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 2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킁킁.
산을 내려오면서 영롱의 콧소리가 잦아지더니 급기야 말을 걸었다
“캬~옹.” - 킁킁 주인 답답해, 숲, 좋아.
‘참을 만큼 참은 거겠지… 뭐, 나도 편한 것은 아니니…’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현상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2년 브라질 리우환경회의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UNFCCC)이 154개국이 협약을 채택으로 시작은 했지만, 개발도상국을 자처하면서까지 시기를 늦추려고 할 정도로 쉬운 문제가 아니라 1997년 현재의 대기상태는 좋지 못했다.
특히 한국은 공업위주로 발전했기에 이 시기 전국적으로 매연이 심한 편이었고, 특히 서울과 안양은 인구밀집도가 지나쳐 도시는 스모그(Smog)로 몸살을 알았다.
“그래 알았어. 근데 혼자 돌아갈 수 있겠어?”
“캬~옹.”
“한 번 더 말하지만 절대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잡아먹으면 안 돼.”
“캬~옹.” - 영롱 착해.
영운에게 안긴 채로 머리를 세우고, 똑바로 보더니 지신이 착하단다.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좋아, 그리고 던전이 답답하면 근처를 네 영역으로 인정해줄 테니 던전 앞에서만 놀아.”
“캬~옹.”
“남들 눈에 띄지 말고 어서 가.”
“캬~옹.” - 감사, 주인.
영롱은 내려놓자 다리에 머리를 비비더니 쏜살같이 숲을 향해 사라졌다.
아직은 북악산 끝자락이니 쉽게 찾아갈 것이다.
영롱이 사자지는 것을 끝까지 본 후에 아직도 놀란 표정의 가신을 이끌고 빠르게 이동했다.
물론 가신이 신경 쓰였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임을 알기에 애써 무시했다.
조금 더 이동하니 가까운 곳에 북촌 한옥마을이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서 북촌 한옥마을을 통과하며 사람들에게 묻고, 을지로에 한 백화점을 찾았다.
“이곳은 백화점이라는 곳으로 만물상 같은 곳입니다. 사람이 많으니 조심하시고, 우선 옷부터 사기로 해요.”
- 예, 마스터.
“그럼 조심히 따라오세요.”
영운은 백화점 안으로 들어섰다.
‘손님이 별로 없네! 뭐 당연한가?’
1997년 초 한보철강 부도부터 시작해서 얼마 전엔 환율이 964원까지 치솟았다.
조만간 미국 투자기관 모건스탠리, '아시아를 떠나라.'라는 보고서를 띄우며 주가 500선 붕괴하게 되고 정부는 IMF에 도움을 요청한다.
영운은 이 일말의 사건 때문에 사회를 등졌기에 알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관련정보도 직접 알아봤기에 웬만한 학자보다 잘 알았다.
물론 편중된 지식이 많아 누구의 잘못인지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영삼이와 정부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이 10월 11일 이니 27일까지 아직 시간은 많아 빨리 하던 것을 마치고, 계획대로 시작하자.’
다시 한 번 생각을 점검한 후 백화점 안내표지판을 보고 의복코너에서 편한 옷과 일상복, 정장 등 다양한 옷들을 샀다.
물론 이 중에는 가신들이 고른 옷도 있었다.
“아지즈는 운동복을 사줄 테니 직접 마음에 드는 옷을 사서 입도록 하세요.”
- 예, 마스터 감사합니다.
- 마스터 저희도 마음에 드는 것을 사 입어도 될까요?
“그럴까요?”
‘한 벌씩 샀지만, 더 필요하겠지?’
“…좋아요. 쉬운 것부터 경험하기로 합시다. 따라오세요.”
화장실에서 각자 고른 옷을 갈아입고 영운이 준 돈을 가지고 쇼핑에 나섰다. 다만, 따라온 가신 중에 막내인 아지즈가 문제였다.
여자라 직접 옷을 사려니 시대도 시대고, 속옷을 사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 스포츠 매장에 들러 여성용 운동복을 사 입게 화장실에서 갈아입게 한 후에 직접 원하는 옷을 사서 입게 했다.
