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 3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영운은 오랜만에 행복한 꿈을 꾸다 깨어났다.
물론 꿈이라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가슴이 따듯했던 것 같고, 웬 여자가 기억났지만, 그도 정확하진 않았다.
다만, 벗은 여자를 꿈에서 본 기억이 났다.
‘하, 벌거벗은 여자가 나오는 꿈이라…흐흐흐.’
행복했던 꿈과는 달리 기분이 씁쓰름했다.
자신이 아직도 이성을 원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예전과 다르게 가진 것도 많고, 여자들이 환장하는 백도, 스타일과 의상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했다.
BMW를 많이 몰고 다니지 않았지만, 간혹 신호를 기다릴 때 지나는 여자들이 눈여겨보는 시선도 느꼈으니 아마도 외제차에 명품으로 도배하면 따르는 여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키지 않았다.
영운은 운명적인 사랑을 꿈꿔왔고, 외적인 조건이 아닌 내면을 이해하는 슬기로운 여자를 원했다. 아마 이 신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랬기에 여자와 특히 조건을 우선시하는 한국여자와는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지도 몰랐다.
이런 생각이 굳게 된 것은 예전에 봤던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그 프로그램은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 여인들이 나와 자신들의 생각을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인데 그들의 보편적인 생각은 남자가 능력이 없더라도 자신이 좋아하고, 서로 사랑한다면 결혼한다는 가치관을 듣고부터였다.
한국여자들은 서구의 자유 분만한 사랑을 원한다고 말로는 하지만 결혼과 사랑은 전혀 별개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점점 더 그 세가 커져 관념화됐다고 생각하는 영운이다.
한때는 한참 국내에서 인기였던 국제결혼 상대국인 우즈베키스탄에 갈지 말지를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이도 사랑을 우선했기에 순간의 갈등으로 끝났다.
‘아래쪽에 뿌듯한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도 지겹고, 나중에 뭔가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어.’
객쩍은 생각을 떨쳐버린 영운은 평소에 하던 것처럼 문을 열어 환기하면서 라면을 끓어 허기를 해결했다.
아침 커피를 마시며 짐을 종류별로 따로 구분해 모아뒀고, 시계를 보니 대략 오전 9시쯤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시 커피믹스를 타 마시며 쉬는데 열린 문으로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영업하지 않습니다. 손님.”
영운은 자신이 말을 하는 순간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쫓기는 놈이 문을 대문짝만큼 열어놓고 뭐하는 건지. 제발 그놈들이 아니길…’
“임영운 님이십니까?”
영운의 바람과는 달리 영운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 손님은 확실히 아니었다.
‘이크 끈질긴 놈들…’
“맞습니다만 뉘신지?”
“그건 그렇고 만나뵙기 참으로 어렵습니다.”
“객쩍은 소리하지 마시고, 뭐하는 분들인데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아따 형님이 물으시면 대답해야 하는 거 아냐?”
덩치가 큰 놈이 성을 내며 윽박질렀다.
“뭐요?”
“아그야 그만 해라 우리에게 기부하실 분이지 않으냐”
“하하하, 형님 그렇죠! 잘 모셔야 할 분이신데 제가 잠시 흥분했습니다.”
“…….”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격이라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다.
“하하하, 전 희망자선단체에서 나왔습니다. 여기 명함입니다.”
웬만하면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는 생각에 명함을 받았다.
“희망재단이라? 알았소 살펴볼 테니 올바른 단체라면 후원하리다.”
“하하, 이거 참 그럼 지금 한 푼도 못 주겠다는 거요? 이렇게 수고했는데?”
“내가 당신들을 어떻게 믿고 돈을 준단 말이요. 내 알아보고 기부할 생각이니 그만 나가주시오.”
“아니 이런 놈이 있어 형님 제가 손을 봐도 되겠습니까?”
덩치가 영운의 앞으로 나서며 겁을 줬고, 마른 놈은 생각하는 척했다.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당신들 지금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나 보지?”
“……?!”
주변을 둘러보다 감시 카메라를 발견한 놈은 뒤로 물러났다.
“그냥 가는 게 좋을 거요. 그래도 알아는 보고 좋은 곳이면 기부는 할 생각이니…”
‘물론 하는 행동을 보니 좋은 놈들 같진 않지만.’
머뭇거릴 때, 문으로 후배가 들어왔다.
짐을 창고에 넣기 위해 나온 것이다.
“형님 이분들은 누구세요? 혹시 짐을 나를 분인가요?”
“……?”
놈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결정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았다.
감시 카메라도 있고, 후배의 등장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다물었다.
“…아니, 기부해달라고 찾아왔데.”
