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준비 - 2 (티뷰론)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오랜만에 에반이 반대를 했다.
에반의 반대는 마스터의 뜻을 반대하는 것보다는 포링의 의견을 반대하는 것이다.
“마스터 포링을 믿지 못 하는 건 아닙니다만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는 것입니다. 저희가 체험하고 이후에 마스터가 나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의 할 일을 거부하지 말아주십시오.”
‘하, 그러니까 음식감별사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말이잖아. 역시 가디언은 태생부터 어쩔 수 없는 거 같아… 하지만.’
가신의 말은 타당했고, 가신의 저 변하지 않는 태생적 한계가 불편하지만 반대로 가신의 보호를 받는다는 확연한 느낌이 묘하게 기분도 좋았다.
“…알겠습니다. 제 입장이 있다면 가신의 입장이 있겠죠. 여러분의 의견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해요.”
“?”
“우선 포링은 운전면허에 대한 자료를 가상현실에 만들고, 가신은 운전방법과 주행연습을 시행합니다. 그리고 안심이 되시면 센트리온을 체험한 후 제게 말씀해주세요. 그러면 제가 체험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 합당하신 결정이십니다.
“적절한 결정이십니다. 과연 마스터다우신 결정이십니다.”
영훈은 하려던 말이 더 있었지만 급할 것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포링이 준비하는 동안 자동차를 사러 갈 생각이었다.
“포링 근처 현대차 대리점 좀 알아봐 주세요.”
- 예, 알겠습니다. 지금 사러 가실 생각이신가요?
인포뷰(안경)에 게임처럼 오른쪽 위에 미니맵(Mini-Map)이 활성화되며 목적지가 표시되었다.
“응! 다녀올게.”
- 저, 마스터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
영훈 눈앞으로 전이해 온 것을 얼떨결에 손을 들어 받았다.
전에 받았던 통신기능이 담긴 팔찌와 비슷한 팔찌였다.
“팔찌? 이제 찰 데도 없는데?”
- 마스터 그 팔찌는 전에 드린 팔찌를 감싸게 제작되었습니다. 추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그래? 어디 보자.”
인포뷰에 나오는 설명을 보고, 차고 있던 통신용 팔찌를 뺀 후 손바닥에 올려놓고 새 팔찌를 꼭 두 개의 도넛을 겹쳐놓듯 팔찌를 겹쳐놓자 새 팔찌가 기존 통신용 팔찌를 덮고 흡수하듯 빨아들여 하나가 되었다.
“와, 이런 것도 되는구나! 아주 대단해. 한데 왜 준비한 거야?”
- 이번에 추가한 기능은 방어와 귀환시스템이 추가됐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시는 거라 비상시에 사용하도록 보호 시스템대로 제작해둔 것입니다.
‘보호 시스템이라? 자아지만 완벽한 생명체는 아닌 것은 증명하는 한 실례(實例)가 되겠군!’
영훈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우주선의 주인이라면 그런 기능을 넣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아의 삶을 선택한 포링을 제약(制約)하려고 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묻지는 않았다.
영훈의 생각대로 여덟 명의 과학자가 자아로 남기로 했을 때 여덟 명의 우주선 주인들은 배신을 걱정했고, 여러 가지 제약을 원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적인 부분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알았어. 그럼 방어 기능을 설명해줘.”
- 그런 일은 없겠지만, 저와의 연결이 끊겼을 때 활성화되며 마스터만 따르는 인공위성에 직접 접속해서 능동방어를 시작합니다. 1단계 기본방어인 투명실드입니다. 명칭은 실드지만 튕겨내는 것이 아닌 흡수하는 방향으로 발전한 센트리온의 마법입니다. 그리고 2단계는 마스터가 싫어하시겠지만, 마스터를 닮은 안드로이드를 소환시켜 방어하며 마스터는 숨는 기능이고, 마지막 3단계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갑옷을 소환해서 착용하는 것입니다.
인포뷰에 안내 영상을 보니 3단계는 아이언맨과 유사했다.
어차피 아이언맨도 인간에게 갑옷을 입힌 것이니 웃기는 얘기지만 가슴에 일곱 드래곤이 새겨졌다는 것이 달랐다.
포링이 골드바에 이어 갑옷에 또 일곱 드래곤을 사용했지만 영훈은 별다른 반응하지 않고, 다른데 신경을 쓰고 있었다.
‘앞으로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하지만 마음에 들어.’
“…음, 내 성향을 잘 파악했군. 좋아. 한데 3단계 갑옷은 언제 준비했어?”
- 전 사용자가 입었던 것을 마스터에 맞게 재설계했을 뿐입니다.
“아, 센트리온에서도 아이언맨이 있었구나!”
- 1,642개의 행성을 지나오면서 보니 인간형은 거의 비슷한 전철은 밟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방어라는 것이 몸을 보호하는 것이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어쨌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난 만족할게.”
-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올게.”
“마스터 저와 아지즈, 엑스가 따르겠습니다.”
“그러세요. 갑시다.”
가까운 곳에 매장이 있었기 때문에 영훈 일행은 거리를 걸었다.