물론 아지즈를 따라다니며 꼭 사야 할 속옷코너를 가르쳐주는 친절은 잊지 않았다.
얼마 후 모든 가신이 자신이 원하는 옷을 사서 입고 모였다.
영운의 눈엔 촌스럽게 보였지만 나름대로 감각이 있었다.
“이제 컴퓨터란 기계와 텔레비전을 산 후 이동합시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습니다.”
“예, 마스터.”
사람이 적은 곳을 골랐지만, 백화점에 사람이 없는 곳이 있겠는가.
그나마 적은 곳에 모였지만 마스터란 말에 쳐다보는 이들이 있었다.
‘하, 앞으로 감수해야 할 일이니 빨리 잊어버리자.’
몇 가지 명칭을 권했고, 명령으로 강제하려 했지만, 피의 계약에 대한 제약인지 명령은 통하지 않았고,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단념했기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다만, 조그맣게 말하는 것을 보니 상황에 대처하는 것만도 다행이었다.
가전매장에 도착해 살펴봤지만,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다.
디자인도 마음 들지 않지만, 인터넷에 전속된 컴퓨터를 통해 느림을 직접 체감했다.
‘미래에서 온 게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어떻게 하나도 마음에 드는 게 없을 수 있지? 이래서 소설 속의 주인공이 사회를 발전시킨 걸까?’
설마 그런 일이 있었겠는가.
영운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운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특히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인이라면 느린 컴퓨터와 인터넷을 경험하고도 참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 될 거고 지금 영운이 딱 그 지경이었다.
애초 계획에 없었지만, 은연중에 ‘사회를 발전시킬까?’라는 갈등이 싹트기 시작했다.
‘어차피 마음에 드는 것도 없으니 대충 사가자.’
영운은 최신형 제품으로 골라 40인치PDP와 센스 600 노트북을 여덟 개 산 후 백화점을 나섰다.
백화점에서도 그러더니 밖에서도 시선을 끌었다.
모두 선남선녀에 외국인이라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것이다.
“어디를 가나 주목을 받네요.”
“그럼 저희가 숨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니, 싫다는 말은 아니에요. 다만, 조심하자는 거지… 흠, 앞으로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관광객이고, 전 여러분을 안내하는 가이드로 행동하는 것 말입니다.”
“저, 마스터 …굳이 그래야 합니까?”
“…뭐 굳이 남들 ‘눈치를 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의 신분이 없는 한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잘하면 제 얼굴로 못 돌아다닐 수도 있거든요. …뭐, 놀이라고 생각하시고, 그렇게 해주세요. 하하하.”
“끙.”
가전제품에 전기를 공급할 소형 발전기기를 구매하여 쇼핑을 마무리했다.
“가전제품은 마련했지만,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 접속이 어려운 관계로 서적을 통해 지식을 채우기로 했습니다.”
“예, 마스터.”
백화점과 달리 서점에선 싹쓸이했다.
한 가지 생각지 못한 장점이 생겼는데 가신을 외국인으로 알기에 달러를 편하게 쓸 수 있었다는 거였다.
영운은 이에 달러가 필요한 상황이 올 것을 생각해 마법사를 위한 수학 관련 서적뿐만 아니라 아지즈를 위해 요리 서적, 컴퓨터 관련 서적 등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모두 사게 됐다.
“저, 마스터 요리 서적에 담긴 요리를 하려면 요리재료도 필요한데…”
“아! 저야 환영할 만한 일이지요. 그럼 근처 재래시장을 털어볼까요. 이동합시다. 하하하.”
“와, 감사합니다.”
행인의 도움을 받아 근처 재래시장을 또 싹쓸이한 영운 일행은 귀가를 서둘렀다.
한데 그들은 손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짐이 없으니 놀러 나온 것 같네요.”
“저희는 이미 익숙해서 별 감흥이 없지만, 마스터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한데 현세는 정말 대단히 발전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마법도 없이 이런 성과를 이뤘을까요.”
“네, 맞습니다. 마법도 없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두 분의 말씀이 맞지만,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마법이 더 흥미롭습니다. 아마 고대와 달리 마나가 적어 마나를 이용하지 못했기에 이뤄낸 성과라 생각합니다. 대신 고대는 마나를 이용해서 가능했기에 과학이 발전하지 못했겠지요.”
