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의 우주선 - 3 (1권끝)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모두 탁자에 마련된 음료를 들며 머리를 식혔다.
나름으로 정리가 됐으리라 생각한 영운은 조급함에 더 기다리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조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선 극소수나 혼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뼈가 없는 것을 보면 일반적인 생명체가 아닐 수도 있겠죠. 혹시라도 도망친 게 아닐까요?”
“설마! 아닐 겁니다. 당시 일곱 분의 드래곤이 최후의 미끼로 아공간 근처에 계셨습니다. 유인작전이 발각되었다면 우주선을 넣지도 못했을 거고, 놈이 탈출을 시도했더라도 들켰을 겁니다.”
하트의 말처럼 드래곤을 속이기는 쉽지 않을 거다.
당시 아공간으로 유인하기 위해 미끼로 나선 상황이고, 도망을 염두에 두고 각자 맡은 방위에서 미끼역할을 수행했으니 절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탈출할 틈도 없었을 거고, 탈출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성공했다면 영운에겐 더 좋았다.
이미 1억 년이 이상 지난 일인데 놈이 살아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현실을 보면 죽은 게 확실했다.
아니더라도 마나를 필요로 하는 놈이니 마나가 없는 지구에 머물러있기보단 떠났을 게 분명했다.
‘탈출했든 떠났든 확인할 수 있어야 편한데… 우선 탈출을 염두에 두자.’
“하트의 말처럼 우주선이란 증거가 있으니 하트의 말을 부인할 수도 없군요. 문제는 우주선에 아무런 단서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외계 존재의 탈출을 염두에 두겠습니다.”
“인정합니다.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정은 금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인정합니다.”
“다만, 1억 년이 훨씬 지난 지금을 보면 탈출했다 하더라도 죽은 게 확실합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상상이지만 놈이 기계일지도 모릅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마스터. 다른 건 다 빼고, 기계 따위가 마나를 사용하는 게 가능할까요? 마나는 생명체만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해리의 말이 맞습니다. 저도 기계를 만드는 드워프로서 기계가 마나를 사용할 수는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만 제가 고대에 해부해 본 골렘은 마나를 보조수단으로 사용했을 뿐입니다. 또 마나는 생명체에 반응합니다.”
“여러분이 염두에 두셔야 할 것은 기계와 생명체를 혼합한 존재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예전 상상물 중에 인간의 뇌를 꺼내 기계에 넣은 인조인간이란 상상의 결과물이 있었거든요, 제 생각에는 우주선과 현대엔 휴머노이드라 불리는 골렘을 만들 정도면 아마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럴 수가?!”
“오!”
‘혹시 기계 자체가 마나를 원할 이유는 없지만, 기계생명체라면 또 다르지 확실한 게 없는 지금은 염두에 두는 게 좋겠어.’
“인정합니다. 기계생명체라면 충분히 마나를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인정합니다.”
“생명체 말고, 마나를 필요로 하는 게 없나요?”
“흠, 마스터도 아시겠지만, 고대에는 여러 종류의 이종족과 몬스터가 있었습니다. 그중에 스펙터를 비롯하여 정신체가 상당수 있었습니다. 놈들도 마나나 생명의 근원을 필요로 했으니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요?”
“아, …정신체! 정신체는 전승의 기억에 있네요. 전승으로 받은 지식은 뚜렷한 키워드가 없으면 찾기 어려워서… 하하하, 그럼 놈이 탈출을 못하고 우주선에 남았다면 기계이거나 기계생명체, 정신체로 좁힐 수 있겠네요. 모두 동의하시죠?”
“예, 마스터 동의합니다.”
“그럼, 정리하겠습니다. 놈은 기계 혹은 기계생명체일 수도 정신체일 수도 있다. 저는 더 없습니다만 여러분은 혹시 더 있나요?”
“……”
대답도 없이 서로 눈길을 주고받는 걸 보니 더 없는 게 분명했다.
“그럼 다시 한 번 영상을 보며 확인합니다.”
“예, 마스터.”
우주선에 대해선 아무래도 영운이 더 많이 상상해봤기에 아공간에 들어가기 전에 꼭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영상을 통해 느낀 점은 길을 중심으로 공간을 배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통로였다.
무중력상태라면 조금 이해는 가지만 생명체라면 길을 중심으로 배치하는 게 당연했다. 한데 우주선은 전혀 달랐다.
공간마다 통로의 크기와 넓이, 위치가 제각각이었다.
용도를 짐작할 만한 곳은 생산 설비로 결론지은 곳과 온실, 유리로 된 건지 유사한 투명물질인지 모를 물질로 만든 캡슐형태의 유리관, 조금 밋밋한 벽이 모니터였다면 조종실로 보이는 공간과 길이 50m의 우주선과 수백 미터는 될 것 같은 우주선이 정박한 격납고 정도였다.
나머지는 모두 창고로 보였다.
이유는 창고마다 고장 난 골렘(휴머노이드)이 가득했다.
대충 잡아 만대는 되지 않을까
드래곤은 외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골렘(휴머노이드)을 수거해 아공간에 넣었다는 전승의 기억이 떠올랐다.
‘드래곤이 넣은 것이 확실한데 놈이 다 회수했나? 뭘 하려고 수거했지.’
수거해서 수리한 것도 아니고, 그냥 쌓아두려고 회수하진 않은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회수해야 할 게 있다고 생각했지만 더는 알 수 없었다.