영훈 일행은 특이한 조합이라 넷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젊어 보이는 대머리 남자가 앞장서고 꼭 집사처럼 약간 뒤에 착 달라붙어 걷는 자와 뒤에서 남자와 여자가 호위하듯 주변을 살피며 따르는 것 같았다.
색깔은 다르지만 같은 시계를 찬 것을 보면 한 단체에 속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고 있는 자는 대머리를 제외하고는 특별난 것이 없어 보였다.
영훈 일행을 관찰하던 자가 의문에 휩싸여 있을 때 영운 일행은 현대차 대리점으로 들어섰다.
영훈 일행이 주변에 관심을 끌만큼 일반적이지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찾으시는 게 있습니까?”
“네, 저기 있는 티뷰론을 사러왔습니다.”
“티뷰론이라면 이쪽에 있습니다. 자, 이쪽으로.”
빨간색 티뷰론으로 다가선 직원은 도착하자마자 티뷰론의 재원을 읊어댔다.
1996년 10월부터 생산한 한국 최초의 스포츠카로 최대출력 153마력, 최고속도 220km/h이며 최대토크 19.5kg-m, 포르쉐튜닝의 서스펜션, 가스식 쇼크 옵서버, 205/50/15 초편평타이어라고 설명할 때 영훈은 빨간 티뷰론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과거를 회상했다.
‘하, 그저 꿈꿔야만 했던 티뷰론을 갖게 되는구나! …나만 아니라 영운도 갖고 싶어 했으니 퀘스트 완료 선물로 줄까?’
영운의 피시방이 개업하기로 한 날이 바로 이틀 전이었다.
영훈은 영운이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티뷰론을 받고, 티뷰론을 몰며 과거 IMF 때문에 헤어져야 했던 연인 이현정과 나란히 앉아 드라이브하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티뷰론이 좋겠어.’
그때.
“저, 손님?”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듣지 못했지만 이다 다 알아보고 왔습니다. 풀 옵션으로 하나 주십시오.”
“저, 손님 풀 옵션은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아, 그렇겠죠?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재단에서 쓸 차량도 많은데 여기 명함입니다.”
포링이 세져 준 큐빅재단의 명함을 건네자 직원은 화들짝 놀랐다.
“앗! 큐빅 자선재단의 임영훈 이사장님이시군요?”
“하하하, 어떻게 하다 보니 어린 제가 맡게 됐습니다.”
“이거 제 명함입니다.”
“이동수 대리님이시군요. 혹시라도 저희 재단에서 이동수 대리님께 연락하거나 찾아오면 잘 부탁합니다.”
“하하하, 이를 말씀입니까.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한창 가신이 가상현실에서 운전연습과 주행을 연습할 때 티뷰론이 도착했다.
하루가 다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영훈이 준 명함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갑질을 좋아하지 않지만, 능동적은 반응을 얻어낼 수는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름 용인할 만한 자연스러운 방법을 선택했는데 역시 잘 통했다.
물론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다고, 큐빅재단의 모든 차는 이동수 대리에게 주문하게 될 것이다.
“시운전하고 올게요.”
“저, 2인용이니 한 명이 같이 타는 게 어떻습니까?”
‘휴, …에이 씨, 애인도 없으니 우길 수도 없고, 참자 참아.’
“예, 오늘은 피터 잭슨이 따라오세요.”
“하하하, 저요?”
“예.”
“그럼, 제가 모시겠습니다.”
빌딩 앞에 도착한 임시번호를 단 빨간색 티뷰론에 열쇠를 꽂고 문을 열었다.
피터와 동승한 영훈은 안전벨트를 매고, 피터가 안전벨트를 매자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미래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묵직하네요. 자, 갑시다.”
“예, 마스터.”
스포츠카를 표방했으니 고속도로를 달려보기로 하고,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시속 120km가 넘자 차의 떨림이 느껴졌다.
‘한국에 스포츠카는 역시 별로야 따로 서킷이 있어야겠어.’
더 밟아 보고 싶었지만, 굳이 불법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영훈이 살던 시골이 화성시고, 어렸을 때 살던 곳이 안양이라 수원은 자주 들렀었다. 한데 수원에 들어서자 기억하고 있는 미래의 수원이 아니라 아는 곳이 별로 없었다.
생각 끝에 ‘오래된 음식점은 남아 있을까?’하는 생각에 전에 들렀던 평양냉면 집이 있던 남문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행히 당시에도 맛이 좋은 오래된 식당으로 인정받은 곳이라 존재했다.
안도의 미소를 머금고 식당으로 들어가 피터와 함께 비냉과 물냉을 따로 시켰다.
“마스터 정말 쫄깃쫄깃 것이 정말 맛있습니다.”
“하하, 그렇죠. 비빔냉면도 드셔 보세요. 같은 음식이지만 매콤한 게 아주 맛있답니다.”
“오, 매콤한 것이 완전히 제 스타일입니다.”
맛있게 잘 먹는 피터를 보고 동치미를 권했다.
피터가 아주 잘 먹자 한 그릇 더 시켜서 아쉬움을 달랬다.