그렇다. ‘고도로 발전한 과학은 마법과 다를 것 없다.’라던 어느 학자의 말은 대부분은 인정할 만하다. 어쩌면 대다수의 마법이 과학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아무리 과학이 고도화해도 이룰 수 없는 것들은 분명히 있다.
그중에 공간을 다루는 마법이 특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마법을 공개하는 일은 미리 막아야겠지? …그래 그러자. 한데 판타지와 일맥상통하는 고대는 도대체 뭐지?’
영운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소설지망생이고 판타지 독자로서 이미 익히 알고 있는 판타지 소설의 배경과 마법이 고대와 너무도 흡사한 것이다.
드래곤 총 로드를 만나고, 수련할 때부터 가졌던 의문이 지금 갑자기 색다르게 다가왔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어딘가에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이 있지 않을까? …나처럼 고대의 잔재를 접한 존재가 있다면 판타지 소설의 등장은 설명되는데 말이야. …혹시 이면에 숨어 있나? 어쨌든 더 조심해야겠어.’
영운은 마법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기로 하는 한편 소설처럼 세상의 이면이 있는지 조사를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기에 방법은 정하지 않고, 계획목록에 추가하는 것으로 그쳤다.
북악산으로 향하는 길에 마침 북촌 한옥마을이 있어 허름하지만 오래된 것은 설렁탕집에서 설렁탕에 깍두기를 맛있게 먹고, 북악산 던전으로 돌아왔다.
도착하자마자 드워프와 정령사에게 부탁해 안테나를 설치하고, 거실에 TV를 설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준비를 끝내고, TV를 켜자 40인치의 화면에 드라마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 “와~아.”
“환상마법인가? 어떻게 저런 작은 상자에 사람이….”
가신들은 쇼핑 중에 대강 말해준 것을 남아 있던 가신에게 말해주며 시끌벅적했다.
분위기가 좋았지만 영운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유는 안테나와 TV 사이가 너무 멀어서 신호가 약한지 노이즈가 있었던 것이다.
“못 볼 정도는 아니지만, 중간에 증폭기를 달기로 하고…”
심한 것은 아니지만 노이즈를 해결하려면 예전에 썼던 증폭기를 10m 단위로 추가하기로 했고, TV가 한 대라 하나의 채널밖에 못 보는 불편함이 있어서 두 개를 추가해 3개로 늘려야 했다.
“마스터 저 발전장치를 저희가 살펴봐도 될까요?”
드워프는 발전기뿐 아니라 TV도 관심을 뒀었다. 한데 발전기를 선택한 것이 발전기가 더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세요, 다만 하나를 더 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마스터.”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TV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기로 합시다.”
“좋습니다. 마스터.”
드워프가 맥주를 좋아한다던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공항 면세점에서 사둔 온갖 술과 맥주를 꺼내 나눠줬다.
“마스터 맥주는 뭐고, 이건 어떻게 마시는 겁니까?”
“아, 죄송해요. 그건 캔맥주라는 것으로 위아래가 있는데… 이 평평한 곳에 달린 이 고리 같은 걸 이렇게. 딸각.”
칙~ 소리와 함께 거품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따는 겁니다. 자, 모두 하나씩 들고 따보세요.”
“예, 마스터.”
딸각 칙~
배운 데로 쉽게 캔맥주를 땄다.
“자, 듭시다. 우리를 위해 건배.”
“우리를 위해 건배.”
드워프가 맥주는 좋아하는 건 맞는지 적당히 취하자 자신의 공간에서 보관 중이던 맥주를 꺼냈다.
한데 의외로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영운에게 적당하지 않았다.
어쨌든 영운과 가신은 각자 생각하는 미래를 기대하며 행복한 꿈에 빠졌다.
안주로 내놨던 것들로 배가 부르자 영운은 슬쩍 자리를 비켜줬다.
‘던전은 대충 정리했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야겠지 …한데 가신(家臣)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문제구나.’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드래곤의 후손을 확인한 후 침대에 누웠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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