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出世) - 2 (협상)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한편, 영훈의 말을 들은 김우중은
‘도대체 좀 전의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하면서 하려는 말이 뭘까?’
처음엔 겁이 났지만 차츰 안정되었다.
그래서 일까
자신을 부른 이유와 오늘 청와대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두 보여준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겁을 주려는 걸까?’
쉽게 결정 내리기 어려웠기에 생각이 길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생각이 많으시겠지만, 생각보다 제 말을 듣는 것이 빠를 겁니다.”
“으흠, 그렇겠군요. 그럼 먼저 듣겠습니다.”
‘역시 나이가 들면 다 저런가?’
영삼, 대중, 우중 이렇게 세 사람의 경우 보이는 행동을 달랐지만 다들 노익장을 자랑하는 듯 쉽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훈 같았으면 하루를 족히 고민했을 것이다.
“솔직히 김우중님을 부르게 된 것은 단순한 이유에서였습니다. 얼마 후 쌍룡자동차를 인수합병을 한다지요?”
“아, 예! 그렇습니다.”
“제가 볼 때 한 가지를 제외한 다면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뭔지 아시겠습니까?”
‘한 가지? 무수한 반대를 딛고 이뤄냈으니 고난은 많겠지만 한 가지라?’
“많은 고난이 예상되는 투자였습니다. 늘 그렇듯이 열심히 할 뿐 제가 어찌 미래를 점칠 수 있겠습니까! 한데 한 가지라고 말씀하시니 그 한 가지가 뭔지 몹시도 궁금하군요. 제가 알 수 있을까요?”
“하하하, 이거 참.”
‘말로는 당할 수가 없겠군!’
“……?”
“저는 역시 머리싸움에는 별로 소질이 없는 것 같습니다. …흠, 제 생각에는 김우중 씨가 정치하는 놈들을 생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예? 정치가요?”
“지금 한국은 IMF에 금융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글쎄요?”
“앞으로 한국은 IMF…”
앞으로 한국은 IMF의 권유에 따라 긴축재정에 들어갈 것이고, 수만은 대기업과 금융이 구조조정을 강요받게 될 거라는 사실은 조목조목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와 경제관료가 경제파탄의 책임을 기업 등 다른 곳으로 돌리고, 그 책임을 물어 수많은 기업과 부동산이 헐값에 팔리게 하고, 종국(終局)에는 IMF에서 벗어나겠지만, 상처뿐인 결과임을 성토했다.
김우중도 정치가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수긍했다.
사실 기업가인 김우중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는 것이 불안했지만 알아도 자금이 부족해서 우려한 만큼 성과를 낼지도 미지수였다.
또 대기업 중의 하나라도 실상을 알아야 다른 대기업의 모범이 될 것이고, 그 표본이 좋은 표본이라면 이목을 끌 것이고, 그럼 다른 기업이 관심을 두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니 따라 할 것으로 봤다.
우선은 강제로 이끌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김우중을 선택한 것이다.
김우중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을 읽고, 감명받은 기억이 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고, 나름으로 후세에 인정을 받았던 김우중이라 믿는 구석도 있었다.
“이 사실을 놓고 본다면 대우는 시기와 자금이 문제가 되어 고전(苦戰)하게 될 것이고, 결국은 경제파탄의 주범이 돼서 국가가 원하는 대로 해체하다가 결국엔 뿔뿔이 흩어진 후 사라지게 될 겁니다.”
“……흠.”
드디어 김우중은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정부를 감당할 자신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제관료와 그 수장인 대통령에게 죗값을 물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낙관만을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그럼, 지금부터 저의 제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남자라 자동차를 좋아하고, 그중에 칼리스타라는 영국의 자동차를 좋아합니다. 한데 그 칼리스타를 쌍룡자동차가 인수해서 가지고 있더군요. 그것을 제가 인수하고 싶습니다.”
“아, 기억이 납니다. 칼리스타라면 전형적인 '클래식 로드스터'의 디자인을 갖춘 2인승 오픈카라고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김우중은 영훈의 말을 듣고 왠지 대단한 비밀을 보여준 것 치고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굳이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물어볼 생각도 없었다.
“어쨌든 쌍룡이 94년부터 생산을 중단한 칼리스타를 제가 사들이면 귀사의 지출이 줄어들어서 좋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칼리스타를 가져서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죠.”
“또 한 가지 ‘카로체리아’(Carrozzeria)라는 말을 아십니까?”
