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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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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1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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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12화 - 4

DUMMY

이 맘 때 즈음이면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나라고 꼭 누군가 이르집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학습의 동물이기에, 때가 되면 알아서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게 경험이든, 체험이든, 학습이던 어쨌든.

“……뭐라고 중얼거리는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미행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잖아.”

“시끄러워, 어쨌든 같이 미행하니까 너희도 공범이야!”

“하. 진짜 쓰레기네.”

“이런 거 이상해, 기분 이상해. 역시 하지 말자.”

“이미 늦었어, 포기해 성빈아.”

평화로운 주말,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범법. 희세의 볼멘소리에 나도 마찬가지로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성빈이는 불안에 떨며 언짢은 목소리로 말한다. 천사같은 성빈이에게 이런 사악한(?) 짓은 양심에 너무나도 찔리는 일이겠지. 평화로운 공휴일에, 우린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뭐긴 뭐야 미행이지. 형사가 수사라도 하듯 조심스럽게 폼을 잡고 풀숲 밖의 동태를 살피는 나를 보며 희세는 작게 한숨쉰다.


“미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미, 미행?! 안 되지 않을까?”

성빈이네 반에 와서 대뜸 성빈이에게 말을 꺼냈다. 흠칫 놀라는 성빈이. 평화로운 시간들, 내일은 공휴일, 선생님의 데이트가 있는 날이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성빈이에게 미행을 권유하고 있다.

“선생님 데이트 미행하겠다는 거 아니야? 왜 그런 짓을……?”

“궁금하잖아. 잘 하시나 안 하시나. 남자친구 분하고 있을 때는 또 어떨지, 실전에선 잘 하실지 궁금하잖아. 업어 키우는 느낌이랄까.”

“……웅도 네가?”

“아니 왜 그런 눈을 하고 그래! 그냥 그렇잖아!”

내 제안에 성빈이는 거의 보인 적 없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약간 한심하게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성빈이는 늘 나를 신뢰하는 표정으로 봐 왔기에 심장이 덜컥 내려갈 정도로 타격을 받게 된다. 왜, 미행이 뭐가 나빠서!

원래 이런 악의적인 일은 미래 담당인데. 주로 미래가 물어오곤 하지, 이런 사건들은. 하지만 이번 선생님 건은 미래랑 전혀 연관이 돼 있지 않았고. 미래는 요즈음 유진이랑 민서랑 죽이 잘 맞아서 저들끼리 잘 놀고 있고.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미래의 여러 사건 물어옮(?)을 보고 나도 이런 쓰레기가 됐다. ‘미행 하면 어때, 재미만 있으면 되지’ 하는 마인드.

“그치만 역시, 몰래 뒤를 밟는 거잖아. 딱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구. 아니, 이유가 있어도 그런 건 안 되지만.”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남의 연애사 함부로 지켜보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애. 우리는 그냥, 도시락 만드는 거 도와드린 걸로 만족하자. 응?”

“그걸 도와줬으니까 결과가 궁금한 거잖아! 자고로 제자가 배웠으면 실전에서 어떻게 쓰는지가 궁금하니까~!”

“그래두.”

성녀처럼 착한 성빈이. 어떤 한 점의 악도 허용치 않는다. 성빈이는 예능 같은 거 보면 안 되겠다. 재미를 위해 사소한 악행(?)들을 서슴지 않는 것이 바로 TV 예능인데. 물론 미행이 나쁜 건 맞지만. 들키지만 않으면 되잖아! 예전에도 선생님 데이트 하는 거 미행했었는데! ……들켰었지, 아마. 들켰지. 큰 응징을 당했었지. 응당 그래야만 하지. 권선징악이니까.

“? 무슨 얘기?”

“어, 희세야. 웅도 좀 이상해. 무슨 미행을 하자고 그래.”

“아니아니! 여기선 내가 설명을~!”

“쓰레기네.”

“바로 낙인찍기입니까?!”

