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문 변호사와 DDR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 마스터 사색을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보고할게 있습니다.
‘연말연시에 보고할게 있다고? 급한 건가?’
“그래? 궁금한데 보고해줘.”
- 마스터께서 명하신 김인문 변호사에 대한 소식과 DDR에 대한 소식입니다.
“아! 인문이를 찾았어?”
- 예, 어렵진 않았습니다. 보십시오.
김인문 변호사와는 친구가 됐지만 아주 짧은 동안 이뤄진 사이였기에 아는 게 많지 않았고, 그래서 포링은 이름과 1967년생이라는 두 가지의 정보로 찾았다.
허공에 홀로그램이 생성되며 젊은 김인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벽면이 아닌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워 사용하고 있었는데 김인문이 옆에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인문인 자신의 집으로 보이는 곳에서 엉금엉금 바닥을 기고 있는 아이를 아내와 함께 보고 있었다.
행복해 보였지만 거실의 크기로 보면 큰집은 아닌 것 같았다.
“잘 살고 있으니 이제 인문과 연줄을 만들면 되겠고, DDR이라 계속해줘.”
- 예, 일본에선 매년 도쿄 게임쇼라는 게 봄과 가을에 두 번 열립니다.
“그래? 보통 1년에 한 번인데 특이하군! …근데 그게 왜?”
- 제가 DDR 이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자 원제작사를 살펴봤는데 놈들이 DDR의 토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조만간 출시할 것 같습니다.
“아! 시기를 앞당길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군!”
- 예!
‘만드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가디언 출신 가신에게는 상의할 내용이 아니라 포링과 상의 끝에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포링은 영훈의 기억에서 본 DDR과 펌프 잇 업(Pump It UP)을 혼합한 펌프 잇 업을 디자인했고, 가신들을 시켜 부품을 급조한 후에 영훈과 가신들이 포링의 지시대로 직접 만들어냈다.
제품은 패드형과 일체형으로 만들어졌고, 일부러 질을 떨어트려야 했기에 투박했다.
제품을 만들면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했다.
제조와 판매를 맡을 안다미로의 설득과 펌프 잇 업(Pump It UP)에 내장할 음악에 대한 저작권 문제였다.
영훈은 급조해야하는 형편이라 음악사를 일일이 설득할 시간이 없었다.
영훈의 기억의 1997년 댄스곡을 찾던 중 터보를 찾아냈다.
터보는 김종국과 마이키가 추측이 된 이인조 댄스그룹으로 김종국은 영훈의 고등학교 5년 후배가 된다.
물론 미션스쿨에 한때 안양에서 최고로 치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그런 존재가 나와 다는 게 믿어지지는 않았고,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직접 방송에 나와 조금 놀았다는 내용을 말했고, 고등학교에서는 나름으로 잘 풀린 케이스로 여기고 있다는 말을 듣고 후배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미래에 운동에 미친 건실한 존재로 인정을 받았기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었다.
마침 터보가 3집 회상을 발표하고 활동 중이었기에 30분만 출현해 달라고 조르는 한편 터보의 일정에 맞춰 그 근거리에서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까다로운 조건까지 사용해 설득했고, 간신히 섭외할 수 있었다.
영훈은 터보의 일정에 맞춰 12월 30일 명동에서 종각 쪽에 위치한 한 오락실 앞을 빌려서 세트를 준비했다.
“휴, 이제 준비는 됐고, 안다미로는 어떻게 됐어?”
- 빌더가 저희가 준 자료로 잘 설득해서 모시고 오는 중입니다.
“늦지 않겠지?”
- 예, 약간의 여유 있게 도착할 것입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음악 유통업체에 대한 지분 확보는 잘하고 있지?”
- 물론입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네!’
음악 유통에 직접 관여할 생각은 없었지만 미래에 영훈이 좋아했던 가수 개리가 ‘매달 똑같은 저작권료.’라고 한말이 떠올라 묵인할 수는 없어서 음악 유통업체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었다.
그때 초조하게 기다리던 손님 중에 터보가 먼저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저는 매니저를 맡은 손형남입니다.”
“반갑습니다. 터보의 김종국입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마이키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큐빅자선재단의 임영훈 이사장입니다.”
명함을 주며 인사를 나눴다.
