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제나 - 1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날이 지나고, 드디어 큐빅재단에 모든 직원이 출근해 소강당에 모였다.
“관리이사를 맡은 해리 하트입니다. 호명하는 분 앞으로 나오세요. 이민우, 김승수, 현한아님 나오세요.”
“……예!”
호명한 세 명이 나서자 기다린 듯 세 명의 이사가 나서서 각자 한 명씩 데리고 널찍이 섰다.
“저희는 이제 창립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할 것은 생각은 해뒀지만, 뭐부터 할지 정하지 못했고, 부서도 나눴지만,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세 부서로 운영할 겁니다.”
“아!”
“다들 이제 아셨으니 세 부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총무부와 지원부, 기획부 이렇게 세 부서입니다. 먼저 세 분을 부른 이유는 면접에서 최고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고, 당분간 각 부서의 대리가 돼서 여러분과 저희를 이어 줄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축하의 박수를 부탁합니다.”
“짝짝짝.”
“첫날 저희 이사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는 직급이 다르더라도 모두 평등합니다. 서로 존중해주는 것까지는 좋지만, 상하를 구분하지는 마십시오. 이는 고과점수에 치명적인 약점을 만들게 될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서 누누이 말했던 내용이라 신입직원들은 별생각 없이 바로 즉답했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앞에선 세 명의 이사가 호명하는 분들은 따로 이사님의 지시를 따르십시오. 이상입니다.”
기획이사 리처드 허드슨, 총무이사 벨라 스완, 지원 이사 피터 잭슨은 순서대로 자신이 맡게 된 인원을 호명해 각자 따로 마련된 공간으로 떠났다.
“어쨌든 첫 단추는 잘 꽨 듯하군!”
- 예, 죄송합니다.
“할 수 없잖아. 그리고 내가 원한 일이니 그만 잊어.”
- 알겠습니다.
포링과 영훈이 나누는 대화는 포링의 능력의 한계성에 있었다.
영훈은 포링에게 전국에 산재(散在)한 자선재단의 명단을 원했다. 하지만 정확한 자료를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가진 자료가 불성실했기 때문이고, 정말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포링의 능력이 아직 온라인에 국한됐기 때문이었고, 영훈은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오히려 반겼고, 포링은 불만을 느꼈다.
어쨌든 그래서 재단 출범과 동시에 세 부서로 나누면서 업무를 나눠야 했다.
지원부는 1층 창구에서 대민지원을 맡기로 했고, 기획부는 전국에 산재(散在)한 자선재단을 조사하는 것을 맡았고, 총무부는 기획부와 상의해서 신문에 대대적인 광고를 기획하는 한편 그와 관련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맡았다.
되도록 직원이 원하는 부서에 넣어줄 생각이지만 13개의 부서를 명시하고,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대대적인 신문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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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기획하거나 하고 있는 이들을 후원합니다.
누구나 좋습니다.
혹시, ‘나가 하는 것도 될까?’라고 생각하는 분은 먼저 상의하세요.
자격: 주민등록증을 가진 모든 자.
준비물: 계획서 1장.
위치: 테헤란로 큐빅빌딩 큐빅자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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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부실했고, 무성의해 보였지만 모든 신문의 1면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대대적인 광고였기 때문에 큐빅재단이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를 알게 된 신입사원들은 더 열성적으로 임무에 임했고, 차츰 자리를 잡아갔다. 다만,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생겼는데 출근하면 태권도와 단전호흡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그 때문에 보통 직장이 9시에 업무 시작을 하는 데 반해 큐빅재단은 10시부터 정산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광고의 효과 때문일까.
1층 창구에 찾아오는 자가 생겼고, 그 수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였다.
한데 광고의 애매한 문구 때문인지 자선행사와 다른 벤처투자를 원하는 자들도 덩달아 늘어났고, 그중에는 한탕을 노리는 놈들도 있었다.
문제점을 인식한 영훈은 여느 때처럼 15층의 이사장실에 가신을 호출했다.