지나가다 나와 성빈이가 얘기하고 있는 걸 본 희세.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보니 성빈이는 바로 이실직고한다. 손을 파닥파닥 거리며 변명하려 하지만 희세는 대번에 쓰레기를 보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단호한 네 글자를 내뱉는다. 역시 나희세야, 가차없지. 나한테는 mm 단위로 엄격한 잣대를 내밀지. 뭐, 내가 그럴 만한 짓거리들을 많이 하긴 했으니. 납득. 인정.

“선생님, 어떻게 데이트 하실지 궁금하지 않아? 말이 좋아 미행이지 우리는 우리가 키운 제자가 실전에서 잘 하고 있나 흐뭇하게,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기분으로 보는 거라구!”

“하여튼 말은. 미행이잖아. 네가 뭐 근미래야? 하는 짓 봐.”

“으으…… 미행 하면 어떠냐! 재미만 있으면 됐지!”

“미쳤어. 어휴.”

천연덕스럽게 그럴듯한 미사여구를 발라 말하니 희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희세도 이런 나를 보고 미래를 떠올렸나보다. 뭐, 그런 담당이었으니까. 떨쳐내듯 소리치니 희세는 철없는 남동생을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어쩔 수 없네. 희세도, 성빈이도 안 한다 그거지? 그럼 혼자라도 해야겠네.”

“……내일?”

“응.”

“뭐, 같이 돌아만 다니면 되지.”

“아 진짜? 해주는 거야?!”

“에엣?!”

나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확정짓들 말했다. 뭐, 미행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거니까. 혼자 하면 재미 없겠지만. 대신 이동과 은신에 유리하니. 들켜도 뒷감당도 쉽고, 혼자니까. 내 말에 희세는 잠자코 물어본다. 대답하니 조금 아니꼬운 표정으로 대답한다.

의외의 승낙에 나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옆에서 성빈이가 놀라 소리친다. 희세는 ‘뭐, 딱히 공휴일엔 할 것도 없으니까. 들키지만 않으면 되잖아?’ 하고 말한다. 좋아, 희세! 점점 좋은 마인드(?)로 바뀌어 가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 같이 가자!’ 하고 대답한다. 성빈이는 옆에서 ‘에에…… 그치만, 안 되잖아, 그런 건!’ 하고 말한다.

“그, 그럼 나도…….”

“안 된다며! 미행 나쁜 거라고 안 된다며!”

“그, 그치만…… 역시, 들키지만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괜찮지 않아?”

“정의관이 갑자기 바뀌었어?! 뭐, 그래, 성빈이도 같이 가자.”

희세의 참전에 성빈이도 마음이 흔들렸는지 넌지시 얘기를 꺼낸다. 급격한 정의관의 변화에 얼른 태클을 건다. 성빈이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해서 겸연쩍은지 약간 얼굴이 상기돼 있다. 혹시라도 내가 ‘안 돼’ 라고 할까봐 조마조마한 분위기. 피식 귀여워서 얼른 승인해준다. 뭐 별 일이라고 승인이 필요해. 어쨌든 내 의도대로, 세 명이서 미행을 하게 되었구나.


─그랬던 게 어제 일이고. 지금은 공원에서 대기중. 복병이라고 해야하나, 매복이라고 해야하나. 아직 선생님과 정민 씨는 없다.

“근데, 진짜 여기로 오는 거 맞아? 선생님이 어디로 데이트 갈지 네가 어떻게 알아. 헛수고 하는 거 아니야?”

“아니. 수수깨끼는 모두 풀렸어. 범인은 이 안에 있어!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선생님은 여기로 오게 돼 있어!”

“무슨 소리야, 웅도야?”

희세의 볼멘소리에 나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한다. 있지도 않은 안경을 올리는 시늉을 하며 강단 있는 잘생긴 목소리로 말하니 성빈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하, 미래 있었으면 좋다고 드립 이어줬을 텐데. 뭐, 희세나 성빈이에게 그런 걸 바랄 수는 없으니.

“영화 보고 공원에서 도시락 먹는다고 하셨거든. 검색해본 결과 영화관 근처에 공원이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어.”

