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던전 - 2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영운은 주변을 살피다 거대한 바위에 시선을 멈췄다.
‘나름 꽤 고난도의 공사가 되겠지만 거대한 바위 속에 던전을 만드는 게 제일 안성맞춤이겠지?’
상상으로 생각만 해도 근사한 던전이 그려졌다.
아마 누구도 누릴 수 없는 호사가 될 거로 생각하며 미리 계획한 대로 던전을 만들기 위해 일곱 아공간반지에 잠들어 있는 가디언을 꺼냈다.
각각의 반지에 두 명의 가디언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투명기둥에 잠들어 있었는데 이 투명한 기둥의 이름은 아이스크리스털이다.
머리 쪽에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저 마법진을 통해서 주인인식을 위한 피의 계약과 해동이 동시에 이뤄지게 된다.
영운은 거침없이 아이스크리스털에 새겨진 마법진에 한 방울의 핏방울을 흘리고, 연이어 마나를 흘려보냈다.
아이스크리스털 한 개에 매직 미사일을 만들 정도의 마나가 필요했기에 거침없이 열네 개의 아이스크리스털은 깨웠다.
생명을 다루는 마법이라 치밀하게 설계됐기에 한 시간을 기다려야했다.
영운은 지루한 시간을 영롱이와 놀며 기다렸고, 50여 분쯤 지나자 오른 쪽 약지 손가락에 찬 아공간반지에서 꺼낸 가디언이 깨어났다.
정신을 수습하는 거로 보였고 그 후로 하나둘씩 깨어났다.
가장 먼저 깨어난 자가 영운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더니 고개를 조아렸다.
“엑스 주인님께 인사 올립니다.”
솔직히 영운은 주인님이라는 말과 고고한 기운에 놀라야 했다.
‘드래곤 총 로드는 유령이라 심하지 않았는데… 가디언이 절대자라 그런가? 아주 대단한 기센데.’
기세에 눌렸지만, 전승의 기억들이 떠올라 겁먹지는 않았다.
그래도 놀란 심장을 진정시키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가디언에게 소용없다는 것을 영운은 아직 몰랐다.
“흐흠, 주인님이라는 말이 익숙하진 않지만 반가워요.”
“존대는 주인님께 어울리지 않는 언어입니다. 말을 놓아주십시오.”
“하하하, 좀 봐주세요. 제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명이시라면 따르겠습니다.”
‘하, 명령이라… 할 수 없지.’
“…예, 당분간 말투는 접어둡시다.”
“옛, 주인님.”
두 번째로 깨어난 가디언이 다가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가디언 1호 주인님을 뵙습니다.”
“예? …이름이 1호인가요?”
“…따로 있습니다만 로드께서….”
드래곤마다 성격이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다른 생명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기억과 함께 유독 심한 드래곤도 있었다는 내용의 전승기억이 떠올랐다.
“아! 떠올랐어요. 드래곤이 현명하지만 오만한 면이 있었다지요. 하하하. 앞으로 모든 가디언은 모두 자신의 이름을 다시 사용하세요.”
쑥스러움이 과장된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었지만 영운은 몰랐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끙, 주인님은 적응하기 쉽지 않겠는데요. 듣게 되면 온몸이 오글거려서… 하하하.”
“……?”
영운은 계속 깨어나는 열네 명의 가디언의 인사를 받았다.
주변에 소음제거 마법을 시전해뒀지만 열네 명이나 되기에 들킬까 봐 약간 겁이 났다.
다행히 가디언 중에 7서클과 8서클의 마법사가 있어서 다시 걸어줬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가디언이 참 다채로웠다.
‘휴, 몬스터가 아닌 게 다행인가? 흐흐흐.’
1번 아공간: 키메라(X), 인간(리처드)
2번 아공간: 드워프, 인간
3번 아공간: 드워프, 엘프
4번 아공간: 엘프, 호빗
5번 아공간: 늑대인간, 인간
6번 아공간: 엘더벰파이어, 늑대인간
7번 아공간: 엘프, 인간
모두 인간은 아니지만 겉으론 인간처럼 보여서 대행이라고 생각하는 동안 가디언이 인사를 마치고, 지근거리에 시립 영운의 명을 기다렸다.
한명씩 대할 때와는 확연히 차이나는 압도적인 기운이 풍겨왔다.
‘휴, 대단해 여러 가지 이유로 드래곤에게 굴복했지만, 절대자는 저런 것이구나!’
영운은 대단한 가디언을 종으로 부리게 되어 약간 두렵고, 부담스러운 기분이 드는 반면 한편으론 뿌듯했다.
‘저들이 내 종… 아니, 가신이 된 거란 말이지.’
대단한 가디언을 가신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자 자신도 절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영운을 자극했다.
짤막하게나마 현실을 말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영운은.
