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마련 - 1 (큐빅자선재단)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영운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이때가 사흘 동안 오키제도의 침몰작전을 하던 때였고, 마무리하기로 한 날이었다. 한데 일을 마치고, 돌아오기로 했던 가신에게서 연락이 왔다.
- 마스터 가젤에게서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그래? 이상하군! 어서 연결해줘.”
- 예, 마스터
전면 화면과 함께 가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마스터…”
절대자인 가젤이 무서운 게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무척 떠는 모습과 떨리는 목소리가 들리며 주위가 드러났는데 화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첫 느낌은 가젤이 임무를 등한시하고 동물농장에 놀러 간 것을 연상하게 했다.
젖소, 개, 고양이, 몇 마리의 말과 돼지 등 모두 가축이었다.
그 뒤로는 울창한 숲이 보였다.
이쯤 되면 왜 가젤이 떨리는 목소리로 연락했는지 너무도 확연(確然)했기 때문에 영운도 알아챘다.
아마도 화면에 등장한 동물은 너무도 급작스러운 지진과 흙 유실에 주민이 급히 대피하다가 버려진 오키제도 가축일 것이다.
‘허허, 엘프라 나무와 동물을 사랑한다더니 많이 참다가 연락했나 보구나.’
아마도 그동안 임무 때문에 땅을 떼어내면서 가장 울창한 숲은 놔두고, 동물을 숲으로 몰았던 것 같았다.
“저, 마스터 식물과 동물을 살려주시면 안 될까요?
아니나 다를까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고, 해리, 릴리도 마찬가지로 안색이 안 좋았다.
영운은 그저 피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무를 수장시키며 참아왔던 심적 부담도 컸으리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렇게 되면 안 들어줄 수가 없겠구나! …하지만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옮겨야 하지?’
“우선 세분 모두 진정하세요. 제도 가젤의 부탁을 들어드리고 싶습니다만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동물과 식물을 옮겨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우선 생각해봅시다.”
“저, 마스터 죄송하지만 아공간반지에 넣으면 안 될까요?”
- 저, 마스터 우주선에 남는 창고가 아주 많습니다.
“아!”
영운이 승낙의 뜻을 비치자 가젤을 미리 생각했던 얘기를 꺼냈고, 포링도 승낙으로 받아들이고 가장 적당한 답을 도출해 답을 줬다. 꼭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았지만 서로 도와주는 꼴이라 흐뭇했다.
입가에 웃음을 띠며.
“알겠습니다. 우선 하는 데까지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합시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아주 잘하셨습니다. 여러분도 저도 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 그러니 앞으로도 언제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開陳)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마스터.”
모두가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좋아! 그럼 먼저 아공간을 비워야겠지.’
“…자, 그럼 제가 직접 움직여야겠군요. 먼저 아공간반지를 비워야 하니 기다려주세요.”
“예, 마스터.”
영운은 포링의 도움을 받아 던전에 아공간반지의 유물을 꺼내놨다. 하지만 유물은 턱없이 많았기에 우주선의 창고에 쑤셔 넣다시피 쌓았고, 그것도 모자라 페릭의 도움으로 포링과 함께 우주선 창고에 공간확장마법진까지 새겨야 했다.
포링의 계산과 미세공법과 정밀세공이 효과를 발휘해 몇 번의 시도 끝에 모든 창고에 공간확장마법진을 성공적으로 새겼고, 이미 꺼낸 유물을 다시 넣었다가 꺼냄으로써 겨우 일곱 개의 아공간반지에서 모두 꺼내놓을 수 있었다.
“모든 유물을 꺼내놨으니 이제 시작합시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뭘요.”
영운은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에게 투명마법을 걸었다.
“포링 가젤에게 보내줘.”
- 예, 마스터 3, 2, 1 전이합니다.
영운도 이제 텔레포트와 전이에 익숙했기에 도착하자마자.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서 동물과 식물을 옮기고 마무리합시다.”
“예.”
