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3,183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5.10.03 09:21
조회
826
추천
24
글자
18쪽

10화 - 4

DUMMY

“어떻게 온 거야?”

“비행기 타고 왔지.”

“아니 그게 아니라아! 하하. 아직도 이상해.”

“나도 이상하네.”

헤벌쭉 웃으며 리유를 쳐다보는 나. 리유의 질문에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리유는 특유의 활발한 톤으로 대답한다. 그저 보기만 해도 즐거울 뿐이다. 리유의 귀여운 모습을, 생라이브(?)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분명 만나면 어색해하거나 굳은 표정으로, 원래 나이보다 5살은 더 많은 것 같은 어른스러운 낮은 톤으로 얘기할 것 같았는데. 막상 만나 얘기하니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의 리유다. 그래서 더욱 좋다.


요란한 리유와의 만남, 나도 모르게 그대로 리유를 껴안아버렸다. 리유는 당혹스러워하며 나를 밀어내려 하는 리유. 그 마음이 어떻든, 어쨌든 힘으로는 나를 밀어낼 수 없는 리유이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아저씨는 껄껄 웃으며 ‘#$%^&%@% boyfriend?’ 하고 물으신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boyfriend’는 확실히 들리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리유의 당혹스러운 표정과 ‘No! nonono, he’s not!‘ 하는 대답. Aㅏ…… 그렇죠. 그런 거죠. 네,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나도 점심을 안 먹었기에 자연스럽게 식사에 끼게 되었다. 노년과 중년 사이의 서양인 부부와 리유, 그리고 나. 어디서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난생처음의 광경에 굉장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중년 부인은 나를 힐끔 쳐다보며 계속 리유에게 뭐라고 영어로 말한다. 중년 남편 역시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영어로 말한다. 리유는 당황해서 영어로 대답한다.

……리유 영어는 그나마 좀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몇 개월만에 리유는 영어패치(?)가 됐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리유 말도 못 알아듣는데 하물며 원어민인 서양인 부부는 더욱.

뭐, 리유는 단순한 대답만 하고 있으니까. 대부분의 대답이 ‘No!’라서 내 마음을 더욱 서글프게 만들지만. 대강 눈치상으로 보면 ‘아무리봐도 남자친구 같은데. 그럼 방금 전에 대뜸 포옹한 건 뭔데?’ 하고 장난스럽게 물어보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느낌적인 느낌으로 보자면.

“!#%^&#%@$. we’re !%!@^&@.”

“Haha, !#^@$&^#*&! $%@^.”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다시금 영어로 시작되는 대화. 이제는 영어를 듣기만 해도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다. 그거 조금 몇 시간 들었다고 또 조금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중학교 때 영어 좀 배울걸. 희세나 성빈이라면, 최소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알아 들었겠지? 아니야, 믿을 수 없어. 희세나 성빈이를 못 믿겠다는 게 아니라, 입시위주 대한민국 영어교육을 못 믿겠다는 거지. 그러니까 이런 내가 있고. 딱히 내가 영어를 못 하는 게 아니야, 대한민국 영어교육이 잘못된 거지! 히힣!

“가자.”

“어? 어디를?”

“내 방.”

“네 방?!”

“왜?”

“아, 아냐.”

간만에 들리는 한국말에 감격. 귀여운 리유 목소리에 변하지 않은 태도라 또 감격. 흠칫 놀라니 리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위를 가리킨다. 크─ 귀여워 죽겠어! 좀 더 보여줘, 귀여운 모습!

나는 그대로 헤벌죽 리유를 멍청하게 쳐다본다.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는 리유. 아, 처음 보는 이 표정! 좋아, 좀 더 매도하는 표정으로 봐 줘! 리유의 이런 모습 처음이야! 하악하악 리유쨔응! ……뭔가 몇 달 못 봤더니 엄청난 변태가 된 것 같다.

“지금은 룸메이트 없는데 올 수도 있어. 일단은 없으니까.”

“룸메이트면…… 역시 외국인?”

“그렇지. 나보다 2살 어려.”

“그렇구나. 영어 잘 하고?”

“뭐야, 당연하지 여기 사람인데!”

“에헤헤.”