“솔직히 제가 여러분의 주인이 된 것은 제 뜻도 로드의 뜻도 아닙니다. …그저 우연이었습니다. 어쨌든 여러분을 뵙고, 어쩔 수 없이 마법으로 주종의 관계를 맺었지만 당장 무엇을 결정하거나 명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여러분은 고대와 엄청나게 차이가 생긴 현대를 알아야 하고, 저는 저대로 바쁘거든요. …그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안식처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북안산 아래로 보이는 청와대를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곳은 청와대로 고대로 치면 왕궁입니다. 물론 상징적인 의미일 뿐 이제 왕은 없습니다. 나중에 현세의 정세를 따로 배우기로 하고,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이곳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과 마법이 없는 세상이라 이곳에 던전을 만들도 들킬 염려가 적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임시 거처를 만들 생각이니 도움을 주세요.”
“예, 주인님.”
가디언은 영운의 말이 끝나자마자 던전을 만들 위치를 묻고는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험이 많은지 서로 몇 마디 주고받더니 먼저 마법사가 나섰다.
마법을 익힌 가디언은 모두 세 명이었다.
먼저 남자 엘프인 ‘해리 하트’다.
그는 정령이 대게 정령을 위주로 마법이나 검을 다루는데 특이하게도 셋 모두 통달해 유일무이한 자로 정령은 최상급까지 계약했고, 검은 마스터 나머지 마법은 7서클에 올랐다.
그의 종족이 그린 드래곤에 의탁하는 대가로 대대로 가디언을 이어왔는데 마지막 가디언이 되었다.
다음은 ‘페릭 오너’란 인간이다.
인간이 오를 수 없다던 8서클에 오른 인첸트(enchant) 학파의 마스터로 그의 능력을 높이 산 주얼리(Jewelry) 드래곤 로드가 끈질긴 권유와 협박 아닌 협박에 마지못해 가디언이 된 남자로 드래곤의 약속에 따라 가르침을 받아 8서클을 마스터했고, 드래곤을 제외한 아티팩트를 가장 잘 만드는 대단한 자였다.
마지막으로 가디언 중에서 가장 오래 산 존재로 엘더뱀파이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뱀파이어와 다른 존재로 블랙드래곤이 잡아 회유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폭주하던 그를 블랙드래곤이 제압해 동질감으로 설득한 끝에 가디언이 되었다.
드래곤 사이에 블랙드래곤을 사랑했다는 소문이 돈 적이 있는 존재로 모든 것을 마스터한 올 마스터다 드래곤과 맞먹을 정도로 대단하지만, 그 실체를 본 자는 아무도 없다고 한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르겠지만, 남성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에반 레이첼 후드’까지 나서서 인첸트학파의 마스터인 ‘페릭 오너’가 주축이 환상마법진을 제작하고 있다.
영운도 상의할 때 옆에 있었기에 아티팩트 마스터인 페릭과 그 일행이 설치하는 환상마법진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수련에서 접하지 못한 내용이라 색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뭘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내 적성과 맞는 것 같아.’
가디언이지만 모두 각자의 아공간과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었다.
전승의 기억은 드래곤과 세상에 대한 진리가 담겨 있었지 세세한 일상과 같은 그런 지식까지 있는 게 아니었다.
영운은 각자의 아공간과 아티팩트를 통해 드래곤이 개인의 물건을 건드리지 않았거나 자주 일을 시켰기에 재료를 나눠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영운이 지켜보는 가운데 환상마법진이 완성되었다.
다음으로, 나선 이들은 정령사였다.
정령마검사인 ‘해리 하트’가 다시 나섰고, 여자 엘프인 ‘가젤 엘로트’와 ‘릴리 M’ 그리고 여자 호빗 ‘로레타 린치’가 나섰다.
가젤 엘로트가 정령검사라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셋은 모두 정령만 익힌 여성이었다.
모두 땅의 정령을 불렀다.
정령친구가 나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모두 한 존재의 등장에 놀라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공간을 넘어온 한 정령에게 모두 제압되었기 때문이다.
- 오랜만이군. 계약자여.
“아! 예, 오랜만이에요. 한데 이거 어떻게 된 건가요?”
‘가젤 엘로트’의 노아스였다.
- 아직 모르나? …아니 모를 수도 있겠군! 고대의 이종족이 봉인된 지도 대충 1억 년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난 계약자와 계약할 때 최상급 정령이었고, 지금은 정령왕이 된 것뿐이지. 어쨌든 다시 만나서 반갑다. 친구여… 앞으로 우리 정령이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전처럼 다른 정령을 잘 부탁한다.
“그, 그럴게요.”
‘가젤 엘로트’가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스러워했다.
- 정령력이 달려서 힘들 것 같으니 간단히 말하고 돌아가겠다. 친구여 기존의 정령들이 다들 최상급 정령이 되었으니 그렇게 알고 새로 계약하길 바란다. 반가웠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하길 마지막으로 친구에게 축복을 내린다.
“예, 다시 볼 수 있길 바랄게요. 친구여 안녕히.”
