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생긴 일 - 2
'쉐도우 플래너'는 내린 글입니다. 지금은 제 습작을 올리는 공간이고, 파일럿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순전히 저의 창착물이고, 허구의 산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 * *
끊임없이 영운은 괴롭히며 어둠을 밝히던 스파크?가 멈췄다.
팅 드르륵 툭.
그리고 마침내 큐빅이 영운의 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동이 텄고, 햇볕이 영운을 내리쬐기 시작했다.
죽은 줄 알았던 영운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뭐야? 왜 눈이 부셔…….’
“커튼을 안 치고 잤나? …으아, 뭐지?”
눈이 부셔서 모로 누워 더 자려던 영운 몸뚱이가 통나무처럼 뻣뻣해 모로 눕지 못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나, 안 죽은 건가?’
믿어지지 않았다.
분명히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겪었고, 한계에 이르러 통증조차 잊었을 때쯤 자신은 죽었다.
주마등도 느꼈다.
한데 죽지 않고 살아났으니 믿기겠는가.
그럼 어젯밤의 그 고통은 뭐란 말인가.
꼬르륵.
“…허, 쓸데없는 고민인가? 창자가 꼬이는 이 느낌! …확실히 살았구나! 하하하.”
꽉 멘 배낭 때문에 바로 눕지는 못했지만 누워서 바라본 하늘은 어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리도록 푸르렀다.
영운은 지난 일이 한순간에 떠올랐고 정리되었다.
원인은 영운 자신이 큐빅을 얕봐서 일어난 일이지만 어쨌든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에 감사했고,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하염없이 뜻 모를 눈물이 흘러내렸고, 점점 더 후련해짐을 느꼈다.
꼬르륵.
“배부터 채우자.”
싸구려지만 등산용 배낭의 역할은 제대로 했다.
완전하진 않았지만 대부분 무사했다.
초콜릿 바와 생수, 올라오기 전에 사 둔 백설기와 육포로 시장기를 달래다 자신의 손이 생소함을 느꼈다.
“내 손이 원래이랬나?”
분명히 기절하기 전에 번개에 타들어가며 쪼그라지던 자신이 손이 떠올랐다.
“혹시 며칠이 흐른 건가?”
이상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뻣뻣하던 몸은 눈에 띄게 나아졌고, 접질렸던 발목도 쌩쌩했다.
“…비를 맞아 씻겨서 그런지 참을 만하지만, 이 구린 냄새와 간혹 보이는 이 허물, 아기의 피부와 같은 투명하고 보드라운 살결, 아직은 조금 뻣뻣하지만 튀겨 오를 것 같은 이 기운… 설마!”
영운은 이런 증상을 알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없는 일인지 확인하진 못했지만, 자신의 주특기인 장르소설에 주로 쓰이는 기연의 내용과 너무도 흡사했다.
믿을 수 없지만 믿지 않을 수 없는 현상에 영운은 혼란스러웠다.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건가?’
아니다.
장르소설 작가로서 히어로는 현실에서 절대로 무사할 수 없었다.
현실은 그렇게 물렁물렁하지 않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런 현상은 더 심해졌고, 세상은 비밀이 없는 세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놓고 사용하지 못하는 힘은 현실에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오히려 잘못하면 성공하기도 전에 실험실 쥐가 될 것이 뻔했다.
영운은 곧 두려워졌다.
“…내가 아무리 도서대여점하고, 장르소설을 쓸 정도 마니아지만 현실과 상상을 구분할 정도의 정신은 남았다고 생각해. 내 판단을 믿고, 확인하는 한편 최대한 숨겨야 해. …또 이상이 없는 한 절대로 병원은 가지 말아야 해.”
영운은 생각을 중얼거림으로써 자신에게 잊지 말 것을 종용했다.
그만큼 두려웠던 거다.
그러다 떨어져 있던 큐빅을 발견한 영운은 큐빅이 날아온 연구소를 바라봤다.
벼락 맞은 건물은 생각보다 컸다.
공장형태의 건물과 연구소 형태의 건물 그리고 창고처럼 보이는 건물 셋이고, 연구소 2층의 반이 폭발에 의해 처참한 모습이었다.
‘어제 불빛을 보면 벌써 나와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애이씨 설마!’
불이 켜졌지만 아무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있었다면 저 큐빅 때문이라도 나와 봤어야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저 처참한 폭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분주한 소리와 사람의 움직임이 보여야 하지만 처참한 모습이 묘한 적막을 만들어냈다.
