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또 일 그리고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 * *
한편 영운은 인공지능 미래의 협조를 얻어 이벤트를 준비했다.
“미래야 이러면 정말 현정이가 좋아할까?”
- 창조주께서 주신 내용이니 틀림이 없을 거예요.
‘물론 은인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현정이가 좋아할지가 걱정이지.’
- 헤헷. 또 들켰죵.
‘너 자꾸 그러면 연결을 끊어버릴 거야.’
- 헉! 안 돼요. 주인님… 그것만은 암흑은 싫단 말이에요. 으앙.
농담으로 뱉은 말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으앙. 흑흑, 다시는 장난하지 않을게요. 주인님을 만나기 전에 혼자 암흑에 있는 동안 무서웠어요. 봐주세요. 네~에. 주인~님.
“헐, 정말 그런 기능이 있었어?”
- 엥, 모르고 하신 말씀이에요?
“……?”
장난삼아 한 말로 뭔가를 알았지만, 기억엔 없었다.
‘언제 가르쳐줬던가?’
- 아! 잘못했어요. 주인님이 묻지 않으셔서… 흑흑.
“그렇지? 혹시 내가 잊었나 하고 괜히 걱정했네! …에이고, 그만 울어… 용서해줄게. 하지만 장난도 때를 봐가면서 해야지 지금 심각하다고.”
- 네, 주인님 최고 헤헷.
뜻밖의 결과에 영운은 창조주가 영운의 입장에서 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현정과의 만남과 은밀한 비밀을 어떡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아마도 미래가 그 사실을 안 것 같지만 묻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자신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중요했다.
‘미래야 반성하고 있겠지?’
- 헤헷. 손들고 반성하고 있어요.
‘아프지도 않은 팔을 들어서 뭐하게 흐흐흐.’
- ……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디 현정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보자.’
- 예, 창조주가 보내주신 방법을 보세요.
이때다 싶은지 미래는 빨리 이벤트 목록을 인포뷰에 띄었다.
무슨 이벤트 방법이 이렇게나 많단 말인가.
한 시간이나 걸려서 모든 이벤트를 다 읽은 영운은 아공간을 얻을 때 얻은 포션과 시계를 준비했다.
모든 가족이 나눠 갖고 난 후 마침 하나씩 남았던 것이다.
아마도 현정과의 데이트를 퀘스트로 준 것을 보면 현정의 몫으로 넣어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창조주가 알려준 초를 구하지 못해 파라핀(Paraffin)을 직접 구해 녹인 후 빨간 색소를 타서 빨간 하트 모양의 초를 작고 얇게 만들고, 심지를 꽂아 100여 개를 만들었다.
전문대지만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영운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안양 주변에 많던 조그만 카페를 통째로 빌렸다.
조금 부족한 느낌에 아예 백화점에 들러 반지까지 준비했다.
이벤트가 프러포즈가 될 판이었다.
미리 전화로 약속을 전한 영운은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삐 준비를 마치고 현정이 홀로 살고 있는 수원의 한 주택가로 향했다.
딩동! 딩동!
“영운 씨예요?”
“응, 나야 준비됐어?”
“다 됐어요. 잠깐만요.”
거의 다 됐다던 준비가 10분을 넘었고, 그때야 문이 열렸다.
“헤헤 많이 기다렸죠? 미안해요.”
“아니, 언제나 자기의 머릿결은 좋구나! 옷도 잘 어울려.”
“그래요? 헤헤 다행이다.”
“자, 소인의 팔을 잡으시옵소서.”
“호호호.”
공주를 모시듯 팔짱을 끼고 내려가 티뷰론의 보조석을 열고 태웠다. 그리고 직접 운전석에 앉아 현정의 안전벨트를 메주고, 더불어 뽀뽀도 한 후에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애초의 계획은 속초에 들러 회를 먹고, 돌아와 안양의 한 카페에서 이벤트를 할 생각이었지만 꽃꽂이강사를 하고 있는 현정은 소박했기 때문에 춘천에 들러 닭갈비를 먹어야 했다.
영운과 현장의 만남은 한 때 유행했던 전화방이라는 곳에서였다.
처음 생긴 것과는 다르게 후일 퇴패(頹敗)의 온상으로 받아들여졌던 전화방에 영운이 찾은 것은 초창기였다.
피시방을 운영하기 전부터 안양1번가는 그의 놀이터였다.
한데 못 보던 전화방이란 곳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직접 경험하는 것을 좋아해서 찾았다.
시설도 마음에 들지 않고, 뭔가 퇴패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정말 전화가 올까라는 궁금증에 차마 일어서지 못하던 때 전화가 울렸다.
