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 1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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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네, 오야입니다.”
영운이 한창 가신과 바쁜 그 시각 일본의 내각정보조사실 실장인 ‘오야 붕’이 전화를 받고 있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전화한 자는 ‘하시모토 시다바리’로 총리를 맡고 있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뭐야? 아니, 실장 아직도 범인을 찾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나? 이 빠가야로.]
“……”
하시모토 시다바리 총리도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책임을 전가할 사람이 필요할 뿐이었고, 그 단계를 밟는 중이었을 뿐이다.
[그건 됐고, 정확한 피해규모는 나왔나?]
“예, 피해규모는 미국의 국채가
1, 미국채권 9,190억 달러(한화 1,087조 1,770억 원)
2, 달러 300억 달러
3, 금 154톤
4, 5억 5,878만 파운드, 7억1,462만 마르크 등입니다.
[아니 그렇게 많단 말인가?]
“그거 저, 그곳의 자금도 있었습니다.”
[…뭐, 그곳의 자금도 있었단 말인가? 하필…]
“그분이 가장 안전한 곳을 원하셔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둘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침묵에 잠겼다.
침묵은 하시모토 총리에 의해 끊겼다.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은 뭔가?]
“…시급한 게 한둘이 아니지만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미국의 국채입니다.”
[미국의 국채라 그렇지. 어떻게 방법이 있을 것 같나?]
“죄송한 말씀이지만 흔적도 없고, 인간이 한 일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에 포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신 비밀을 유지하는 한편 미국채권을 추적한다면 약간의 가능성은 있지 않겠습니까?”
[…휴, 미국과의 관계악화를 막으려면 당연히 비밀로 해야겠지 한데 추적한다고 찾을 수 있을까?]
“저도 확신할 순 없지만, 금과 돈을 가져간 것을 보면 외계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유가 있어서 가져갔을 테니 쓰지 않겠습니까?”
[흠, 필요하니 가져갔겠군! …좋아, 그렇게 하고 이번에 한국에 벌이던 일이 차질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나?]
“적당한 시점에 자금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금고가 털리면서 자금의 공백이 심합니다. 타격은 줄어들겠지만, 한국에는 나름으로 큰 타격이 될 테니 미리 회수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지, 공식적으로 벌일 수 없는 일이니 한국을 시작으로 영향이 적은 일에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게… 그리고 남은 기회가 한 번이라 것을 명심하게. 뚝.]
“……!”
찰카닥.
전화를 거칠게 내려놓은 오야 붕은 으드득. 이를 갈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시모토 네가 나에게 이런 수모를 주다니 두고 보자.’
영운은 자신이 벌일 일로 한국이 조금 더 빨리 어려워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영운이 가져온 돈 때문에 타격이 덜할지도 몰랐다. 아니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기에 아직 재단(裁斷)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서서히 미래는 알 수 없게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한데 사건을 벌인 당사자는 자신이 가져온 것이 얼마나 되는 지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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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운은 다음 계획을 위해 움직이고 싶지만 가신이 된 가디언들은 아직 준비가 덜 됐기에 가신이 언어를 익히기만을 기다리며 계획과 당장 필요한 것을 생각하는 중이다.
‘자, 돈은 구했고, 던전도 만들었으니 이제 가신을 가르칠 교육수단인가?’
영운이 계획하는 모든 일에 가장 우선은 가족의 안위와 영달이었다.
가족과의 상봉과 과거의 자신인 영운을 만난 후부터 은연중에 자신은 가족의 도우미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유는 둘의 공존이 힘들다는 데 있었다.
자신이 직접 보호할 수 없으니 가신을 파견해 지킬 생각이었다.
아직 방법을 정하지 못했지만, 과거의 영운이 폐업하게 될 1997년 10월 27일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기에 혼자 바쁜 것이다.
‘인터넷을 사용하고 싶지만, 아직 던전까지 끌어오기는 어렵고, TV를 설치할까? 그래 그러자.’