“아직 체계도 잡지 못했는데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광고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시작은 이 정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한데 광고의 성과가 좋으니 다행이지만 뜻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포링 보고해줘.”
- 예, 화면을 보시면서 들어주십시오.
이제 익숙할 때 익숙해진 홀로그램이 열리며 자료고 보였다.
- 저희 광고 너무 포괄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좋은 일이라는 뜻을 자선행위로 썼지만, 일부분이 그 아래 누구든 상관없고, 상의하라는 문구에 희망을 걸고, 회갑연부터 시작해서 벤처투자까지 너무도 많은 분야에 도움을 원하는 이들이 찾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으나 한탕을 노리거나 착복하려는 자들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끙, 저런 놈들은 그냥 노예로 만들어버리거나 훈육하면 좋은데… 마스터가 원하지 않으시니 저희는 나설 수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맞습니다. 아쉽습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불의에 대해서는 나서려 하는데 미안하군!’
영훈은 가디언 출신 가신들에게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흠흠, 잘 알고 계시니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우선 포링은 여태까지처럼 신청한 자료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관련 부서가 오류를 범할 때만 나서서 서류를 돌려보낼 수 있는 근거를 만들도록 해줘.”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면 불법을 계획한 자들은 어떻게 할까요?
포링은 기본적으로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추적했다.
그 결과 단순한 정보만으로 전과자들이 떼로 모여 신청하거나 홀로 기획하는 자 등 제도의 허점을 찾으려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탕을 노린다고 잡아 가둘 수도 없고, 잡아넣는 다해도 방법도 너무 복잡해 또 우리의 능력이 드러날 소지도 많아, 그러니 그런 놈들을 따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놓고, 우리의 제도를 완벽하게 보완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기획부, 총무부, 지원부를 맡은 가신은 직원들에게 당장은 관심분야가 아니니 돌려보내라는 지침을 내리고, 당분간 자선사업만을 지원하라고 하세요.”
“예, 마스터.”
- 예, 마스터.
‘마침 관련 분야에 대한 얘기도 나왔으니 오늘 발표하자.’
영훈은 칼리스타와 DDR에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뜻을 세웠고, 조만간 뜻을 밝힐 생각이었다. 한데 뜻하지 않은 투자 요청으로 미리 발표하는 게 좋을 거로 생각했다.
“자, 그럼 화면을 봐주세요.”
홀로그램이 생성되더니 앞으로의 목표와 개혁 방향, 방법 등이 자세히 써진 계획서가 보이기 시작했다.
“보시면 알겠지만, 원칙을 세웠습니다.”
“……”
“우선 그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전에 던전에서도 뜻을 비쳤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세상을 장악하거나 지배할 생각이 없습니다. 가족을 돌보며 조용히 살겠다는 애초의 목표에서 벗어났지만 이것도 가족을 위해 선택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주시고,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상황을 확대하거나 확대해석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마스터.”
“추호도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 저도 명심하겠습니다.
믿음직한 가신의 대답에 마음이 놓였다.
“예, 고맙습니다. 여러분을 못 믿어서 강조한 것이 아닌 노파심에서 오는 당부였으니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어쨌든 모든 일에 제가 나설 수는 없다는 판단으로 순위를 정했습니다. 1순위는 부의 집중을 막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제가 과거로 오기전의 미래에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경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뭐냐면 Google, Apple, Facebook, Amazon 등 네 개의 인터넷 기업이 한국의 GDP를 넘어서는 규모의 성장을 했고, 모든 것을 먹어치우며 공룡처럼 등치를 키웠지요.”
잠시 상념에 빠졌던 영훈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인터넷을 넘어 자동차, 우주, 의료 등 그들이 나선 분야가 대단했습니다. 오죽하면 유럽이 디지털식민지가 된 것에 위기를 느껴서 뭉쳐서 대항했겠습니까. …뭐 미래의 GAFA 경제 말고도 석유, 식량, 금융, 무기 등 너무 많은 것이 몇몇 선진국이 이미 장악됐고, 지금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좌지우지하는 상황입니다. 어쩌면 IMF도 그 여파일지도 모릅니다.”
