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 4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호텔에 도착해 따로 준비한 객실에 도착했다.
이는 좋은 만남도 아닌 빌 폴리먼 일행을 굳이 만나고 싶지 않아서 였다.
영운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는지 얼마 후 객실로 윈스 최가 찾아왔다.
“들어오세요.”
윈스 최가 밝은 표정으로 들어왔다.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제 서명만 남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갑시다.”
서명하고 나자 빌 폴리먼 일행이 떠난다는 연락이 왔다.
영운은 솔직히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좋게 마무리된 시점에 굳이 나쁜 기억을 심어줄 필요가 없다는 윈스 최의 조언과 평소 예의가 바른 한국인을 자랑스러워했기에 양심도 찔렸기에 못 이기는 척하고 받아들였다.
어찌 됐든 남이 보기에 영운의 행동은 주인 된 도리를 다한 것처럼 보인 배웅이었다.
서로 형식적인 인사를 나눈 후
“제가 이런 일에 문외한이라 혹여 기분이라도 상하지는 않았나 하고 걱정이 많습니다. …그저 경험이 부족해서 한 실수라 생각해주십시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무턱대고 거래를 원해서 당황하셨을 텐데 제가 오히려 죄송하지요. 거래가 성사됐고, 문제 삼을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저희는 보고해야 할 입장이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렇다면 빨리 가보셔야죠. 멀리 나가지 않겠습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네, 부자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김인문 변호사가 놈들을 배웅했고, 윈스 최와 단둘이 남았다.
아마 김인문 변호사가 일부러 자리를 피해 준 것 같다고 생각하며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 놈들의 표정이 담담한 것을 보니 겨우 놈들의 허용범위에서 거래를 마친 것 같습니다. …미 정부가 신경 쓰여서 더 압박할 수는 없었습니다. 좀 아쉽습니다.”
“다행이에요. 전 손해 본 게 아니라면 전 만족합니다. 그리고 윈스 최님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성과를 얻지는 못했을 거라 믿습니다. …참, 계약 내용은 뭡니까?”
“25억 달러를 스위스 계좌로 받기로 했고, 29억 달러 중에 영운님이 받게 10%는 따로 영운님의 계좌를 만들어 넣기로 했습니다. 또 한국에서의 소득세를 미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특허기간에 년 1억 달러씩 10년을 받기로 했고, 영구비자와 영주권 베벌리힐스에 있는 저택 한 채와 최신형 걸프스트림 G650 제트비행기 그리고 ‘W motor’가 만든 ‘라이칸 하이퍼스포츠(Lykan Hypersport)’를 한 대 얻어냈습니다. 여기 차와 비행기의 관련 잡지입니다. 참고하십시오.”
‘…현금 35억 달러에 저택과 비행기, 스포츠카라?’
뜻밖의 선물이지만 직접 본 것도 아니기에 심장이 좀 빨리 뛰는 걸 제외하고, 별 감흥은 없었다.
윈스 최가 건넨 두 권의 잡지를 받아 내려놓으며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큰 성과를 얻어낸 거 같습니다.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한데 별 감흥이 없네요.”
“아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실감하기는 어렵겠지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고인의 기술이 제대로 대접을 받은 것 같아 안심입니다.”
“예, 고인의 유지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아 저도 기분 좋습니다.”
“한데 …제가 돈 말고, 쓸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윈스 최의 반응이 큰 반응을 기대했는지 시큰둥했다.
‘허허, 내가 실수한 건가?’
칭찬(稱讚)과 감사를 전했으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다 탁자 위에 놓인 잡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 책을 준비해 올 정도로 신경을 쓴 걸 보니 비행기나 차와 관련된 건가?’
“…비행기는 제가 관심이 많아 대단한 건 알겠고, 스포츠카는 잘 모르거든요. 대단한 건가요?”
“…아주 대단한 겁니다. 어떤 차냐 하면…”
윈스 최는 물어보기 무섭게 흥분하며 설명했다.
영운은 모두 들었지만 정리하면 37억 원짜리 스포츠카라는 것과 분노의 질주에 출현했다는 내용이었다. 분노의 질주를 즐겨봤기에 조금 호응해주자 아주 좋아했다.
“…제가 특별히 모델을 정해서 얻어냈으니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1년에 일곱 대만 생산한다니 아마도 올해가 가기 전에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윈스 최의 표정은 칭찬해 달라는 표정이었다.
