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出世) – 1 (청와대 만찬).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 * *
청와대 내의 만찬장으로 전이한 페릭과 해리는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둘은 곧 투명마법을 자신에게 시전한 채 인포뷰의 도움과 기감을 이용해 서로 다른 목적지를 찾아갔고, 미리 계획한 대로 사일런스마법진을 설치한 후 한창 인사말을 나누는 노예 1호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계획대로 진행하시오.”
“……!” 끄덕끄덕.
이제나저제나 주인이 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노예 1호 영삼이는 귓속말을 듣고, 주인이 올 것을 알았다.
남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후. 비서실장을 불러 이 시간 이후부터 만찬장 내의 출입을 막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의아한 가운데도 영삼이의 명을 수행한 비서실장은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톡톡!
그때 마이크를 손으로 톡톡 두드린 영삼이가.
“제가 여러분을 위해 특별한 분을 초대했습니다.”
“……?”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
모두 아리송해할 때 노예 1호 영삼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머리를 숙여 인사했고, 그 순간 웬 대머리 청년이 출현했다.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 주인님.”
“헉! 주인님?”
“……?”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고 놀라는 등 모두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선 듯 나서는 자는 없었다.
“모두 놀라셨을 텐데 자리에 앉으십시오.”
“……!”
“어서요.”
목소리에 드래곤피어를 실었기에 거역할 수는 없었고, 만찬에 참석한 50여명의 손님은 모두 두려운 나머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에반!”
“예, 슬립.”
슬립마법이 시행되자 모두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며 잠들었다.
“포링이 이미 확인 한 놈들이지만 혹시 모르니 명단과 대조해서 노예의 인장을 새기세요.”
“예, 마스터.”
에반은 노예 1호 영삼이와 같이 정수리에 노예의 인장을 새기고 다녔다.
애초에 슬립으로 재우지 않고 이렇게 귀찮은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나름의 사전 정신제압과 슬립의 공개 테스트였다.
또 일일이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게 아니라서 적신적인 충격을 주고, 마법으로 능력을 보여주고, 현실의 절대자인 대통력을 노예로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노예의 인장을 다 새긴 후에 웨이크업(Wake Up)마법을 사용해 모두 깨웠다.
정신을 차린 놈들의 반응은 거의 같았다.
“으아악.”
“크악.”
“……?”
대다수는 비명을 지르면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았고, 몇 놈은 반응이 늦었는지 비명을 듣고 겁에 질려 눈치를 살폈다.
유독 대중과 김우중 둘만이 의문에 휩싸인 채 영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훈과 노예 1호 그리고 곳곳에 숨어 만일의 상황에 대처하고 있던 가신은 그저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어느 정도 장내가 차분해지자.
“조용해서 좋군요.”
“주인님 영접합니다.”
“그 명칭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당장은 바꾸지 않겠습니다. 이유를 아시나요?”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주인님.”
“흠, 요즘 제가 명령한 것보다 잘해주고 있는 것은 가신들을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금만큼만 하신다면 고통은 물론 노예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명칭도 바꿀 수 있겠지요. …하지만 죗값을 치른 후가 될 겁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노예 1호 영삼이는 충실한 종이 되었다.
1호는 노예가 됐지만, 특별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없었다.
적의를 갖거나 명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몰라도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고, 오히려 요즘 자발적으로 자신을 떠받드는 사람이 생가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주종관계로 보였다.
“포링이 건전한 자선단체의 명단을 받았을 겁니다.”
“예, 주인님 받았습니다.”
“그 자선재단에 미리 말했듯이 당신의 재산 중 90%를 균등하게 분산해서 기부하고, 퇴임 시 노태우에게 받은 자금과 그동안 모아놓은 비자금을 공개적으로 내놓으세요. 그러면 웬만한 일이 아니라면 아무리 노예라 해도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아셨습니까?”
“예, 명심하겠습니다, 주인님.”
영훈의 계획대로 만찬장에 모인 자들은 1호와 영훈의 대화에 집중했다.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 노예 1호 영삼이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하려던 계획이 나름대로 성공한 것이다.
노예 1호 영삼이와 대화하며 만족하던 영훈은 잊었던 일이 떠올랐다.
“아! 현철이라는 자식교육을 좀 잘하시지.”
“……?”
“웬만하면 부모 앞에서 자식욕을 하지 않는 편인데 놈이 당신을 등에 업고 한 일이 아주 가관이더군요. 부모가 자식을 감싸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만약에 그 자식을 감싼다면 같은 노예 신세가 될 수 있습니다.”
“……”
“안됐지만 너무 해먹은 게 많아서 봐줄 수 있는 한도를 넘었습니다. 그러니 정당한 법의 심판을 기다리세요.”
노예 1호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으라는 주인의 명에 갈등했다.
부모로서 현철을 방관하자니 못할 짓이지만 부자가 같이 노예가 될 수는 없으니 잘 설득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당한 심판을 따르라는 말을 따를 수는 없었다.
‘아! 대충 알고 있었으니 부인할 수도 없고, 할 수 없지… 한데 썩어빠진 검찰 놈들의 정당한 심판을 받으라고? 그놈들이 정당한 놈들도 아니지만, 놈들이 알아서 기는 것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저, 주인님 자식 놈은 그렇게 한다고 쳐도 법이 현실적으로 정당하지도 않고, 또 알아서 선처하는 것은 어떻게 합니까?”
“하!”
‘알긴 아는군! 그렇다고 검찰까지 손 보고 싶지는 않고, 우선 기본은 삼권분립이니 이왕 손댄 정부 쪽을 장악해서 커넥션을 끊는 쪽으로 하자.’