나무를 토양과 함께 옮기기는 무척 쉬웠다. 하지만 동물은 일일이 한 마리씩 넣어야 해서 꽤 오래 걸렸다. 마지막에 동물들이 먹을 건초와 잔풀 들을 넣고서야 마칠 수 있었다.
“…휴, 대충 완료했네요. 가젤 그리고 여러분 이제 마무리합시다.”
“예, 마스터 시작합니다. 나의 친구 노에아넨 부탁해.”
- 걱정하지 마! 그럼 시작할게.
영운과 가신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때 땅의 최상급 정령 노에아넨도 독도보다 커 보이는 땅속으로 사라지면서 땅이 들리는 것 같더니 곧 사라졌다. 아마도 아공간으로 사라졌으리라.
‘…와, 정령왕이 반신의 존재니 바로 아래면 어느 정도 신에 근접한 존재겠지? 그래서 그런가? 정말 대단하네!’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영운은 많이 놀랐다.
‘너무 싱거운 결말이네! 자연의 힘을 다루는 것이 정말 사기적인 능력인 것 같아. 나중에 독도를 융기할 때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마스터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포링 전이해줘.”
- 예, 준비하십시오. 3, 2, 1 전이.
이렇게 해서 일본의 오키제도는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 * *
오키제도를 완전히 없애버린 후 모든 가신이 모였다.
“수고하셨습니다.”
“하하하, 해보니 별거 아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정령력만 충분하다면 그저 단순한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고하셨어요.”
영운이 가신과 자축할 때 일본에서는 오키제도의 침몰로 나라가 들썩였다.
특히 인간도 신으로 만들어 모시는 놈들이라 신의 분노라고 아주 난리가 났고, 사회가 무척 혼란스러웠다.
우주선의 출몰 여파로 발생한 해일로 백 명이 넘는 자가 죽었고, 침수, 시설물과 가옥파괴 등으로 수조 원에 다라는 손실과 복구비용이 들어가게 생겼으니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엎친 데 겹친 격이었다.
영운은 당시 처음 인명 피해를 보고로 접하고, 슬프거나 괴로워하지 않는 자신을 보고 사실 많이 놀랐다.
자신은 눈물 많고, 여린 그저 평범한 소시민이었기에 이와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는 의례로 잠깐이나마 명복을 빌었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자신이 원하지는 않았지만, 피해를 예상했고, 막으려고 했음에도 피해를 줬으니 더 강한 반성과 뉘우침이 있어야 할 텐데 책임감을 느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영운은 자신이 ‘인간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상실했나?’를 고민한 후에 좀 이기적인 결론을 내렸다.
우선 실상을 직접 눈으로 본 게 아니라 그렇고, 아마도 일본이란 나라가 ‘일본 우익과 정치가들로 말미암아 영운에게 원수며 주적으로 자리 잡은 게 아닌가?’라는 결론을 얻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앞으로 더는 희생을 만들지 않기로 했었다.
“…흠, 필요에 의한 일이었고, 또 미워하는 일본이지만 개인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
가신들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지만 모두 담담한 모습이었다.
“이미 늦었지만, 피해자의 가족에게 따로 보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항상 죽은 자보다 산 자가 괴롭고, 힘든 게 현실이니…”
“그렇습니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으면 합니다.”
“다 좋은데 마스터가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원인이야 어쨌든 고의로 저지를 일도 아닌데 자책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저 자신이 이해할 수 없지만 자책하진 않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포링은 될 수 있으면 피해자의 가족을 조사해둬.”
- 알겠습니다. 피해자 조사를 시작합니다.
포링은 피해자조사를 하는 동안 가신에게 휴식을 명했다. 그리고 영운도 덩달아 쉬게 되었다.
- 저, 마스터의 신분을 만들었습니다.
“…그래?”
‘이제부터 영훈으로 살아야겠구나! 후.’
이미 결심했기 때문에 짧은 회한이 찾아왔지만 금방 털어버렸다.
