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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3,190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5.10.07 07:10
조회
805
추천
20
글자
20쪽

11화 - 2

DUMMY

“학…… 하악…… 하앗……!”

“힘 내! 넌 할 수 있어! 혼자가 아니야! 동료들이 있잖아! 내 손을 잡아!”

“잡으면 뭘 어쩌게. 일본만화에서 나올 것 같은 대사들을 잘도 치고 있네.”

“데헷☆ 원래 이런 때 코치들이 이런 말 해줘야 기운이 북돋아지죠!”

“그러려나.”

숨을 헐떡이고 있는 민서. 죽을 것처럼 급박하게 숨을 헐떡인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 줄줄 흐르고 있는 땀. 한눈에도 괴로워 보인다. 그 옆에서, 같이 달리며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치는 미래.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 옆에서 잔잔하게 태클을 건다. 전혀 힘들지 않다.

열심히 달리고 있는 민서, 미래, 나. 체육시간, 무턱대고 달리기를 하고 있다. 남고의 체육시간이라면 운동장에 반드시라고 할만큼 축구를 하고 있겠지만 여기는 여고. 서부 사막과도 같이 메마른 모래뿐이다. 둥글둥글 풀덩이가 굴러다닐 것만 같은 황량함. 그 덕에 굉장히 자유롭게,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헬스 트레이너가 아니다. 그냥 평범한 남고생이데 무슨 살 빼는데 도움이 되겠어. 뭐, 살이 찐 건 아니고 적절한 표준 체형이라는 점이 있긴 하지만. 그게, 예전에는 뚱뚱했는데 살 빼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 태어나서부터 줄곧 이런 체형인 건데. 그다지 도움은 안 될 것 같지만, 미래와 애들의 성화에 떠밀려 『민서 다이어트 프로젝트』 총괄이 되었으니.

간단히 생각해보았다. 다이어트에 대해. 뭐, 별 게 있겠나. 먹을 거 줄이고, 운동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빠지지 않을까. 과학시간에 배웠잖아, 사람은 탄수화물이던 단백질이던 지방이던 에너지가 남으면 그걸 지방으로 바꿔서 축척하고, 그게 살이라고. 살을 빼려면 그 잉여 에너지를 태워야 하는 것이고, 그럼 방법은 두 가지지. 에너지를 적게 들어오게 해서 잉여 에너지를 태우는 것과, 에너지를 잔뜩 소모해서 잉여 에너지를 태우는 것. 그 두 개가 바로, 적게 먹고 운동하기. 지금 하나 실천하고 있다. 열심히 운동하는 것.

“헉, 헉, 헉.”

“물 마셔. 물 많이 마셔야 살 빼는데 도움 된다더라.”

“저, 정말?”

“응. 대신 음료수는 금지. 음료수에 있는 당분이 살찌는데 엄청 도움이 된데.”

“고, 고마워. 꿀꺽 꿀꺽!”

죽을 상을 하고 숨을 헐떡이는 민서에게 물병을 건네며 말한다. 엄청 힘들어하는 민서지만 사실 10분 밖에 달리지 않았다. 나한테 이 정도는 진짜 조깅 정도밖에 안 된다. 조금 숨 차오를만 하고 등 쪽이 따뜻해진 정도. 뭐, 남중 때 축구 하면 45분 내내 뛰어다녔는데. 민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벌컥벌컥 물을 마신다.

“열심히네. 운동, 꾸준히 해야 살 빠질 텐데.”

“응, 하악, 하악.”

“뭔가 아는 흑막같은 느낌이네.”

“어? 나? 헤헤헷. 그래보여?”

“아니, 말하는 게.”

계단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는 민서를 보고, 유진이가 찬찬한 말투로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민서. 나는 잠자코 그런 유진이를 보며 태클을 건다. 태클을 걸려는 건 아니고, 그냥 느낌대로 말했는데. 유진이는 싱긋 웃으며 대답한다. 따돌림 사건 이후로 그럭저럭 우리 밥 패밀리에 어울려 잘 노는 유진이. 예전의 사악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 원래 포커페이스는 기가 막히는 유진이지.

