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준비 - 3 (면접)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기분이 상당히 좋았고, 자신도 아쉽다고 생각했기에 가신이 원한 서킷을 우주선에 만들라고 허락했다. 물론 자신도 필요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큐빅재단의 1차 서류전형이 마무리 됐다.
정확한 포링이지만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기에 몇 번의 확인을 거친 후에 확실한 거짓이 아닌 한 합격을 통보했다.
그리고 영운의 12월 13일 토요일 드디어 피시방이 개업했다.
* * *
- 주인님 창조주께서 퀘스트를 완수하셨다고 티뷰론이라는 차를 선물을 보내셨어요. 보세요.
한창 손님 접대에 바삐 움직이던 영운은 안경을 통해 빨간색 티뷰론이 보이자 잠시 하던 행동을 멈췄다.
- 와, 인포뷰라는 이 안경 쓰면 쓸수록 정말 죽인다.
- 그렇죠? 저랑 딱 어울리는 것 같아요. 헤헷.
은인에게 받은 아공간엔 가족의 수에 맞게 남성과 여성의 헤르메스(hermes) 시계와 문장이 새겨진 반지와 금 열쇠, 금 거북이 등 금 장식품 그리고 한 개의 안경이 있었다.
가족에게 시계와 반지를 선물하고, 한 개뿐인 안경을 자신이 착용했는데 미래가 안경에 대해 말해줬다.
안경의 이름은 인포뷰로 시야에 보이는 모든 물건과 인물에 대한 정보를 표시해주고, 설정할 수 있어서 멀리서도 친구가 오는지 혹은 싫어하는 놈이 근처에 있는지도 알 수 있고, 미니맵이 있어 길 찾기 등 목적지를 자동으로 안내해주는 등 아주 쓸모가 많았다.
고대의 에고가 주인의 생각과 자신의 몸체에 국한된 감각을 가진 것과 달리 인포뷰가 인공지능 미래의 눈의 역할도 한다.
인공지능 미래는 자체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가 있기 때문에 따로 접속할 필요도 없고, 정보도 모니터가 아닌 인포뷰로 바로 보이게 하거나 큰 화면과 작은 화면 또는 위치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있어서 아주 좋았다.
- 그건 그렇고, 정말 퀘스트를 완료했다고 선물을 보냈어? 그럼, 차는 어디 있는데?
- 저도 잘 몰라요. 죄송해요. 잉.
- 그래, 네 탓은 아니야… 뭐, 알아서 보내주시겠지.
그때 손님이 말을 걸었다.
“저 임영운님 되십니까?”
‘내 이름을 알잖아? 손님은 아니군! 한데 누구지?’
“예, 제가 임영운입니다.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저는 세븐드래곤에서 나왔습니다. 이벤트에 당첨되셔서 티뷰론을 가져왔습니다. 여기 서류입니다.”
“아!”
‘세븐드래곤이라고? 미래의 창조주와 내 은인이 연관된 곳인가? 한번 알아봐야겠어!’
“예, 한데 세금은 제가 내는 거로 돼 있군요.”
“저희도 나라가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물리시겠습니까?”
“아닙니다. 갖고 싶었던 티뷰론을 거의 공짜로 받는데 세금은 제가 내야지요. 수고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그럼.”
축하의 말과 자동차 열쇠를 건넨 자는 곡 손님들 틈으로 사라졌다.
- 미래야.
- 네, 주인님?
- 세븐드래곤이라는 곳 좀 찾아줄래?
- 아!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저, 마스터 인터넷에는 그런 기업은 없어요. 아마도 창조주께서 선물을 건네기 위해 유령기업을 만드신 것 같아요.
- 그래? 아쉽다.
- 제 탓은 아녜요. 헤헷.
- 응, 알아! …뭐, 솔직히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쉽게 드러내시겠어?
- 맞아요.
- 뭐, 나중에 알 수 있겠지!
- 헤헤헤.
인공지능 미래는 조금씩 똑똑해졌다.
* * *
한편, 아르바이트를 다녀온 35세의 현한아는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이유는 큐빅 자선재단이라는 한 신생 자선단체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오늘이 1차 발표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아르바이트하면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제나저제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아르바이트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그녀였기 때문에 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한메일(hanmail)에 접속한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 꼭 메일이 와야 하는데… 와~아! 하, 합격이다.”