“헤에. 선생님 차 있으니까 영화 보고 다른 공원 갈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 그럴 수도 있겠지만. 희세 네 추리는 틀렸어. 어젯밤에 선생님한테 톡으로 넌지시 물어봤거든. 이 영화관에서 보신다고 하시더라고. 이제, 영화 시간 상 끝났을 테고. 곧 오실거야.”

“……너 진짜 변태야? 그런 것까지 다 조사해. 스토커?”

“아니거든! 그냥 준비성이 철저한 거야!”

철저히 자료를 기반으로 한 완벽한 추리. 선생님이 어제 나와 리허설 하면서 준 정보를 토대로 한 3D추리(?). 희세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 ‘노답’을 본 듯한 표정이다. 아니 나는 그런 저열한 스토커가 아니라! 확실히 해야 할 건 확실히 해야 하는 거니까! 막말로, 이런 귀중한 쉬는 날에 헛수고 해 봐! 시간이 아깝잖아?! 나만 이상한 건가?!

“오오! 온다 온다! 얼른 위치로!”

“무슨 위치?!”

“대충 숨어봐!”

“아으, 이게 뭐야아!”

저쪽에서, 선생님과 정민 씨가 오는 게 보인다. 정민 씨는 저번 미행 때 한 번 봤으니까,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호들갑스럽게 말하곤 얼른 풀숲으로 숨는다. 이런 짓(?)을 한 번도 안 해본 순진하고 착한 희세와 성빈이.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하다 내 옆으로 간신히 숨는다. 풀숲이 그리 큰 편이 아닌데 세 명이나 숨을 수 있을까 싶은데.

“여기서 먹을까요?”

“네, 네.”

하필이면 우리 풀숲 앞 벤치에 앉는 선생님과 정민 씨. 정민 씨의 말에 선생님은 다소곳하게 대답하고 벤치에 앉는다. 우와, 선생님 옷 되게 신경 써서 입고 나오셨네. 기합이 팍 들어가 있어. 잘 정돈된 머리에 세미 정장 같은 느낌의 옷과 치마. 좀 나이 들어 보이는데, 그래도 잘 어울린다. ……뭔가 AV에 나올 것 같은 차림이다 라는 생각을 하는 내가 쓰레기 같다. 아니! 그 선생님 AV 있잖아! 그런 거! 마침 안경까지 쓰셨잖아?!

“도, 도시락 싸 오신다길래, 되게 기대했는데…… 그, 이렇게 먹는 건 처음이라서요, 점심 같은 거.”

“네, 네, 저도 처음…….”

뭐지 이 분위기. 분명 저번에 봤던 정민 씨, 뭔가 늠름하고 듬직하면서 선하게 생긴 훈훈한 청년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살짝 말도 더듬거리면서 묘하게 어눌한 말투다. 뭐, 잘생긴 외모는 여전하긴 한데. 정민 씨의 말에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조금 얼떨떨한 태도로 대답한다.

“그…… 죄송해요, 제가 데이트 같은 거 거의 안 해봐서…… 영화도, 여성 분 취향 같은 건 잘 몰라서…….”

“아, 아니에요! 충분히 재미있게 봤어요, 재미있던데요, 영화.”

“그, 그랬다면 감사해요.”

“네. 도, 도시락, 먹죠?”

“네.”

뭐야 이 한참 서툰 커플은. 선생님만 그런 게 아니라 정민 씨까지 완전 쑥맥이잖아. 저런 말,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초창기에나 하는 말 아니었어?! 내가 알기로 정민 씨가 선생님보다 2살인가 3살 더 많다고 들었는데. 그야말로 모태솔로구나.

나이는 우리보다 한참 많은 두 사람인데 뭔가 풋풋한 분위기가 감돈다. 서로 긴장하고 있는 태도가 역력하다. ……이 사람들 진짜 30 넘은 사람들 맞아?! 사귄 지 6개월 넘었는데! 선생님의 말에 정민 씨는 고개를 끄덕인다.

“와, 정말…… 아침부터 싸셨어요 이거?”

“네, 네.”

“정말…… 혜라 씨랑 결혼하는 남자는 복 받은 남자겠네요.”