영운은 큐빅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웬만하면 그냥 사라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자신이 얻은 능력이 저 건물에서 나왔으니 웬만하면 그냥 사라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꾸 처참한 건물이 떠올라 찜찜했다.
연구소의 빛도 있었고, 평일이라 비울 이유도 시간도 아니었기에 십 중 팔구는 사람이 있었을 거라는 확신이 들자 더 갈등이 깊어졌다.
그랬다면 분명히 꼼짝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생각에 차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하, 내가 이렇게 영악했나?’
영운은 갑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가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그동안 구차하게 살아왔지만, 인간성만은 남다르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착함과 정직함을 유독 자랑스러워했기에 물밀 듯이 밀려드는 회의가 더 심했다.
그동안 믿어왔던 신념을 송두리째 흔드는 생각에 잠잠했던 양심이 고개를 들었고, ‘이런 놈이었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반대로 ‘그렇지 않아 난 착해 갈등은 누구나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며 다독였다.
‘그래, 아직 정하지 않았어. …늦기 전에 가보자.’
갈등은 누구나 할 수 있고, 결정하기 전까진 그저 과정일 뿐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평소 좋아했던 요가자세를 통해 근육을 풀었다.
그리고 늦기 전에 도착하길 바라며 연구소의 담장을 돌아 정문에 도착했다.
담장은 대략 1.5m 정도의 높이고, 큰 출입문 정면에 경고문과 인터폰이 보였다.
경고문을 보고 다소 긴장했지만, 인터폰을 몇 번 눌러 확인하고, 아무도 받지 않자 조급해졌다.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는 거 같네!”
물을 열어봤지만 잠겨 있는 문은 열리지 않았고, 불길한 생각이 계속 엄습해왔다.
영운은 담장을 돌아 정문으로 향할 때 본 포탄에 맞은 듯 뻥 뚫린 담장으로 되돌아가서 마른 사람 하나 간신히 통과할 만한 구멍을 통해 안으로 들어섰다.
담장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서 후에 본 건물은 밖에서 본 것과 다르지 않았다.
2층의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은 정상이었다.
입구에 도착해 큰 소리를 질렀다.
“여보세요 계십니까? 계세요?”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대답이 없자 점점 더 불길함이 엄습했다. 하지만 반대로 영운의 행동이 점점 더 빨라졌다.
‘이 큐빅도 건네줘야 하잖아.’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큐빅을 전해줘야 한다는 핑계를 생각하며 입구에 다가섰다.
“이건 홍채인식장치인가? 바빠 죽겠는데 걸리는 것이 많네!”
방법이 없으니 열어보고, 문이 열리지 않으면 119에 연락하기로 작정하고 그냥 잡아당겼다.
조금 세게 당겨서 일까 문은 힘없이 열렸고, 하마터면 발라당 넘어질 뻔했다.
“헉! 뭐야? …후, 놀래라 고장난건가?”
문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냄새가 영운을 맞이했고, 곧 심장을 고통치기 시작했다.
피 냄새였다.
불안한 생각에 잡생각을 털어버리고, 다시 한 번 크게 외쳤다.
“여보세요? 계십니까?”
한때 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던 영운은 대번 알아챘다.
이제 더 볼 것도 없이 급히 1층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자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에 올라서자마자 한껏 짙은 비릿한 냄새와 거무스레하고 농밀한 피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었다.
후다닥.
영운은 더 빠른 걸음으로 폭탄이 터져 폐허처럼 변한 곳으로 들어서자 백발의 두 남자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쓰러져 있었다.
빠르게 다가가 간단하게 맥박을 검사해서 생사를 확인했다.
아쉽게도 한 분은 이미 사늘하게 식었고, 한 분이 아직 희미하지만, 맥박이 느껴졌다.
“여보세요? 어르신.”
대답은 없었다.
영운의 모습에선 올라올 때 보였던 긴박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안타까움과 착잡함이 가득한 처연한 표정이었다.
일반인 보다 죽음을 많이 접했기에 소생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니 시간만 있으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병원은 너무 멀고, 이동방법도 없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지금의 표정이 되었다.
정신을 차린 영운은 피를 피해 배낭에서 넣었던 스마트폰을 꺼내 119에 전화했다.
“119입니다.”
“여보세요 급하니 잘 들으세요. 사고가 있었습니다. 한 분은 숨졌고, 한 분은 아직 살아계십니다. 복부에 큰 상처를 입어 피를 많이 흘리셨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아, 중계기의 위치는 소요산으로 나 옵니다. 정확한 위치가 어떻게 되세요.”
“설명하기 곤란한데 아! 휴대전화를 추적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 휴대전화를 추적해주세요.”