계단을 오르며, 리유의 말에 실없는 개소리를 지껄이는 나. 그저 리유랑 같이 있으려니 헤헤 웃음이 나온다. 리유가 앞장서고 나는 따라간다. 습관적으로 리유의 작은 손을 나도 모르게 잡을뻔 했다가 움찔 허공에 손이 멈춰선다. ……안 되지, 이제는. 아무리 헤벌레 해도 지킬 건 지켜야 하니까. 괜히 손이 부르르 떨린다.

“미안해.”

“응.”

“……사과, 받아주는 거야?”

“그럼 안 받아?”

“아니, 그…… 너무 허무한데.”

산뜻한 분위기의 방. 2층침대가 인상적인, 크지도 좁지도 않은 적절한 방. 은은한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도 같다. 아, 이러면 너무 변태 같으니 자제 해야지. 리유는 침대에 걸터앉고 나는 의자에 앉았다. 앉자마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리유를 쳐다본다. 리유는 맹한 표정으로 귀엽게 나를 본다. 장난기 싹 빼고, 진지한 목소리로 사과.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리유의 말에 도리어 힘이 빠진다. 진지하게 말하면 리유도 따라 진지할 줄 알았는데, ‘천진난만’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정도로 너무 간단하게 받아준다.

“사과는, 전화로 했을 때부터 이미 받았어. 네가 너무 진지하게 하니까 나도 어떻게 대뜸 ‘응 괜찮아 나!’ 하고 말할 수가 없잖아.”

“어…… 리유 너 많이 변했구나. 예전 같으면 그냥 그랬을 텐데.”

“그치만! 네가 진짜 너무 했으니까! 볼래? 사진? 아직도 저장하고 있는데!”

“아아, 제발 그것만은……!”

“봐!”

“……으으.”

어른스러우면서 귀여운, 언밸런스한 느낌으로 말하는 희세. 그것도 색다른 느낌으로 귀여워 좋다. 내 대답에 눈을 치켜뜨고 잔뜩 화를 내는 리유. 화내는 것도 귀여운 리유다. 하지만 그 매서운 기세는 금세 나의 정신에 심대한 타격을 주기 시작한다. 제발, 그것만은 안 돼! 피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리유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보여준다.

희세가 내 볼에 뽀뽀하고 있는 사진. 누가 봐도 갓 사귀어 풋풋할 것만 같은, 청춘의 연인의 모습이다. ……하아.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이제와서 후회한들 뭐하리 나는 바보가 돼 버린걸.

“이런 사진 오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해? 응? 바보처럼 또 헤헤 웃고 넘어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진짜, 엄청, 마아아~~~않이! 개실망!”

“……응. 맞아. 내가 개X끼지. 분명하지, 그건. 인정합니다.”

“흥흥! 나 유학 가 있는동안 좋다고 바람피우고 있고! 진짜, 엄청 대실망!”

“……미안.”

심각한 듯 진지한 표정이지만 정작 목소리는 저번 전화할 때처럼 진지하지 않다. 어째 심각하게 말하는데 목소리는 잔뜩 높은 톤으로 귀여워서 숫제 장난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마냥 죄책감을 느끼며 고개를 푹 숙이며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수백, 수천, 수억의 사죄를 해도 모자라니까, 이 일은.

“그치만, 진짜 여기까지 와서 사과하리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좀, 다시 봤어.”

“……헤헷.”

“그렇다고 또 의기양양. 이제는 웅이 안 믿으니까!”

“지금 웅이라고 했어? 한 번 더 말해줘! 좀 더! 하앍하앍!”

“뭐야 뭐?! 왜 이래, 변태같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한테만큼은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세상 모두가 변태라고 해도 너만큼은!”

“으아아앙!!”

검지를 들고 귀엽게 말하는 리유. 아, 정말 너무 귀엽고 야무져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예전처럼 마냥 귀여움 받고 싶어하는 강아지 같은 느낌이 아니라, 적당히 선을 두는 고양이 같은 새침한 느낌이 돼서 더욱 참을 수가 없다.

거기다 ‘웅이’라는, 리유 특유의 별칭을 들으니 더는 견딜 수가 없다. 저번 전화에서부터 ‘웅도’라고 불렀을 때, 그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데. 더 이상 ‘웅이’라는 별칭이 아닌, ‘웅도’라는 철저히 타자화된 남으로 나를 인식하겠다는 하나의 ‘종결선언’ 같은, 그런 말이었는데. 다시 ‘웅이’로 돌아왔다. 아아, 그래! 리유가 내 사과를 받아준 거야! 다시 회복될 수 있어! 예전처럼, ‘웅이’라고 날 부르는 귀여운 리유로!

