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제나 - 2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그럼, 이제 핵심적인 분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인터넷 분야는 검색엔진과 e메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터넷과 관련된 컴퓨터 분야 중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중앙 처리장치(CPU)인 비메모리 분야가 될 것입니다. 이 부분도 미래에 인텔이란 미국의 기업 거의 좌지우지했거든요, 다음으로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실상 거의 장악했던 운영체재(OS)가 될 것입니다. 뭐 어쩌다보니 미국이 표적이 되긴 했지만 아직은 대기업이 아닌 미미한 상태라 어렵진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 너무 쉬울 것 같아서 오히려 그게 문제야.’
그 외에도 많은 내용이 영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모두 미래에 독점되다시피 했던 것들이 대다수였다.
가신들은 얘기가 늘어갈수록 부담스러운 듯했다.
‘내가 가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
생각할수록 굳이 가신이 모두 통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해하면 얘기가 편하겠지만 각자 맡은 일이 다른데 강요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제가 또 욕심이 과했던 것 같습니다.”
“?”
“굳이 지금 말씀드린 내용을 아셔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쩌면 가신의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요.”
“아닙니다. 저희의 존재의의는 마스터의 뜻을 따르는 것에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금방 배워서 적응할 수 있습니다. 마스터.”
“시간을 주십시오.”
모든 가디언 출신 가신들이 목소리를 높여 애원했다.
‘애원할 일이 아닌데 애원하는구나! 아직도 가디언을 이해하기는 내가 부족한 것 같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역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 또 여러분을 불편하게 했군요. 제가 바라는 것은 여러분이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을 강요하는 것 같아 죄송했을 뿐입니다. 지금 맡고 계신 것도 있고, 아직 적응하지도 못했는데 너무 몰아붙이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
“흠, 굳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것을 얘기해서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그저 제 얘기를 당장 알아야할 것이 아닌 앞으로 알아가야 할 거로 생각하시고 그냥 듣고 따라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모든 가신이 전능한 존재가 되는 것도 될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우습지만 제가 맘만 먹으면 못할 일이 뭐 있겠습니다. 그저 유희하려다보니 이러고 있는 것입니다.”
가신들은 영훈의 뜻을 어느 정도 알아들은 듯싶었다.
노예 1호의 발 빠른 조치로 동두천의 초성리역 쪽 소요산 기술 110만 평에 대한 동두천시와 협의에 들어갔다. 한데 1100만 평 중 60만 평의 사용처가 정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유를 알아봤더니 1995년부터 시작된 지방자치제도의 일환으로 자금 확보를 위해 근처 포천과 동두천시가 같은 시기에 골프장을 세울 생각으로 이미 용지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유치 중인 사업이라 노예 1호의 개입으로 졸속으로 거래를 완료할 수 있었고, 더 다행스러운 일은 이미 영훈이 원하던 곳의 그린벨트의 용도변경도 마친 상태라는 것이었다.
영훈은 양심에 상처를 낼 일은 없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말을 자제했는데 1995년부터 시작된 자방자치제도의 폐해중 하나가 제원확보를 위한 부분별한 개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잘됐다고 생각하면서 모른척했다.
지방자치제에 대한 의견을 듣다 보면 일거리가 늘 것 같았기 때문이다.
110만 평에 대한 거래가 거의 졸속처리를 한 것처럼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었고, 동두천시는 거액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한참 위성사진을 보고, 연구소와 사무단지, 주택단지, 생산시설 등을 배치하고 조율할 때였다.
- 마스터 드디어 금 모으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드디어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됐군!”
- 그러게 말입니다. 마스터가 원 역사를 바꾸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계획했기 때문에 굳이 금 모으기 운동을 시작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대신 금 모으기 운동을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키운다고?”
- 예, 한 신문사에 1kg 금괴가 나왔다는 내용을 듣고 금 모으기 운동이 열기를 가속됐다는 뉴스가 떴습니다. 저희도 한몫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직도 은행에서 털어온 금괴가 104톤이나 남았으니 그게 좋겠지.’