‘혹시 연료를 회수하려고 했나?’
그나마 제일 합리적인 생각은 연료였다.
“정리해보겠습니다.”
1, 생명체는 분명히 있었다.
2, 우주선에는 찾을 수 없다.
3, 기계생명체, 정신체 혹은 기생형 정신체로 보인다.
4, 탈출했을 수도 있다.
5, 죽은 흔적이 없기에 숨었을지도 모른다.
“결국은 저희가 우주선에 들어가서 조심해야 할 것은 정신체라는 결론입니다.”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기계생명체라면 오히려 쉽게 제압할 수 있으니 정신체를 더 고려해야 합니다.”
기계나 기계생명체라면 가신만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고대라면 몰라도 에너지도 없는 놈을 상대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저는 더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 정신체를 방어할 수단을 마련하면 직접 우주선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위험합니다. 마스터.”
가신은 안 된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다만, 위험을 경고했다.
영운의 가신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
‘확실히 반대는 하지 않는구나!’
사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씁쓸했다.
처음 가신을 접한 영운은 상당히 위압감을 받았다.
다행이라면 가신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복종을 표했다는 것이다.
생소한 경험이었다.
영운은 마법사지만 솔직히 짝퉁 5서클 마법사다.
환상을 통해 몬스터를 사냥했지만 그건 마법의 사용법을 익히는 정도였지 실전은 아니었다. 한데 가신은 아니었다.
절대자인 가신은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첫 만남이 충격적이었지만 맹목적인 충성심에 곧 영운은 가신에게 매료(魅了)되었다.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타인과는 다르게 믿음이 점점 커졌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배신을 모르는 절대자가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간 가신을 자유롭게 해줄 생각에 방법을 찾은 것이다. 한데 가신과 맺은 피의 계약은 유일한 해제 방법은 가신의 죽음뿐이라니.
드래곤의 기억은 거짓이 없기에 안타까운 현실을 인정한 영운은 되도록 가신에게 결린 제약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
전승의 기억이 완전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망각을 모르는 드래곤이라서 인지. 아니면 일부러 제외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생략된 정보들이 많았다.
피의 계약도 마찬가지였기에 스스로 알아야 했다.
“꼭 직접 들어가셔야 합니까?”
“예, 여러분의 염려를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리고 위험이 있음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여러분이 저를 잘 보살펴줄 거라 믿습니다.”
“……”
자신들이 말려도 들어갈 것을 인정한 표정이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영운도 나름대로 확신이 있어서 하는 일이라 물러설 수도 없었다.
“그렇게 알고 준비해주세요. 그리고 잠시 외출을 다녀와야겠습니다.”
“예, 마스터.”
“너무 걱정하는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겠어요. 여러분이 걱정하시는 만큼 안전을 위해 에반과 메카 이렇게 두 분만 남기고, 모두 같이 들어가기로 했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그리고 다녀올 동안 준비를 서둘러주세요.”
“그럼 수행원으로 누굴 데려가시겠습니까?”
“음, 임무가 없는 분들은 모두 같이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영운은 머리도 시킬 겸 필요한 물건을 쇼핑하며 불안과 흥분을 달래고, 혹시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가족이 있는 집에 다녀왔다.
다행히 과거의 영운은 집에 없었다.
그리고 가신도 사회에 빨리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안심하게 했다.
* * *
1997년 10월 3일 아침
영운은 한결 편해진 모습으로 방을 나섰다.
가신의 보살핌은 좋았지만, 세숫물, 목욕시중, 문 앞에 항상 대기 등 지나친 편의를 경계하기 위해 그만둘 것을 원했다.
“에반 준비됐나요?”
“예, 마스터 차질 없이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럼, 30분 후에 각자 마지막 점검을 하고 모이도록 하겠습니다. 해산.”
“해산.”
영운도 에반이 건넨 장비는 두 종류였다.
하나는 로브였고, 다른 장비는 에어마법진이 새겨진 가죽 장갑과 가죽신이었다.
그동안 각자 자신이 쓰던 장비에 마법진을 추가했기에 영운도 레어를 나서며 골라둔 로드를 꺼내주고 외출했었다.
로브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가죽신의 발목 부분과 가죽 장갑의 손목 부분에 얇은 금속이 팔찌형태 달려 상당히 세련미가 돋보였다.
영운은 로브와 가죽 장갑, 가죽신을 착용한 후 던전의 중앙에 마련된 집합장소로 나갔다.
“에반, 아지즈 두 분 다 반지를 받았지요.”
“예, 마스터 아공간 관리자용 반지를 받았습니다.”
“두 분은 저희를 아공간에 넣고, 한 시간마다 확인하며 드래곤의 후손을 돌봐야 합니다. 잊으실 일은 없겠지만, 꼭 지켜주세요.”
“염려하지 마십시오. 마스터.”
“자, 진입합시다.”
“예.”
에반과 아지즈는 가신을 아공간에 모두 넣은 후에 영운을 아공간에 넣었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 작가의말
1권이 끝났습니다.
전작들보다 빠른 진행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과감한 내용 전개가 익숙하지 않아 보편적인 판타지로 보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다른 작품에서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 나름대로 저의 스타일과 작품세계를 꿈꾸고 있으니 언젠간 만들겠지요.
고맙습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