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은 선택(B)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한 호텔의 방안.
등 뒤에 경호원과 비서를 거느린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자신을 차갑게 바라보는 초췌한 남자를 향해 말을 하고 있었다.
“대단하더군! 자네가 만든 인공지능은 이제까지 패러다임을 확 뒤집는 크나큰 성과라더군, 이제 자네에게 받을 마스터키로 코어에 대한 접근권한만 획득하면 된다니 거래를 빨리 마치세, 곧 자네의 계좌에 대금이 입금될 것이네.”
“……” 뿌드득.
초췌한 자는 아무런 대구도 없이 자신만이 들릴 정도로 이를 갈고 있었다.
그때 한 사내가 끼어들었다.
“사장님 이체했습니다.”
디링! 그때 초췌한 자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초췌한 모습의 사내 손나날은 스마트폰을 꺼내 내용을 확인했다.
[8,521,516.83달러가 입금되었습니다.]
“이제 대금이 자네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계좌에 입금된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마스터키를 넘기게 어떤가.”
“뿌드득!”
손나날은 한화로 100억이라는 돈이 들어왔음에도 기뻐하기는커녕 상대를 쳐다보며 이를 갈 뿐이었다.
“허허, 이보게 제부(弟夫)!”
“……!”
손나날은 제부라는 말을 들었을 때서야 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고, 등줄기가 싸늘해짐을 느꼈다.
분노로 들끓던 정신을 바로 잡은 손나날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USB 메모리를 꺼낸 후 냉철한 표정으로 나이가 지긋한 손범호에게 넘겼다.
“이게 그 마스터키인가?”
“앞으로 다신 보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나은일 들먹이지도 제부라는 호칭도 사용하지 마십시오.”
“…뭐, 자네의 성격을 잘 아니 마스터키가 확실하겠지만 나라고 이렇게까지 하고 싶었겠나? 물론 제부의 딸이자 내 조카인 나은의 이름을 팔아 거래했지만, 다시 그 압박이 먹힐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그리고 나도 다시는 조카를 팔고 싶진 않군. 그리고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조카에게는 비밀로 해주게.”
“마스터키가 맞습니다. 이제 가도 되겠습니까?”
각자 자기가 할 말만했지만 한때 제부와 처남으로 지냈던 만큼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상대의 웬만하면 서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기에 간단한 말이지만 손나날의 확언(確言)에 한때 처남이었던 차범수는 한껏 들뜬 눈빛을 발하며 마스터키가 담겼을 USB 메모리를 소중히 자신의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고, 손나날은 차범수의 침묵이 대답인양 뒤돌아서서 문으로 향했다.
그때 그런 손나날을 알고도 무시했던 차범수는 마침 문을 열고 문을 나서는 손나날을 향해 말을 꺼냈다.
“우리를 너무 미워하지 말게나. 그리고 이제 모든 걸 잊고, 자네의 인생을 즐기게… 자네도 나름 부자지만 100억이라면 모든 걸 잊고 즐기기엔 충분한 돈이라네.”
차범수의 말에 열던 문의 손잡이를 잡은 채 뒤돌아보지 않고 서 있던 손나날은 그동안 생각했던 것에 확신을 가졌다.
‘흐흐흐, 죽기 전에 돈이라도 쓰고 죽으라는 말인가?’
손나날은 거래하기 전부터 이 거래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감시를 당하는 것 때문은 아니다.
자신의 처가였던 국내 10대 대기업 중 말석을 차지한 샤롯데(charlotte)의 운영자인 차 씨 일족의 냉정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차범수의 말에 떠오른 생각을 되새기며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이 문을 나선 후에 조용히 문을 닫으며 눈이 마주친 차범수를 생각했다.
‘내가 너희 생각대로 그렇게 쉽게 죽어줄 것 같아, 그럴 수는 없지 흐흐흐. 나도 너희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으니 기대하라고.’
손나날과 눈이 마주친 차범수는 손나날의 눈빛에서 뭔가를 느꼈을까.
숨긴다고 숨겼지만 차범수는 그 모습에서 뭔가를 느꼈는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휴, 거래를 마쳤지만 아무래도 꺼림칙해.”
“거래도 끝났는데 그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정 그렇게 꺼림칙하시다면 제 손에서 해결하겠습니다.”
“제 자식을 끔찍이 여기는 놈이라 거래할 수 있었지만 끊고 맺는 게 확실한 놈이라 그게 걱정이군! …무엇보다 우리가 원하는 걸 만들 정도로 지나치게 똑똑하다는 거야.”
“바로 처리할까요?”
“……끙.”
차범수는 비서의 말에 엉뚱한 말만 하더니 결국에는 대답하지 않고, 뭔가 못마땅했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죄송합니다. 그럼, 자연스러운 방법을 사용하겠습니다.”