“예전에, 살 뺐었거든. 7kg 정도? 죽는 줄 알았는데.”

“아 진짜? 대단한데?”

“저, 정말?!”

“응─ 몇 개월 걸렸지, 중간에 포기하고 계속 먹고 다시 다짐하고 다시 다시 다시─ 반복해서. 격한 의지가 없으면 안 돼.”

“그, 그렇구나…….”

민서 옆에 앉으며 혼잣말하듯 말하는 유진이.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그럼 예전에는 유진이가 지금의 가벼워보이는 체형에서 7kg정도 더 쪘었다는 말이잖아. 그게 더 통통하니 귀여웠을수도 있는데. 지금 유진이, 너무 빈약하잖아! 가슴도, 허벅지도 엉덩이도! 헉, 너무 아저씨 같잖아, 방금 말. 아니아니 난 딱히 유진이를 그런 눈으로 본 건 아니고! 그건 그냥 자연스러운 남자로서의 스캔 같은 건데! 도둑이 제 발 저리고 있네. 혼자만의 망상 속에서.

“……그리고, 진짜 살 잘 빼야 돼. 잘못 빼면…….”

“응?”

“……빠질 곳은 안 빠지고 빠져선 안 될 곳만 빠져서 최악이 되니까.”

“무, 무슨 말이야?”

잠자코, 민서를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하는 유진이. 유진이의 시선은 적나라하게 민서의 가슴 쪽으로 향해 있다. 시선의 방향은 잘 인식하지 못하고 민서는 의아한 표정으로 유진이를 보며 묻는다. 힘들어서 시선 같은 것 따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민서지만.

“헤에! 되게 신경 쓰이는데, 그 말?!”

“……참고로 난 그 전에는 C컵이었어. 비록 살쪘었어도.”

“히익! 서, 설마?!”

“……그 설마야.”

“꺄아아아아─!!”

옆에 얌전히 있던 미래가 끼어들며 묻는다. 조금 내 눈치를 보다 살며시 말하는 유진이. 살짝 말해도 다 들린다. 유진이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미래. 고개를 끄덕이며 뜸을 들이며 대답하는 유진이의 말에 미래는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괜히 부끄러워져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그,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다니. C컵이었으면 충분히 괜찮은 볼륨 아니었어?! 왜 스스로 그걸 부숴버리는 짓을!

“나, 나는 괜찮아, 그런 거 상관없으니까.”

“에이, 상관없기는? 그게 얼마나 중요한데! 웅도 눈 돌아가는 거 눈치 못 채는구나, 민서는?”

“내, 내가 언제. 판사님 저는 눈이 멀어 보이지 않습니다.”

“뭐래는 거야, 늘 애들 보면 가슴 쳐다보고 있잖아.”

“아, 아니야!”

“오오! 채유진 오빠한테 극딜 시전! 잘한다!”

힘들어서 그런지 부끄러워서 그런지 민서는 상기된 얼굴로 대답한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놀리는 듯한 말투로 말하는 유진이. 시선이 민서에서 내 쪽으로 돌아간다. 나는 얼른 드립을 치며 무마해보려 했다. 유진이는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 그렇게 가슴을 내밀면, 봐 주는 게 인지상정! 핳! 아니아니, 이게 아니라! 힐끔 쳐다보고 얼른 눈을 돌린다. ……살 빼느라 빠졌다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 유진이다. 미래는 신이 나서 이 상황을 해설한다.

“아핫! 나도 상관없겠다. 애초에 살 안 찌는 체질이라 살도 안 빼지만. 원래 가슴이 작으니까! 아핳!”

“희세나 성빈이 오면 아주 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라니까. 음, 민서 너도 통통한 탓이긴 하지만 꽤 큰 편이지 않아?”