“저도 자동차사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들은 적은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카로체리아와 같은 한국형 공방을 만들 생각입니다. 칼리스타를 시작으로 유수(有數)의 인재(人材)를 영입해서 귀사와 협력한다면 굳이 외화를 들이지 않고, 상부상조(相扶相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칼리스타를 보고 인수합병을 결정한 것도 아니고, 유수의 인재를 모아 한국형 공방을 만든다면 쓸모가 있겠지만, 상대가 원할 때 그냥 준다면 장사꾼이라 할 수 없지.’
김우중은 너무도 유리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자신이 왜 불려왔는지를 잊고, 장사꾼으로서 이익을 좇기로 했다.
“저, 저는 장사꾼입니다.”
“훗, 장사꾼이라…”
‘당신이 장사꾼을 선택하면 나야 더 좋지 준만큼 받고, 받은 만큼 주면 되니까.’
“좋습니다. 가격은 알아서 부르세요. 단 한 가지 칼리스타는 어떤 일이 생겨도 제 손에 넘어와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김우중은 영훈의 차가운 목소리에 자신이 지금 어디 있는지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다시금 깨달았다.
‘이런! 내가 순간의 이익에 잠시 눈이 멀었구나! …하.’
김우중의 후회는 다시 돌릴 수는 없었다.
그것은 영훈이 이미 일어서서 자리를 떴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이 최대한 이익을 되는 방향으로 해야겠구나! 그러고 보니 그자가 차기 대통령과 경제부 관료를 장악했으니 미래가 불투명하진 않겠어.’
청와대의 만남 이후로 대우와 쌍룡의 인수합병은 빠르게 이뤄졌다.
이는 쌍룡을 빨리 합병하지 못한다면 암중의 지배자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착각에서였다.
영훈에게 칼리스타는 좋아하는 차지만 어쩌면 명분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김우중에게는 절대자와의 거래였고, 연결고리였기 때문에 쌍룡과 인수합병을 조기에 완료한 것이다.
인수합병을 완료하자마자 칼리스타를 넘기기 위해 노예 1호 영삼이에게 연락했다.
아직 절대자와 연결고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래는 너무도 간단하게 이뤄졌다.
김우중이 제시한 금액을 흔쾌히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김우중의 이런 노력은 좋은 결실을 맺었는데 칼리스타에 대한 설계와 금형 등 생산 관련 물품과 특허를 모두 넘기며 차후 칼리스타와 관련된 차량을 생산할 때 자신의 생산설비를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그중에 쌍룡자동차가 보관 중이던 칼리스타와 부품도 끼어있었다.
김우중은 무리한 부탁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승낙을 받았고, 김우중이 생각하던 대로 연을 이어나갔다.
이를 통해 김우중은 큐빅 자선재단의 실체를 알았다.
이후 기부를 통해 더 강한 유대를 원했지만, 상대는 기부를 사양함으로써 그들이 간섭을 배제할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포기해야만 했다.
* * *
한편 가신들은 영훈과 달리 조금은 과격하게 굴복(屈服)한 경제관료들을 훈육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법은 의외로 아주 간단했다.
모두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게 했을 뿐이다.
힘이 없는 놈들은 결국 손이 내려왔고, 두 손을 내리면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 게 됨으로써 자동적으로 머리가 깨질 듯 아팠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에반이 놈들에게 포링이 준비한 자료를 통해 놈들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네놈들 때문에 국가 부체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어?”
“……”
“이놈들 지들이 해놓고도 몰라? 자그마치 1700억 달러라는 막대한 외채를 졌어. 그게 다 너희 같은 허접한 것들을 믿고, 금융권과 나라에서 빌려 썼기 때문이야. 그것도 거의 다 단기외채야 어떻게 할 거야? 어.”
“……!”
“……?”
알고 있는 놈도 모르고 있는 놈도 있는 듯 했다.
“긴말이 필요 없겠어! 너희는 앞으로 지금 나눠준 자료를 토대로 나라를 운영한다. 너희 따위를 믿는 이 그냥 국민처럼 묵묵히 자기가 맡은 일을 하는 게 좋겠어.”
“……”
“그렇다고 자율이 없다면 단순한 노예가 될 것 같으니 자료를 토대로 나라를 운영하되 좋은 의견과 성과를 낸다면 상도 주겠다. 물론 못하면 벌도 따로 있겠지.”
“……”
대답이 없으니 소귀에 경 읽는 기분이었다.
“허허, 대답하지 않으니 할 맛이 떨어지는군!”
“아, 알겠습니다.”
한 명이 대답하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대답했다.
인포뷰를 통해 제일 먼저 대답한 자의 신원을 확인한 에반은
“당신은 서태준이군! …당신이 좋겠어! 오늘부터 당신이 여기 있는 노예들을 관장할 비밀 경제부 장관이야.”
