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마련 - 4 (영운)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근데 아공간은 괜찮을까?”
계속 아공간에 섬에서 얻은 흙을 넣자니 불안해서 아공간 주머니를 살폈다.
역시 아공간주머니의 반 이상이 찬 상태였다.
“저, 포링 바쁘겠지만, 혹시 아공간에 흙을 처리할 방법이 없을까?”
- 자원을 불리하고, 독도와 울릉도 사이의 섬 예정지에 미리 가져다 두는 게 어떨까요?
“아! 저, 미안한데 포링이 맡아줄래?”
-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준비되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응. 고마워.”
영훈은 포링이 준비한 우주선 내의 방이 편하고, 좋지만 답답했다.
다른 가신들과 달린 포링을 가신으로 맞이한 후부터 영운이 할 일이 아주 많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영훈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획(企劃)하거나 가신의 행동과 의견을 결정하는 것에 국한되고 있었다. 그래서 점점 더 시간이 남고, 시간이 남을 때마다 새로이 만든 신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남는 시간 대부분을 던전에서 영롱이와 시간을 보내거나 의미 없이 영롱을 안고 시내를 거닐곤 했다.
어디서든 통신과 전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장소에 제약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턴 전에 가신이 권한 수련을 시작하기로 했고, 그 계획을 가신과 상의해서 세웠다.
수련은 아침에 마나 호흡법과 함께 동적인 수련하기로 했고, 저녁에는 명상과 마나 호흡법 같은 정적인 수련하기로 했다.
지금도 포링이 만들어준 안경을 쓰고, 탐지위성이 배치될 동안 한 은행의 ATM 창구에 들렀다가 던전으로 향하는 중이다.
신분과 계좌를 만든 후 새로운 신분으로 살기 위해서 흔적을 만들었다.
흔적은 외국에서 공부했다는 것과 그 덕분에 외국계 회사에 근무했고, 얼마 전에 한국의 경제위기로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하게 되어 퇴직했다는 설정을 짜고, 유령회사를 만들고 없애버림으로써 그 흔적을 남겼다.
그렇게 해서 얻은 3천만 원의 퇴직금을 새로 개설한 계좌에 입금했다. 그리고 전에 외국에 생활할 때 사용하던 외국계 은행에 있던 자금을 계좌 이체한 것처럼 꾸며 1억 8천만 원을 다시 이체했다.
그리고 간혹 ATM으로 10~ 100만 원까지 무통장 입금하는 방법으로 계좌를 불리고 있었고 조금 전에도 그런 목적으로 ATM으로 무통장 입금을 하고, 그 핑계로 도시는 거닌 것이다.
이제 1997년에 많이 적응했고, 집을 산 다음 직업을 정해서 살게 될 거다. 그리고 소설에서처럼 그 종잣돈을 이용해서 포링이 불리기 시작할 것이다.
한적한 북악산을 천천히 오르다가 던전에 거의 다다랐을 때 던전으로 숨어들지 않고, 대신 멀리 청와대가 잘 보이는 곳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좋다.’
한가롭게 운치를 즐긴 게 언제인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아주 까마득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도 그랬다.
영훈은 어떻게 보면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자신이 생각한 기반을 거의 마련했다. 하지만 아직 쉴 수는 없었다.
마지막 준비를 해야 할 것이 있었다.
‘내가 생각한 대로 됐으니 이제 조금만 있으면 가족을 챙길 수 있겠어.’
영훈이 가족을 돕기 시작하기로 한 날이 10월 27일이다.
이유는 영운의 폐업이 그날이고, 영운으로 말미암아 가족에게 큰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 발단이 둘이면서 하나인 영훈과 영운 때문이지만 당사자인 영운이 풀어야 할 숙제고, 영훈은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영운을 도와야 했다.
둘은 이제 그런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이제 영훈에게 남은 것은 어떤 방법이 영운에게 거부감이 받아들여질 것인가를 생각할 때였다.
영훈과 영운은 둘이면서 같은 과거를 갖고 있기에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방법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영훈과 영운은 둘 다 소설을 좋아했다.
처음엔 현실을 부정하려는 무의식이 작용한 듯했지만 상상을 즐기고, 꿈꿀 정도로 좋아했다. 그랬기에 조금은 황당한 접근도 가능할 거란 생각도 들었고, 소설에 등장하는 온갖 방법을 상상하고, 동원했기에 너무 많아서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원칙은 정할 수 있었다.