“무, 무슨 소리야. 나, 나는 그런 건.”

“웅도 씨, 변태인 웅도 씨가 볼 때엔 어떤 것 같아요.”

“왜, 왜 그런 걸 나한테 물어봐.”

“아하하. 얼굴 빨개졌어.”

다분히 자학적인 말로 개그를 유도하는 미래. 비참하게도 아무도 웃지 않는다. 유진이는 나 놀리는 것에 재미가 들렸는지 계속해서 가슴 얘기로 내 주위를 끈다. 유진이의 말에 절로 민서의 가슴에 시선이 간다. 이, 이건 내 탓이 아니야. 유진이 잘못이라고!

뭐, 유진이 말대로 살빨(?)이 있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큰 사이즈인 민서. 지금도 헐렁한 체육복이지만 적지 않은 볼륨감을 자랑하고 있다. 어쩌면 절대적인 크기는 희세를 능가할지도 모른다. 덩치는 희세가 작으니까.

“자자, 이런 얘기는 됐고, 충분히 쉬었으니까 이제 다시 뛰자.”

“조, 조금 힘든데.”

“힘들려고 하는 거잖아? 그래야 에너지가 소모되고 살이 빠지겠지? 자자, 일어나!”

“으우우…….”

화제를 돌리고 탈출하기 위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꺼낸다. 어쨌든 지금은 민서 운동하는 게 주 목적이니까. 민서는 괴로운 표정으로 말한다. 확실히, 힘들어 보이지만 엄청 무리하는 것도 아니니까. 이제 겨우 두 번 뛰었는걸. 10분 씩. 운동을 할 거면 확실히 해야지, 해서 민서를 다그친다.

“그치, 힘내서 해야지. 나도 어지러워서 핑핑 돌고 그랬어. 밥도 안 먹고 운동하고 그랬거든. 힘내, 민서야? 하핫.”

“뭔가 즐기는 것 같은데.”

“내가? 에이, 과부 마음 홀아비가 안다고, 살 빼봐서 괴로운 거 아는데 왜~”

피식 웃으며 묘한 즐거운 말투로 응원의 말을 건네는 유진이. 전혀 응원 같지 않지만. 내 말에 유진이는 빙글빙글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나와 유진이는 다시 달린다. 미래는 장난 치는 게 질렸는지 유진이와 함께 얌전히 앉아 있는다.


“자, 이만큼은 빼고. 반찬도 이만큼.”

“히이이잉…….”

“어쩔 수 없어. 음식 조절이 제일 중요하다고, 인터넷에 나와 있으니까.”

점심시간. 별다른 게 없다면 도시락을 시켜 먹는 게 우리 일상이다. 예전에는 자주 밖에서 사먹기도 했지만, 결국엔 도시락 시켜 먹는 게 편하니까. 즐거운 점심시간, 한 사람만은 즐겁지 않고 울상이다. 민서.

도시락이 오자마자 내가 따로 민서 도시락에서 밥을 덜어내고 있으니까. 밥은 반절 빼고 반찬도 1/3 이상 뺐다. 원래는 이런 치킨이나 튀김 같은 반찬도 먹어선 안 되지만. 이런 반찬까지 빠지면 더 이상 민서가 먹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 정도는 봐 줘야겠지.

잔뜩 시무룩한 표정의 민서. 말은 안 했지만 민서, 상당히 먹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니까. 양이 많은 건 아닌 것 같다. 문제는 ‘맛있게’, ‘쉬지 않고’ 먹는 거. 점심시간에 도시락 오면 맛있게 한껏 잘 먹는다. 양이 부족하다거나 그러진 않는 것 같다. 문제라면 점심 먹기 전에도, 점심 먹은 후에도 매점에서 이것저것 먹는 게 문제지. 간식종류도 먹고, 햄버거나 빵 종류도 많이 먹는 것 같다.

“나, 남은 밥은 어떻게 할 거야……?”

“버릴건데.”

