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풍성하게 - 2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이후 며칠을 호텔에서 머물러야 했다.
제일 첨에 한일은 모든 가족이 큐빅자선재단의 발기인이 되는 거였다.
이를 위해 김인문 변호사가 말해준 서류를 각자 준비해 보냈다.
여동생은 유람선 일정을 조사했고, 형과 형수, 조카는 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하던 일을 모두 정리했다.
형은 바지원장으로 있던 학원을 정리했고, 형수는 아픈 몸을 이끌고 다녀야 했던 보험설계사를 그만뒀다.
두 여 조카 중 큰 조카 하늘인 대학을 졸업해 취업중비중이라 별로 준비할 없었지만 작은 조카 연경인 학교에 중국어 학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새로운 진로를 찾아보겠다며 휴학계를 냈다.
가장 시급한 건 부모님께서 머물게 된 집이었다.
지금 부모님과 여동생이 사는 곳은 전셋집인데 방 두 개에 거실 겸 주방 그리고 작은 화장실이 전부인 18평짜리 비좁은 단독주택 반지하였다.
솔직히 시골이나 반 지하방이나 별다를 건 없지만 빚을 내서라도 모시려 했는데 여동생이 굳이 도시에 남기로 했기에 우울증에 걸린 여동생을 두고 내려올 수 없다는 엄마의 성화에 무산됐던 적이 있었다.
그것도 얼마 후에 생활비가 모자라 팔아야 할 처지였다.
아마도 영운이 유산을 받지 못했다면 더 작은 방으로 옮겨야 했을 거다.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다시 한 번 속이 끓어올랐다.
‘수현인 아직 믿을 수가 없으니 직접 챙겨야겠어.’
김인문 변호사의 부동산 팀에서 연락이 와서 살펴보고 있는데 형과 형수가 부모님을 모시고 싶다고 해 다시 더 큰 집을 알아봐야 했다.
불경기라 선지 여러 곳이 있었다.
다 마음에 들었지만, 엄마가 이사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셔서 설득 끝에 가까운 곳으로 가기로 했기에 부모님께서 계신 집과 1Km쯤 떨어진 대지 100평에 실평수 40인 3층 단독주택으로 정했다.
무엇보다 3층에 테라스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조망도 좋고, 정원도 마음에 들었다.
다시 저녁이 되고 가족이 모였다.
“엄마가 원하시는 대로 가까운 곳을 정했어요. 어떠세요?”
“아,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사진을 보신 엄마는 아주 마음에 드셨나 보다.
“좋아하시니 좋네요. 그럼, 제 친구인 김인문 변호사를 통해 바로 사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언제쯤 집에 갈 수 있는 거니?”
“흠, 유람선 여행을 다녀오신 후에 바로 새집으로 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래? 정리할 것도 있는데…”
“엄마, 이제 그런 건 일일이 챙기실 필요 없어요. 이삿짐은 사람을 고용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옮겨놓을 테니 나중에 정리하세요. 그럼 됐죠?”
“알았다.”
막상 돈이 있어도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걸 다시금 알게 되었다.
‘언젠가는 내려놓으시겠지 그리고 빠진 게 없나? …아!’
“…저, 미리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알아야 할 일? …뭐니?”
“가족 모두 발기인이 되셨으니 큐빅 자선재단을 설립하는 중인 건 잘 아시겠고, 앞으로 가족이 사실 곳은 모두 큐빅 자선재단이 사들인 곳에서 사시게 될 겁니다.”
“…….”
이해가 쉽지 않으신 것 같다.
형과 형수도 어느 정도 이해한 것 같지만, 굳이 필요한 가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조금이라도 더 가족이 편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고, 나중에 우리 가문이 머물 곳을 마련하기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섭니다.”
“어차피 다 드러날 텐데 하여튼 수고가 많구나!”
“형의 말도 맞지만, 김인문 변호사의 충고에 아주 악질적인 놈들도 있다고 하니 준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사는 곳이 어디든 신경 쓸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네, 맞아요.”
계획대로 차근차근 준비했다.
큐빅자선재단은 설립인가가 떨어졌고, 유람선 여행을 위한 제반 준비도 착착 진행되었다.
“오빠 결정했는데 좀 봐줄래?”
“그래? 어디 보자.”
크루즈 여행은 세계 일주로 정했기 때문에 좀 길다.
수현이 고른 상품은 115박 코스인 ‘GRAND WORLD VOYAGE’로 미국의 플로리다를 시작으로 파나마 운하를 통해 태평양에 진입 후 태평양을 횡단해 아시아를 거쳐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로 들어가 유럽의 주요 관광지를 도는 세계 일주 코스로 특징은 대륙을 관통하는 두 대 운하를 이용한다는 것이란 설명이었다.
등급은 일반 크루즈(★★★★), 프리미엄 크루즈(★★★★★), 디럭스·럭셔리 크루즈(★★★★★★)의 3등급 중 럭셔리 크루즈였다.