‘영운을 돕기는 하겠지만, 무작정 퍼주면 나태해질 게 분명해… 그렇다고 단발성으로 끝내자면 한 번에 많은 것을 줘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영훈은 1997년의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터무니없이 큰 도움은 오히려 해가 될 거로 생각했다.
영훈은 젊었을 때부터 자신이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좋지만, 실행에 옮길 용기와 끈기가 부족함을 알았다.
끈기와 용기를 내본 것이 50여 년 동안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이었으니 오죽할까.
첫사랑과 금연을 제외하고는 다 자질구레한 것들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영훈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가신을 얻기 전에는 항상 조언자나 동반자를 원했다.
영훈은 가신을 얻으므로 해결했지만, 과거의 영운은 계속 갈구하게 될 것이 뻔했다.
‘재물도 재물이지만 영운에게는 무엇보다 멘토가 필요해 어떻게 한다.’
가신을 붙여주자니 부자연스럽고, 시간도 오래 걸릴 거로 봤다.
‘아! 인공지능을 멘토로 줄까?’
영훈은 포링을 얻음으로써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다. 물론 고대의 가디언을 가신을 맞이했을 때도 좋았지만, 여러모로 포링과는 달랐기에 포링이 편했다.
그러나 포링을 연결해줄 수는 없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인공지능 미래였다.
‘…그래, 신세호 박사님께 받은 미래를 붙여주면 좋을 것 같아.’
영운과의 거리를 너무 가깝게 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포링을 연결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원래 자신과 인연을 맺었지만 영훈이 과거로 옴으로서 불확실해진 신세호님의 인연을 인공지능 미래를 연결해줌으로써 다시 이어줄 생각이었다.
미래의 지능이 12세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충분히 발전할 거로 생각했고, 그렇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영운의 멘토로서 충분할 거고, 이후 미래를 잘 육성하는 몫은 영운에게 맡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상생활이 위험한 것도 아니고, 또 항상 우리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 위험한 일은 없을 거야… 이후의 삶은 자신이 개척해 나가는 게 좋아.’
너머 지나친 간섭은 반대로 기대기 쉽다는 것이 된다. 그러면 오히려 망칠 수도 있고, 원망하게 될지도 모르니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이미 자신이 과거로 회귀하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다. 그러므로 하나이면서 둘인 영훈과 영운은 이제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물론 미래는 불안하다. 다만, 자신에게는 가신이 멘토가 되어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줄 거라 믿었고, 영운에게는 가족과 인공지능 미래 그리고 연인이 멘토가 되어 영훈이 겪었던 슬픔은 겪지 않을 거라 믿었다.
영운이 한창 사색(思索)에 잠겨 있을 때 팔찌가 짧게 진동했다.
“응, 왜?”
- 마스터 사색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탐지위성이 모두 안착했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그럼 전이해줘.”
- 예, 마스터.
264개의 탐지위성이 자리를 잡았다는 연락이었다.
영훈은 하던 생각을 갈무리하고, 우주선 조종실로 전이했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 어서 오십시오.
“예, 에반 뜨듯한 차 좀 부탁해요.”
“엘프차로 할까요? …알겠습니다. 금방 대령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한 영훈은 화면을 바라봤다.
왼쪽 화면에 일목요연하게 현재 상태를 정리한 항목이 보였다.
“수고 많았어. 자, 이제 때가 된 건가?”
- 예, 마스터 이제 어디든 원하면 가는 길이 마련됐습니다. 한데 마스터 동해에 잠수함이 다수 출현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래? 아무래도 독도 때문이겠지?”
- 전에 예상한대로 놈들이 조사에 나선 게 분명합니다.
“혹시 대상은 확인했어?”
- 예, 놈들의 대화를 알아냈는데 가까운 북한을 시작으로 일본, 미국, 러시아의 잠수함이었습니다. 문제는 점점 더 저에게 가까워진다는 것이고, 다음은 대한민국 몰래 침투한다는 것이며 북한과 미국 특히 일본은 아예 고정위치를 정해 수중탐사를 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수순인가?’
일본이 많은 피해를 입었고, 자신들의 섬이라고 주장하던 것들이 사라질 테니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이유야 독도가 최소로 사라졌기 때문이고, 해일과 사라진 섬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충격파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원지로 예상되는 동해와 독도를 감시하고, 연구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위험한 수준이야?”