“한데 무슨 행사를 하시기에 터무니없는 조건에 비싼 비용을 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두고 보시면 압니다. 나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5분정도 자났을까.
기술이사를 맡은 빌더가 손님을 모시고 도착했다.
안다미로의 대표 김영환이라고 인포뷰에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무리하게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임영훈입니다.”
“아! 안다미로의 대표 김영환입니다.”
“딱 맞춰오셨으니 보시고 얘기할까요?”
“하하하, 예 급할 것 없지요. 그럼, 기대하겠습니다.”
“물론 보시면 놀랄 것입니다.”
덮여진 천이 벗겨지며 준비한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관리이사 해리 하트의 진행으로 터보의 검은 고양이 네로가 먼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요즘 인기를 올리고 있는 회상이 끝나자 보건이사를 맡은 아지즈 보비치가 펌프 잇 업(Pump It UP)라고 쓰인 기기에 올라가 터보의 검은 고양이 네로의 음악과 발판의 빛나는 위치에 맞춰 발을 구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의 마스터인 아지즈가 춤을 배웠을 리는 없었지만 율동이 지극히 아름다웠다.
흥겨운 음악에 아름다운 율동, 묘기와 다르지 않은 한 동작 한 동작이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기억에 뿌리 깊게 박혔다.
음악이 끝나고 아지즈의 율동도 극적으로 끝을 맺었다.
“와, 짝짝짝.”
“앙코르.”
“꺅.”
아즈지가 급히 자리를 뜨자 터보가 다시 나와 트위스트 킹(Twist King)을 불렀고, 30분 동안의 짧은 이벤트는 성황리에 끝났을 지나는 행인(行人)들을 대상으로 체험행사 가졌다.
터보는 이후 행사 때문에 바빠서 급히 자리를 떠났지만 떠나기 전에 터보의 매니저 손형남은 펌프 잇 업(Pump It UP)에 관심을 보이는 한편 음악사용에 대한 추가 계약이 필요함을 역설했고, 우리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라 오늘 이후의 사용은 추후 유통사와 협상하겠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안다미로의 김영환 대표는 이제나 저제나 말할 순간을 기다리다 터보가 떠난 순간 급히 말을 걸어왔다.
“당장 계약했으면 합니다.”
“좋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일입니다.”
“저, 한데 왜 우리였습니까?”
“저희는 알고 계시다시피 자선재단입니다.”
“……?”
명함을 받아서 알고는 있겠지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후원금을 받지 않고 투자의 수익금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안다미로를 적당한 투자처로 봤고, 중복투자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귀사를 선택했습니다. 10%라는 특허료가 조금 높지만 모든 것을 저희가 기획했기 때문에 생산과 판매만을 맡은 안다미로에는 결코 손해가 아닐 겁니다.”
“아, 물론입니다. 저희가 얻는 게 더 많겠지요.”
“앞으로 유지보수와 버전 업에 대해서 책임지신다면 관련 자료를 미리 드리겠습니다. 장기계약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단기계약을 원하십니까?”
“저, 저는 장기계약을 원합니다.”
“가실 때 설계도와 프로그램을 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조만간 변호사를 선임해 뵙기로 하죠.”
“고맙습니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직원들이 아주 좋아할 것입니다. 하하하, 만세.”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혹시라도 자금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찾아주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뒤늦게 뉴스로 이 사실을 접한 일본의 한 게임 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그것은 자신들이 도쿄 게임쇼에서 선보일 생각으로 만들던 댄스 댄스 레볼루션(Dance Dance Revolution)을 뛰어넘은 제품이 한국에서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명동의 한 복판에서 이벤트로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안다미로라는 한국의 게임기 제작업체가 이벤트의 성황에 힘입어 생산에 들어갔다는 정보도 얻었다.
그동안 투자한 자금과 아이디어가 아깝게 생각된 그 기업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DDR을 되살릴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영훈의 뜻대로 이벤트와 언론플레이가 성과를 얻었다.
포링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한 영훈은 김인문 변호사에게 의뢰를 넣어 지금 같은 자리에 있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미 조율을 마친 계약이라 제가 할 게 거의 없어서 수임(受任)료를 받기가 죄송할 지경입니다. 하하하.”
“제가 사실 급히 서두르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야 좋지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예!”
김인문 변호사와의 인연은 조급히 할 생각은 없었다.
