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던전 - 3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영운의 휴식 명령이 떨어지자 각자 자신의 아공간에서 주섬주섬 먹을 것을 꺼냈다.
나름대로 고대에 먹던 것이 풍족했는데 상당히 많았다.
꺼낸 것을 한데 모으더니 아지즈라고 자신을 소개한 가디언이 커다란 솥을 꺼내더니 드워프가 만든 화덕에 올리고,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와, 아지즈는 요리도 할 수 있는 건가?’
아지즈가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술과 술잔을 꺼낸 가디언이 머뭇거리더니 말을 걸어왔다.
“저, 주인님 저희 중에 식탁을 가진 자가 없습니다. 주인님의 아공간에서 꺼내와도 되겠습니까?”
“아! 각자 자신이 관리하는 반지가 있지요?”
“예, 동면하기 전에 저희가 나온 아공간반지를 관리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시면 따로 명하지 않는 한 이용하세요.”
“알겠습니다. 주인님.”
영운의 손에 끼운 일곱 개의 아공간 반지는 가디언이 관리하게 하였다는 내용이 전승의 기억에 존재했다.
‘전승의 기억은 방대하지만 다 정리하기 전에는 완전히 내 것이 되긴 어렵겠어. 뭐하나 힘들지 않은 것이 없으니 언제쯤 쉴 수 있을까?’
영운이 쉬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가디언들은 영운의 명에 따라 각자 필요한 것을 꺼내 던전을 장식하는 한편 왕국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긴 식탁을 꺼내 초대와 접시, 술잔과 술 등을 격식에 따라 내려놓았다.
“주인님 식전에 잠시 목을 축이십시오.”
“그럴까요.”
먼저 등장한 술은 포도주였다.
“음, 향이 아주 좋군요. 아지즈가 빠졌지만 기다릴 수도 없으니 미리 건배합시다. 자, 건배.”
“…건, 건배.”
눈치가 빠른 건지 고대에서 비슷한 게 있던 건지는 모르지만, 건배를 외치고, 함께 마셨다.
사실 영운은 몹시 술을 싫어했다.
아버지 탓에 온 가족이 술에 대한 트라우마(Trauma)가 생겼지만, 사회생활을 해야 했기에 강한 술을 제외한 맥주와 포도주는 적당히 즐겼다.
영운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필름이 끊어지도록 마셔봤고, 몇 번을 주변에 말해 공식적으로 밝히고 필름이 끊겨봤다.
때론 무척 싫어하는 놈과도 마셔봤고, 3일을 아무것도 못 먹을 정도로 먹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영운은 아버지 같은 경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아버지를 싫어하는지 모른다.
다만, 기억이 없다는 것만은 사실로 받아들였다.
이 경험이 적당한 음주는 심신을 풀어준다고 생각했고, 시골에서 살 때도 없는 살림이지만 한 달에 한두 번은 후배들과 술을 나눴다.
지금도 영운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비록 모두 목석 같지만 같이 할 수 있는 건 역시 좋네.’
영롱이도 영운 옆 바닥에서 생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다.
식탁 위에서 먹이려 했으나 가디언 때문인지 영롱이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내려와 영운의 의자 옆에 착 달라붙어 생고기를 뜯었다.
아마도 가디언에게 영롱의 식탁 위에서 하는 식사는 서열에 대한 도전으로 느껴졌나 보다.
‘서열은 중요하지… 그러고 보니 이미 자연스럽게 서열은 정리된 것 같네.’
사실 영운은 몰랐지만 가디언은 고대의 전투에 참가하면서 서열이 정해졌다.
아지즈가 제일 막내였고, 에반이 선임이며 나머지는 서로 존대하는 평등한 사이였다.
아지즈가 급히 만든 스튜를 나눠먹고, 거나하게 취해 영운은 그만 잠들고 말았다.
* * *
가디언에 의해 자신의 침실에 옮겨진 영운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레어에서 수련할 때부터였을 것이다.
‘혹시라도 빨리 익히면 빨라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꼭 필요한 수면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수련에 임했다.
