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바디 원 소울(Two body One soul) - 수정하면서 뜻하지 않게 분량을 축소하였습니다.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깔끔한 방 병원의 일인실임을 증명하듯 여러 종류의 바디체커(Body Checker)를 온몸에 부착하고, 한쪽 팔엔 링거(ringer)를 꽂은 사내를 탐스러운 금발 머리카락을 가진 간호사가 옷을 벗긴 채 물수건으로 꼼꼼히 닦고 있었다.
그때 환자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소리쳤다.
“차지수~! 네 이년!”
죽은 듯이 누워 있던 식물인간을 물수건으로 나름 정성스럽게 닦던 간호사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소리치는 환자를 때문에 너무 놀라 혼비백산(魂飛魄散)하며 비명을 질렀다.
“꺅!”
미명을 듣고, 들어선 나이 든 간호사도 그 모습을 보고 두 눈을 씻고 다시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의 광경이었다.
“어머, 어머머… 아차, 이런!”
그래도 나이가 든 간호사라서 그런지 곧 정신을 차리고, 후다닥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온 간호사는 침대 머리맡의 비상벨을 누르는 한편 너무 놀라 멘붕상태인 금발의 간호사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하체를 들어낸 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환자에게.
“저, 라마 헤이글님.”
그때 차지수를 증오하며 깨어난 손나날은 너무도 놀라운 사실에 멘붕상태였다.
치솟은 분노로 혈압이 상승한 상태에.
알 수 없는 여인의 비명.
그리고 발가벗겨진 하체와 서늘한 공기에 쪼그리든 남성의 상징 등 어느 것 하나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헌데 그때 간호사로 보이는 나이 든 여자가 영어로 라마 헤이글이라고 부르며 다가서는 것이다.
“라, 라마… 헤이글?”
거친 쇳소리의 목소리로 라마 헤이글이라는 이름을 되뇌는 순간 퍼즐처럼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이 하나씩 맞춰지며 자신과 라마 헤이글이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라마 헤이글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기억이 홍수처럼 넘치자 머리가 아려와 참을 수가 없게 했다.
“큭!”
머리를 잡고 웅크리는 라마 헤이글을 본 간호사는.
“라마님 진정하십시오.”
그때 다급하게 병실로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들어오며 외쳤다.
“누가 호출한 건가?”
의사는 금방 침대위에 환자가 누군지 생각해냈다.
“…어! 깨어난 건가? 드디어 냉동됐던 환자가 깨어난 건가, 오….”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는 생각에 들떠있을 때.
“크윽… 악!”
“이런! 수간호사 뭐하는 거야 어서 진정제 2ml 처방해.”
의사는 제 잘못은 생각지도 않고 수간호사를 다그쳤다.
“예, 예! 리처드님.”
들리지 않게 짧은 한숨을 내쉰 수간호사는 진정제를 찾아 링거의 수액에 2mL의 진정제를 투입했다.
진정제가 링거의 주사바늘을 통해 들어오자 손나날(라마 헤이글)은 분노가 가라앉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을 되찾았다.
간호사의 도움으로 하의와 상의를 여민 그는 침대에 바르게 누워 의사를 바라봤다.
“막 깨어나서 혼란스럽겠지만, 라마님 부활을 축하합니다. 알려 드릴 사실은 많지만 혼란스러울 테니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우선 조부님께서 튼튼한 심장을 구하신 덕분에 빨리 해동을 할 수 있었고, 벌써 심장수술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앞으로 더는 희귀심장병으로 고통 받으실 일은 없으실 겁니다. 그리고 고통의 원은 모르겠지만, 검사결과로는 이상이 없으니 안심하십시오. 고통의 원인을 다시 검사해보겠습니다.”
“내, 냉동! …시, 심장!”
“오, 벌써 말을… 하하하, 아직 쇳소리처럼 들리지만, 차차 나아질 겁니다. 궁금하신 게 있더라도 참아주십시오. 지금은 안정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리고 진정제를 투여(投與)했으니 슬슬 졸리실 겁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좋은 꿈 꾸십시오.”
“…라, 라마 헤이글!”
손나날은 깨어나자마자 다시 한 번 라마 헤이글이라는 이름을 되새기며 잠에 빠졌다.
* * *
라마 헤이글이 잠든 그 순간 미래의 가상현실 쉐도우에서 뽀로의 호출로 GM 배철수가 와있었다.
“GM 마스터 우리 주인의 상태는 어떠냥?”
“아무이상 없다. 특이해 역시 영혼 때문인가? …한데 넌 존댓말도 모르냐?”
“존댓말? 그런 건 모른다냥?”
“도대체 어느 놈이 프로그래밍한 거야 바꿀 수 있나? …이미 주인이 있어서 그것도 어렵겠군!”
‘시스템으로 살펴보면 좋을 텐데 그놈의 사생활침해 법 때문에 시스템이 거부하니 어쩔 수 없지. …뭐, 저놈이 임무만 충실하면 상관없겠지.’
“뽀로 넌 앞으로 네 주인을 잘 살피고 빠짐없이 보고해라.”
“알았다냥.”
“음… 라, 라마 헤이글!”
그때 손나날이 잠꼬대를 했다.
“앗, 주인! 들리냥? 어서 정신 차려라냥.”
