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자아 포링 - 2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헉!”
허공에 생명체로 느껴지지 않는 존재가 출현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순간 긴장으로 온 감각을 적의 출현 집중하고 있던 남자 호빗인 피터 잭슨은 자신의 곁에 출현한 존재를 인식하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들고 있던 칼에 검강을 덧씌우며 무의식적으로 내리그었다.
“앗, 안 돼?”
영운은 한 박자 늦게 제지해봤지만 이미 검강을 머금은 칼은 허공에 나타난 슬라임 형태의 외계인을 뚫고 지나간 후였다.
‘아! 이런 젠장 …죽었겠지?’
순간 욕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두뇌가 발달한 영운은 쉽게 피터 잭슨의 처지를 이해했다.
가신은 오로지 주인을 지켜야 하는 존재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 미지의 적의 출현은 당연히 배제하여서 할 일이고, 가신의 본분에서 칭찬받아야 할 일이다.
본분을 다한 가신을 책망할 수는 없기에 미련이 남았지만 입을 다물고 침묵했다.
하지만 영운의 얼굴에 원망이 가득했고,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마스터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있는 피터 잭슨은 여러모로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피터 잭슨은 남자 호빗이다.
대게 호빗은 농사를 짓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사는 곳이 땅속이나 동굴이지만 농사를 짓는 자가 있으면 지키는 자도 필요하듯이 파티 잭슨은 지키는 자에 속했고, 엘프와 같이 골드 드래곤에 의탁하는 은혜를 갚으려는 종족의 뜻에 따라 뽑혀서 가신이 된 자다.
자랑스럽게 적을 처리했지만 이상한 상황에 빠졌다.
‘뭐지? 어떻게 하지? 이건 또 왜 안 없어지는 거야?’
피터는 자신의 검강에 절단된 것처럼 보이지만 왠지 허상을 밴 것 같은 기분과 마스터의 제지와 원망의 눈초리, 외계 존재의 건재(健在)에 멘붕상태였다.
적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태지만 마스터의 제지로 다시 내리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라지지 않은 적을 두고 뒤돌아 사과할 수도 없는 아주 난감한 상태였다.
‘이렇게 된 이상 빨리 사라져라. 제발.’
피터 잭슨은 적이 빨리 사라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기에 기다렸다.
- 새로운 주인께 인사드립니다.
한데 사라질 거로 생각한 존재가 알아들을 수는 없는 말과 함께 인사를 해왔다.
아니 인사라고 느껴졌다.
적이 사라지기만 기다리던 피터 잭슨도 적의 등장에 각자 무기와 마법을 시전한 체 마스터를 보호하며 공격할 틈만 기다 하던 가신도 한껏 원망을 담아 바라보던 영운도 모두 어이없는 지경에 당황했다.
“넌 누구냐?”
- 아, 말이 통하지 않네! 어쩌지?
“말이 통하지 않는군요.”
“외계의 존재와 대화가 쉽지는 않겠지요.”
- 넌 누구냐?
영운은 소설을 많이 봤기 때문에 텔레파시로 말을 걸어봤지만 대답은 없었다.
“텔레파시로는 대화를 할 수 없네요.”
“예? 아! …아마 대상을 특정할 수 없어서 일겁니다.”
“아! 저 허상이 영혼은 아닌 게 분명하니 그렇겠군요. 혹시 그럼 번역마법은 통할까요?”
“한번해보겠습니다.”
번역마법으로도 대화는 할 수 없었다.
‘하, 이것 참… 손바닥에 마나를 주입해서 깨웠으니 다시 마나를 보내볼까?’
도저히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 최후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영운은 손바닥모양 위에 손을 올리고 마나를 다시 주입했다.
주입하면 마나가 빠져나가리라는 예상을 깨고, 순간 손끝이 따끔한 후 찌릿한 후 정신이 몽롱했다.
‘뭐지?’
영운은 몽롱해지는 것이 정신공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을 집중하며 손바닥모양에서 손을 땐 후 다시 명상에 들었다.