차범수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손나날이 나간 문으로 향하며 자신의 할 말만 해댔다.
“센터로 바로 간다.”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래 좀 찜찜하지만 놈에게 얻은 걸 잘 활용한다면 설혹 놈이 살아남는다하더라도 걱정할 건 없어.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흐흐흐.’
* * *
호텔을 나선 손나날은 표정이 없는 얼굴로 택시를 잡아탔다.
목적지를 운전기사에게 말해준 손나날은 백미러(back mirror)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아 백미러를 유심히 살폈다.
훗.
극히 짧은 순간 썩소를 지은 손나날은 올라갔던 한 쪽 입꼬리를 지우며 스마트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시하신대로 목적지에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지금 출발했으니 1시간 후에 도착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에 뵙죠.]
전화를 끊은 손나날은 몇 차례 더 전화한 후에야 초조한 표정을 거두며 전면을 주시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목적지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5만 원을 꺼내 택시기사에게 건네며.
“저, 저 신호등 앞에 내려주십시오. 잔돈은 필요 없습니다.”
“예? 아! 예, 손님 감사합니다.”
신호등 앞에 내린 그는 파랑 신호등을 받고, 건널목을 건널 때 그를 감시하며 따르던 차량이 정지신호를 받고 정차하는 한편 한 놈이 차에서 내려 손나날이 건너는 쪽으로 도로 중간을 무단횡단하고 있었다.
놈을 발견한 손나날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지만, 꾹 눌러 참고 건널목을 건넌 후 뒤돌아서서 뛰어오는 놈을 바라봤다.
그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 손나날 앞에 선 택시의 문이 열렸다.
택시가 도착하고 문이 자동으로 열리자 쫒아오는 놈이 불안했는지 쫒아오며 소리쳤다.
“서라, 서지 않으면 네가 걱정하는 이들이 무사하지 못한다.”
“서도 서지 않아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흐흐흐.”
손나날의 말은 누구도 들을 수 없었다.
아마도 자신에게 하는 채찍질이었던 것 같았다.
그 채찍질이 효과가 있었을까.
열린 문을 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소리치며 달려오는 감시자에게 뒀던 시선을 거두며 택시에 올라탔고, 택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급가속하며 바로 출발했다.
“적확하게 도착하셨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게 돼서 말입니다. 어쨌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예, 부탁합니다.”
약간 긴장한 목소리의 택시기사는 목적지도 묻지 않고, 바로 출발해 손나날이 거쳐 왔던 곳을 거슬러 질주했다.
손나날이 온 방향으로 거슬러 질주하자.
거친 숨을 내쉬면 뒤따르던 놈은 택시라도 잡으려 노력했고, 반대차선엔 정지신호를 받고 정차했기 때문에 후진할 틈도 없이 빼곡하게 차지한 차 때문에 꼼짝할 수 없었다.
오만상으로 죽일 듯이 바라보는 감시자를 뒤로하고 멀어질 때까지 백미러로 재차 확인한 손나날은 그제야 안심했다. 하지만 공중에서 지켜보는 존재를 손나날은 알지 못했다.
그것은 드론으로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이었다.
실내나 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선 쓸모없지만 지금과 같이 오픈된 곳에선 추적에 최적의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손나날이 향하는 곳에 미리 등장해서 계속 감시했다.
* * *
손나날이 한창 자신이 목적한 곳으로 향하는 순간.
손나날에게 얻은 인공지능이 설치된 비밀본부로 향하던 차범수는 손나날의 돌발행동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사장님 그가 감시를 따돌리고 있다답니다.”
“하, 우리의 손아귀에서 헤어날 수 있다는 생각하는 걸까?”
“즉흥적인 행동이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 웬 택시가 나타나 태우고 사라졌답니다.”
차범수의 비서 목재호는 자신의 생각을 물은 게 아니란 것을 잘 알기에 사실만 전해 자신의 주인의 판단을 돕고자했다.
“…그의 꺼림칙한 마지막 눈빛이 이것이었나? …아니, 이걸론 부족해, 그렇다면 그 눈빛의 의미는 뭘까?”
“다시 택시를 갈아탔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방금 유나이티드 항공의 미국행 표을 발권했답니다.”
“그래? 이상하군! 그도 자신이 부처님 손바닥위에 손오공이라는 것을 잘 알 터인데…”
“막을까요?”
“……”
차범수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기 시작하자 비서는 조용히 기다리며 귀에 걸린 블루투스이어폰에 집중하며 조금 물러나 대기했다.
차범수는 웬만해선 자제하던 습관이 자연히 나올 정도로 깊은 생각에 빠졌다.