“금이야 104톤이나 남았으니 상관없지만, 너무 많아서 내놓기도 뭐하잖아.”
- 예, 그렇죠. 하지만 재단차원에서 금 모으기 운동을 진행해서 얻은 금에 저희 금을 살짝 얻는다면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아! 기막힌 생각인데 당장 시행하자.”
- 예, 마스터.
- 아, 그리고 내가 굳이 당장 알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따로 공부하는 것 같으니 도와줘야겠어.
본의 아니게 자꾸 가디언 출신 가신을 독려하는 꼴이 되어 미안한 일이지만 가신들 처지를 생각하니 도울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가신들 몰래 포링에게 영혼의 계약으로 이어진 끈으로 포링에게 자신의 뜻을 전한 것이다.
- 가신들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제가 가상공간에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 응, 부탁해 그리고 고마워.
- 저도 가신으로서 할 일을 할 뿐입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금 모으기 행사는 큐빅건물의 1층 창구에 대형 플래카드를 설치하며 시작했고, 매달 모은 금만큼을 더 얹어서 내놓기로 했다.
이를 위해 포링은 영훈에게 받은 금을 녹여 금 열쇠, 금 두꺼비 등의 패물(佩物)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라온제나’로 명명된 산업도시의 계획이 완성되었다.
라온제나는 순우리말로 ‘기쁜 우리’와 ‘행복한 나’라는 의미로 영훈의 맘에 꼭 드는 단어였다.
“휴, 드디어 라온제나의 설계가 완성됐다.”
-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오히려 포링이 고생했지 내가 뭘 했나?”
포링은 영훈을 위해 만든 3D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영훈의 생각을 끊임없이 수정해야 했다.
라온제나는 특징은 도시 전체가 대형 자동차 경주용 서킷(Circuit)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서킷은 두 개로 구분돼 있었는데 밀집된 서킷은 관람을 위한 대형 관람석과 숙박을 위한 대형 고층 호텔이 있었으며 광범위한 서킷엔 그 사이사이에 각양각색의 특색을 띤 다양한 크기의 건물과 간이 공원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었다.
여기서 다시 구분하면 주거시설, 연구시설, 생산시설, 위락과 편의시설로 나뉜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곳과 달리 비밀스러운 곳도 있었다.
이중 가장 먼저 짓게 될 곳은 연구소와 공원이 될 것이다.
이는 두 박사님과의 연결을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이다.
두 분의 연구소와 영훈의 연구소 사이에 공원과 인공호수를 만들어 급작스런 변화에 대한 반감을 없앨 생각이었다.
“이제 건설사를 선정해야 하는데 이것도 문제네!”
대기업 계열을 피하고 싶었지만 많은 건설사들이 부도났기 때문에 고민이었다.
- 저, 마스터 기존의 건설업체에 맡긴다면 비밀스러운 부분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경기침체로 부도난 건설업체를 인수해서 직접 건설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끙.”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어쩔 수 없음을 아는지라 별다른 말없이 화를 삭여야 했다.
“요즘 환율이 어떻게 돼?”
- 1,100원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보단 나은 상황이군!”
- 예, 마스터가 겪은 시절의 1,700원대보다는 현저히 낮은 상태입니다. 저희가 준 금 50톤과 일부지만 건실한 기업의 주식을 산 것이 주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나중을 위해서 관련 부서를 만들어야겠군!’
“좋아! 총무부에 투자 팀을 만들고, 지원부에 건설 팀을 신설해야겠어!”
- 예, 두 이사님께 전달하겠습니다.
“응, 자세한 얘기는 이따 모이면 하자.”
- 알겠습니다.
모처럼 근처 호텔 레스토랑으로 모든 가신을 이끌고 외식을 나왔다.
“아지즈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나왔는데 다들 어떠세요.”
“아지즈보다는 못하지만, 상당히 맛있습니다.”
“맞아 아지즈보다는 못한 것 같아.”