“그럼 주소가 필요한 거 아니었어?
- 맞습니다. 지금은 마스터가 표준말을 사용하셔서 던전이 있는 북악산 앞쪽 종로의 한 주택에 월세로 사는 것으로 했습니다.
“흠, 빈틈없이 잘했군! …뭐, 안양이 편하기는 하지만 웬만하면 영운과 연결점을 만들지 않는 게 좋겠지. 한데 무엇부터 해야지? 집을 사서 주소를 옮길까? 아니면 신분증부터 받을까?
- ……
영운은 상당히 들떠 있었다.
신분증이 생기면 현실에 자신의 공간은 물론 전과 같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족상봉과 맞먹을 만큼 기뻤다. 그래서 다른 것보다 신분증을 먼저 받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던전으로 전이해 임시 주소로 만든 신분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공서에 들러 신분증을 발급받았다.
‘아직 집을 구하는 등 많은 게 남았지만 이제 정말 임영훈으로 살아야겠구나! 흐흐흐.’
약간의 설렘과 상실감이 동시에 찾아들었지만 금방 떨쳐버릴 수 있었다.
이제 인정할 때가 된 것이다.
영훈은 바삐 움직여 신분증을 이용해 가까운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고, 우주선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은 쉴 틈이 없었기 때문에 돌아오자마자 포링을 찾았다.
- 볼일은 잘 마치셨습니까?
“왜 이래 모두 지켜봤으면서.”
- ……
‘엥 내가 뭘 잘못했나? 인사를 안 받아줘서 그런 걸까?’
“농담이야 농담 잘 다녀왔어.”
- 아, 농담이셨군요! 죄송합니다. 혹시 제가 잘못한 줄 알고…
‘이거 농담도 가르쳐야 하는 건가?’
“뭐 차차 나아지겠지 그건 그렇고 계좌를 만들었으니 돈을 넣어야겠는데… 이거 참 복잡해지네!”
- 무엇이 말씀입니까?
“금융실명제 말이야.”
- 아! 그리고 보니 문제가 상당히 많군요!
그랬다.
상당히 많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었다.
우선 돈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일정액 이상은 넣으면 상식선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집과 차 등 고액으로 구입해야할 때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지 목돈을 만들 방법부터 찾고 조금씩 자주 넣는 방법으로 불리자.”
- 마스터 혹시 꼭 마스터의 돈으로 살 필요가 있나요?
“뭐?”
영훈은 순간 미래에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것은 회귀 전에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자선재단에서 사들인 집에서 살게 하려던 계획이었다.
‘맞아! 그게 있었지 고인의 뜻을 과거에서나마 이을 생각을 했으니 자선재단을 만들자.’
“고마워 포링 덕분에 쉽게 해결했네!”
- 이미 마스터께서 하신 일을 깨우쳐 드린 것뿐입니다.
“그게 고맙다는 거야.”
- ……
‘또 말이 없네! 감성적인 건가?’
아직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포링의 반응에 신경이 쓰였지만 나빠하는 것 같지는 않기에 그냥 넘겼다.
“그럼, 이제 우리가 ‘큐빅’이란 이름의 자선재단 다시 만들자.”
- 미래를 재현하실 생각이신가요?
“역시 잘 아네! 맞아.”
- 그럼 가신들의 신분을 만들어 발기인으로 삼는 게 어떻겠습니다.
“발기인이라 전에는 인원이 없어서 고생했지만, 지금은 14명이나 되니 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너무 늦어 우선 선 조치 후 해결하는 방법으로 가자.”
- 알겠습니다. 그럼 큐빅 자선재단을 먼저 설립하고, 가신들의 신분을 만들겠습니다.
“응, 부탁해.”
포링은 기존의 이미 인가된 자선재단 중에 사실상 폐업한 곳을 정해 이름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자선재단을 만들어냈다.
- 마스터 기존의 자선재단을 …해서 큐빅 자선재단과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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