전문가이니 잘 알겠지, 좋아! 서로 도와서 토벌(討伐)하도록.”
“충!”
마텔은 그동안 잡은 오크 때문인지 아니면 촌락에 남은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지만 네 명의 병사를 남겨둔 채 나머지 인원을 데리고 다시 출정했다.
‘전투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난 촌락을 토벌한 후를 생각해볼까?’
”뽀로 지도.”
홀로그램으로 지도엔 자신의 위치를 중심으로 위성정보가 같이 등장했다.
“뽀로 이 눈금의 단위는 얼마지?”
“100m 다냥.”
“그럼 촌락이 있는 곳까지는 거점으로부터 1,180m 정돈가?”
“정확히는 1,182,34cm 다냥, 주인.”
“끙, 앞으로 원하지 않는 것에 대답하지 마.”
“쳇, 알았다냥.”
촌락이 정리되면 남쪽으론 조금 길지만, 거점을 중심으로 거의 반경(半徑) 500m, 지름으로 1km의 땅이 마련될 것이다.
‘이 정도면 내성이 되기에 충분하겠어.’
영지의 형태를 삼각주 형태의 지형을 그대로 살리기로 한 후 거점과 정남 쪽에 있는 촌락에 성문을 세우고, 도로를 놓은 다음 성문을 지킬 군사를 위해 병영을 짓기로 했다.
“으악!”
한창 영지 계획에 몰입해 있을 때 촌락 쪽에서 비명이 들려왔지만 너무 멀어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무슨 소리지? 뽀로 알아봐.”
“알았다냥.”
뽀로가 대답과 동시에 촌락 쪽으로 날아갈 때 손나날도 크게 들리지는 않지만 연이어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참지 못하고, 촌락 쪽으로 달렸다.
달리던 중 뽀로가 날아왔다.
“주인, 병사들이 역공을 맞고, 고전 중이다냥.”
“헉헉, 그래? 어서 가자.”
속도를 높여 전투현장이 보이는 곳에 도달했을 때 숫자는 비슷했지만, 온몸에 핏발을 세운 오크들에 고전 중인 병사들을 발견했다.
쓰러져있는 병사가 있는 걸 보니 이미 죽은 것 같았다.
전투상황이 매우 급했기에 손나날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소총을 들어 쏘았다.
탕! 탕!
첫발이 빗나갔지만 두 번째 총알이 어깨에 맞았다. 한데 놈은 잠시 주춤하더니 괴성을 지르며 상처에도 아랑곳없이 계속 아군을 공격했다.
‘허, 뭐지? 어디 급소를 맞아도 죽지 않는지 보자.’
손나날은 당장에 할 수 있는 게 총을 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어깨를 맞고, 아직도 미친 듯이 공격하는 침착하게 놈을 조준해 다시 쏘았다.
탕!
머리에 총을 맞은 놈이 드디어 쓰려졌다.
“옳지, 급소를 맞으면 죽기는 하는구나! 한데 이게 뭔 일이지?”
“주인, 오크 중에 주술사가 있는 것 같다냥.”
“주술사?”
“그렇다냥, 저놈들은 지금 버서크(berserk: 광포한)에 걸려 있는 거다냥.”
“그럼, 오크 주술사를 먼저 처리해야겠군! 혹시 어느 놈인지 알아?”
“저, 뒤쪽에 세 놈 중 작은 완드를 들고 있는 놈이다냥.”
“알았다.”
오크 주술사를 조준해 총을 쐈다.
탕!
총알이 머리로 향했지만, 놈을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곁의 두 놈이 방패를 들고 앞을 막아서며 방어해 총으로 죽을 수 없게 되었다.
‘총으로 안 된다면 더 강력한 게 필요한데.’
전장을 살펴보니 강력한 한방이 가능한 하멜은 전투를 돕느라 빠지긴 어려워 보였다.
“뽀로, 너 물건을 생선처럼 수류탄도 만질 수 있나?”
“그렇다냥, 설마! 연약한 나보고 전투에 나서라는 거냥?”
“연약?”
‘네가 연약하다고? 할 수 없지.’
때가 급하니 뽀로를 달래서 이용하기로 했다.
“뽀로야 연약하지만 공중에서 수류탄을 떨어트리는 거라면 안전하지 않겠냐? 성공하지 않더라도 맛있는 생선을 주마.”
“생선? 음, 참치 회를 추가해도 되는 거냥?”
“큼, 좋다.”
“약속했다냥?”
고개를 끄덕여 대충 확답을 해준 손나날은 만물상에서 쓸만한 수류탄을 찾아 한 상자를 샀다.
우편함에서 꺼낸 상자에서 수류탄 두 개를 꺼낸 손나날은.
“수류탄 하나를 오크 주술사에게 투하하면 난 그걸 신호로 마텔에게 후퇴를 명하겠다. 그럼, 넌 돌아오다가 병사들을 쫓는 오크 무리에게 남은 하나를 떨어트리고 오면 된다. 어때?”