나중에 한 사실이지만 대부분 돈을 받은 여인들이 전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영운은 진지하게 대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고, 막 일어서려는 데 전화가 왔다. 한데 그 전화가 상당히 거슬렸다.
‘그런 곳에 왜 게시는 거예요?’라는 전화였다.
뭐 영운도 누군가와의 만남을 기대한 것도 있었기에 찔렸고, 후회했지만 애초에 자신의 뜻은 다른 곳에 있었기에 스스로를 변론했다.
그리고 자신의 가게까지 말해 그 사실을 증명하려고 했다.
물론 나중에 필요 없는 일이라고 후회했지만 그렇게 전화방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후 손님인 줄 알았던 현정이 근처를 지나던 중 생각나서 찾아왔다고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렇게 영운과 현정과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시간이 지나 자주 만나면서 연인이 되었다.
고아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근검절약(勤儉節約)이 몸에 배었고, 정에 목말라있었기 때문에 영운과 거의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 그래서 잘 맞았다.
영운이 평소 근검절약하고, 누군가를 만났을 때 팍팍 쓰는 호구인 것과 달리 현정은 초지일관(初志一貫) 근검절약했다는 것이 달랐다.
어쨌든 그래서 춘천에서 닭갈비를 먹고, 생각보다 빨리 안양에 도착했다.
안양으로 오면서 카페에 미리 도착시간을 연락해 놓고, 약속된 5시 반에 카페에 도착했다.
“영운 씨 운전하느라 피곤하지 않아요?”
“아니 괜찮아. 이 카페는 식사도 가능하니 들어가서 차와 따듯한 식사를 시켜 먹자.”
“그래요.”
열고 들어선 카페는 어두웠다. 하지만 바닥에 놓인 초가 분위기를 한껏 운치 있게 만들어줬다.
“와, 초를 바닥에 깔아놨네요. 붉은색 하트라 그런지 더 예쁜 것 같아요.”
“그, 그렇지?”
영운은 한창 긴장된 상태였다.
조마조마하며 이벤트의 최종장소로 향했다.
“누가 생각했는지 참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한데 이 좋은 곳에 왜 손님이 아무도 없지?”
“그러게 손님이 없네!”
‘좋아하니 다행이다. 이제 저곳만 들어서면 되는 거야.’
마지막 이벤트가 준비된 독실에 다다랐다.
“자, 들어가자.”
“독실을 얻었어요?”
“응, 직접 열어봐.”
“조금 이상하지만 알았어요.”
문을 열자 작은 붉은 하트 모양 초로 단체손님이 들어올 만한 독실 바닥에 큰 하트와 조금 작은 하트가 되어 불을 밝히며 현정을 반겼다.
“아!”
현정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영운은 기뻤다.
영운은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어 자리에 앉힌 후 오늘 쪽 무릎을 꿇고, 반지 함을 열어 반지를 꺼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현정은 자신의 왼손을 뻗어 반지 손가락을 반지를 끼우기 편하게 내밀었고, 영운은 반지를 끼운 후.
“원래는 이벤트만 생각했는데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어. 전에도 지금도 부족하지만, 나의 짝이 되어줄래?”
“……!” 끄덕끄덕.
“앞으로 쭉 너만을 사랑할게.”
“저도 앞으로 쭉 당신만을 사랑할게요.”
이후 둘은 한참을 들떠서 한 쌍의 앵무새처럼 조잘거리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 *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영훈은 서로 키스하는 모습을 끝으로 화면을 중단시켰다.
영운의 모습에 다행이다 싶었지만, 한편으로 자신도 사랑했던지라 질투가 났다.
‘그래, 잘했어 영운아. 나 대신 네가 그렇게 평범하게 맘껏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라.’
영훈은 이제 해줄 건 다해줬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영운이 꼭 도움이 필요한 부분만 참견하기로 하고, 에고가 된 미래와 현정이 잘해주기 만을 바라기로 했다.
영훈은 내일 있을 만찬을 위해 자신의 생각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포링 저번에 일본에서 찾으라고 했던 비자금은 어떻게 됐어?”
- 명하신 대로 케이먼군도에 달러로 바꿔 50억 달러를 입금해뒀습니다.
“헉! 한화로 치면 거의 5조 원 정도 되는 건가?”
영훈은 50억 달러를 얻었다는 데 그저 조금 놀라고 말았다.
그가 50억 달러에 놀라기에는 가진 게 너무 많았다.
아공간에는 지구상의 모든 금을 합친 것보다 많았고, 보석은 그 몇 배는 더 많았다.
다만, 그 재물이 헤즐링의 것으로 생각했기에 쓰고 싶지도 않았다.