수면 시간도 한 번에 2시간을 넘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와 과거로 회귀했음을 안 이후로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다.
그뿐인가.
보통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끊임없이 경험하는 느낌이라 정신적으로 아주 위험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맡은 바 임무와 가족에 대한 염려가 그를 쉬지 못하게 했고, 마법사가 되어 늘어날 능력과 영롱, 가디언이 이를 뒷받침해서 버티는 중이었다.
영운은 사실 지나치게 피곤했다.
정신적으로 아주 심각한 상태였기에 한번 잠이 들자 피곤이 풀릴 때까지 잠에서 깨지 못했다.
어쩌면 깨어나지 않고 싶었을지도 몰랐다.
같은 시간 가디언은 반대의 의미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들이 깨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문제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다는 것이다.
1억 년이 훨씬 지났다는 정령왕의 말이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을 게 아닌가.
깨어난 것은 다행이지만 다시 잠들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절대자도 쉽게 잠들지 못하게 했고, 여러 생각이 중첩돼 잠들기 어렵게 했다.
그래도 우선 깨어났다는 것에 안도했고, 좀 모자라 보이는 주인이지만 고마움이 상대적으로 컸기에 충성심이 덩달아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다.
좀 모자라 보이던 주인이 은인으로 바뀌었고, 차차 적응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들의 염원이 이뤄질 거라 믿었으며 자신과 주인, 그리고 드래곤의 후손을 위해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하는 결과를 낳았다.
영운은 이틀이 흐른 후에야 깨어났다.
“아~ 잘 잤다.”
영운이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에반과 아지즈가 들어왔다.
“주인님 세안(洗顏)하세요.”
“허허, 이런 건 저 혼자 해도 되는데….”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서 행하게.”
“예, 에반님… 자, 주인님 어서…”
아지즈가 씻기려 하자 급히 말렸다.
‘아, 이런 난감하네! 그래도 안 되겠어,’
“아, 스톱… 그만, 물을 떠 오는 것까지는 좋으나 세수를 직접 하겠습니다. 물론 목욕도 앞으로 쭉 혼자 하겠습니다.”
“예, 주인님.”
‘휴, 그래도 다행히 명령에는 잘 따르니 좋네.’
가디언은 명령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충실히 임했다.
가디언에 영운이 가는 어디에든 계속 따라다녔지만, 여러 가지 명령을 남발하며 세수와 볼일을 마친 후 안내되는 동안 던전이 드래곤의 레어처럼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도착한 식당엔 잠들기 전에 본 커다랗고 길쭉한 식탁이 더 화려하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식탁 위엔 종류는 많지는 않지만 풍성한 양의 음식이 놓여 있었다.
“와, 아지즈가 다 만들었나요?”
“예, 마스터 노력은 해봤지만, 입맛에 맞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오, 아지즈 고마워요.”
“아닙니다. 주인님 에반님이 시켜서 했을 뿐입니다.”
“아! 그래요. 그래도 수고하셨어요. 자, 모두 앉아 듭시다.”
영운의 명에 모두 식탁에 앉았다.
한데 영운이 잠들기 전의 자리와 또 같았다.
‘서열이 확실히 정해진 거 같지 에반이 선임 같고, 아지즈는 막내 나머지도 알게 모르게 조금은 차이가 있나 봐.’
아지즈의 요리는 일품이었다. 다만, 향신료를 사용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요리사로 임무를 수행해도 됨을 알았고, 아예 주방을 맡길 생각이 들었다.
음식은 마음에 들었으나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특히 영운의 자리가 동떨어진 느낌이라 커다란 식탁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에이 왕과 신하도 이처럼 조용히 먹진 않을 텐데… 거의 상갓집 수준이야 아니 상갓집이 오히려 시끌벅적하지.’
앞으로 명령이 익숙한 가디언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했다.
영운은 식사를 마친 다음 후손을 보러 갔다.
시공간마법진이란 변수가 얼마나 적용했는지 모르기에 언제 깨어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항상 지켜볼 존재가 필요했다.