“예, 위치 추적을 승인하셨습니다. 추적합니다. …위치가 확인되었습니다.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산이고, 인적이 드문 곳이라 헬기가 출동할 겁니다. 혹시 영상통화가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이 번호로 전화주세요.”
전화를 끊자 곧 영상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지금 화상으로 상황을 보여주십시오.”
난 휴대전화를 이용해 주변 상황을 보여주었다.
“다행히 피는 멈춘 것 같지만, 제보자님이 하실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입니다. 환자를 건들지 마시고,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한데 언제쯤 도착하실 것 같습니까?”
“여기는 접수하는 곳이라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평소대로 하면 1시간은 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생존은 거의 힘들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병원 응급실에서 일한 관계로 타인의 죽음을 자주 보았지만 이런 쓸쓸한 임종을 본 적은 없다.
조금 더 빨리 왔으면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자신이 갈등한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떠나시는 순간까지 따듯함을 잊지 않게 하는 거였다.
생활공간을 뒤져 이불을 두 개를 가져와 이미 죽은 분과 아직 생기가 남은 분을 덮어 드렸다.
이불을 덮고 몸을 일으키다가 고인의 시선이 느껴졌다.
“지금 119에 신고를 했습니다. 움직이지 마시고, 조금만 참으십시오.”
“…고, 고맙네!”
“저기 가족에게 연락해 드릴까요?”
“…아니, 난 연락할 곳이 없네! …크, 친구는 어떤가?”
다른 분을 찾는 거로 생각했고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 절레절레.
“…허허허, 크흡, 그런가! …그럴 만도 했지. 한데 자넨 누군가?”
영운은 어제의 건물을 찾아온 상황과 큐빅으로 죽다 살아난 일을 말씀드렸다.
“…그렇게 된 것이군! …흡, 그, 큐빅은 어디 있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영운은 이불을 가져오기 위해 탁자에 올려 둔 배낭과 ‘큐빅’ 중 큐빅을 가져왔다.
“여기 있습니다.”
“…음, 감전되었다고.”
“예.”
혼자 말을 하시곤 생각에 잠기신 후 숨을 몰아쉬시다.
다시 ‘큐빅’을 살피셨다.
영운은 자신이 감전된 방법을 혹시 확인하시려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생각에 잠기신 것인지 다시 기절하신 건지 움직임이 없어 코에 손을 가져다 대고 호흡을 확인해야만 했다.
“…크읔, 아직 죽을 정도는 아니네!”
갑자기 기침을 하셔서 놀랐다.
‘휴, 깜짝이야.’
“저를 걱정하시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전압이 높지는 않아서 죽을 뻔했지만 아무런 이상 없습니다.”
“…그건, 아니네! 어쨌든 천만다행이군!”
말씀이 없었다.
“…쿨럭, 켁.”
‘이런, 피가 배어 나오네! …아, 시간이 없음을 알려 드려야 하나?’
1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번지점프를 해 떨어지는 지극히 짧은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것처럼 정지된 순간이었다.
“…죽음 맞이하는 게 이런 느낌인가? …점점 기운이 없어지고 있어 잘 듣게. 이 큐빅은 우리가 원하는 큐빅이 된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약간 따듯한 것이 우리가 예상한 것을 넘어 전혀 다른 것이 되었을 것이 분명해. …그 원인을 연구해주지 않겠나? 우리의 유산을 받아 그것으로 사람을 모아 세상을 위해 사용해주게.”
“……?”
‘어르신의 죽음은 막을 수 없으니 원하시는 데로 해 드리는 게 났겠지?!’
영운은 어르신의 임종을 막을 수도 없고, 또 내용은 모를지라도 안심하고 편안히 잠들기를 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건물 지하에 자네를 도와줄 존재가 있으니 꼭 확인하게 알겠나?”
“…? 에, 예! 어르신.”
“너, 너무 걱정하지 말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어르신께 더는 드릴 말씀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르신의 유언을 지킬 요량으로 말씀을 떠올려봤지만, 자세히 모르겠고, 또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내용이 어떻든 마지막 가시는 길에 안심하고 가시라고 억지로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능력은 없지만 원하시는 데로 해보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정신이 복잡했고 어르신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다.
“…크헉, …전화 좀 걸어주겠나?”
“예, 불러주십시오.”
불러주는 번호로 영상전화를 걸었다.
“TJ법무법인 김인문 변호사입니다.”
“…김 변호사 날쌔 신세호 일세. …컥, 급하니 내 말을 듣고 그래도 해주게.”
“아니 신세호님 다치신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 된 겁니까?”