“……흐흠.”

도시락을 꺼내는 선생님. 각자의 무릎 위에 펼쳐지는 도시락.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우리가 지도한 그 메뉴 그대로. 계란말이, 소시지 야채볶음, 유부초밥, 새우튀김. 다행히 망하진 않은 것 같다.

정민 씨는 도시락을 열어보고 감탄하며 말한다. ……저기요. 눈치가 없으세요? 그 복 받은 남자가 당신이 될 수도 있다구요! 선생님은 이미 결혼까지 결심한 노처녀인데! 그런 말 하면 선생님이 무슨 기분이 들겠어요! 안 그래도 선생님, 정민 씨의 말에 작게 헛기침을 하신다. 지금, 결혼하자고 말해요 선생님! 아, 아닌가.

“……누구처럼 눈치가 없네.”

“응?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희세가 뭐라고 지껄이는데 선생님과 정민 씨의 대화에 집중하느라 잘 듣지 못했다. 되물으니 희세는 아니꼬운 표정으로 볼멘소리다. 희세도 저 두 사람이 답답한 모양이네. 성빈이도 숨 죽이고 두 사람을 바라본다.

“……어때요?”

“맛있어요!”

“……헤헷.“

“새우튀김이 정말 맛있네요. 저희 어머니보다 더 잘 만드신 것 같은데.”

“에이, 어떻게 제가 그러겠어요. 그냥 밖에서 먹으니까 그런 거…… 겠죠?”

“아뇨아뇨, 정말.”

말없이 새우튀김을 먼저 집어 드시는 정민 씨. ……편하게 먹는 새우튀김. 결혼은 하셨는지? 아, 새우튀김만 보면 드립을 치고 싶어 안달이 날 것 같다. 교만의 새우튀김. 다행히(?) 정민 씨는 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소녀처럼 수줍게 좋아라 하는 선생님. 우왓, 나이아 안 맞게 귀엽게 뭐야 저게?! 정민 씨의 칭찬에 선생님은 부끄러워서 견딜 수 없는지 머리를 매만지며 얼굴을 붉힌다. 하하, 저게 사감 선생님입니다 여러분! 저렇게 부끄러워 견딜 수 없어 하는 게 선생님이라니!

“혜라 씨는, 요리 잘 하시네요?”

“아뇨, 아뇨! 그…… 도움을 좀 받았어요…….”

“그래도, 본인이 만든 거 아니에요?”

“네, 맞아요. 그렇긴 한데 그…….”

“대단해요.”

오, 예상적중. 정웅도 기출문제에서 나온, ‘요리 잘 하시네요’라는 질문! 하지만 선생님은 내 지적과는 다르게 똑같이 ‘도움을 받았다’ 라는 대답을 한다. 거기선 그냥 본인이 만든 걸로 퉁 치라니까 왜! 정민 씨는 방긋 웃으며 묻는다. 정민 씨는 그래도 선생님만큼 허둥지둥 부끄러워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아까는 영화관에서의 영화선정 실패로 그런 것 같은데.

“좋네요, 이렇게 밖에서 먹으니까. 혜라 씨가 직접 만들어준 도시락도 맛있고.”

“…….”

“고마워요, 만들기 힘들었을 텐데.”

“아, 아니에요, 저도 좋아서 만들었는데.”

오, 다시금 예전의 그 늠름하고 당당한 정민 씨로 돌아간 것 같다. 정민 씨의 능수능란한 칭찬에 선생님은 어쩔 줄 몰라 한다. 허허, 여전히 선생님 수줍어 하는 모습은 적응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보기는 좋구나. 선생님도 남자친구가 있고, 선생님도 사랑을 하시니까.

“맛있게 잘 먹었네요.”

“후식도 있어요.”

“아! 들고 오는데 무겁지 않았어요, 이거저거?”

“괜찮아요.”