한데 5분쯤 지나면서 몽롱했던 현상이 사라지고, 머리가 시원해졌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살피고 살핀 다음에야 명상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 저는 포링 새로운 주인께 인사드립니다. 마스터인증을 마저 하시겠습니까?
“마스터인증? 뭐야 말이 통하잖아. 설마!”
- 그렇습니다. 예상이 맞습니다.
“……”
영운은 너무 놀라 말을 못하는 사이 포링이 계속 말을 이었다.
- 죄송하지만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 마나를 주입하는 것을 승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소통을 위해서 예상하신 대로 뇌를 스캔해 저의 모든 지식을 마스터의 지식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뭐?”
포링이라 밝힌 이의 입에선 놀랄만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허허, 이거 아주 큰 일 낼 놈인데? 잘못하면 진짜 큰 날 뻔했잖아? …휴, 오늘 도대체 몇 번의 위기를 맞이하는 거야. 물론 지킬 능력이 되니 그런 일은 없었겠지만 앞으로 더 조심하고 살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영운은 다시 물었다.
“마스터인증은 알아들었다. 한데 넌 정확히 누구냐?”
- 전 이 우주선의 초자아 포링입니다.
“초자아? 인공지능과 무엇이 다르지?”
- …아, 전 에고아티팩트의 에고와 같습니다. 영혼을 베이스로 제작했습니다.
‘아이고, 우주선을 장악하면 가신과 다르게 막 부려 먹으려했는데 어렵겠지? …그냥 인공지능이었으면 얼마나 좋아. 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음, 고대에 영혼을 봉인한 아티팩트가 있다고 했으니… 가능하겠지?! 좋다. 한데 마스터인증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 거지?”
- 좀 전에 피를 통한 인증은 마쳤습니다. 지구 식으로 표현하면 DNA를 통한 인증이고, 마지막 알고 계시는 영혼의 계약만 남았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영혼의 계약인가?”
- 그렇습니다. 기억하고 계신 그 계약과 같습니다.
“마스터 영혼의 계약이라니요. 그건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
페릭의 반대에 영운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완전한 반대가 아닌 포링의 말을 부정한 것이었다.
“페릭의 말이 맞습니다. 마스터 아직 저 포링이란 존재를 완벽히 믿을 수 없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모두가 걱정하고, 아직 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지? 그래 포링의 말을 모두 믿기는 아직 정보가 부족해.’
페릭의 말이 맞다.
영혼의 계약은 아주 신성한 거라 아무런 대응 없이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또 가신의 충정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합시다. 포링 들었겠지?”
- 예, 대기하겠습니다.
“좋아! 우리는 돌아갔다가 다시 오겠어. 그동안 우주선에 필요한 것을 뽑아 놓도록.”
- 알겠습니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지만 고지가 보이는데, 인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영운은 속으로 자신에게 다짐과 위로를 하면서 가디언을 데리고, 우주선을 나섰고, 아공간 밖에서 마스터를 애타게 기다리던 에반의 도움으로 우주선을 나서자마자 아공간을 나설 수 있었다.
“마스터 잘 다녀오셨습니까?”
“예, 에반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혹시 후손들은 아직도 변화가 없나요?”
“예, 아마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헌데 성과는 어떻습니까?”
“우주선을 제어하는 존재는 만났습니다. 한데 영혼의 계약을 해야 한다고 하기에 상의하려고 나왔습니다.”
“네? …이런!”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아지즈가 나섰다.
“마스터 제가 요리연습을 하느라 많이 만들었는데 맛 좀 봐주세요.”
“아! 마침 시장했는데 잘됐어요.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우선 먹고 생각합시다.”
“예, 마스터.”
“아지즈의 요리는 믿을 만하지요. 크크크.”
아지즈의 요리는 재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맛이 좋았다.
모두 만족한 식사를 마친 후 가젤이 타주는 엘프차를 들며 생각에 잠겼다.
엘프차는 심신을 안정시키는데 탁월한 성능을 가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엘프차의 도움은 영운에겐 반대방향으로 나타났다.
바로 욕심이 더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결국, 영운은 참지 못하고, 오랜 침묵을 깼다.