1997년에 인터넷이 가능하지만 던전으로 라인을 끌어오기는 어렵다.
물론 끌어올 수는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터넷은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의 집약체기에 추적할 수 있어서 설치하는 순간 의심을 받게 될 것이고 이를 알기에 인터넷은 포기했다.
TV는 공중파(지상파)를 사용하기에 안테나만 마련하면 시청이 가능하기에 TV를 설치해 간접적으로나마 교육하기로 했다.
영운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
가신들이 모두 언어를 습득한 후 보고를 위해 영운을 찾아왔다.
“마스터 언어습득을 완료했습니다.”
“예에!? 벌써요?”
“물론입니다. 저희 나름대로 몇 번의 경험이 있었기에 쉽게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마법사는 빨리 익힐 것으로 봤지만, 설마 모두 완벽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놀랍네. …허허 그리고 보니 벌써 한국어로 말하고 있잖아.’
영운은 증거가 있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벌써 한글을 거의 완벽하게 사용하시는군요. 발음이 좀 부정확하지만, 그거야 차차 나아지겠지요.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 마스터.”
“하면 영어나 일본어도 어떻습니까?”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교재와 사용을 동시에 한다면 곧 현지인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익숙해질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와, 이제 언어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아도 되겠군요. 저, 그리고 혹시 나중에라도 언어에 소질이 있는 분이 있다면 다른 언어도 익혔으면 좋겠습니다.”
“마스터 그건 제가 해보겠습니다.”
“에반이요?”
“제가 가디언 아니 가신 중에서 가장 오래 살기도 했지만 가장 많은 곳을 돌아다녀 봐서 언어에 익숙합니다.”
“아! 고마워요. 그럼 언어는 에반이 수고해주세요.”
‘이제 한시름 놔도 되겠지? 좋아 다음으로 넘어가자.’
생각보다 빠른 언어습득으로 다음 계획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늘 할 일은 쇼핑입니다.”
“쇼핑이요? 혹시 부족한 것이 있으십니까?”
“부족한 거라?”
주변을 돌아봤다.
드래곤이 쓰던 것들이 자리한 이후 어디 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중세라면 몰라도 여기는 현대가 아닌가.
“여러분의 노고로 부족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있는 곳이 현대고 현대를 살려면 현대의 생활에 맞는 물건이 필요할 겁니다. 무엇보다 제가 필요하니 따라주세요.”
“예, 마스터. 하면 누굴 데려가실 생각이십니까?”
“아! 혼자도 충분하지만, 말도 배웠으니 슬슬 세상경험도 필요하겠죠?”
“……”
가신들도 뭐라 대답하기가 곤란한지 아니면 명령을 기다리는지 대답이 없었다.
“…할 일은 후손을 돌보는 것뿐이니 데려가기로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모두 데려가자니 눈에 너무 띄고, 흠, 반이 좋겠습니다.”
“그럼 인원도 충분하니 집사인 제가 모셔도 되겠습니까?”
‘먼저 구경하고 싶은가? 하긴.’
집사로 주인을 모시는 건 당연하다.
다른 가신도 수긍하는 것이 반대할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좋아요. 그럼 에반이 공정히 정해주세요. …아! 아닙니다. 가위바위보로 해봅시다. 대신 깍두기도 데리고 가기로 하겠습니다.”
“……?”
의문이 가득한 가신에게 가위바위보를 가르치고 공정하게 승자와 깍두기를 데리고 북악산에서 내려가는 중이다.
가신들을 데리고, 북악산에서 내려오던 영운은 등산객의 반응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등산객의 눈과 행동은 미친놈을 보는 듯했다.
이유는 가신의 차림새가 고대에 입던 전투복으로 영운에게는 게임을 코스프레를 한 복장으로 보였지만 등산객의 눈에는 미친놈으로 보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1997년에 한국에선 코스프레는 미친놈으로 취급했다.
‘이런 큰일 날 뻔했네!’