“…시간이 없네! 잘 듣게 나중에 알 수 있겠지만, 저번에 해두었던 유언장 말일세. 이제 대리인을 정했으니 써넣어주게.”
“네! 유언장에 이름 하나 적는 거야 쉬운 일이지요. 그것보다 고문변호사인 제가 이유라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의 모습을 김 변호사에게 보여주겠나?”
“예.”
김 변호사란 사람에게 신세호님의 상태를 보여줬다.
“…이런,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잘 듣게 정말 시간이 없네! …쿨럭.”
다시 한 번 피를 토하셨다.
“지금 이 영상을 저장해서 유언장에 추가해주게.”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자네, 아직 이름도 모르는군. 화면에 자네도 나오게 부탁하네.”
상념이 잡혀 있던 난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대답하였다.
“네, 예! 알겠습니다.”
“한데 자네 이름이 뭔가?”
“제 이름은 임영운입니다.”
어르신은 나의 손을 꼭 잡으셨고, 죽을 것 같은 분의 눈이 초점이 잡히는 것 같았고, 맑아진 느낌이었다.
‘회광반조라는 순간인가? ….’
“…흡, 김 변호사는 준비했던 유언장에 임영운 군을 써넣어주게 이 영상이 이름을 적는 것에 대한 증거가 될 것이네.”
“네, 바로 적어 넣겠습니다.”
“가는 길에 못다 한 내용을 남기겠네! 죽기 전에 본다는 주마등이 이런 것이군! …하, 나의 기억속의 삶은 참으로 인간답지 못했던 거 같네!”
힘이 없는 목소리엔 회한이 묻어났다.
“…친구와 난 같은 대구의 백백합보육원에서 만났지 불우한 환경에서 벗어나 수녀님들의 따듯한 보살핌을 받던 중 우리 둘이 공부에 재능이 있음을 알고… 수녀님들의 소개로 한 독지가의 후원을 받았지. 덕분에 미국으로 건너와 공부할 수 있었네! …하지만 우리는 항상 고아로서 받았던 사회적 냉소를 뛰어넘지 못하고 서로 의지한 체 돌아가신 후원자와 백백합보육원 수녀님들 그리고 몇 명의 고아원 친구를 제외하고는 되도록 연을 만들지 않았네. …크읔.”
“……!”
“……!”
점점 목소리가 작아졌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런 경향이 심했지. 어쩌면 연구를 하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다행이라면 친구와 난 유달리 똑똑해서 남 부러운 줄 모르고 살았지. …하지만 친구를 먼저 보낼 줄이야… 누가 상상해 보았겠는가! …흡,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걱정해주고, 나의 임종을 지켜 줄 이가 하나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후회스럽지만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내게 친절하게 챙겨주고, 염려해주고, 나의 임종을 지켜준 영운 군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네.”
점점 더 목소리에 힘이 빠지고 있었지만 죽음이 얼마 남을 것을 모두 알고 있기에 걱정이 되지만 할 말씀이 남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영운 군에게 유산을 주는 것에 문제가 없도록 잘 부탁하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리 유언장에 이미 이름을 적었으니 충분하지만, 통화내용과 영상도 있으니 혹시라도 누군가가 욕심을 부린 다해도 걱정할 게 못 됩니다.”
“…수고 많았네! 이제 힘이 드는구먼.”
잠시의 침묵이 있고,
“…그럼, 잘 부탁하네! 영운 군 고맙네! 임종이 쓸쓸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리고 끝으로 나의 부탁을 기억해주게나.”
잡지 않은 한 손이 스르르 떨어지는 것을 보였다.
떨어지는 손을 잡아 잡고 있던 손과 맞잡게 하여 가지런히 내려놓아 드렸다.
고개를 숙여 고인의 넋을 위로하며 기도하는데 전화기에서 김 변호사 나를 불렀다.
“임 영운 씨”
“…네, 네!”
“119에 연락하셨나요?”
“네, 조금 있으면 헬기로 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몹시 당황스럽겠지만, 헬기를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으로 부탁하겠습니다. 그곳에 연락을 해두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죠!”
“그리고 상속자로서 절차가 있으니 병원에서 뵈었으면 합니다.”
“…네, 아! 네 혹시라도 필요하시면 이 전화의 번호로 연락 주십시오.”
“네, 그럼 장례를 위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 작품을 쓰기 전까지 제 습작을 판단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한 곳입니다. 추천도 추천이지만 꼭 느낌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에 향방이 걸렸거든요. 꾸~벅.
- 작가의말
‘까망까마귀’님 덕분에 연수고로 표기했던 것을 연구소로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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