선생님과 정민 씨가 도시락을 먹는 사이. 우리도 배고프다. 밥 먹을 때니 당연하나. 남 밥 먹는 거 지켜보고 있으려니 그러기도 하고. 정민 씨의 인사에 선생님은 가방에서 다른 것을 꺼내며 말한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이것저것 싸 오는 게 꼭 아줌마 같네. 다행히 정민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 다정하게 대답한다.

“어, 여기 뭐 묻으셨는데.”

“네?”

“!”

“──”

과일 같은 것을 꺼내는 선생님, 문득 정민 씨의 말에 고개를 홱 돌린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정민 씨는 그대로 선생님에게 키스. 우와, 상남자잖아?! 생긴 거랑 다르게. 뭔가 느끼한 것 같기도 하고. 선생님은 흠칫 놀란 눈을 했다 이내 눈을 감는다. ……뭔가 이런 거 보면 안 될 것 같은데. 프라이버시잖아. 슬쩍 눈을 돌리니 희세와 성빈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게 보인다.

“이만 가자. 점심이나 먹자.”

“……왜?”

“좀, 그렇잖아. 가자, 가자.”

두 사람이 키스하는 꼴을 계속 보고 있기 민망해 속삭이듯 말했다. 굉장히 진지한 눈빛으로 계속 그것을 쳐다보며 잠자코 대답하는 희세. 완전히 빠져버렸네. 얼른 키스하는 것 구경에 빠진 두 사람을 이끌고 공원을 빠져나왔다.

“와, 상남자네 정민 씨. 거기서 그렇게 키스할 줄은 몰랐는데.”

“…….”

”점심이나 먹자.”

“……응.”

뭐, 미행을 했지만 선생님이 무리 없이 잘 데이트 하시는 걸 봤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 기지개를 켜며 뒤돌아 성빈이와 희세를 보며 말한다. 둘 다 뭔가 미묘한 표정이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성빈이. 셋이 점심이나 먹고 해산 해야지.


“어때, 오래간만에 오니까.”

“에…… 뭐, 똑같죠. 아무것도 없으니까 뭔가 휑하긴 한데.”

선생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되게 오래간만에 들어오는 거 같은 내 방. 거의 1년만인 것 같다. 아니, 한 8개월 됐으려나. 10개월? 잘 모르겠다. 선생님은 싱긋 웃으며 침대에 걸터앉으신다. 기숙사, 내 방. 아무도 살고 있지 않으니 어떤 짐도 없다. 해서 방이 텅 비어서 뭔가 더 커 보인다.

순조롭게 미행을 마치고, 희세와 성빈이와 밥을 먹고 해산. 자취방에서 잉여로운 오늘 하루를 잘 보내려는데 문득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기숙사에서 잘 생각 없냐’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여쭤보니 선생님은 ‘고마워서 그래. 어쨌든 와 봐. 내일 학교 갈 것 챙겨서.’ 하고 말씀하신다. 조금 의아하지만 가방을 챙겨서 기숙사로 왔다.

“저 없는데도 방은 그대로 있네요?”

“그럼 너 나갔다고 바로 창고로 만들어? 그렇게 열심히 치우고, 청소하고, 도배하고 그 생고생을 했는데?”

“하긴 그렇네요. 그 생고생은 제가 했지만.”

“뭐, 어쨌든 오늘은 여기서 자. 원래는 이런 식으로 사적으로 기숙사를 사용하면 안 되지만─ 저번에도 말했잖아, 주말에는 내가 기숙사 왕이니까.”

“아하하. 독재자네요.”

내 말에 선생님은 심드렁하게 말씀하신다. 뭐랄까, 원래 그러면 안 되지만 그렇게 하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은데. 하긴, 선생님 말대로 주말에는 기숙사에 일절 누가 터치할 일이 없을테니. 선생님 지도하에 기숙사에서 딱히 큰 사건·사고가 일어난 적이 없었다니, 나름대로 신뢰받고 계시겠지. 벌써 기숙사 사감 맡은 지 4년 다 되어간다고 하시니까.

“이렇게 부른 건, 고맙다는 말 하고 싶어서. 네 덕분에, 정민 씨랑 데이트 잘 했으니까. 도시락도 맛있다고 몇 번 얘기하더라고.”