“알았다냥, 주인.”
“자, 어서 가.”
“나만 믿어라냥.”
뽀로가 출발하자 손나날은 상자에서 수류탄을 대충 꺼내 전장 쪽으로 뛰어가 병사들이 자신 쪽으로 후퇴할 길목 몇 군대 수류탄을 뭉쳐놓고, 다시 수류탄 상자가 놓은 곳으로 물러나 뽀로가 주술사에게 수류탄을 떨구기를 기다렸다.
꽈꽝!
마침 큰 폭발음이 들렸다.
“후퇴하라, 마텔 내 쪽으로 후퇴해라! 후퇴~!”
주술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지만 다행이 후퇴하라는 소리를 들었는지, 큰 폭발음으로 잠시 주춤한 틈을 타 마텔과 병사들이 후퇴했다.
탕! 탕! 꽈 꽝!
손나날은 서서쏴 자세로 머리 하나 큰놈들을 쏴 오크의 추격을 방해할 때 다시 폭발음이 들렸다.
뽀로가 추격하는 놈들의 선두에 수류탄을 잘 떨어뜨려 추격하는 놈들이 잠시 주춤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오크와의 사이가 멀지는 않았다.
폭발소리에 본능적으로 돌아보는 병사가 있었다.
“뒤돌아보지 말고 그냥 후퇴하라! 어서, 후퇴해서 내 좌우로 도열하라!”
다친 병사들로 말미암아 후퇴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멜 할 수 있으면 놈들의 속도를 늦춰라.”
“예, 영주님.”
작게 들렸지만, 하멜의 목소리가 들렸다.
탕! 탕!
오크를 방해할 때 하멜이 마법을 시전했는지 놈들의 추격 속도가 느려졌다.
“영주님, 전투에 실패했습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마텔 지정하고, 양옆으로 방어 준비하라.”
“저는 병사를 다스릴 자격이 없습니다. 영주님.”
“자격은 나중에 따지겠다. 어서 도열하지 못할까?”
“저, 전.”
“닥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면 명령에 따라라. 어서 명이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충!”
마텔을 설득하고, 보니 오크 무리가 붉게 충혈된 눈을 번뜩이고 10m쯤까지 추격해왔다.
‘조금 위험하겠지만 할 수 없지.’
손나날은 수류탄을 뭉쳐놓은 곳을 조준해 자동으로 바꾼 후 갈겼다.
다다 다당, 다다 탕, 꽈 광! 꽝!
급소를 다치지 않은 다섯 놈이 쩔뚝이거나 기어 끈질기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 다섯 오크를 처리하고, 살아 있을지 모르는 오크 주술사를 처리하겠다. 방심하지 마라.”
“충!”
“공격!”
“와~아. 복수하자.”
“와.”
다섯 놈은 상처 입은 놈들이라 쉽게 처리했다.
“하멜, 포션을 나눠줘라. 치료한 후 중상자를 제외하고, 바로 주술사를 처리하러 간다. 서둘러라!”
“충!”
중상자 셋을 두고, 모두 촌락으로 전진했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수류탄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손나날이 쏜 총알로 실드가 사라졌는지 크게 다친 오크 주술사와 호위 오크 둘은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촌락에 있던 나머지 오크를 정리했다.
“와, 승리했다!”
“큭, 심슨, 헤리.”
전투는 승리했지만 두 명의 사망자와 세 명의 중상자가 생겼고, 병사를 이끌어야 할 기사 마텔은 죽은 병사를 바라본 채 자괴감에 빠져있었다.
손나날도 너무도 현실적이고, 참혹한 모습에 할 말을 잃었고, 순간 딸이 떠올라 두 병사의 죽음을 애도(哀悼)했다.
자신의 행동이 모순임을 알지만 무시하고, 두 죽음에 두 눈을 감고 명복을 빎으로써 애도를 마쳤다.
‘이게, 게임이라니? 이건 절대 게임이 아니야.’
자연환경과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 생각하고 행동하는 NPC, 인간과 짐승의 죽음과 다를 게 없는 현실감, 이 모든 것이 쉐도우 시스템이 게임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무리 현실을 복제했다지만 너무 과한 처사야… 만약 이런 현실감에 게임처럼 부활까지 가능하다면 나라도 현실을 버리고 이곳에서 살고 싶을 거야.’
손나날은 순간 자신의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현실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설마 그러진 않겠지.’
실제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더니 뜻밖에 문제가 많았기에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져도 인간이 가상현실에서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애써 자신을 달랬다.
그때 하멜이 마텔을 대신해서 전장을 정리하고, 병사를 치료한 후에 손나날의 곁으로 다가왔다.
“저, 영주님, 치료를 마쳤습니다.”
“…아! 수고했어.”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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