“그래요? 오늘 짐을 옮기기로 했는데… 지금 할까요?”
후배도 눈치는 있는지 오자마자 짐을 옮기자고 했다.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라고 당장 승낙했다.
“그러자.”
놈들은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스스로 밖으로 나갔다.
뭔가 쑥덕이더니 어디론가 전활 했다.
후배 덕분에 상황을 쉽게 모면한 영운은 짐을 나르며 놈들을 살폈고, 시간을 끌면 인원이 늘어날 거란 생각해 후배에게 조용히 상황을 말한 후 짐을 옮기는 것을 보고 다가오시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새로 들어설 건물의 사용처에 대해 설명했다.
뜻밖에 반응이 좋았다.
4층에 생길 호프집을 연회용으로 빌려주겠다는 내용이 마음에 드신 것 같다.
영운은 뜻하지 않게 어르신들의 호위를 받으며 BMW에 올랐다.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마친 동시에 빠르게 시골을 떠났고, 목적지와 정반대로 향한 후 전처럼 내키는 대로 방향을 틀어 만약을 대비했다.
그만큼 BMW는 쉽게 눈에 뛰었다.
영운은 한참 후에야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개인제트기가 있지만 조종사가 비행기를 내려놓고 사라졌으니 적당한 조종사를 구해야했기 때문이다.
‘목숨을 맡길 조종사를 마구 뽑을 수도 없고, 이번만 참으면 다음엔 G650을 탈 수 있을 거야.’
매번 김인문 변호사에게 부탁하기도 그래서 직접 조종사를 구인하기로 한 영운이다.
젊어서 업무차 홍콩을 자주 다녀왔기에 익숙하게 티켓팅을 한 후 짐을 먼저 보냈지만, 시간이 남아 면세점을 둘러보기로 했다.
사업이 망하기 전에 홍콩을 자주 다녀왔기에 익숙했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선지 품목은 물론 규모도 상당히 늘었다.
‘특별히 사고 싶은 건 없네!’
탑승을 위해 게이트로 진행하던 중 한 보석상점에서 다시 빛나는 보석을 보게 됐다.
모든 보석이 빛나는 건 아니었기에 소요산 연구소에서 겪은 일이 헛것이 아니란 결론을 얻었다.
빛나는 것과 빛나지 않는 것을 꼭 집어 물어봤다.
“이것과 이것의 차이점은 뭐죠?”
“아! 비슷해서 그러시는군요. 이것은 큐빅이고, 이건 다이아몬드입니다.”
“아!”
점원에게 물어본 결과 빛나는 것이 다이아몬드라는 걸 알았다.
또 하나 보석의 색에 따라 빛과 느낌이 달랐다는 것이다.
‘왠지 친근한 게 느껴지는 걸 봐선 내 몸에 들어온 기운과 같은 것 같지?’
어떤 보석은 따듯하고, 어떤 것은 시원했다.
다른 느낌도 들지만, 정확히는 가늠할 수 없었다.
영운은 판타지 소설 광이라 소설에 나오는 마나석이 떠올랐다.
‘소설의 마나석이 내 느낌과 상당히 비슷한데…’
[제주행 000편 비행기에 탑승할 고객님은 0번 게이트로 와주십시오.]
영운의 예상이 맞던 틀리던 지금 당장은 소용없는 부분이지만 영운은 확신했다.
‘내 몸속의 기운을 늘리는 데 보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 사고 싶어도 쓸만해 보이는 게 없으니 나중에 큰 게 박힌 걸로 사자.’
나중을 기약하고, 제주도로 향하는 항공기에 올랐다.
프레스티지석(비지니스석)은 전용 탑승창구가 따로 있어 대기시간 없이 탑승할 수 있었다.
돈의 위력인 이런 소소한 것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알고 보니 탑승 전에도 공항내의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옆 손님들의 대화를 듣고 알았다.
비행기내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홍콩을 왕복할 때 이코노미를 주로 이용했다.
3시간 여행이라 크게 불편하지 않았는데 프레스티지석(비지니스석)을 경험하고 나면 아마도 무적 비좁게 느껴질 거 같다.
그만큼 프레스티지석(비지니스석)은 돈값을 했다.
우선 무척 넓었고, 다리는 쫙 펴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앞뒤가 여유로웠다,
또 잡지, 좌석, 다리는 쫙 편 후 올려놓을 수 있는 받침 등 인간공학적인 설계가 갖춰져 있었다.
물론 컵을 올려둘 공간도 따로 있었다.
‘이러니 돈, 돈 하지… 에이, 자본주의가 다 그렇지 뭐.’