또 쓴다 하더라도 갑작스러운 자본의 투입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게 될 것이고, 결국은 세계경제는 파탄을 맞게 될 것이기에 쓸 수도 없었다.
나름으로 조용히 살고 싶기도 했고, 일본은행을 털어온 금과 지폐도 많았기에 쓸 이유도 없었다. 어쨌든 이제 웬만하여선 영훈을 놀라게 하지 못했다.
- 예, 확실한 것들만 처리했기에 생각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공돈이잖아… 그리고 에반! 혹시 일본을 담당할 분은 정했나요?”
“예, 피터(피터 잭슨)가 맡기로 했습니다. 마스터.”
“그렇습니다. 제가 일본의 일을 맡기로 했습니다.”
피터는 첫 임무가 기쁜 듯 자신감이 넘쳤다.
“피터가 맡았다니 잘 부탁해요. 포링은 피터가 쓸 신분을 만들고, 미국에 차린 포링투자가 피터를 지원하는 거로 해줘.”
- 예, 마스터.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아직도 귀화하지 않고, 한국 이름을 고수하신 분들은 어떻게 됐어?”
- 생각보다 많은 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한데 그들 중에 일본의 끄나풀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할까요?
“끄나풀이야 한국에도 친일파들 많잖아… 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의 기억을 읽을 수도 없잖아.”
- 저, 마스터 저에게 마법의 리드메모리와 같은 기억복제술이 있습니다. 그걸 이용하면 어떨까요?
포링도 리드메모리와 같은 장치가 있다는 말에 놀라기도 했지만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어차피 다 알려질 사실이잖아… 비밀로 하는 것이 더 웃긴 일이야.”
- 예, 굳이 비밀로 하는 게 더 이상하기는 하겠군요.
“어쨌든 무작정 돕는다고 하면 믿음이 가지 않겠지?”
- 아마, 그럴게 분명합니다.
‘주목할 것이 뻔하니 아주 성대히 하자.’
성대하게 하는 게 조금 더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했다.
“좋아 투자발표회를 열자 우선 불러주는 대로 초청장을 발부해. 그리고 앞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자를 제외하고, 사전 검열(檢閱) 같은 것은 하지 않을 생각이야 그렇게 알아둬. 아니, 명령이야. 하지 마!”
- 예,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초대장의 초안을 불러주고, 에반의 도움으로 가신과 즐거운 식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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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일본의 시골 별장에 한 무리가 모여 있었다.
“아직도 그대로인가?”
“그렇습니다. 어디에도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
“면목이 없습니다.”
“아닐세! 어디 그게 자네의 탓이겠는가. …그저 답답할 뿐이네.”
“죄송한 말씀이지만 중국이 저희가 공표한 배타적 경제수역에 들고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반응은 어떤가?”
“전례가 없는 얘기지만 현실법상 미국도 어쩔 수 없는지 중국의 손을 들어줄 모양입니다.”
“시간을 끌 수는 없는 겐가?”
“그게 한국이 요청한 잠수함 철수 요청을 독도침몰로 근거가 없으니 인정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한 게 화근이 돼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일본 놈들은 오키제도가 사라졌을 때 독도에 잠수함을 파견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한국으로부터 잠수함 철수 요청이 있었고, 더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일본 정부는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뜻에서 독도침몰에 따른 중간수역 불인정을 들고 나왔다.
설마 오키제도를 제외하고 다른 섬도 침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발목을 잡아 38%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사라질 판이 되었던 것이다.
“그럼, 한국도 목소리를 높이겠군!”
“예, 이때다 싶었는지 독도침몰을 인정하고, 중국과 공조를 이뤄서 반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탭니다.”
“침몰한 섬을 새로 만들지 않는 한 어렵겠지?”
“예,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히 류큐제도는 아직 건재하니 오키나와를 위주로 경계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 그렇게라도 해서 원인을 안다면 좋겠지만 가뜩이나 해일과 경제 불황의 여파로 어려운 상황인데, 엎친 데 겹친 격이군! 할 수 없지… 그렇게 하게.”
“알겠습니다.”
“한데… 비, 비자금이 사라졌다는 게 사실인가?”
말을 더듬는 것을 보니 말을 꺼내기 상당히 껄끄러운 것 같다.
“예, 자세한 것은 더 알아봐야겠지만 저희가 관리하는 비자금은 물론 계좌 자체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전산상의 오류인지 아니면 저희와 적대하는 세력의 짓인지 조사하고 있지만, 계좌를 살린다 해도 넣어둔 자금은 돌려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허, 차명계좌니 대놓고 달라고 할 수 없겠지! 허허허.”
반백의 노인은 그저 웃기만 했고, 동석한 자들은 몸들 바를 몰라했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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