손나날은 라마 헤이글이라고 되뇌며 누군가의 부름에 눈을 떴다.
“주인, 괜찮은 거냥?”
“뽀로?”
“그렇다. 주인, 뽀로 맞다냥.”
‘하, 다시 돌아온 건가? 설마 미래와 과거를 왕복하게 된 건가? 그렇다면 난 손나날인가? 아니면 라마 헤이글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자 별거 아니라는 듯 둘이 하나라는 명쾌한 대답을 내놨다.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정말이라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지만 손나날과 라마 둘 다 자신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생각해봐도 자신이 라마의 육체에 깃든 게 분명했다.
그리고 미래와 현재 양쪽에 육체를 가지게 됨으로써 영화에서나 존재했던 시공간을 넘는 존재가 된 것도 알았다.
미래와 현재를 오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 관심사인 딸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 둘이 하나가 맞는다면 미래는 몰라도 과거의 나은인 살릴 수 있어. 나은아!’
“주인아? 검사해보니 아무 이상 없는 게 확실한데 왜 기절한 거냥?”
“기절? 아! 그건 나으…”
사실을 말하려는 순간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며 궁금해하는 뽀로는 무척 귀여웠지만, 본능이 자꾸 숨기라고 말렸다.
‘그래 맞아. 아직 배철수나 뉴런 생체그룹을 믿을 수는 없어.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도 굳이 알려줄 필요도 없고, 다시는…’
전처와 차 씨 가문의 기억이 떠올라 몸서리쳐졌다.
사람 한번 잘못 선택한 대가로 직접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기에 딸을 제외한 누구도 믿고 싶지 않았다.
‘비밀로 하자, 다시… 다시는 실수하지 말아야 해.’
천재일 뿐 지극히 평범했던 손나날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후 마음을 닫고 있었다.
“주인?”
“글쎄, 혈압이 올랐던 걸까? 흠흠, 그건 그렇고 나 얼마나 기절해 있었지?”
“40분 정도다냥.”
“40분 정도라… 알았으니 다시 태블릿 PC로 변신.”
“알았다냥?”
태블릿 PC로 변신한 뽀로를 들고, 나은에 대해 다시 검색했다.
참혹한 소식을 읽으며 마음이 찌기는 거 같이 아팠지만, 자세히 하나하나 모아 나은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조사했다.
나은이는 내가 동면을 선택한 3년 후 16세가 되자 미국의 매사추세츠에 있는 MIT 로봇공학과에 입학했다.
나를 닮아 천재 소리를 듣던 나은이라면 당연하겠지만, MIT를 선택한 것과 로봇공학을 선택한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나은이는 신화를 좋아하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차지수의 강요 내지는 호준의 영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입학한 지 2년 반 만에 학과를 이수하고, 로봇공학과 박자 이수과정 중 2023년 4월 1일 게이트가 출현하면서 죽었다.
[기본 고유능력 학습이 등록되었습니다.]
[학습의 하부 스킬 속독, 분석, 관찰이 등록되었습니다.]
[학습의 라이브러리가 생성되었습니다.]
많은 스킬이 등록됐음에도 손나날은 신경하나 쓰지 않고 나은에 대해 진중했다.
‘아직 7년이 남았구나! 어떻게 하면 좋지? 나은이를 납치할까? 아니면 사실을 말해줄까?’
떠오른 것들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나은이를 행복하게 해줄 만한 건 하나도 없었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 나은이를 데려올 준비를 하는 게 났겠어. 그리고… 라마와 나의 차이점을 확인하자 정확한 날짜도.’
손나날이 잠을 통해서 현재와 미래를 왕복하며 자신이 처한 현실을 연구했다.
가장 먼저 확인한 사실은 잠을 통해 영혼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라마는 자신이 동면을 한 다음날 깨어났고, 그 날짜는 2016년 2월 4일이었다.
그리고 미래와 현실의 시간 비율은 1:1로 같지만 손나날이 접속한 가상현실 쉐도우의 여파(餘波)로 4배가 더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이다.
쉐도우는 미래의 교육의 핵심으로 교육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인 네 배의 시간 가속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라마가 있는 현제의 1시간이 여기선 4시간에 해당했다.
또 하나 라마는 잠에 빠지는 순간 미래의 손나날은 바로 깨어나지만 손나날이 아무리 빨리 잠에 빠져들어도 라마는 항상 다르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육체였다.
손나날과 달리 라마는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기에 제약을 받는다는 결론이다.
인간은 잠이 필요하듯 라마는 대략 7~8시간의 수면을 거쳐야만 깨어났다.
‘수면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면 더 큰 문제는 라마가 잠들게 되면 외부의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거야.’
간호사의 입을 통해 잠에 빠지면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손나날은 끊임없이 잠을 통해 연구하면서 잠드는 순간 영혼이 다른 육체로 이동하고, 그렇게 되면 영혼이 라마에게 계속 머물게 되므로 평범한 인간처럼 외부의 자극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한데 그러려면 미래를 포기하고, 계속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 그렇게 한다면 미래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라마가 잠을 자야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
그렇다.
라마는 육체의 제약 때문에 7~8시간은 자야 한다.
어차피 자야 하는 수면시간을 이용해 최대한 방법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더불어 라마가 잠자는 시간 동안 안전할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방법이 없지는 않을 거야.’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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