“아!”
“그래서 전 우선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인터넷, 컴퓨터, 재생에너지와 환경사업 등 신산업 등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제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 저희는 아직 이렇다 할만한 상태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아직은 무린가?’
영훈의 예상대로 가신들이 아무리 초인이고, 머리가 좋다지만 오랫동안 쌓여 생산된 지식과 사고를 한꺼번에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특히 사고적인 부분에서 서로 극적인 면이 많았기 때문에 더 쉽게 따라잡기 어려웠다.
가디언출신 가신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이해할 수 있지만 되도록 빨리 적응했으면 좋겠는데.’
“…포링은 계획을 세울 때 참여했으니 그럼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전에 가장 중심이 되는 게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될 연구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저와 연관이 있는 소요산의 한 연구소의 주변 부지를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포링은 계획대로 노예 1호와 2호에게 연락해서 소요산연구소 주변과 일부 포함된 그린벨트를 풀어달라고 해줘.”
- 예, 그럼 그린벨트를 풀어준 것에 대한 대안도 함께 전하겠습니다.
“응, 그게 좋겠지… 엘프는 지금부터 나오는 화면에 집중해주세요.”
사실 소요산에 연구소 부지를 선정하게 된 이유는 미래에 영훈과 인연이 된 신세호, 박문수 두 박사님 때문이다.
아무리 진입 장벽이 낮은 인터넷, 컴퓨터, 재생에너지와 환경사업 등 신생 산업이라고 무턱대고, 신제품을 쏟아낼 수는 없었기에 연구소를 만들고, 사전 준비를 하려다가 고인과의 연결점을 찾으려 했던 부분과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에 토지를 사기로 했다.
영훈이 제일 처음 할 일은 두 박사님의 연구소 옆에 공원을 조성하고 그 반대편에 영훈의 연구소를 짓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연결점을 만들어 지게 될 것이고, 옆 동네에 이사 온 이웃처럼 인사를 갈수도 있고, 공통분모인 연구라는 주제로 서로 친분을 나눌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그리고 이왕 토지를 사는 거 미래를 위해 미리 넓은 토지를 사기로 했다.
그래서 정해진 곳이 동두천의 초성리역 쪽 소요산 기슭의 110만 평이다.
110만 평이나 되다보니 그린벨트가 조금 포함됐고, 노예 1호를 통해 풀어달라고 하게 된 것이다.
그린벨트가 넓지도 않은 곳이라 큰 부담은 없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래도 명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국가재정이 불안정한 것을 핑계로 고가로 팔라 할 생각이고, 정말 고가로 사줄 생각을 했다. 한데 그린벨트를 푼다는 게 양심에 찔리는 구석이 있었기에 합당한 대안을 생각하다가 소요산을 더 울창한 숲으로 조성해서 보답할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엘프의 능력이 필요했고, 엘프의 능력을 시험하는 가늠대로 삼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숲을 좋아하는 엘프에겐 앞으로 자신들이 조성할 소요산의 울창한 숲이 도시의 생활에서 오는 답답함을 해결할 그들의 놀이 공간이 될 거라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엘프로 인해 일본의 섬들을 없애며 가져왔지만, 그동안 사실상 방치됐던 나무와 동물들을 이번 기회에 풀어놓기로 했다.
여러모로 좋은 일이 될 일거양득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보신대로 소요산과 앞으로 우리가 개발하게 될 곳의 조경을 엘프가 맡게 될 겁니다. 세 분이 검토해보시고, 필요한 것과 문제점을 찾아주세요.”
“알겠습니다. 마스터.”
“저희에게 딱 맞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그럼 그 문제는 그렇게 정리하겠습니다.”
가신들은 엘프의 참여로 자신들은 어떤 일에 참여할지 귀추를 주목했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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