“아주 잘했는데 좋아! 이제 네가 엄마를 잘 설득해야 할 거야 알지?”
“그럼, 맡겨줘 한데 영어를 못하면 크루즈 여행은 교도소라던데… ”
“그래? …뭐 통역을 고용하면 되지 않을까?”
“한 명으론 그렇고 두 명으로 했으면 좋겠어.”
“…음, 온종일 통역을 해줄 수는 없으니 교대하기로 하고 세분을 뽑자.”
“호호호, 알았어.”
“오빠는 바쁘니까 형에게 면접을 맡겨 괜히 욕심부리지 말고…”
“알았어. 그 정도쯤이야 양보할게. 호호호.”
가족도 무지 바빴지만 영운도 할 일이 없진 않았다.
우선 시골 가게를 정리하기로 했고, 자신이 세들은 주인집에 물어 건물을 사기로 했기에 전화를 넣었었다.
투자를 위해 사둔 거라는 말이 있었기에 쉽게 거래를 마칠 수 있었다.
투자한 돈이 2억이라는 말에 2천을 얹어 드리기로 하고 승낙을 받았다.
더 달라고 해도 드릴 생각이었지만 다행히 쉽게 약속을 잡고, 영운은 시골로 향했다.
* * *
운전면허는 있지만 장롱면허신세라 고인의 외제차를 몰고 내려올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모시던 마티즈2 빌리는 대신 원하시는 차를 쓰시라고 열쇠를 다 드리고, 마티즈2를 몰고 네비게이션에 의지한 체 시골로 내려왔다.
고인께 물려받은 차는 총 세 대였다.
두 분이 취향 때문인지 벤츠와 BMW로 달랐고, 다른 한 대는 머스탱이었다.
한데 두 대는 벤츠 SLK 350 컨버터블과 BMW Z4 컨버터블로 모두 2인승 컨버터블로 묘한 일치했고, 머스탱은 예전에 영운이 좋아했던 미드 나이트라이더(Knight Rider)의 2008년 후속 작에 출현한 머스탱 쉘비 GT 500로 보였다.
아마 2인승인 것은 외국에서 생활하신 게 원인 것 같고, 머스탱은 4인승이니 미드가 영향을 준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은 서툴지만 무사히 내려왔다.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운 영운은 가게로 향했다.
근처에 다다랐을 때 자신의 가게 앞에 몰려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이런!”
영운은 급히 벽에 몸을 숨겼다.
소리에 집중하니 놈들이 걱정하던 놈들이었다.
가게를 봐주는 후배는 백수로 스마트폰도 없고, 그날그날 막노동을 해서 먹고 살던 애라 연락을 할 수 없었을 거다.
후배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인근 중학교가 마칠 시간인지 단골과 얼굴이 익숙한 애들이 지나갔다.
“앗, 만카아저씨다.”
“쉿, 애들아 이리와 볼래?”
아무런 의심 없이 다가왔다.
애들은 도시 애들 같지 않고, 아주 착한 애들이라 말을 잘 들었다.
“너희 가게 앞에 저 사람들 언제부터 봤어?”
“어제부터 있던데요. 오늘은 더 많은 것 같아요.”
“맞아! 두 배는 되는 거 같아요. 아저씨, 근데 무슨 일이에요?”
“그게 말이다. 설명하긴 좀 긴데… 아저씨가 로또에 당첨됐거든.”
“와! 정말요?”
“쉿, 조용히 해야지….”
고개를 내밀고 빠끔히 살펴보니 이쪽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휴, 다행히 안 들켰구나! 저 사람들은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사람들이란다. …오늘 아저씨가 내려온 이유는 저 건물을 사려고 왔단다. 건물을 사서 5층짜리 건물을 지을 생각이거든 앞으로 피시방, 노래방, 책방 등 한곳에 모아서 할 생각이야 너희도 좋지?”
“오, 대박이다.”
“저들이 물어도 아저씨는 못 본거야… 음, 이렇게 하자. 너희는 평소대로 가서 게임을 하고, 계산하고 나올 때 쪽지를 안 들키게 전해주렴. 알겠지?”
“네, 알았어요. 헤헤.”
영운은 쪽지와 게임비와 빵과 음료수를 사 먹으라고 돈을 두둑이 줘 보냈다.
평소에 게임비가 없는 애들이나 자주 오는 단골은 심부름을 핑계로 공짜로 게임을 시켜주거나 빵을 사주기도 했기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
애들은 보낸 영운은 조금 지켜보다가 걱정을 뒤로한 체 주인집 어르신이 계실 부동산으로 향했다.
부동산엔 마침 집주인 어르신이 먼저 도착해 계셨기에 바로 계약서를 쓰고, 가져오신 등기부 등본을 날짜와 내용을 확인도 했다.