“에에엑! 바, 밥을 버리는 건 나쁜 거야! 절대 버릴 수 없어!”

“왜 이런 때에만 그런 식으로 도덕적으로 변하는데.”

“그, 그치만! 밥을 버릴 순 없어어!”

도시락 뚜껑에 밥과 반찬을 덜어낸 나. 반밖에 안 되는 도시락을 보고 시무룩해진 민서는 뾰로통한 목소리로 남은 밥의 행방을 묻는다. 단호하게 대답하니 민서는 잔뜩 놀라 정색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한다. 이런 때에만 곡식의 여신 데메테르의 은총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일까. 밥을 적게 먹으라는 가혹한 명령은 민서의 눈을 돌아가게 만든다.

“그래, 밥 버리는 건 내가 용서 못 해. 만든 사람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이거 그냥 데펴서 가져오는 거 아닌가? 밥도 반찬도.”

“어·쨌·든. 버리는 건 말이 안 돼.”

“그렇다고, 너희 보고 협조 부탁해 하면서 나눠주면. 먹을 거야? 살 찐다?”

“…….”

어머니 같은 말을 하는 희세. 아, 하긴. 희세는 뭔가, 밥의 여신(?) 같은 느낌이니까. 무덤덤하게 태클을 걸어도 희세의 태도는 완강하다. 잠자코 애들을 쳐다보며 말하니 다들 대답이 없다. 말은 안 해도 다들, 살 찌는 건 두려우니까. 여자애들이니까. 민서가 잠자코 ‘그러면 내가……?’ 하고 말한다. 스윽 밥을 담은 도시락 뚜껑을 치우며 ‘절대 안 돼.’ 하고 말한다. 눈을 흘기는 건 덤. 민서는 금세 시무룩해진다.

“……요즘, 살 빼느라 정신없네?”

“아무래도 그렇지. 어쨌든 맡았으면 확실히 해야지.”

“캬, 역시 오빠. 시키면 한다. 안 시키면 안 한다! 확실해서 좋네요.”

밥을 먹으며 이야기. 뭐 딱히 이야기라는 게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밥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떠드는 거지. 애들이 알아서 수다를 떠는 가운데 문득 희세가 나를 보고 말을 건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니 옆에서 미래가 비꼬는 말투로 장난을 건다. 이 정도 장난은 뭐, 일상이지.

“너무, 시간 뺏기는 거 아니야?”

“뭐 시간 뺏길 게 뭐 있겠어. 이리 구르나 저리 구르나 결국 학교에서 잉여 때리면서 시간 보내는 건 매한가진데.”

“그래도, 적당히 하고 네 공부라던가 네 시간이라던가 지키는 게.”

“헤에─ 희세, 설마 질투하는 거야?”

“무, 무슨……!”

가만히 나를 쳐다보며 말하는 희세. 힐끔 희세를 쳐다보니 얼굴을 찌푸린다. 미움 받는 건 일상이지. 그나저나 희세가 내 시간 걱정도 다 해주고, 별 일이 다 있네. 옆에서 갑자기 유진이가 장난스런 목소리로 치고 들어온다. 잔뜩 찡그린 얼굴로 유진이를 쳐다보며 대답하는 희세. 아아, 이제 유진이도 깨지는 건가.

“우리 웅도님♡이 너무 민서한테만 신경 쓰니까, 짜증내는 거 아니야? ‘나한테도 신경 써달라구!’ 하면서??”

“뭐, 뭔 개소리야?! 너나 그러겠지! 계략 같은 거 쓰면서 어떻게든 저딴 놈 관심 받으려고!”

잔뜩 비꼬는 목소리로, 묘하게 느끼한 목소리로 놀리듯이 희세를 보며 말하는 유진이. 희세는 잔뜩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확실히, 이건 유진이가 잘못 짚은 거지. 저번에 내가 정리한 이후로 줄곧 희세는 나를 아니꼬운 눈으로 보니까. 아무렴, 자기 못 받아주겠다는 남자애가 뭐 예쁘다고.

