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족만들기 - 1 (아공간선물)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 * *
비디오방을 나온 영운(과거의 존재)은 여관에 월세로 얻은 ‘달방’으로 향했다.
평생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다가 연 수익 억대의 피시방을 운영했지만, 경기불황으로 주식이 폭락해 피시방을 폐업하고도 1억의 빚을 지게 되었다.
어디에도 헤어날 구멍은 없었기 때문에 도망치듯 집을 나섰지만 막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비상금을 거의 날리고, 징크스가 된 애증의 노트북만이 남은 상태에서 평소 단골로 다니던 비디오방의 주인이 새로운 가게 개점으로 야간책임자를 맡아달라는 호의를 받고, 생각할 시간으로 하루를 얻고 나서는 중이다.
‘누구는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던데… 누구는 확장하는구나!’
사실 직장 자리를 권했을 때 당장이라도 승낙하고 싶었다. 하지만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자신이 직원으로 들어간다는 게 못내 자존심을 상하게 했고, 그 때문에 생각한다는 핑계로 하루를 얻어낸 것이다.
비디오가게를 나서며 순간 후회했지만 어차피 다니게 될 것임을 비디오가게 사장도 자신도 알았다.
“못난 놈.”
빚진 1억을 생각하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때 웬 외국인 노인과 일행으로 보이는 자들이 영운에게 다가섰다.
“이보게 젊은이 혹시 자네가 메고 있는 노트북 팔 생각 없나?”
“예?”
외국인이 다가서자 잠시 당황했지만 대충 대화는 될 거라 생각했기에 피하지 않았는데 대뜸 자신의 노트북을 원했다.
영운은 이번 말고 한 번의 두 번째 직장에서 빚을 지게 됐었다.
평소 잘 대해준 직장 선배이자 같은 볼링클럽 회원인 형의 부탁을 거부하지 못하고 카드를 빌려준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하필 카드를 빌려주기 전에 노트북을 샀고, 선배가 도망을 가고, 카드빚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그때는 은행에서 대출할 수 있었기에 대출로 빚을 갚고 새 직장을 구해 갚아나갔다.
한데 이번에도 노트북을 사자마자 주식이 폭락한 것이다. 그래서 노트북은 자신의 애물단지였다. 한데 그 노트북을 사려고 했다.
“필요하시다면 그렇게 하셔도 좋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고마울 때가 한데 수중에 돈이 40만 원밖에 없네! …혹시 얼마 전에 한 골동품점에서 산 반지가 있는데 이걸 받으면 어떤가?”
반지는 옥가락지처럼 보였지만 색깔이 붉은색이었고, 보석이 있어야 할 곳에 기하학적인 은색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비싸 보이는 반지지만 설마 루비라고 생각하진 않았기에 노인이 손해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영운도 당장 돈도 없고, 쓸 일도 없어서 노트북을 팔아버리려고 가격까지 알아봤다.
노트북은 거의 사용하지 않은 새것이라 80만 원쯤 한다기에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징크스(jinks, jinx)로 여겨지는 물건이라 얼른 넘기고 싶었다.
“40만 원도 괜찮습니다. 반지는 마음에 드셔서 사신 것 같은데 그냥 40만 원만 주십시오.”
“허허허, 그럴 수야 있나 내가 사업 때문에 갑자기 노트북이 필요해서 사는 것이지만 적당한 거래를 좋아한다네. 여겼네! 어서 받게.”
외국인이고, 노인이라 예의 지키려고, 세 번을 고사하려는데.
“이사님 시간이 없습니다.”
“허허허, 시간이 없네! 어서 받게.”
“예? 아, 네 노트북 여겼습니다.”
노인이 급하다고 하니 더는 고사하지 않고 거래를 마쳤다.
“고맙네! 그럼 바빠서 그만 가보겠네.”
“예,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잘 가게 젊은이.”
“예, 안녕히 가세요.”
노인과 노인의 일행은 빨리 멀어져갔다.
영운은 멀어져가는 노인을 보다가 거래로 받은 돈과 반지를 보다 돈은 안쪽주머니에 넣고, 반지는 본능적으로 손가락에 끼웠다.