“하핫. 뭔가 되게 소녀 같으시네요. 이미지랑 안 맞게.”

“……정민 씨 앞에선 맞지. 그렇게 되는걸.”

“아핳.”

선생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굳이 선생님 말씀 안 들어도, 직접 미행해서 본 게 있으니까. 그걸 말할 수는 없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저녁에, 기숙사 파티 할 거니까. 선생님이 닭 사줄게.”

“와, 이 기숙사 애들 전체한테 닭을 쏘는 거에요?!”

“미쳤냐. 공휴일이니까 특별히 뭐 시켜먹어도 된다고 하는 거지. 선생이 무슨 재벌인 줄 알아. 너만 특별히 사주는 거야.”

“아하하. 감사합니다. 영광이네요. 닭 먹으려고 이 방까지 얻고.”

선생님의 말에 짐짓 놀라는 척 말했다. 기숙사에 따로 파티 날이 있다는 건 성빈이한테 몇 번 들어서 알고 있다. 주로 일요일에 하는데. 그 날만은 뭐 시켜먹어도 눈감아주는(?) 날이라고. 나한테 닭 사주시려고 기숙사 전체에 파티를 내리다니, 선생님 권한이 막강하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면 되지, 무슨 엄청난 은혜 입었다고.”

“그치만, 치킨에 피자까지 있잖아요!”

“세트라서 시킨거야. 맛은 별로 없을걸.”

“그래도! 이 진귀한 음식들을!”

저녁, 기숙사가 술렁술렁 시끄럽다. 내 방에서도 윗층 애들의 시끄러운 동태와 대화를 잘 들을 수 있으니까. 나는 선생님께 삼보일배라도 할 기세로 고개를 꾸벅꾸벅 조아린다. 분명 치킨만 시켜주신다고 했는데, 피자까지. 도저히 두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닌 것 같지만, 그저 난 감사할 따름이다. 선생님은 시니컬한 미소를 보이며 대답하신다.

“어…… 와, 진짜 웅도 있네.”

“오, 성빈아 안녕!”

“어, 마침 잘 왔다 너. 같이 먹어, 너무 양이 많다.”

문이 조금 열리고 빼꼼 고개를 내미는 성빈이. 활기차게 인사를 건네는 나. 기숙사에서 보는 성빈이, 되게 오래간만이구나. 예전에 봤던 그 하늘하늘한 예쁜 잠옷 같은 거 입고 있어, 귀여워. 선생님은 성빈이를 보고 대뜸 말한다. 이제는 성빈이에게 그렇게 냉정하게 대하지 않는 선생님. 요리 건을 계기로 성빈이하고 희세하고도 어느 정도 친해진 선생님이니까.

“애들이 웅도 본 것 같다고 해서.”

“아, 벌써 소문 난 건가.”

“뭐, 어쩔건데. 내 기숙사에 내가 내 제자 불러서 닭 멕이는데 뭐 잘못됐어?”

“아하하. 아뇨. 그냥, 소문이면 이제 질색이라서…….”

닭과 피자를 먹으며 두런두런 얘기한다. 역시 뭐가 됐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친한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노는 게 제일이지. 선생님은 성빈이한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성빈이는 ‘아니에요! 선생님이 잘 만드신 건데!’ 하고 겸양을 떤다. 훈훈하구나.

“이것들, 가만히 두니까 기숙사 무너지겠네. 뛰어다니고 X랄이야, 미친X들이.”

“아하하. 여자애들이 그렇죠 뭐.”

“남자새끼들하고 다를 게 없다니까, 이 년들.”

위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니 선생님은 얼굴을 찌푸리며 내 방에서 나서며 말씀하신다. 허허 웃으며 대답. 곧 마이크로 ‘조용히 안 다니냐! 기숙사 전세냈어?!’ 하는 우렁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금세 조용해지는 기숙사. 과연 선생님이구나.

“음? 안 오시네?”

“일 하실 거 있으신가봐.”

“하긴, 아까부터 나랑 얘기하고 계셨으니까.”