“저기 저희 친구들은 어떻게 됐나요?”
엘프인 ‘해리 하트’와 ‘릴리 M’ 그리고 호빗인 ‘로레타 린치’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노아스가 떠나기 전에 질문했다.
대게 정령사들은 정령을 친구로 지내왔다.
엘프는 모두 그랬고, 호빗도 대개 그랬다.
호빗이 특이한 것은 거의 땅의 정령을 기본으로 계약하고, 물이나 물의 정령과 계약한다.
그리고 화염의 정령은 극히 드물다.
- 아, 세 친구는 정령계의 법칙에 따라 자연으로 돌아갔다. 세 친구를 대신해서 너희에게도 축복을 내리겠다. 그럼, 안녕히.
땅의 정령왕 노아스는 축복과 함께 한마디 인사를 남기고 사라졌다.
넷의 정령사는 침울한 듯 넋을 놓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정령왕의 등장과 기운에 제압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드래곤의 가디언이라는 특수한 존재들이라 빨리 극복했지만 이번 일로 시간의 흐름을 인식했고, 세월의 흐름을 확실히 체감했다.
영운도 정령왕으로 인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경험이 이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지만, 모두 주인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령사들은 다시 등급별로 정령과 계약을 했다.
다행이라면 노아스가 말한 대로 고대에 계약한 하급 정령이 모두 최상급 정령이 되었다는 거였다.
계약완료 후 던전은 빠르게 진척되었다.
땅의 정령을 이용해 동굴을 만들어 들어간 순간 거대한 동공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드워프가 나섰다.
남자 드워프 ‘빌더 칸’과 여자 드워프 ‘메카 기간티스’였는데 빌더는 건축과 무기제조에 조예가 있고, 메카는 아티팩트와 금속공예에 조예가 깊다.
처음에는 구분이 어려웠으나 특징을 듣고, 알 수 있었다.
여성이 조금 더 뚱뚱하고, 가슴이 약간 볼록했다.
그 정도로 비슷했다.
특기는 분명하지만 그래도 둘 다 기본적인 건축소양은 있는지 네 명의 정령사에게 각자가 원하는 것을 주문해 던전을 완성해나갔다.
네 명의 정령사로 인해 진척이 무척 빨랐다.
경험이 정말 많은지 원하는 수치와 모양을 정확히 만들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동공이 마련됐고,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는데 드래곤의 레어와 유사한 던전으로 급격히 변모해갔다.
영운이 명한 지 체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주인님, 임시라고 말씀하셔서 공사를 멈췄는데… 점검(點檢)하시겠습니까?”
“그럴까요?”
공동은 농구장만큼 넓어서 좋고, 창고도 4개라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물길을 뚫었는지 작은 물줄기와 옹달샘이 있었고, 화장실은 아티팩트로 제작된 것을 꺼내놓아 냄새가 나지 않을 것 같아 좋았다.
한데 침실과 방이 없었다.
영롱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영운의 품을 떠나 던전을 이곳저곳 쏘다녔다.
“드래곤의 후손이 머물 곳과 각자의 침실이 없네요.”
“아! 저희는 머물 공간은 따로 만들겠습니다.”
“아니에요. 고대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현대에서 생활하려면 현대의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제 방과 각자의 방을 인원수만큼 만드세요. 그리고 후손이 머물 곳을 제일 안쪽에 만들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주인님.”
영운은 일곱 개의 알과 마나직접진이 새겨진 아티팩트를 꺼낸 후 칠각형으로 배열해 놓고, 비슷한 형태를 만들어 줄 것을 원했다.
빌더가 아티팩트를 가지고 가서 후손이 머물 곳을 만들었고, 메카는 영운의 방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가디언의 침실을 만들었다.
뒤늦게 생각난 목욕시설을 부탁한 후에야 완성했다.
“수고하셨어요. 자, 드래곤의 후손을 들고 따라오세요.”
“예, 주인님.”
모두 한목소리로 외치더니 아직 알인 후손을 들고, 졸졸 따라왔다.
영운은 가장 안쪽에 위치한 후손의 방으로 왔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드래곤의 후손이 안전히 부화하는 것입니다. 빌더가 배열해 놓은 아티팩트에 후손을 올려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아공간에서 마나석을 모두 꺼내 내려놓았다.
“마나석을 다닐 길을 제외하고, 바닥에 놔주세요. 그리고 빌더는 던전 밖으로 마나가 빠져나가지 않게 단속을 해주세요.”
영운의 말에 따라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여 임무를 완수해갔다.
후손을 위한 준비가 완료되자 흐뭇한 미소를 짓고, 방을 나섰다.
따라나오는 가디언을 보고.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쉬기 전에 뭐 좀 먹읍시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 작가의말
1억 년을 인간은 백악기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1억 년을 지난 그것도 훌쩍 넘은 것으로 대충 얼버무렸습니다.
너무 멀게하자니 그것도 좀 그렇더군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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