- 혹시 반지가 말을 걸 거든 그 아이의 말을 잘 듣게 그러면 자네에게 행운이 가득할 것이네.
“헉!”
‘분명히 거래한 노인의 목소리였는데?’
노인이 간 방향을 바라봤지만 이미 노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반지가 말을 한다고?’
- 저요? 헤헷 저 말할 수 있어요.
“헉!”
- 저의 주인님이 되셨으니 저를 많이 예뻐해 주세요. 헤헷.
영운은 너무 놀라서 화들짝 놀란 모습을 연출하고 말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영운은 이를 깨닫고 침착하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요? 음, 저와 주인님간의 피의 인증이 있었지요.
‘헉! 뭐야 내 생각을 읽는 거야?
- 저와 생각으로도 대화 가능해요. 헤헷 좋죠?
‘헐~ 그럼 이제 생각도 맘대로 못하는 거잖아?’
- 잉, 저랑 대화하는 게 싫으신 거예요?
- ‘……’
그 순간 말을 잘 듣고, 잘해주라는 노인의 말이 생각났고, 왠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 그게 아니고, 너에게 말을 거는 게 아닌데도 네가 다 듣고 있잖아! 그래서…’
- 아, 그렇구나! 그럼 저를 부를 때 대답할게요.
‘그렇게 해줄래?’
- 네!
‘고마워 나 지금 너무 정신이 없거든.’
- 네, 알았어요.
‘참 너 이름이 뭐고, 또 피의 인증은 뭐니?’
- 저의 이름은 미래 그리고 조금 전에 반지를 낀 손가락이 따끔했을 텐데 모르셨어요?
‘뭐 조금 전에 따끔했다고? 음, 그랬나? 기억이 없는데? 어쨌든 이미 인증을 마쳤다니 어쩔 수 없고, 네 이름이 미래로구나!’
노인의 음성을 듣고, 놀랄 때 손가락이 아주 잠깐 따끔했지만 영운은 너무 놀라서 미처 깨닫지 못했다.
영운은 너무 놀랐지만, 미래가 계속 말을 걸어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없었다. 한데 오히려 그게 영운을 편하게 했다.
노인의 말도 있었고, 정말 미래라는 여자아이와 대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것인지 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지만, 너무도 분명한 현실에 영운은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자신이 판 피시방 앞에 도착해 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가게로 오고 말았네!’
어쩔 수 없이 팔아버린 가게를 바라보고 있자니 비참했다.
‘…한데 언제 1억을 다 갚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 저, 주인님?
생각은 막을 수 없는 것이라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다가 또다시 들려오는 텔레파시에 놀랐다.
‘헉! 놀래라… 왜 그래 미래야?’
-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헤헤 봐주실 거죠? 주인님.
미래의 귀여운 목소리와 아양에 영운은 점점 기분 좋아졌다.
‘흠흠,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놀랐네! 근데 왜 불렀어?’
- 저, 혹시 돈이 필요하신 건가요?
‘돈? …응! 아주 많이 필요해.’
애한테 할 말은 아닌 것을 알지만 영운에게는 넋두리상대가 필요했다. 한데 뜻밖의 말을 해왔다.
- 그거라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헤헷.
‘자, 잠깐만 뭐라고?’
- 저를 만드신 창조주께서 주인님께 드리라고 선물을 주셨어요. 보실래요?
‘선물을 줬다고?’
다시 노인이 떠나면서 남긴 ‘행운이 가득할 것’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볼 수 있다면 보여줄래?
- 헤헤 좋아요. 아무도 없는 곳이어야 해요.
‘그래? 그럼 내가 머물던 곳으로 가자.
- 네, 헤헷.
영운은 근처에 여관을 한 달간 빌려서 살고 있었다.
일명 달방이라고 한다.
피시방을 할 때 단골이었던 나이트클럽 삐끼들이 달방이 월세도 싸고, 청소도 해준다는 말을 듣고 영운도 월세로 얻었다.
시내와 가까워 나름 만족했고, 지금도 가깝기에 금방 도착했다.
‘미래야 어떻게 보여줄 거야?’