“호호호, 그렇게 말해주시니 몸들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도 나름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만족할 만한 외출이었네요. 요즘 불편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었나요?”
“적응하느라 바쁜 것 외에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마찬가집니다.”
“저, 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피터 잭슨이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아직 시기상조일지는 모르지만, 일본의 일이 별 진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음, 투자요청이 없는 상황이지만 대출은 하고 있지 않나요?”
대부분 귀화하지 않은 재일교포들은 영세한 자들이라 주택대출을 원했다.
연 5%의 이자에 20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이라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렇긴 하지만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뭔가 계기가 있어야 할 텐데 제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고…”
‘아! 이런!’
그저 가신에게 일을 시켰지 그와 관련된 부분을 신경써주지 못한 것이 느껴졌다.
‘피터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조금 더 세세히 신경 써줘야겠어.’
영훈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할 때 포링이 영혼의 끈으로 뜻을 전했다.
- 마스터?
- 왜?
- 제 생각에는 신지수(피터 잭슨)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 때문인 듯합니다.
- 신지수가 대단한 인물은 아니었지?
- 예, 변명 같지만 사용할 만한 신분 중에 신지수가 최고였습니다.
- 그래? 그랬겠지!
철두철미한 포링이 신지수를 선택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 그래서 이번에 안다미로에서 생산할 ‘펌프 잇 업(Pump It UP)’을 신지수(피터 잭슨)가 맡아서 일본 내에 유통했으면 합니다. 신지수가 일본 내 유통에 성공하게 된다면 믿음이 생길 거라 생각됩니다.
- 아! 그게 있었지.
‘펌프 잇 업(Pump It UP)’은 이미 완성됐고, 설계도뿐만 아니라 실물을 줬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하면 언제쯤 생산된대.
- 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나올 겁니다. 그전에 저희가 만든 것을 먼저 일본 내에 선보이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오, 좋아! 그렇게 하면 선주문을 받을 수도 있겠군!
- 예!
- 역시! 포링이야 그렇게 해줘 고마워.
- …아, 아닙니다.
포링은 잦은 마스터의 칭찬에 고무돼 있었지만 온통 정신이 가신들에게 가 있는 영훈은 몰랐다. 그저 포링의 도움으로 생각을 정리한 영훈은 말을 이어나갔다.
“…포링의 의견은 피터가 분한 신지수라는 인물의 위치가 애매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사실 신지수라는 인물은 대단한 자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번 명동에서 행사를 진행한 ‘펌프 잇 업(Pump It UP)’의 일본 내 유통을 신지수(피터 잭슨)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아, 그 재밌는 기계 말이군요.”
“예, 일본엔 봄과 가을에 도쿄 게임쇼를 개최합니다. ‘펌프 잇 업(Pump It UP)’을 생산할 안다미로에서 봄에 개최되는 게임쇼에 출품할 생각이라니 포링의 자료를 받고 안다미로와 상의해서 일본 내의 유통을 책임지세요.”
“고맙습니다. 마스터.”
“별말씀을 어차피 ‘펌프 잇 업(Pump It UP)’으로 놈들을 골탕 먹일 생각이었으니 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하하하.”
“골탕이요. 하하하.”
“하하하.”
화기애애한 식사를 마친 날부터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투자 팀과 건설 팀을 만든 영훈은 아직도 많이 비어 있는 빌딩에 따로 자리를 만들어 준 다음 간단한 일을 하나씩 주면서 체계를 잡아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포링과 같이 세운 계획대로 굵직굵직한 것들을 해결해나갔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 작가의말
-
갑자기 글을 내리게 돼서 죄송합니다.
저도 이렇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해서 무척 당황스럽습니다만 극적인 부분이 너무 적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생각을 다 담을 수 없는 필력이라면 제 수준에 맞는 가벼운 소설부터 시작하며 억지로 제 뜻을 제 글에 담는 것보다 천천히 제 글에 제 생각이 조금씩 그것도 적절히 포함되는 게 좋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나올 글은 과장된 표현도 오글거리는 막장도 조금 유치한 반전도 포함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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