-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구의 탐지 기술에 대항할 음파나 전파 흡수물질을 표면에 발랐고, 수중동화로 가까이에서 눈으로 보지 않는 한 들킬 염려는 없겠지만 제 등치가 너무 켜서 자신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해저공사를 서둘러야겠습니다.
화면에 해저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4족형 ‘시핏’과 2종형 휴머노이드 로봇 ‘텔론’이 보였다.
열심히 흙탕물과 흙 자원을 흡입장치로 모두 빨아들여 분리한 후 다시 맑은 물만 배출하고 있었다.
‘와, 벌써 반이나 숨겼네?’
우주선은 반쯤 숨은 상태였다. 우주선이 완전히 숨을 만큼 파내면 기지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에반이 내온 엘프차를 음미하며.
“계획에 차질을 빚지 않는다면 로봇을 더 추가하자.”
-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잠수함을 방치할까요?
“노예 1호에게 명해서 동해에 잠수함을 색출하라고 전해.”
- 알겠습니다. 마스터.
잠수함에 대한 불안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놈들의 관심이 집중된 동해에서 타국의 잠수함을 처리할 때는 아니리고 생각했다.
포링을 믿고 맡기기로 한 영운은 슬슬 영운에 대한 얘기를 시작할 때라고 생각해 말문을 열었다.
“에반 우주선에 남은 가신을 불러주세요.”
“예, 마스터 하면 침몰작전에 투입된 인원은 어찌할까요?”
‘참여할 수 있다면 모두 같이 참여하는 것이 좋겠지.’
“포링 화상회의가 가능할까?”
- 이제 가능합니다. 연결할까요?
“부탁할게.”
그윽한 엘프차의 향기를 만끽하며 차를 다 비울 때쯤 모든 가신이 화면과 조종실에 모였다.
“다들 바쁘실 텐데 모이기 한 것은 이제 가족을 도울 준비를 할 시기라고 판단해섭니다.”
“아!”
“상당히 늦기는 했지요.”
“다 저희가 부족한 탓입니다.”
“아닙니다. 전 오히려 모든 분의 노력해주셔서 토대나마 이렇게 빨리 마련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이제부터 가족을 돌볼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그전에 포링은 영운의 위치를 찾을 수 있겠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일일이 눈을 맞추며 고마움을 전하며 포링에게 물었다.
- 죄송합니다. 마스터 야외에서는 인식할 수 있지만 건물 내부까지 보려면 특수한 인공위성을 만들어 올려야 합니다.
“음, 그렇겠군! 혹시 방법이 없을까?”
-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모두가 포링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채 1분도 되지 않아 답을 찾은 포링이 대답했다.
- 몇 가지 방법을 찾았습니다. 천 번째 첩보물에서처럼 감시 장치를 제작해 전이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벼룩 같은 작은 로봇으로 원하는 이에게 달라붙어 따라다니는 것이고, 더 진보한 방법은 초소형 나노봇을 만들어 공중에 떠서 목표를 찾는 것입니다. 이는 추적은 물론 대인보호와 관찰 등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와, 그런 것도 할 수 있어?”
- 저희 행성에서 나노의 개념이 있었지만 발전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지구의 사용분야와 응용 지식을 참고한다면 쉽게 제작할 수도 더 진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시간이 걸리는 관계로 추적 대상인 영운님의 위치도 알고 있으니 첫 번째 방법을 추천합니다.
굳이 지금 나노봇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직 폐업 전이니 그게 좋겠어. 그렇게 해줘. 하지만 나노봇도 연구를 해줬으면 해.”
- 바로 스파이봇의 제작과 나노봇의 연구를 시작하겠습니다.
영운의 가계를 인공위성으로 살피는 한편 스파이봇을 만들어 PC방으로 전이시켰다.
스파이봇은 벼룩만 한 크기였는데 알아서 움직이며 안전한 위치에 숨어 항상 영운을 따라 카메라를 이동하며 영상을 보내왔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잘돼는 사업은 시간당 적은 돈이 소모되는 만화방, PC방 등이었고, 덕분에 손님은 많았다.
영훈은 잘되는 PC방을 접게 된 옛일이 떠올라 순간 괴로웠다.
화면 속의 영운도 정신이 나간 듯 멍하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하, 내가 저랬었나? 내가 봐도 참 불쌍하게 보이는구나!’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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