너무도 뜻밖의 질문에 놀랐다. 하지만 많은 노예가 지켜보고 있고, 평소 생각한 내용이 있어서 곧 결정하고 입을 열었다.
“그놈들이 그렇게 한다면 여러분과 같은 신세가 되겠지요. 하지만 전 일부러 찾아다니며 노예를 만들지는 않겠습니다. 사회에 물의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상관없겠지요. 전 신이 아닙니다.”
영훈은 신이 아니란 말로 자신과 노예의 생각에 선을 그었다.
새로 노예가 된 자들은 가신에게 맡긴 영훈은 노예 1호 영삼이와 대중 그리고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서 노예가 되지 않은 김우중님과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담담한 영삼이와 달리 대중과 김우중님은 따로 자리를 갖자 안색이 어두웠다.
둘의 표정은 비슷했지만 조금 달랐다.
“김우중님은 노예가 된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 어쩐지… 저는 아무런 고통이 없더군요. 혹시 게가 청와대에 초청된 이유가 당신의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얘기하기에 앞서 김대중 씨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대화를 나눕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동안 어찌할 바를 몰라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김대중과 눈이 마주쳤다.
“김대중 씨 당신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더군요.”
“무슨 말인가?”
“침착함을 유지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뭐 인간은 누구나 두 얼굴을 가졌지만 당진은 조금 남다른 것 같습니다. 당신에 대해서 하도 말이 많아서 저는 과거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습니다.”
“……?”
“한데 이제 겨우 노예 1호의 역할로 자리 잡기 시작한 정국에 당신이 들어서게 됐으니 과거처럼 유보할 수만은 없더군요. 당신을 그냥 놔두면 나라를 말아먹을 게 뻔하거든요. 그래서 노예로 삼기는 했습니다.”
“……?”
너무 황당했는지 적의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군요. …뭐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미래에 당신에 대한 판단이 아주 극명하게 달라지지.’
다른 전직대통령들과 조금 다른 아주 극명(克明)한 주목을 받았다.
영훈도 대중을 막연히 좋아했었지만 너무도 분명한 자료의 출현으로 판단을 할 수가 없었고, 결국 과거로 오긴 전의 미래엔 판단을 보류했었다. 그리고 과거로 와서도 섣불리 판단 할 수 없기에 참았다.
‘솔직히 리드메모리나 포링의 기억복제술을 이용하면 당장 알 수 있지만 조금 비인간적인 것 같고, 당신의 정체를 알게 되면 왠지 증오하게 될 것 같아서 참았어.’
“난 당신에게 우선 하나만 명할 것입니다. 그것은 노태우에게 받은 20억과 여러 개의 차명계좌로 관리하는 것 등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은 다 내놓으세요.”
“뭐라? 이놈! 크악.”
반항인지? 또는 적대인지? 구분할 순 없지만, 고통을 받는 것을 보니 대충 상황을 알았다.
“흐흐흐, 역시!”
“제 말이 맞아 다행입니다.”
“그렇군!”
노예 1호 영삼이의 말에 기분이 씁쓰름했다.
원래 계획은 대중을 직접 만나 한 번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기회를 주려한 이유는 영훈의 기억 속에 있던 일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 이라는 것이고, 영운으로 말미암아 이제 일어나지 못할 일이 될 것이기에 일어나지도 않는 일에 감정을 소모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을 수도 대신할 인물도 없음을 알기에 그저 지켜봤다.
그 한 번의 기회를 어떻게 줄 것인지 정하지는 못했을 때 노예 1호 영삼이가 계획을 전해 듣고, 노예에서 풀어줄 수도 있느냐는 질문을 해왔고, 가능하다고 답하자 대중이를 먼저 노예로 만들어 상황을 보는 것이 좋을 거라는 말을 포링에게 전해왔고, 말미에 정치하는 놈 치고 좋은 놈은 없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포링에게 전해 듣고 먼저 노예로 만들고, 오해였다면 풀어주도록 하자는데 합의했다.
물론 영삼이 대중이를 끌어드리려는 이유는 짐작했다.
“이제 와서 이런 말하는 것이 웃기지만 다른 놈들과는 다르게 당신을 노예로 만든 것은 실험이었습니다.”
“크윽.”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고 생각했는지 전보다 더 원독(怨毒)에 찬 시선이 느껴졌다.
“크아악.”
“내가 당신에게 가졌던 호감 때문에 당신의 반응에 따라서 노예에서 풀어줄 생각이었거든요. 한데 당신도 역시 그저 그런 정치가였군요. 노예 2호가 된 당신과 1호가 다르지 않지만 1호는 잘 적응하고 있으니 1호에게 도움을 받도록 하세요. 그리고 나이도 지긋한데 그 욕심 좀 버리고 말입니다.”
“크윽. 컥!”
“이런!”
김대중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쓰러졌다.
쓰러져있는 놈에게 힐링마법을 걸어주자 상태가 금방 호전됐다.
“노예 1호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세 아들 관리를 잘해야 할 것입니다. 한집안이 모조리 노예가 되면 가중처벌을 할 생각이거든요.”
“으아악.”
그래도 자식은 사랑했는지 더 적의를 띠었지만 삐뚤어진 자식사랑을 알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매몰차게 대중에게 시선을 거둔 영훈은 준비한 서류를 노예 1호에게 건넸다.
“쯧쯧, 1호는 노예 2호가 된 김대중 씨를 모시고, 따로 이 서류를 검토하세요.”
“예? 예! 알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부터 IMF를 핑계로 국책사업을 모두 미룹니다. 그리고 국책사업을 모두 보고하세요.”
“예, 주인님.”
“그만 가보세요.”
유심히 상황을 지켜보던 김우중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 이제 저희 둘이 남았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죠.”
“……?”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 작가의말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