흥분한 상태로, 눈이 뱅글뱅글 도는 것 같은 느낌으로 나는 그대로 리유에게 달려들었다. 그렇다고 리유를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다. 이렇게나 귀엽고 아리따운 리유에게 감히 부정한 짓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너무 귀여워서, 좀 더 리유를 맛보고 느끼고 싶어서.

침대에 앉은 리유에게 달려들어 그대로 눕혔다. 리유는 깜짝 놀라서 눈을 질끈 감고 발버둥친다. 아까도 말했지만 힘으로는 어떻게 나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리유다. 후후, 좀 더 발버둥쳐봐! 그렇게 저항하고 앙탈부릴수록 나의 힘은 더욱 강해지니까! 흐흐흐…… 으아아아!

“WHOU! WHAT??!”

“??!“

“Ah…… I’m sorry. Just doing, Lee-you.”

“No! nonono! help me!”

꼭 이런 타이밍에, 오해하기 십상인 모양새일 때 다른 사람은 들어온다. 이러고 있었기 때문에 문이 열리는 소리도 잘 듣지 못했다. 높은 톤의, 영어 특유의 과장된 놀라는 감탄사. 흠칫 놀라 변태의 눈을 하고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봤다. 금발에 흰 피부. 파란 눈이 빛나는 것 같은 여자애가 문에서 이쪽을 보고 입을 가리고 경악하고 있다.

서양 여자애(?)는 사뭇 놀란 표정이었다가 이내 미묘한 표정이 되어 허리에 손을 올리고 여유 있는 태도로 말한다. 리유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절규하듯 소리 지른다. help라니. 살려달라니. 내가 뭐 잡아먹고 있었어?! 나는 그저, 리유의 귀여움을 만끽하기 위해서! 아, 거기 서양인 분. 오해가 있으시군요. 이건 동양 고유의 풍습으로, 귀여운 여자아이의 귀여움을 확인하기 위한……은 개뿔! 엄청난 오해잖아!

“아아, 아닙니다, 제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건 뭔가 중대한 오해가!”

“바보야, 한국말로 말해도 못 알아 듣는다니까!”

“아아, 그렇네. excuse me, I’m not…… I’m not……! I’m not 변태!”

“영어공부 좀 해! 바보야!”

“너한테 내가 그런 말 듣는 날도 오는구나! 크아!”

당황스러워서 얼른 변명하지만 그 변명조차 먹히지 않는다. 외국인이니까. 내가 살다살다 리유에게 태클을 당하는 날도 오는구나. 머리를 쥐어짜듯 순간적인 영작(英作)을 시도해보지만 도저히, 안 된다. 중등영어 수준에서 멈춘 내 영어 수준으로는. ‘Fine thank you, and you?’밖에 모른다니까?! ‘변태’가 영어로 뭔데! 모르겠어! 또 다시, 살다살다 리유한테 공부 하라는 말을 듣다니. 으아, 천지가 개벽하겠네.


“AHAHAHA! !#$^@$&@@%!%&@! I’m really #$^&$#&$*(!”

“하하핳. @^*&&@@%$~%^!. @^$%@%@#^.”

“음.”

겨우 상황이 진정되고. 나는 죄인이 되어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리유와 여자애는 침대에 앉아 얘기하고 있고.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는 서양 여자애. 리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영어로 얘기한다. 나는 여자애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재간이 없으니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듣는 척 분위기만 잡고 있을 따름이다.

“오해했대잖아. 잔뜩.”

“아무래도 그렇지.”

“아, 이쪽이 내 룸메이트. 어…… 잠깐만.”

“응.”

한참 여자애와 얘기하던 리유.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보며 볼멘소리로 말한다. 귀여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니 리유는 마찬가지로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룸메이트를 소개하려다 멈칫 한다.

“Slowly, Slowly.”

“Uh-hu.”

”Woong-do, This is my friend, Silia.”

“아…… 예스. 파인 땡큐, 앤드 유?”

“……거기서 그 말이 왜 나와!”

“아는 게 이거밖에 없는데!”

“공부 좀 해 공부!”

“AHAHAHAHAHA!!”