꾸준히 연을 잇다보면 자연히 친해질 거라 생각했고,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잘 부탁하네! 친구.’
안다미로로 떠나는 김인문 변호사를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던 영훈은 포링을 찾았다.
“나머지는 어떻게 처리됐어?”
- 음악시장은 차근차근 잠식하고 있습니다. 저 그런데 뜻밖의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뜻밖의 사실?”
- 예, 그게 MP3플레이어 있잖습니까?
- MP3플레이어?
쓸쓸한 과거가 떠올라 한동안 침울했었다.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를 만들었던 나라가 그 원천 특허를 헐값에 넘긴 이야기가 같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포링이 왜 MP3에 대해 말을 꺼냈는지 생각해봤다.
‘설마! 그것도 이때쯤은 아니겠지?’
“설마!”
- 그렇습니다. ‘세계 최초의 MP3플레이어 F-10’을 만들었던 디지털캐스트가 1998년 3월 독일에서 열린 IT 전시회에서 출범하게 됩니다. 결국은 마스터가 아시는 대로 망하게 됩니다. 어떻게 할까요?
“젠장!”
이제 척하면 착! 하고 알아듣는 사이가 되었다.
‘아씨 미치겠네! 하나를 해결하면 하나가 튀어나오지 어떻게 한다?’
영훈도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때 한국은 세계 최초의 MP3플레이어를 만든 디지털캐스트 덕분에 세계 1위의 MP3 플레이어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한 매김 했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작은 회사인 디지털캐스트의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소송을 벌이며 특허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중소기업들은 우후죽순으로 MP3플레이어 시장에 뛰어 들었고, 2004년쯤에는 정말 모든 업체들이 MP3플레이어를 만들 정도였다.
진입장벽이 없으니 마구잡이로 저가 제품을 찍어냈고, 결과적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졌고, 2005년 애플이 ‘아이팟 나노’를 출시하며 한국의 MP3 플레이어 업체들은 줄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디지털캐스트도 새한그룹도 망해서 특허권이 미국에 넘어가는 처지가 됐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영훈이 방관할 수는 없고, 결국은 또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 결국 할 수밖에 없겠지?”
- 예, 하지만 아직은 개입할 시기가 아닙니다. 아직은 공동 특허권을 소유한 새한그룹도 있고, 자금도 풍부하니 넌지시 투자하겠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휴, 그래도 다행이야. 우리의 기술을 지킬 수 있겠네.”
- 일복이 터졌지만 그렇게 되겠군요.
이제 다른 가신들과 달리 농담도 잘하는 포링이다.
“흐흐흐, 농담할 기분 아니니까 기획이사인 리처드에게 맡겨.”
- 알겠습니다. 사전에 투자와 향후 투자 가능성을 설명하는 선에서 마치겠습니다.
“그래, 이제 좀 쉬자.”
- 예, 편히 쉬십시오.
“이제 와서 편히 쉬라고? …끙.”
언성을 높였지만 실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연말연시를 보낸 영훈과 가신들은 1998년 1월 3일 토요일 시무식을 겸한 첫 업무와 신입사원 환영회를 준비했다.
그 시간 청와대에서는 대국민담화문을 발효하기 시작했다.
노예 1호 영삼이는 정부의 무능과 잘못된 경제 분석, 지나친 낙관론으로 지나친 금융업의 규제 완화로 경제가 파탄이 났다며 국민께 사과했고, 더 빨리 발표하고 싶었지만, 연말연시를 망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지금 발표하게 됐다는 말로 담화를 마쳤다.
그리고 이어 나선 경제수석의 국정 방향에 대한 발표에 나라 안팎이 뒤집혔다.
꼭 그렇게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을 시작으로 몇몇 핵심 경제관료들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재산을 내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불안을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었고, 주가는 폭락했다.
모든 것을 지켜보던 포링은 예상했기에 영훈과 상의한 대로 큐빅재단과 미국에 설립한 포링투자의 자금을 이용해서 사전에 분류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떨어질 때로 떨어졌기에 거의 헐값에 주식을 깡그리 긁어모을 수 있었고, 내려가던 주가가 잠시 멈췄다.
“우리도 할 만큼 했으니까 우리의 일을 합시다.”
“예, 마스터.”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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