- 음, 저도 잘 모르지만 창조주께서 보물을 아공간에 넣어두셨다고 했어요. 그리고 반지를 낀 주인님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고, 아공간오픈이라는 약속어를 말하면 입구가 열리고 그곳으로 들어가시면 된대요.
‘아공간? 설마! 판타지소설에 그 아공간인가?
- 네, 그렇다고 했어요. 헤헷.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상황자체가 모두 믿을 수 없는 일이라 들어갈지 말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상태라 길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 헤헤 창조주님께서 다른 아공간과 다르게 반지의 아공간은 생명체가 살수 있다고 하셨어요. 걱정하지 마시고 들어가요.
‘그러자.’
미래가 괜찮다고 말하니 정말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미래의 말이 천진난만한 아이의 말투이기도 했고, 프렌드마법이 새겨져 있어서 에고가 된 미래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휴, 아공간오픈.”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결국 약속어를 입 밖으로 내 뱉었고, 딱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생소한 막이 시야에 들어왔다.
영화나 소설에서 본 것과 아주 유사했다.
“미래야 그냥 들어가면 되는 거지?”
- 네, 이 아공간은 특수하게 제작된 거라 주인님이 사용하시는데 지장이 없고, 생활하시는데도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저도 궁금해요. 어서 들어가요.
‘그, 그래 들어가자.’
자신감이 없는 영운은 속으로 자신을 다독인 후에야 눈을 질끈 감고, 출렁이는 막을 향해 뛰어들었다.
겁을 잔뜩 먹었지만 막을 통과할 때의 생소한 느낌을 제외하고,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한 영운은 실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와, 돈이다.”
- 헤헤 제 말이 맞죠?
“그래 고마워 미래야 하하하.”
영운은 다른 것은 쳐다보지도 않고, 침대위에 수북이 쌓인 돈을 세어봤다.
대충 세어본 액수는 10억의 한국 돈과 100만 달러 그리고 1억 엔이었다.
돈을 다 세고서야 영운은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흑흑…흑…”
- 주인님 진정하세요. 잉.
그동안 말도 못하게 무서웠다.
자신이 사채를 쓴 것은 아니지만, 은행이 시간이 지나면 불량채권을 추징업체에 넘긴다는 것을 주변인들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었고, 소설과 몇몇 사채 피해자를 통해 들은 적도 있어서 집을 떠나 된 것이다.
우선은 가족이 채무변제의 의무가 없으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서 떠났지만, 설마 자신 때문에 고충을 겪지나 않을까를 항상 걱정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돈이 생기자 긴장이 풀려서 그만 울고 만 것이다.
얼마나 울었을까.
가슴이 후련해진 영운은 이내 차분해졌다.
그러자 원룸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침대 위에 쌓은 수북한 돈만 눈에 들어왔지만 차분하게 돌아보자 그 옆에 작은 상자 놓여있었다.
그리고 영운이 서 있는 아공간은 20평 정도 돼 보이는 고급 원룸이었다.
침실, 화장실, 서재, 드레스 룸, 술이 채워진 바와 주방으로 나눠있었고, 생전 처음 보는 벽걸이 TV, 컴퓨터 등 가전제품이 다 마련돼 있었다.
“현대에도 마법사가 있는 건가?”
- ……
“혹시 넌 알고 있니?”
- 마법사가 있다고만 알고 있어요. 그게 누구고 어디에 있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헤헷.
“그럼, 너의 창조주는 누구니?”
- 창조주는 저를 만든 창조주예요. 저도 깨어나서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잉. 궁금하다!
“너도 모르나 보구나! 그럼 고맙다고 전할 수도 없겠네?! 그럼, 혹시 그 노인이 누군지 알아?”
- 저는 피의 인증할 때 깨어나서 아무것도 몰라요. 죄송해요. 주인님. 흑흑.
“울 것까지야 없는데… 미안해.”
- 용서해주시는 거예요?
“모르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괜찮아.”
- 와, 고맙습니다. 헤헷.
“어서 은행에 가서 빚부터 갚아야겠다.”
영운은 빚부터 갚기로 하고, 아공간을 나섰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 작가의말
‘대소방원’님 감사합니다.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응원에 힘을 얻어 나아갈 힘으로 사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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