“윈스 최님이 만족하면 저도 만족해요. 잘 타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저도 보람 있는 거래였습니다.”
지켜보던 김인문 변호사가 할 말이 있는지 중간에 끼어들었다.
“…친구의 결정 때문에 조마조마했는데, 어쨌든 거래를 무사히 마쳤으니 축하하네! …한데 이제 볼일도 끝난 것 같은데, 굳이 일부러 명함을 받은 이유가 뭔가?”
“…글쎄. 별거 아니었네. …혹시 아나 필요할 때가 있을지.”
영운은 은근슬쩍 대답을 회피했다.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자신의 신체의 변화에 기대를 걸고 만약에 가능하다면 소소한 복수라도 하려고 받아줬다.
‘신체가 변한 건 맞는데 어떤 능력을 가진 건지 알 수 없으니 먼저 능력을 알고 확인하기 전까지, 명함은 쓸모가 없겠지?! …뭐, 안 되면 말자. …조금 아쉽겠지만 받을 만큼 받은 것 같으니 상관없나?’
영운은 자신이 얻은 능력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는 심정이었다.
“…참, 놈들이 신세호박사님의 특허 원본을 달랍니다.”
“아, 당연히 줘야하는 거 아닌가요? …한데 저는 받은 게 없으니 모르겠고, 혹시 아시나요?”
“네, 그것은 지금 스위스은행의 대여금고에 있습니다. 첫 거래 후 제가 위임을 받아 가져다 놨습니다.”
“그럼, 거래가 완료되면 넘겨주세요.”
“알겠습니다. 휴, …이제 없습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윈스 최가 과하게 몸서리치며 말을 이었다.
“이제 좀 살만하군요. 솔직히 죽다 살아난 기분입니다.”
“허허허 지켜보던 내가 다 긴장했으니 당연하겠지, 참 대단했네! …나도 변호사지만 정부를 상대로 거래한다는 게 어디 쉽겠는가? 특히 미국을 상대로 말이야. 자네도 최 팀장도 수고했네! …아주 잘했어. 긴장도 풀 겸 간단하게 한잔 어떤가?”
“그거 좋지. 나머지는 내일 생각하고 내려가세.”
“저도 좋습니다.”
“그럼 술값은 자네에게 달아놓길 하겠네.”
“하하하, 그러게. 자 출발.”
호텔의 바에서 각자 좋아하는 술로 긴장을 풀고 적당히 취해 호텔을 나섰다.
둘은 남아 있던 직원이 데려갔지만 영운은 택시를 타고 오피스텔로 향했다.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지만, 아직 영운의 행동이 바뀐 것은 별로 없었다.
바뀐 거라면 전이라면 당연히 버스를 탔겠지만 늦은 시간이라는 핑계로 택시를 탔다는 것과 오피스텔로 향하는 동안 요금 미터를 보지 않았다는 것 정도였다.
시골에서 살랐기에 욕심을 버리고 살았다고 김인문 변호사에게 말했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일부는 맞고 일부는 그런 척하는 거다.
도시에 생활할 때보단 훨씬 마음이 편했지만, 한편으로 다른 고민이 생겼다.
욕심은 거의 버렸지만, 이성을 가진 존재이기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감정이 미래를 불안으로 인식했고 불안을 넘어 걱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던 것이 불면증으로 찾아왔다. 그렇게 매일 불면증에 시달리느라 깊은 잠이 들지 못하던 영운은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잠잘 수 있었다.
아침 9시경에 눈을 뜬 영운은 침대에 일어나 앉아 창밖에 펼쳐진 전경(全景)을 접하고 다시금 생소한 자신을 깨닫고 어색한 자신만 없다면 자연스러울 거로 생각했다.
‘…당연한가? 흣, 쉽게 적응하는 것이 더 웃기겠지.’
남의 것을 탐내는 것도 아니고, 고인이 물려주신 거라 분수에 맞지 않게 살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지나면 얼마를 받게 될지는 모르지만 인생이 확 바뀔 거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게 생각의 폭도 넓어야 하고, 쓸 줄도 알아야 한다고 설득하며 TJ로펌에 들어섰다.
다음날 김인문 변호사와 약속이 된 TJ로펌에 도착하여 안내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약속으로 온 임영운입니다.”
“아, …네! 연락받았습니다. 4층 오른쪽이 2 팀장님 사무실입니다.”
“네, 수고하세요.”
승강기를 타고 4층에 도착했다. 띵.