영운은 1시간도 못 되는 비행을 자기도 뭐해서 넓기도 해서 윈스 최에게 받은 잡지를 꺼내 들었다.
자동차 잡지는 2015년과 2016년형 차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그중에 자신이 받게 된 ‘라이칸 하이퍼스포츠(Lykan Hypersport)’가 있었다.
유산을 받기 전에 나온 영화라 불법으로 봤었고, 기억에 남을 차였기에 아주 세세히 살펴봤다.
부분을 살피며 직접 몰 때를 상상했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런 기내식을 안 주는 건가?’
촌놈 티를 낼 수는 없기에 가만히 있었다.
잠시 후 음료서비스를 주문받기 위해 스튜어디스가 말을 걸었고, 영운은 커피를 주문했다.
아무도 별다른 말이 없기에 영운은 국내선은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다.
‘흐흐흐, 그럼 좌석구분 없이 비슷한 부분인가?’
그랬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내선은 기내식이 없고, 대게 음료를 준다고 한다.
뜻밖의 상황에 잡지를 덥고, 창밖을 바라봤다.
멀리 제주도가 보였다.
한데 유독 반짝이는 곳이 있기에 궁금해서 계속 유심히 바라봤다.
기내방송이 나오며 도착을 알릴 때쯤 반짝이는 것이 일반적인 건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헉! 저건 뭐지?”
너무도 놀란 나머지 모두가 들을 정도로 목소리가 컸다.
옆 좌석에 앉은 비슷한 또래의 남자가 궁금한지 고개를 가져와 창밖을 보며 물었다.
“뭐, 특별한 거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제 눈에 헛것이 보여서…”
“네?”
“뭔가 기하학적인 빛의 현상을 봤는데 제가 잘못 본 모양입니다.”
“아! 그래요. 아마도 빛의 반사로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싶군요. 하하하.”
“네, 그런가 봅니다. 하하하.”
영운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 기하학적인 빛은 계속 남아 있었다.
“혹시 저곳이 어딘지 아시나요?”
영운은 빛나는 곳을 물었다.
“저곳은 용두암이 있는 곳입니다. 공항에서 멀리 않으니 시간이 되시면 구경하는 것도 좋겠네요.”
“아! 말로만 듣던 용두암이 저곳에 있군요. 감사합니다.”
“뭘요.”
이후 속으로 용두암에 당장 가보기로 하고, 내릴 준비를 서둘렀다.
게이트를 통해 빠져나온 영운은 렌터카업체를 찾았다.
제주도의 특성상 맑은 공기, 바람, 관광에 적합한 컨버터블을 원했고, 마침 자신이 물려받은 2015년 4인승 머스탱 컨버터블이 있기에 미리 연습할 겸해서 대여했다.
열쇠를 받고,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나란히 짐을 들고 주차장으로 갔다.
안내원이 설명을 시작했지만, BMW를 몰아봤기에 익숙하게 뚜껑과 트렁크를 열고, 짐을 싣고, 시동을 걸자 인사와 함께 조용히 사라졌다.
내비게이션을 용두암으로 한 후 주차장을 나섰다.
내릴 때도 느꼈지만, 제주도는 이국적인 곳임을 확실히 느꼈다.
곳곳에 자리를 잡은 야자수가 제주도의 삼다도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인 바람을 받아 흩날리며 영운을 반겼고, 늦가을임에도 제주도는 아직 따듯해 영운이 좋아하는 바람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마침내 기하학적으로 빛나는 근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빛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는데 둥근 원의 형태고, 가까워질수록 뚜렷했기에 마법진과 흡사함을 알게 되었다.
마법진은 용두암 근처 도로 중앙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가는 차가 있는 것을 보니 위험한 게 아닌 모양이었다.
영운은 자신이 마법진이라고 명명한 것도 만져보고 싶고, 용두암에 왔으니 용두암을 구경할 생각으로 주차장을 찾았다.
주차장은 마법진 넘어 반대쪽에 있었기에 주저했지만 다른 차들이 무사히 지나가는 것에 용기를 내어 넘기로 했다.
‘지나가도 이상이 없겠지?’
영운은 다른 차를 따라 마법진을 통과했다.
영운이 마법진에 진입하자 영운의 생각과는 다르게 마법진이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두려움에 꽉 잡은 운전대를 벗 삼아 마음을 다스리려 했지만, 순간 몸이 납작해지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 온몸이 세포가 분해되듯 분해되며 고통이 찾아왔다.
“으아아악.”
영운에게 가해지는 고통은 인간이 감내할 만한 것이 아니었기에 기절했고, 머스탱과 함께 순식간에 분해되어 짧은 비명만을 남긴 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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