천천히 말해달라고 요청하는 리유.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애. 리유는 피식 웃으며 나를 한 번 쳐다보고, 여자애를 보며 말한다. 마치 교과서에서 나오는 것 같은 소개멘트. 나 이거 중1 다이얼로그에서 봤어! 선생님이 외우래서 외웠다고! Minsu! This is cathy. She is a new student from america. Oh, really? 좋아, 그럼 나도!

그러나 내가 대답을 제대로 하는 일은 없었다. 거짓말처럼, 영어를 말하려면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고 입은 굳어버린다. 내 바보 같은 말에 리유는 잔뜩 심통이 난 표정으로 말하고 여자애는 잔뜩 배를 잡고 웃는다. 우우…… 영어 좀 못 할 수도 있지! 이래서 영어 영어 하는구나, 대한민국이.

“실리아. 와우. 프리티 네임. 왓 이즈 유얼 라스트 네임?”

“……what?”

“……좀 번역해주라. 발음이 너무 후져서 그런가.”

“아니이! 그렇게 의식해서 한국사람처럼 발음하지 말고! 좀만 영어처럼 해보려고 노력이라도 해 보구!”

“나는 한국사람인 걸 어떡해! 다시는 대한민국을 무시하지 마라. 유나킴의 오른발과 치성퐑의 왼다리, PSY의 갱남스톼일이 있는 나라다.”

“뭐래는거야! 막상 왜 그런 건 영어처럼 꼬아서 말하는데!”

‘Silia. WOW, pretty name! What is your last name?’이라고 물어봤는데. 분명 중등영어인 내가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수준낮은 영어인데. 왜 못 알아 듣는거야.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라니. 공항에서 봤던 그 한국말 잘하는 여직원 분 보고 싶네.

리유의 태클에 나는 완고한 유림선비처럼 항거한다. 그러면서 ‘유나킴’, ‘치성퐑’ 같은 단어는 있는대로 꼬아서 말한다. 장난 가득인 내 말에 리유는 성을 내며 귀엽게 손을 파닥파닥 거린다. 아핳, 좋아 죽겠네.

“바보!”

“엇?!”

“바보 정도는 알려줬으니까. 웅도 바보라고.”

“아니 왜 그런 걸 알려줘. Silia, no. I’m not 바보.”

“AHAHA. Good!”

“때, 땡큐.”

갑자기 ‘바보!’ 하고 한국말을 하는 여자애.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발음이 나쁘지 않다. 항공사 직원 분의 재림!? 왜 이렇게 한국어 패치(?)가 된 서양인들이 많아 적응 안 되게! 리유는 몇 개월도 안 됐는데 영어패치 되고! 언어라는 거, 그렇게 빨리 배우는 거야!? 내가 이상한 거야?!

“어…… I’m re-yu’s friend. from korea.”

“Yes. I know.”

“엄…… She is so cute. so cute, and cute. and…… I love her.”

“WOW, really??”

“yes.”

“무슨 말 하는 거야아!”

“맞는 말 하잖아! 대화 잘 하는데 왜!”

겨우, 여자애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다. silia. 실리아라고 했지, 분명? 천천히 말하니 실리아는 그제야 알아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리유에 대해 뭔가 얘기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있는 건 ‘귀엽다’는 ‘cute’뿐. 게다가 아는 단어라고는 ‘love’ 정도밖에 없어, 내가 생각해도 좀 얼토당토않은 말을 했다. 리유는 깜짝 놀라 얼른 제재를 가한다. 나도 알아! 전(前) 남친 같은 말을 어떻게 해! 애초에 그런 단어도 모르고!

“아, 됐어. 내가 설명할거야.”

“아아아. 힘드네, 영어.”

“#^$&#$@#@&#!!$^#^^.”

“@%#$%&&@#^!@%&$.”

리유는 짜증스럽게 귀여운 투정을 부리듯 말하곤 다시금 실리아와 영어로 대화한다. 나도 나대로 힘들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리유, 정말 힘들었겠구나. 말하는 것만으로 이렇게나 힘든데.

가만히 실리아를 쳐다본다. 아까는 정황이 없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상당히 예쁜 여자애다. 인형처럼 오똑한 코와 보석을 박은 듯한 푸른 눈. 교과서적으로 생각하는 전형적인 ‘금발벽안’ 서양인의 모습에, 거기에 더해 특별하게 예쁘다. 색이 옅어 보이는 금발은 어깨 너머까지 생머리. 피부는 희고, 약간 붉은 주근깨가 조금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미모를 퇴색시키진 못하지만. 오히려 풋풋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피부는 리유가 훨씬 좋지만 실리아 쪽이 훨씬 흰 피부다. 당연하잖아, 백인(白人)인데. 흰 백이라고.