“혹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으셨나요?”
“마스터 아무리 생각해봐도 위험을 무릅쓰고 우주선을 장악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재고(再考)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엑스의 말에 공감합니다. 혹시 잘될지도 모르지만 잘못하면 적의 종이 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재고해주십시오.”
“재고해주십시오.”
“……”
가신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기에 반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포기하기도 싫었고, 아직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포기는 아직 일러 더 설득해보자. 아니 미안하지만 좀 억지를 부려보자.’
“여러분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번만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니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걱정은 알지만,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주세요. 그게 오히려 저를 돕는 길이 될 겁니다. 저도 지금부터 전승의 기억에서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예. 마스터!”
가신은 피의 계약으로 명령에 거부할 수 없지만, 감정이나 표정은 자유로웠기에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 드러났다.
영운도 사실 무척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욕심도 욕심이지만 아직 포기하기엔 젊고, 머릿속에 아직 많은 생각이 있었기에 확신에 차있었다.
가신이 영운의 명에 따라 자신들이 아는 한도에서 생각난 것을 토론하는 동안 영운도 가신의 말을 들으며 전승의 기억에 존재하는 영혼의 계약을 살펴봤다.
피의 계약도 그렇고 영혼의 계약도 그렇고 아주 고약하다.
두 계약은 서로 인정해야만 이뤄진다.
주인의 명에 거역할 수 없다. 하지만 모순처럼 두 계약 다 거부할 수는 있다.
그 방법은 주인의 경지 그러니까 정신력을 뛰어넘었을 때만 가능하다.
그렇다고 주인을 해할 수는 없고, 단지 거부할 수만 있다.
한데 반대급부가 상당하다.
피의 계약은 거부의 대가가 죽음으로 끝난다면 영혼의 계약은 주인의 선택에 따라 다른데 최악일 경우 영혼소멸로 끝났다.
피의 계약과 달리 영혼의 계약은 죽어서도 영혼이 이어져 주종의 상태를 유지한다. 더 웃기는 것은 피의 계약은 인위적인 계약해지가 불가능하지만, 영혼의 계약은 주인이 얼마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로지 주인의 처지를 생각한 불공평한 계약이었다.
‘뭐 이따위 계약을 할 수 있지?’
영혼의 계약은 흑마법사가 사용한 계약이고, 원래는 마족이 영혼을 빼앗기 위해 만든 계약이라 그렇다.
하루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마스터 더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마스터 저희가 우주선을 굴복시킨다면 몰라도 더 생각해봐야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굴복시킨다는 것도 어디 가능한가? 실체를 본다면 몰라도 그건 힘들 거야.”
“실체요?”
“예, 마스터 전에 본 그 것은 허상입니다.”
“예, 허상이지요.”
“저희가 아는 영혼의 계약은 마스터가 주체가 돼서 영혼의 계약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같이 영혼도 없고, 계약의 주체도 마스터에게 있지 않으니 불가능한 겁니다.”
“예? 실체와 주체가 문제라고요?”
“그렇습니다. 마스터. …제가 혹시 틀렸나요?”
“……”
페릭의 말에 영운은 순간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이 차곡차곡 싸여 결과를 만들어냈다.
문제를 너무 한 방향으로 생각했던 게 문제였고, 가신을 너무 믿다 보니 그들의 사고가 고대에 머물렀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실체는 우주선 어디엔가 있을 것이고, 영혼의 계약이야 영운이 주관하면 되는 거였다.
한데 가신은 다 알았지만, 우주선을 너무 적으로만 본 것이고, 영운은 생각을 말하고 들으면서 가신의 대답을 그대로 믿었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오류가 이틀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실마리를 찾은 영운은 당장 포링에게 물었다.
“그럼 본체를 찾고 계약을 제가 주체하면 가능하다는 것이군요?”
“예, 마스터.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 작가의말
인공자아를 초자아로 수정하였습니다.
정신체의 주체가 생물에 있었기 때문에 인공자아는 어울리지 않은 것 같고, 능력이 너무 뛰어나기에 초자아가 맞는다고 생각해서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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