“아무래도 후손의 변화를 감지하려면 번갈아 한 명씩 번을 서야겠어요.”
“예, 주인님의 말씀대로 번갈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주시고, 앞으로 우리는 한 가족처럼 살아가게 될 겁니다. 그리고 각자 임무를 내려줘야겠지요. 흠, 우선 가장 연장자인 에반이 집사장을 맡아주시고, 아지즈는 나중에 요리사를 구하기 전까지 요리사를 맡아주세요. 다른 분들은 아직 특기를 모르니 천천히 생각해봅시다.”
“영광입니다. 주인님.”
“참, 우리가 지금까지 고대어로 소통해서 대화에 문제는 없지만, 현대에서는 현대의 말을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주인님.”
‘앞으로 사회에서도 생활할 텐데 주인님은 조금 그렇지 않나? 가디언도 그렇고… 아!’
“여러분은 앞으로 제 명을 수행하기 위해 사회에 나가야 합니다. 한데 여러분이 많은 사람 틈에서 제게 주인님이라고 하면 남들이 들으면 절 죽일 놈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주인님보다 마스터로 불러주시고 가디언도 가신이라고 부르겠습니다.”
“……”
가디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이상한가요? 하지만 할 수 없어요. 혹시나 사회를 경험하고도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저희만 있을 때 그렇게 하세요. 당장은 명령이니 따라주시고요.”
“예, 주.. 마, 마스터.”
“예, 마스터.”
에반을 시작으로 기억하려는 듯 모두 복명복창했다.
“저는 리드메모리를 준비해야하니 서로 볼일을 보세요.”
“예, 주, 마스터.”
리드 메모리는 두 가지 상황에 쓰였다.
하나는 직계나 마법사의 제자를 키울 때 쓰였다.
그렇다고 아무나 기억을 전이해주는 건 아니었다.
상대방이 평범한 사람일 때는 많은 재물과 준비가 필요했기에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 영운이 하려는 것은 같은 방법이지만 대상이 된 자가 가신과 같은 절대자들이라면 상황은 달랐다.
절대자나 마나를 능숙하게 다루는 자는 직접 수정구에 담긴 지식을 얻을 수 있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다른 하나는 적이나 봉인된 기억을 알아야 할 때 사용했다.
이때는 상황에 따라 다른데 리드 메모리는 인간을 백치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유는 원래 리드 메모리는 타인의 기억을 뽑아내기 위해 개발된 마법이라 처음에는 한꺼번에 대상의 두뇌를 활성화해서 수정에 담았다.
그 결과가 백치였다.
간혹 정신력이 뛰어난 이는 오히려 두뇌가 활성화돼서 천재가 될 때도 있었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뜻밖에 유용성이 입증된 후 안전한 리드 메모리가 만들어졌고, 마법사가 제자를 가르칠 때 주로 사용했다.
영운은 가디언들이 꺼내놓은 털이 복슬복슬한 모피 카펫에 앉아 그동안 자신이 익혔던 한글, 영어, 일어를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한글을 시작으로 영어, 일본어 순으로 점점 더 어려웠다.
영어는 평생 배웠고, 군대에서도 사용해야 했기에 조금 났지만, 일본어는 중급까지 배운 후 쓸 일이 없어서 다 잊었기에 절대 쉽지 않았다.
차근차근 진행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기억의 도서관에 세 언어를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미리 마련된 수정구에 리드 메모리와 한 쌍인 기억전이마법을 이용해 기억을 수정구에 담았다.
“휴… 끝났다.”
완성한 수정구를 들고는 가디언을 불러 모았다.
“이 수정구에는 세 가지 언어가 들었습니다. 하나는 저의 모국어인 한글, 다음은 지금은 지구라고 불리는 이 행성에서 가장 대중적인 언어인 영어 그리고 내가 항시 적국으로 생각하는 일본입니다. 모두 익히세요.”
“예, 주이.. 마스터.”
“여러분이 잘 해주셔야 빨리 사회로 나갈 수 있으니 잘 부탁합니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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