분명히, 리유가 소개해줄 때 우리보다 두 살 어리다고 한 것 같은데. 그러면 16살인데. 실리아의 몸매는…… 분명하게 16살은 아닌 것 같다. 아니, 서양애들은 성장이 빠르다고 들었으니까. 16살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크고 아름답잖아. 일단 키가 훌쩍 커서 170 근처는 될 것 같다. 키 뿐만 아니라 비율이 월등하게 좋고. 무엇보다, 그…… 가슴이. 크잖아! 16살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이게 서구열강의 힘인가! 나는 지금까지 희세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이건, 이건!

“Um…… woong-do?”

“아! 예스, 예스.

“You…… 변태?”

“하아?! 노노노! 낫 변태! 아임 낫!”

“HAHAHAHA!”

“왜 그런 단어만 가르치는데! 바보에 변태에!”

“맞잖아! 웅이 변태에 바보 맞잖아! 흥흥!”

“아오…….”

내가 여자애를 분석하는 것은 생각하는 동안 여자애를 빤히 쳐다보는 것. 조금 불쾌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물론 들키지 않게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지만. 실리아는 가만히 나를 쳐다보더니 내 이름을 부른다. 당혹스러워 얼른 대답하니 생각지도 못하게 ‘변태’라는 말이 떨어진다. 이번에는 ‘ㅕ’발음 때문에 조금 부자연스럽지만 확실하게 ‘변태’라고 알아들을만한 수준.

당혹스러워 손사래를 치며 리유에게 시선을 돌려 짜증을 낸다. 리유는 ‘흥흥!’ 하며 새침하게 말한다. 대체 실리아한테 나에 대해 어떻게 설명한 거야, 리유 얘는?!


작가의말

......간만에 분량조절 실패가 등장했습니다.

쓰기는 어제 썼는데, 연재시간 조정을 위해 오늘 올렸습니다. 앞으로는 아침 8~9시 사이에 올리도록 하려구요.

......부지런히 쓸 수 있다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9 쉬는 날. +10 15.10.09 762 16 19쪽
188 11화 - 3 +9 15.10.08 927 23 18쪽
187 11화 - 2 +8 15.10.07 805 20 20쪽
186 11화. 고난의 행군 +12 15.10.06 874 17 19쪽
185 10화 - 5 +8 15.10.04 933 24 22쪽
» 10화 - 4 +8 15.10.03 827 24 18쪽
183 10화 - 3 +16 15.10.01 1,006 18 20쪽
182 10화 - 2 +8 15.09.29 1,050 16 21쪽
181 10화. 약속했어, 기다려 줘. +12 15.09.24 1,022 18 16쪽
180 09화 - 4 +12 15.09.22 951 25 17쪽
179 09화 - 3 +8 15.09.21 1,033 26 21쪽
178 09화 - 2 +9 15.09.20 891 21 17쪽
177 09화. 힘들지만 안녕, 하고 말하기 +8 15.09.19 1,232 16 19쪽
176 08화 - 4 +12 15.09.16 937 18 19쪽
175 08화 - 3 +10 15.09.15 1,063 19 21쪽
174 08화 - 2 +12 15.09.13 1,003 20 19쪽
173 08화.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16 15.09.11 959 20 19쪽
172 07화 - 3 +10 15.09.09 1,096 17 20쪽
171 07화 - 2 +16 15.09.08 935 17 19쪽
170 07화. 말했을 텐데. +10 15.09.06 1,035 20 18쪽
169 06화 - 4 +6 15.09.04 998 18 23쪽
168 06화 - 3 +10 15.09.01 1,046 20 21쪽
167 06화 - 2 +8 15.08.30 1,004 19 19쪽
166 06화. 일장춘몽 +12 15.08.27 1,219 68 20쪽
165 05화 - 4 +18 15.08.24 1,213 25 18쪽
164 05화 - 3 +14 15.08.22 1,104 21 19쪽
163 05화 - 2 +8 15.08.20 942 27 19쪽
162 05화. 너를 내 것으로 하겠어 +12 15.08.18 1,173 16 19쪽
161 04화 - 2 +10 15.08.15 917 27 17쪽
160 04화. 마음만큼은 나도. +10 15.08.11 1,120 21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