“추울 때 먹는 찬 음식으로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마침 동치미까지 있어 완벽한 겨울 음식을 맛봤네요.”
“저희만 먹는 게 미안한데 가져갈까요?”
“아니요. 냉면은 제때에 먹는 게 맛있습니다. 아공간이라면 변함없이 맛을 즐길 수 있겠지만 방법이 없으니 나중에 한번 같이 오기로 해요.”
“예, 마스터.”
“모두 기다릴 것 같으니 어서 먹고 가죠.”
“예!”
영훈이 티뷰론을 몰고 나간 후 포링은 무척 바빴다.
마스터가 티뷰론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지만 아마 곧 싫증나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포링의 기준에 아주 미흡한 티뷰론을 그냥 타게 할 수도 없었다.
그런 이유로 마스터가 미래에서 가져온 머스탱을 스캔해서 얻은 자료와 자동차 잡지의 디자인과 스펙 등 다양한 정보를 도식화(圖式化)한 후 마스터의 기억에 있는 차들을 모두 추려서 설계도를 만들고 있었다.
어렵지는 않았다.
차라는 것이 외형은 달라도 내용은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티뷰론에 맞는 부품들을 미래의 기술을 이용해서 만들어냈다.
포링이 하는 작업을 화면으로 본 페릭과 에반 등 마법사와 드워프인 메카, 빌더가 관심을 보였다.
처음 포링의 생각과는 달리 마법사와 드워프가 합세하자 포링의 능력으로 마법사와 드워프의 관점을 빠르게 반영하여 전혀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졌다.
- 마스터가 좋아하시겠죠?
“물론 좋아하실 겁니다.”
“맞습니다. 디자인을 바꾸지 못해서 아쉽지만 체인지 시스템을 채택했으니 결과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래요. 저희가 힘을 합치면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현실에 드러낼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할 수 없잖아. 참자고.”
- 시간이 해결해줄 겁니다. 기다리세요.
“그래 우리에겐 시간이 아주 많잖나. 그렇게 심심하면 만든 후 우주선에서 몰고 다니게나.”
“그럴까요?”
“상관없을 거 같지만, 마스터에게 물어보세.”
“예, 에반님 그렇게라도 하면 좋겠습니다.”
- 그럼 제가 우선 가상현실에 현실의 자동차 경기장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마스터의 허락을 받으면 우주선에 서킷(Circuit)을 만들기로 해요.
“하하하, 생각만 해도 좋군요. 좋습니다. 제가 마스터에게 건의해보겠습니다.”
영훈은 포링의 생각대로 티뷰론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빌딩의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속도는 즐기는 편이 아니라 상관없지만 실내 디자인도 그렇고, 여러모로 불편하네!’
주차장에 들어서자 인포뷰에 자신의 주차공간에 표시되었고, 영훈은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한데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한 지하주차장에 가신이 모여 있었다.
자동차의 문을 열자 에반과 가신들의 환대를 받았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예, 나름 괜찮은 시간이었어요. 한데 무슨 일인가요?”
- 마스터 저와 가신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물이요?”
- 예, 에반님이 드리는 열쇠를 타고 오신 티뷰론의 열쇠 구멍에 넣어보십시오.
“뭔지 기대되는데요. 하하 알았어.”
열쇠를 잡자 따끔했다.
이미 알고 있는 피의 인증이라 무시한 채 차의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자 머릿속에 온갖 자동차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중에 미래에서 받기로 했던 라이칸도 있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 열쇠의 용도는 열쇠를 꽂은 차량을 스캔하여 마스터가 탑승하기 전에 동종의 차량으로 업그레이드 차량으로 교체하거나 다른 차로 교체할 때 사용하는 장치이며 내리실 때 열쇠로 문을 닫으시면 기존의 평범한 차량으로 교체하여 남들의 눈을 피하는 기술을 포함한 아공간 아티팩트입니다.
“와, 대박이다.”
열쇠를 꽂고, 이미지에 있는 라이칸을 선택해봤다.
생각하자마자 티뷰론이 있던 자리에 라이칸이 등장했다.
“헉! 오호.”
시진으로만 접했지 실제로 보지 못한 라이칸은 정말 앞도 되는 뭔가가 있었다.
주차장에서 잠깐 운전하고는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씨, 있어도 타지도 못하잖아.’
“혹시 이미지에 떠오른 차를 다 만들었어?”
- 그렇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합니다. 골격 구조가 같은 차량 한 대가 변신하는 쪽으로 자원을 절약했습니다. 실제로 만들어진 차량은 같은 골격을 가진 5개입니다.
설명과 동시에 인포뷰에 나온 영상은 엔진의 위치에 따른 전륜과 후륜 그리고 크기로 구분한 대형과 중소형 그리고 자신이 좋다고 표현했던 크라이슬러의 ‘플리머스 프라우러(Plymouth Prowler)와 닮은 차들이었다.
영훈이 좋아하던 칼리스타도 있었다.
“누구의 생각이었나요?”
- 제가 시작했지만, 마법사와 드워프가 참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제 생애 최대의 선물이었어요.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기뻐하실 줄 몰랐는데 저희도 기쁩니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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