가신과 영운의 만남이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같이 생활하다 보니 그만 익숙해졌던 것이다.
마침 아침이고, 산속이라 다행이지 도시의 한복판이었다면 뉴스에 나올 만한 일이었다.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어.’
영운은 급히 자리를 떠 인적이 없는 곳에 도달했다.
“다들 등산객의 반응을 봐서 알겠지만 이대로 내려갔다가는 모두 미친놈 취급을 당할 뿐입니다. 내려가는 대로 의복을 구하기로 하고, 인적이 없을 때 모두 무명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세요.”
“예, 마스터.”
모두 투명 마법을 활성화해 숨었다.
아티팩트가 없으면 아공간에서 꺼내주려고 했으나 가신의 업무가 지키는 일이라 투명마법은 기본이라는 말을 들었다.
모 소설에서는 투명 마법과 사일런스(Silence) 마법을 꼭 동시에 사용하는 거로 묘사하지만, 고대의 투명 마법은 단순히 모습을 감추는 것은 아니라 기척도 죽일 수 있다.
다만, 투명 마법의 범위가 좁아 자갈이나 풀이 스치는 소리는 몰라도 그 이상의 소음은 사일런스 마법이 필요한 건 맞다.
그렇다고 투명 마법이 시전자의 기운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시전자 스스로 기운을 감춰야 했다.
가신은 은연중에 기운을 감췄지만, 전투 중이 아니라 완벽하지는 않았고, 영운은 가신의 기운이 느껴졌기에 안심하고, 산에서 내려갈 수 있었다.
북악산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번화가에 도착했다.
한데 가끔 멈칫하던 가신의 기운이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
‘왜 멈췄지?’
가신이 있을 곳으로 예상하는 곳을 바라보고, 혹시라도 가신을 멈추게 할 만한 것을 찾아봤다.
주위를 살피자 가까운 곳에 30층 정도의 빌딩이 보였고, 북악산에서 내려오면서 봤던 작은 빌딩과 막상 바로 아래서 본 빌딩은 다를 게 분명하기에 이유를 충분히 짐작게 했다.
‘놀랄 만도 하겠지… 훗, 하지만 63빌딩을 보면 어떨까?’
영운은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빠르게 다가서고 있는 가신의 기운에 조용히 속삭였다.
“작게 말해도 다들 들리시죠?”
- 예, 마스터.
한꺼번에 텔레파시로 전음? 매직보이스로 대답을 하자 골치가 아팠다.
“모두 대답하니 정신이 없군요. 이럴 때는 에반만 대답해주세요.”
- 알겠습니다. 마스터.
“저기 높은 건물들이 놀랍지 않습니까? 저곳에 사람들이 살고, 일하고, 노는 장소들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란 것도 있고,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인공위성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저기 하늘 위 어디쯤에는 인간이 우주공간에서 실험하고 있답니다.”
- 아! 어떻게 그럴 수가?
‘의문을 갖기 하네!’
조금 전의 질문으로 수동적이지만 않다는 것을 알았다.
‘가능성은 있겠어! 언제까지 주인으로 있을 수는 없잖아.’
영운은 가신을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아니, 방법도 없다.
다만, 영운이 이렇게 고심하는 이유는 가신에게 자율적인 행동을 원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을 인지한 영운은 더 빨리 현실을 가르쳐 주고 싶어졌다.
인간을 아니 자신도 믿지 않는 영운이 위험한 생각을 하는 것은 모두 자신과 가신이 맺은 피의 계약 때문이다.
가신이 자유와 평등을 알게 된다고 해도 걱정할 일은 없다.
오히려 그렇기에 자유와 평등을 가르쳐주고 싶었고, 한정된 자유라도 누리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평소 사랑에 목말라했기에 가신을 가족처럼 대할 생각이었고, 가신도 자신을 가족으로 생각하길 원했기에 자유는 꼭 필요했다.
영운은 주는 대로 받는다는 것을 믿었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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