계약금을 계좌이체 한 후
“큰 거래라 제 친구인 변호사에게 확인을 부탁했습니다. 확인되면 바로 잔금을 넣고, 따로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그래? 큰 거래니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되도록 빨리 처리해줬으면 하는데 가능하겠나?”
“염려하지 마십시오. 늦어도 내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어르신.”
“염려는 자네랑 어디 하루 이틀 안 사이인가. 다만 내가 좀 급해서 그렇지 그럼, 잘 부탁하네. 부동산도 수고했어요. 수고비는 전처럼 계좌로 보내 드리리다.”
“예.”
“저도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어르신.”
부동산을 나와 쪽지에 적힌 곳으로 향했다.
후배들과 한 달에 한번 꼴로 들러 생고기를 먹던 고기 집이다.
후배는 가게를 닫고, 집에 들렀다가 놈들이 가면 이곳으로 향할 거다.
생고기를 굽고 맥주를 자작하고 있을 때 후배가 들어왔다.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흐흐흐, 고생하긴 했죠. 생전처럼 느껴본 감정이 참 많더라고요.”
“그래?”
“아주 끈질긴 개떼들로 보였습니다. 말도 안 통하고, 처음에는 사근사근 벨을 떼줄 것처럼 하더니 나중엔 윽박지르고 협박도 하더군요.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였으니 흐흐흐.”
“하, 수고했다. 조금 전에 가게가 있던 건물을 샀다. 조만간 다 부수고 새로 짓게 될 거야.”
“예? 정말요?”
“응.”
‘놀라기도 하고, 표현도 좀 늘었네!’
후배도 나처럼 세상에 회의적이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중의 하나다.
영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영운은 남들처럼 대학을 나왔다는 거고, 후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젊어서 막살다가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막노동으로 일용직 생활을 하며 하루를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평소 자신감도 없고, 말이 없었다.
지금 자신을 찾아오는 딱 둘 남은 동내 후배라 챙겨주고 싶지만, 사교성이 없어 걱정이 많았다.
생고기와 밥을 추가하고, 먹으며 얘기를 마저 했다.
“지하 1층에 지상 5층짜리 건물을 지을 생각이고, 지하는 노래방, 1층에 피시방, 2층엔 책방, 층엔 당구나 탁구장, 4층엔 호프집 그리고 5층엔 내가 살 집을 지을 생각이다. 넌 게임을 좋아하니 1층 피시방을 네가 맡아서 운영해봐라.”
“…제가요?”
“그래 …네 특기가 게임이니 잘 할 거 같고, 따로 아르바이트도 고용할 생각이니 넌 그냥 아르바이트만 잘 관리해주면 돼. 어때 해볼래?”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어려우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면 되지 않겠냐?”
“……”
조금 불안했지만, 놈들은 찾아오지 않았다.
식사를 겸한 반주로 맥주 한잔을 한 후 일어섰다.
후배를 기다리며 준비했던 봉투를 건넸다.
넣은 돈이 조금 많아서 놀라는 후배를 다독이고, 가게는 열지 말라 했다.
* * *
가족이 머문 호텔로 올라온 후 가게가 있는 시골을 친구인 김인문 변호사에게 맡겼다.
그리고 마침내 비자가 나왔다.
크루즈의 출발지가 미국이라 미국 비자를 받는데 시간을 많이 소모했다.
바로 가족의 출발이 확정되었다.
그동안 필요한 옷가지와 여행 물품, 통역사 등 많은 것을 여동생이 준비했다.
여행기간도 오래고 혹시 몰라 모두에게 가족 카드를 만들어 나눠줬다.
또 부모님과 형, 여동생의 통장엔 1억씩 넣어줬다.
“너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아니에요. 제가 남아서 할 일도 있고, 잘 노시다 들어오세요. 혹시라도 재미없거나 힘드시면 참지 마시고 그냥 오세요.”
“알았다. 염려하지 마라.”
“예, 형과 동생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가족이 다 같이 가니 적적하진 않으실 거다. 다녀오마!”
“모두 잘 다녀오세요.”
“잘 다녀올게. 호호호.”
“잘 다녀오마!”
“저도 다녀오겠어요. 도련님.”
“삼촌 고마워요. 잘 다녀올게요. 사진 아주 많이 찍어 올 테니 같이 봐요. 헤헷”
“저도 많이 찍어 올게요. 히히.”
“모두 안녕.”
“안녕.”
가족은 115박 세계 일주를 떠났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 작가의말
-
‘일생동안’님 댓글 감사합니다.
저 또한 댓글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의 재산도 아닌 한 상속대상은 아닌 거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도움을 원할 때 도와주지 않는다면 형제의 의는 상할 겁니다.
아마도 형제의 의가 상한다면 그것은 금액을 떠나 가족 간의 사랑이 부족해서 일 겁니다.
그리고 엄마를 제외한 형제간에 정이 그리 깊지는 못한 것도 맞습니다.
그래서 다음 편에 약간의 언질을 남겼지만 어떻게 해도 부족한 것으로 보여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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