현한아는 너무도 기뻐 평소와는 다르게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조그만 반지하 방은 곧 현한아의 소리가 울리며 가득했다.
“입사자격이 없다는 말이 사실이었어. 흑흑 으앙.”
생에 첫 정식 직장이 될 곳에 1차 합격 한 현한아는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현한아는 고아였다. 하지만 다 컸다고, 고아를 좋게 대우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직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여자고, 나름 예쁘다는 말을 듣는 편이라 보육원을 후원하시는 독지가의 권유로 34살까지는 독지가의 카페를 같이 운영하며 자신이 나온 보육원에서 봉사하며 살았다. 한데 독지가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후 그분의 자식들이 카페를 팔아버림으로써 자연스럽게 쫓겨나고 말았다.
그래서 아는 게 카페운영이라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아왔다.
고아인 여자가 이 세상을 살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지만 다행히 마음씨 좋은 보육원 원장선생님과 독지가의 도움으로 살아왔고, 자신을 보육원 원장님께 맡기며 다시 찾겠다는 말을 남겼다는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부모를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35세가 될 때까지 누구도 찾아오지 않아 이제 애증의 존재가 되었고, 포기했다.
한데 1차지만 생에 처음으로 합격한 것이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한참을 목 놓아 울던 현한아는 메일을 받아 적었다.
“한데 면접일이 12월 18일이고, 대통령 선거일에 투표하고, 증명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오후 1시까지 주소로 오라고?”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참 독특한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한아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난 현한아는 단정한 옷으로 차려입고, 지인에게 빌린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들고 투표장에 도착해서 투표와 인증사진을 찍은 후 큐빅 자선재단이 있는 테헤란로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15층의 빌딩이었다.
‘와, 무척 큰 빌딩이네! 혹시 전부 큐빅재단의 빌딩은 아니겠지?’
점점 더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미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기 때문에 물어물어 자신도 줄 끝에 줄을 섰다.
‘와, 도대체 얼마나 온 거지? 몇천 명은 될 것 같은데.’
현한아의 생각대로 1차 합격자는 정확히 9,231명이었다. 15층 빌딩을 지원자가 삥 돌아 에워싼 형국이었다.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현한아는 빌딩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에게 지급된 도시락을 들고, 1층 카페에 들어서 도시락을 먹은 후 2층으로 올라갔고, 드디어 4명과 함께 면접장에 들어섰다.
면접장에는 키도 나이 차이도 확실해 보이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분들이 앉아 있었다.
면접관의 심사는 빠르게 진행됐다. 어떤 사람은 한 번의 질문으로 끝났다.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되자.
면접관 중에 지긋한 나이의 신사분이 질문했다.
명패에는 자문이사 에반이라고 쓰여 있었다.
“투표는 잘하셨습니까?”
“예? 예, 여기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찍어왔습니다.”
면접자들에게는 황당한 일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선거일을 선택했다.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는 영훈이 투표로 권리를 행사한 자만이 탓하거나 욕할 권리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거짓과 진실을 구별할 하나의 잣대로 활용할 생각으로 인증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오라고 했던 것이다.
실제적으로 투표 인증을 거짓으로 꾸며 탈락한 자들도 아주 많았다.
이는 엘프의 능력인 ‘진실을 보는 눈’ 때문이었고, 그 때문에 많은 인원을 빠르게 면접할 수 있던 것이다.
“장비를 이용하실 줄도 아시고, 좋습니다. 현한아 씨가 생각하는 봉사는 무엇입니까?”
“봉사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게 아니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거로 생각합니다.”
“그럼, 봉사하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봉사하는 이유야 어떻든 받는 처지에서는 고마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봉사를 시작하고, 바뀌는 분들도 많이 봤기에 진심도 중요하지만 먼저 봉사를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나라는 어떻습니까?”
“…삶이 어려워 다른 곳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살만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삶이 떠올라 서글펐지만 기쁜 일도 많았기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살만하다고 현한아는 말했다.
이는 평범한 생각에 평범한 말이었지만 거짓은 없었다.
대답을 듣고, 동료와 눈빛을 주고받던 면접관이.
“굳이 현한아 기다리게 할 필요가 없겠지요. 합격입니다.”
“예~에?”