“예? 아, 예!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두 손을 내리게 한 에반은 이후 속도를 붙였다.
내용을 간추리면 이랬다.
0. 자료를 토대로 정부를 운영한다.
1, 죗값을 치러야 한다.
- 노예가 된 것도 죗값이지만 모은 재산의 반을 내놓는다.
- 사회에 지탄받을 짓을 했다면 모두 원위치로 돌린다.
2, 나라의 일을 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뇌물수수, 청탁하는 자를 보고한다.
3, 정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발표해서 국민이 알게 하고, 이후 투명한 정치를 시작한다.
다소 모호하지만, 한번 명령을 내리면 양심에 따라 스스로 벌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간단하게 명령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 * *
정부가 영훈과 포링이 마련해서 준 자료를 이용해 정책을 마련하는 동안 영훈도 바빴다.
연말연시(年末年始)를 맞이하여 가족과 함께할 수 없음이 안타까웠지만, 영상으로나마 가족을 볼 수 있음에 만족한 영훈은 그래서였을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에 저택을 구했다.
원래는 삼청동이 효자동에 집을 구하기로 했지만 북악산과 가까운 곳에 빈 집도 저택도 없어서 할 수 없이 삼청동에서 북악산 던전과 제일 인접한 곳 주택을 마련했다.
근처에 삼청공원이 있고, 집주인이 한옥을 특색을 잘 살려서 현대적으로 지은 건물이라 마음에 들었다.
근처에 나온 다른 건물도 모두 사들인 후 가신들이 살게 했다.
구입 후 하루 동안 포링이 수리와 보강작업을 진행했고, 가신들의 집이 따로 있지만 본능인지 영훈의 집과 자신들의 집 자하에 포링의 도움을 받아 던전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영롱이 던전과 집을 왕복하기 편했다는 데 있었다.
“캬~옹.” - 좋아!
“좋다니 잘됐구나! 잠시만 기다려… 짠!”
“야옹.”
영롱을 위해 준비한 암고양이를 아공간반지에서 꺼냈다.
암고양이의 목에는 리본이 매여 있었다.
“캬~옹.”
반응이 시큰둥한 것 같았다.
“마음에 안 들어?”
“킁킁.”
영롱은 대답도 없이 킁킁거리며 암고양이를 따라다니기 시작했고, 고양이는 요염한 동작으로 피하며 영훈의 주위를 맴돌았다.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군! 두고 봐야겠어!’
영롱이를 살펴보며 가신과 더불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쌓인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며 함께 보내고 있을 때였다.
- 마스터 동해기지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래? 어디 보자.”
화면에 동행의 수중영상이 보였고, 그 옆에 해저기지의 투시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저기지는 육안으로 전혀 알아차릴 수 없게 흙으로 덮여 있었다.
투시도만이 저곳에 해저기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완벽하게 잘 만들었군! 아주 잘했어!”
- 감사합니다. 이번에 공사를 하면서 상당량의 금과 마나석과 철, 망간, 하이드레이크 등 많은 광물을 찾았습니다.
“금과 마나석도 있었어?”
- 예, 5년간 쓸 마나석을 얻었습니다. 다른 자원들은 어떻게 할까요?
“국내의 시세조절용으로 사용하자. 포링이 알아서 국내에 한해서 공급해줘.
- 알겠습니다.
“연말연시를 느낄지 모르지만, 같이 준비하자.”
- 예!
가신과 함께 크리스마스(Christmas)를 알차게 보냈다.
영훈은 TV를 보다가 방송에 나온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말을 듣고, 그 뜻에 맞게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가신도 덩달아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참 짧은 기간에 많은 일이 있었구나!’
과거로 오면서 엄청난 고통에 죽음을 체감했다.
미래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상실감과 과거에 있는 가족에 대한 기대도 있었고, 살고자 은행도 털어봤으며, 던전을 만들고 가디언을 맞이했던 일과 우주선을 장악하기 위해 했던 무리수들이 떠올랐다.
영훈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이 일들이 개인적인 일이라면 분노로 말미암아 시작된 행보도 떠올랐다.
무능하고 타락한 대통령이지만 한 나라의 수장을 노예로 만들고, 독도를 시작으로 일본의 무인도들을 침몰시켰던 일 등 타인의 삶에 영향을 줄만한 일들을 해왔던 것이 떠올랐다.
‘그냥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았지만 행동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지금은 유희라는 것으로 포장돼 능동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처음엔 뜻하지 않았다지만 후회는 없다.
- 마스터 사색을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보고할게 있습니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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