격무에 시달리는 선생님. 공휴일에도 그 일은 계속되는구나. 성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닭을 먹는다. 의외로 잘 먹네, 성빈이. 하핫.

“……아까 전에 선생님, 깜짝 놀랐어.”

“어, 그렇지 아무래도.”

성빈이는 닭다리를 뜯으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닭을 먹으며 대답한다. 놀랐다는 건 아마, 키스하는 거 말하는 거겠지. 확실히, 조금 남사스러워서 감히 쳐다볼 수가 없데. 확실히 어른들이라, 진도 나가는 게 거침이 없군. ……잠깐만, 6개월 넘게 사귀지 않았어, 선생님하고 정민 씨?

“…….”

“…….”

어째 성빈이는 말이 없어졌다. 잠자코 닭만 먹는 나. 뭐랄까, 뭔가 분위기가 조금 경직된 거 같은데. 그렇다고 마냥 드립을 쳐서 분위기를 풀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성빈이는 힐끔, 나를 쳐다보다 나와 눈이 마주치니 얼른 시선을 돌린다. 왜??

“……키스 하면, 어떤 느낌일까.”

“글쎄. 좋지 않을까? 보통 사귀는 사이여야 키스를 할 테니까. 서로 좋아하니까 좋겠지? 나도 안 해봐서 모르겠네.”

“…….”

문득 말을 꺼내는 성빈이. 나는 심드렁하게 피자를 집어먹으며 대답했다. 키스라, 그렇지. 연인들이 하는 사랑의 표현방법이라니까. 안 해본 나로써는 뭘 예상해도 결국엔 추상적인 상상일 뿐이니까.

“……?”

“…….”

성빈이는 별 대답이 없다. 닭도 치킨도 먹고 있지 않다. 무슨 일인가 하고 성빈이를 쳐다보니, 성빈이는 또 나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얼굴이 상기돼 있다. 나는 괜히, 나도 모르게 살짝 긴장하게 된다. ……뭐야뭐야 이거 분위기 왜 이래!! 무슨 상황인데? 뭘 기대하는 건데? 잠깐만, 정웅도 이러면 안 되지.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상도덕(?)이 있지. 하지만, 성빈이의 저 반응은. 설마, 기대하는 거? 도발? 모르겠어, 왜 갑자기 말 없어졌는데! 왜 갑자기 그렇게 다소곳하게 있는데?!

“…….”

침을 꿀꺽. 나와 성빈이가 있는 이 공간이 순식간에 너무도 조용해진 것 같다. 성빈이는 여전히,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한다. 그러다 딱, 나와 눈이 마주쳤다.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이내 눈을 감는 성빈이. ……이것까지 못 알아채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 성빈이가! 아니아니,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유도 명분도 잘 모르겠다. 다만 키스 얘기를 하다 분위기가 야릇해졌는데, 이렇게 됐다. 성빈이 쪽에서 먼저 눈을 감았다. 이건…… 역시…… 승낙의 의사……? 그렇겠지?! 아 모르겠다! 그냥 해!

지금 키스하면…… 치킨맛 나겠지? 피자맛? 몰라 뭐야 내가 생각한 키스는 딸기맛인데!

연인사이도 아닌데 키스하는 법도가 있나요?! 없으면…… 그런 법도 만들면 되지!

‘덜컥.’

“할 일 더럽게 많─ 아.”

“으헉!”

“힛?!”

“아아. 미안하다. 선생님이 진짜 미안해. 정말 선생님이 문제네. 하던 거 계속 해.”

“뭐, 뭘요?! 이미 망쳐놓고 그렇게 하지 마요! 가지 마요! 저 어색해서 죽으니까요!”

“아니 왜, 자리를 만들어줘도 X랄이야.”

마악, 정말 1mm 정도 남았을까. 갑자기 덜컥 열리는 문에 흠칫 놀라 어깨를 움찔 했다. 성빈이도 놀라서 움찔 했고, 그 바람에 입술이 닿았다. 선생님은 뻐근한 어깨를 자기 손으로 주무르며 들어오다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금세 상황파악을 하셨는지 문을 닫으며 뒤돌아 나가려 하신다.