“축하합니다. 밖으로 나가시면 교통비를 제공해줄 것입니다. 그리고 신생 단체라 준비할 게 많아서 정식 출근일은 따로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예!”
얼떨결에 면접장을 나선 현한아는 교통비와 축하를 받고 큐빅빌딩을 나섰다.
“와, 합격이다.”
주위에서 부럽게 혹은 미친 사람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상관없었다.
빌딩을 나서자마자 한참을 기쁨에 방방 뛰던 현한아는 진정되자 교통비로 받은 봉투를 소중히 가슴에 앉고, 힘차게 아르바이트를 하던 카페로 향했다.
‘일하던 곳에 미리 말씀드려야지. 되도록 겹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면접을 세 명의 엘프의 도움으로 빠르게 끝냈다.
이를 위해 영훈은 포링과 함께 황당한 질문을 많이 작성했다.
질문은 제출한 서류의 내용이 모두 사실인가.
친일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군대에 대한 생각은 말씀하시오, 등 대부분이 황당한 질문이었지만 각각에 이유가 있었다.
친일에 대한 것과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을 묻게 된 것은 자신의 직원 중에 친일파나 친일적 인물이 포함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다른 질문도 대게 유사했다.
100점 만점에 100을 맞은 자는 단 세 명이었고, 합격을 통보받은 88명은 신년 1월 3일에 출근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현한아, 이민우, 김승수 이렇게 세 명을 제외한 85명은 대부분은 거짓은 없지만, 평소 생각이 없었던 자들로 영훈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왔기에 그냥 모두 뽑았다.
* * *
영훈은 티뷰론을 몰고 있는 영운을 살피고 있었다.
영운에게 퀘스트 완료에 대한 대가로 준 선물은 미래의 생각대로 유령기업을 만들어 진행했다. 그리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티뷰론을 선물했다.
한데 오늘 속도를 내는 영운을 보니 불안했다.
“내가 저렇게 속도를 즐겼나?”
당연히 그런 일은 없었다.
영훈이 살았던 과거는 아버지가 퇴직한 후 사업을 하신다고 1톤 트럭을 산 게 다였고, 영운도 피시방을 하며 돈을 많이 벌게 돼지만 그 당시 게임에 미쳐 있었기 때문에 바깥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차를 살 생각도 못했었다. 그리고 IMF 탓에 폐업하고, 빚더미에 앉아 도망을 다니기 바빴고, 시골에 정착하고, 빚을 갚고 있었으니 속도를 낼 차량조차 없었다.
- 마스터와는 상황이 다르고 아직 젊으니 당연한 게 아닐까요?
“…하긴 난 여건이 안됐지 하지만 아무래도 저거 위험할 것 같지 않아?”
- 위험해보입니다. 저 티뷰론을 개조해주면 어떨까요?
“개조라 가능한 방법을 설명해줄래?”
- 예, 화면을 봐주십시오.
포링이 권하는 방법은 훌륭했다. 하지만 포링의 방법은 운전자의 안전을 지키는 쪽으로 너무 치중했다.
정말 사고가 난다면 영운은 안전하겠지만 티뷰론과 충돌한 차량이 무사할 수는 없었다.
“포링의 생각은 좋은 것 같지만 상대는 반드시 죽을 것 같은데?”
- 아! 그런 단점이 있었군요.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화면엔 전격Z작전이라는 드라마가 재생됐다. 그리고 연이어 2008년에 상영된 나이트라이더라는 영화와 구형 키트와 신형 키트를 비교한 장면이 보였다.
“아, 키트!”
- 예, 구형 키트는 적당한 것 같지는 않고, 신형 키트에 채택됐던 충격흡수장치가 좋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완벽해 보여주는 것을 보면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겠지?
- 예, 물론입니다.
“좋아! 부탁해.”
한결 편한 마음으로 영운을 지켜봤다.
‘그러고 보니 저놈 왜 혼자 드라이브하고 있지? 저럴 때 현정과 같이 드라이브해야 정상 아닌가?’
아무래도 저건 아닌 것 같았다.
“포링 미래에게 새로운 퀘스트를 줘야겠어.”
- 또 어떤 퀘스트를 줄지 궁금하군요.
“벌 거 아니야 뭐냐 하면… 어때?”
- 좋네요.
자신의 계획을 미래에게 보낸 후.
“아니, 저런!”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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