‘미국에 인공지능을 능가할 만한 뭔가가 있는 건가? …아니야 나은이를 두고 모험할 놈은 아니야 그렇다면 미국으로 향하는 이유는 뭘까? …그 수밖에 없나.’
재차 생각을 해봤지만 불안했다.
그래서 차범수는 미국으로 향하는 이유를 알기 전까진 지켜보기로 했다.
“미국에 연락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우선 사항으로 취급하고 언제든 보고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네놈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은 알았지만 설마 미국으로 향할 줄이야… 놈이 미국 영주권을 가졌으니 공항에서 막으려 해도 막을 순 없을 거야, 놈도 그 사실을 알겠지. 그렇다면 친구들을 모을 생각인가?’
손나날은 천재로 미국의 MIT에 입학해 컴퓨터설계와 프로그래밍 박사 학위를 얻었다.
그리고 연구소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영주권까지 얻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사촌 여동생 차지수를 이용해 끌어들이지도 않았을 거다.
결혼한 지 12년째 되던 어느 날 놈은 차지수와의 결혼이 기획됐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혼을 요구했고, 그 후부터 홀로 비밀리에 인공지능을 만들었다.
놈과 차지수의 사이에는 11세의 손나은이었다.
놈은 천애고아(天涯孤兒)였기 때문인지 나은에 대한 사랑이 지긋했고,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을 삼촌이라고 조카 나은에게 말해줬다.
열한 살에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조카지만 어린 것은 어쩔 수 없었는지 자신의 엄마인 차지수에게 자랑했다.
아마도 손나날을 위해 말했을 것이다. 물론 비밀이라고 단서를 달았겠지만 차마 나은의 어미인 차지수에게까지 비밀로 하라고는 말하지 못한 것 같다. 어쩌면 알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우리를 얕보는 처사였다.
차지수는 평소 손나날이 했던 말을 모두 기록해뒀다. 그리고 그 속에서 힌트를 얻어 온갖 방법을 이용해 감시했고, 완성했을 때 조카 나은을 이용해 압박 아니 협박했다.
그렇게 인공지능은 자신들의 손에 들어왔다.
‘놈에 대해 잘 알고 있다지만 무두 아는 것은 아니지… 혹시라도 MIT에서 사귄 친구와 공동연구를 했거나 소스를 공유했을지도 모르고… 할 일이 많겠군!’
“놈과 친분이 있는 자들도 찾아서 감시해 아무래도 믿는 구석이 있는 거 같아 그게 뭔지 꼭 확인해야 해 알겠나?”
“명심하겠습니다.”
* * *
여러 번을 비슷한 방법으로 택시를 갈아탄 손나날은 결국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내려서자마자 빠르게 여객터미널로 향하며 전화를 걸었다.
“도착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유나이티드 항공으로 예약했습니다.]
“알겠습니다.”
능숙하게 유나이티드 항공이 있는 여객터미널을 찾아 도착하자 손나날을 반기는 자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고맙습니다. 착오 없이 준비됐나요?”
“그렇습니다. 알려주신 비밀번호로 댁에 들러 원하시는 것을 챙겨 여행용 가방에 담았고, 오시기 바로 전에 항공권을 예매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한데 이상은 없었습니까?”
“예, 다행히 집을 감시하는 자는 없었습니다. 자, 여기 여권과 항공티켓 그리고 여행용 가방입니다.”
손나날은 건네는 것을 받고는 양복 안쪽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봉투를 꺼내 건넸다.
“정말 고맙습니다. 여기.”
“하하, 이거 생각보다 두툼하군요!”
“수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참, 좌석이 일등석밖에 남지 않았더군요. 가시는 길은 편할 것입니다.”
[…유나이티드 105편 고객은 5분 안에 탑승 절차를 마쳐주십시오.]
손나날이 탑승할 비행기의 절차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인제 그만 가보십시오.”
“고맙습니다.”
“무사하시길…”
고개 숙여 감사를 전한 손나날은 자신의 무사안일(無事安逸)을 기원하는 이를 두고 고개를 돌려 빠르게 공항 안으로 사라졌다.
얼마 후 비행기 일등석에 앉은 손나날은 그제야 안심했다.
‘이렇게 한다고 무사할 수는 없겠지?’
손나날은 결코 자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건 자신의 모든 걸 빼앗은 놈들 속에 속해 있었고, 그들의 비인간성에 환멸을 느끼고 벗어났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벗어날 수 없었고, 이젠 모든 것을 빼앗기고 다시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 하, 하지만 결과는 같더라도 방법은 내가 선택해야 해.”
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사용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이유는 놈들에게 소소하게나마 복수와 함께 승부수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 작가의말
비밀로 하고 진행하려 했습니다만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전배경을 넣어 봤습니다.
다 그렇듯 초반(시작)이 중요하기에 조금 더 집중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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