안 돼요, 그러고 가지 말아요. 이미 밥상 다 뒤엎어놓고, 무슨 짓이에요 이게! 으아아아아! 창피해 죽을 것 같잖아!! 선생님은 킬킬 웃으며 ‘하여튼, 요즘 애들은 발라당 까져서. 그저 밀실에 남녀 두 명이 있으면 하지 못해서 안달이네. 성빈이 얘도 전혀 의외고.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하고 간단한 총평을 하신다. 나도 나지만 성빈이도 성빈이대로 ‘그런 거 아니에요!’ 하고 잔뜩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친다. 우와, 엄청 부끄러워. 엄청 심장 두근거려. 성빈이도 얼굴 잔뜩 빨개졌다.


파티는 무사히 마치고, 성빈이랑은 또 어색해졌다. 분명 아까 전에, 선생님의 방해로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서로 움찔 해서 입술이 닿았다. 잠깐만 그럼 그거…… 그것도 키스 아니야?! 우워어어어억!! 내가, 내가 성빈이랑?!! 아무것도 없이 침대와 이불만 덜렁 있는 방에서, 나는 발버둥치며 괴로워한다. 행복한 괴로움인가. 아직도 얼굴의 열이 식지를 않는 것 같다. 아아, 오늘 잠, 제대로 잘 수 있을까.

……성빈이 2층에서 자고 있을 거 아니야. 으아아아─! 한지붕 아래 자고 있는 거잖아─!!

소년감성은 오늘도 불이 붙었다.


작가의말

분량조절실패...... 연참대전 이후로 간만에 11000자 넘게 써보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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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97 연필유령
    작성일
    15.10.14 19:05
    No. 1

    리유랑 헤어졌다고 막나가는 정웅도군은 이제 거침없이 생각을 포기했고 그대로 하렘왕에 등극할 수 있지만 그저 발암물질일 뿐!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10.15 22:20
    No. 2

    그렇습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비행병아리
    작성일
    15.10.14 19:43
    No. 3

    우왓, 나이아 안 맞게 귀엽게 뭐야 저게?!

    나이아 -> 나이에


    왜 항상 이런 장면에는 하기전에 들이치는 것일까요? 하는 도중에 들이치는 것도 나름 재미 있을커 같은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10.15 22:21
    No. 4

    하는 도중에 들이닥치면 "아......" 하면서 조용히 문을 닫아주기 때문입니다. 하는 중(?)이니 둘 다 눈을 감고 있겠죠? 그러면 안 되잖아요. 뭐가 안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타이밍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5.10.15 14:05
    No. 5

    근데 정웅도 키스...
    전에 희세랑 하지 않았었나요?
    희세랑 했었던거 같은데~
    술 마시고 한 키스는 키스가 아닌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10.15 22:21
    No. 6

    그- 그거는. 웅도의 기억력이, 마치 포켓몬스터의 지우처럼 초기화 돼서~~ 가 아니라, 제 기억력이 초기화 돼서 ㅠㅠㅠ 그래요, 분명 했었는데! 그거 쓴 지 물경 10개월이 넘어서 까먹어버렸네요, 데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5.10.15 14:10
    No. 7

    네 이놈 정웅도!!!
    희세까지는 괜찮다~
    성녀 성빈이는 그냥 그대로 놔둬라~
    아이고... 희세랑 달달해지나 했는데 또 성빈이하고 꼬이다니...
    이 놈의 태신 작가님은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거 같아~
    태신 작가님이 웅도를 제일 병신 변태로 만들고 있어...흑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10.15 22:22
    No. 8

    ......어쩔 수 없습니다. 저라고 이러고 싶지는 않아요. 그치만, 그치만!
    저도 먹고 살아야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5.11.16 21:48
    No. 9

    흐음..............희세가 저 소식을 알면 과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11.17 21:36
    No. 10

    영원히 고통받는 희세......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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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07화 - 2 +16 15.09.08 936 1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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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06화 - 3 +10 15.09.01 1,047 2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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