2팀장 실을 확인하고 ……흠,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며 업무에 바빠 고개조차 들지 않고 일하는 김인문 변호사에게 인사를 건넸다.
“날쌔, 덕분에 난 편했는데, 인문인 무척 바쁘구먼.”
“…어서 오게, 바쁘긴 바빴지. 이쪽에 앉게. …차를 뭐로 하겠나?”
“커피 아무거나 주게.”
“그래? 그렇다면 내가 손수 내린 커피를 대접하지. 특별히 선호하는 거라도 있나?”
“있을 턱이 없지. …그냥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로 부탁하네.”
잠시 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신세호님의 유언장에 따라 계산된 유산내용일세. 마시면서 확인하게나.”
“…그럴까? 어디 보세.”
유산내용 목록을 보는 순간 영운의 머리가 무언가에 맞은 듯이 띵했다.
한 손으로 머리를 받히고.
--- 유산내용 첨부 ---
유동자산 중 10% 48억 6,883,752원
부동산이 여의도에 오피스텔 40평
소요산 보산동 인근의 연구소 및 14,300평 정부소유 인가해준 지역
제주도의 별장 1체 감귤농장 3만 평
자동차 3대
특허9건 기술특허사용료 3~5% 년 1조 4천7백억쯤 남은 기간 5년에서 10년 장기계약
등등 해당 기업 주식 등
‘이것이 정말 내 것인가? …믿을 수가 없군!’
영운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인문 변호사는 내용을 설명했다.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많은 금액이야 우리 로펌이 관리하고 있었고, 내일이면 자네에게 동산의 10%와 부동산 일체 그리고, 모든 유산의 관리 감독할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되네.”
“이제 끝난 건가?”
“끝이네! …부동산과 차는 명의 변경이 며칠 걸릴 걸세, 유동자산을 신고절차가 간소해 지금 송금이 가능한데 어떻게 해줄까?”
“그래? 그럼 계좌로 보내 주게. 계좌번호는….”
“잠시만 기다리게.”
문자왔숑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왔다.
입금메시지를 확인하니 아마도 세금을 제외한 유동자산이 48억이었나 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을 해봐야겠지.
“상속세는 어떻게 되었나?”
“지금 준 명세서에 포함된 모든 재산에 대한 상속세는 이미 납부했네. 자세한 내용은 뒤 면에 참고 자료를 보면 알 걸세 그리고 기타 주식에 대한 내용도 있으니 꼭 읽어보게.”
‘내용 목록이 또 있었나?’
잘 보니 첨부(添附) 자료가 있었다.
상속세에 대한 내용과 특허료와 특허권 상세 내용이었다.
이런 걸 알아서 뭐하려나 싶었지만, 나중을 위해서는 가지고는 있어야 할 것 같다.
“하하하, 알았네! 이제 유산은 다 받았고, 고인의 뜻을 이행하려면 자선재단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 왜 생각해 둔 거라도 있나?”
“아니 그저 이름을 정했으니 우선 발기(發起)를 했으면 해서 자네가 맡아주겠나?”
“하하하, 당연히 맡아야지 좋네!”
“명칭은 큐빅 자선재단으로 해주게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해줘.”
“아마 자본의 규모가 상당해서 쉽게 인가해줄 거네!”
새로운 약정서에 사인했다.
“이제 다 마쳤으니 그만 가봐야겠어. 고맙네! 친구.”
“별말을 다 하는군! 친구지만 돈 받고 하는 일이지 않나.”
“하하하, 그도 그렇군! 시간 내서 거하게 대접하겠네.”
“그래? 그렇다면 기대하고 있겠네. …참, 내가 자네의 유산에 대한 내용을 밖으로 흘리진 않겠지만, 연구소가 정부와 관계돼 있으니 아마 아는 곳이 좀 될 거야 그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른 곳도 자네를 찾을 거네. …개중에는 아주 집요한 놈들도 있는 거로 알고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네.”
복권이 당첨되면 온갖 단체에서 찾는다는 기사와 소설을 봤었다.
“아! 기사나 소설에서 자주 접했지만, 자네가 걱정할 정도인가?”
“그러니 간과하진 말게.”
“허허, 이거 자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신경 좀 써야겠구먼. 고맙네! 내 은혜는 잊지 않겠네!”
“별말을 다 하는구먼 하하하, 어서 가 보게나.”
“그럼, 정말 가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 작가의말
유산 편은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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