“음, 인정. 웅도 좋으니까♡ 웅도는 나 안 좋아? 싫어해?”

“아하하…… 싫어하는 건 아닌데.”

“그럼 사귀자! 왜, 안 될 거 없잖아?!!”

“아하하…… 무리.”

“왜에~~”

쿨하게 인정하며 문득 타겟을 나로 바꾸는 유진이. 여전히 묘한 목소리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그 묘한 목소리라는 게, 그…… 적나라하게 말하면 ‘색기’ 있는 목소리. 그래서 더 껄끄럽다. 부담스럽다. 몰라 뭐야 얘 왜 이래! 무서워! 내가 떨떠름한 반응을 보여도 유진이는 계속 나에게 매달린다. 으아아─

“……으우웅.”

“배고파? 치킨 하나 먹을래?”

“어, 정말?”

“응, 나는 괜찮으니까.”

금세 밥을 다 먹고, 아직 먹고 있는 애들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민서. 그 눈빛을 봤다간 누구라도 먹을 것을 줄 것만 같다. 금세 낚여버린 마음착한 성빈이. 자연스럽게 젓가락으로 치킨을 건넨다. 관리국(?)인 내가 두 눈 버젓이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범법행위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안 돼! 뭐하는 거야, 성빈아! 기껏 밥을 줄였는데 그걸 주면 어떡해.”

“아, 아니, 너무 애처로워서…….”

“그게 다 민서에겐 독이야. 먹어선 안 돼. 응?!”

“어어, 알았어.”

“우우우…….”

뭔가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고리타분한 말을 하게 되는 나. 그치만 이게 맞는 거잖아. 이렇게 단호하게 하지 않으면 살을 뺄 수가 없지. 성빈이는 내 단호함에 쩔쩔매며 치킨을 내려놓는다. 더욱 시무룩한 표정이 된 민서. 굉장히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어쩌겠어. 순간의 유혹을 참아야만 살을 뺄 수 있지.


‘구우욱.’

“그…… 으……”

“왜? 힘들어?”

“아아니, 그런 건 아닌데.”

“좀 쉴까?”

“응.”

쉬는 시간. 민서와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꼭 민서만 좋은 게 아니라, 쉬는 시간마다 이러고 있으니 나도 또한 좋은 것 같다. 몸이 풀려서 수업시간에 더 가뿐하게 잘 수 있달까. 그러면 안 되잖아!

민서는 굉장히 수척해진 표정으로 스트레칭을 하다 말고 나를 쳐다본다. 무엇인가 머뭇거리는 표정. ‘구우욱’ 하는 소리를 통해 짐작할 수 있지만, 나는 짐짓 모른채 물었다. 민서, 아마 배고파서 그러는 거겠지. 평소보다 잔뜩 운동하고, 잠도 안 자고, 거기다 밥도 반으로 줄였으니. 갑자기 이렇게 하는 게 안 좋을 수도 있지만, 민서처럼 조금 통통한 경우엔 차라리 독하게 한 번 빼는 게 낫다고 인터넷에서 봐서. 인터넷을 맹신하면 안 되겠지만, 지금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 그런 데 뿐이니까.

“매, 매점 가면 안 될까?”

“살 빼는 동안은 매점 금지잖아? 기껏 밥 반절 먹은 의미가 없잖아.”

“으, 응…… 미안, 나 너무 참을성이 없어서. 진짜, 진짜 배고파.”

“그렇겠지. 그 배고픈 느낌이, 살 빠지고 있는 거니까. 조금만 참아봐. 정신력으로.”

“응.”

참지 못하고 결국 솔직하게 말하는 민서. 지그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잔뜩 불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민서. 괜히 측은한 기분이 든다. 본인도 알고 있지만, 몸이 원하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그렇잖아, 갑자기 원래 들어오던 대로 먹을 게 안 들어오니 몸이 얼마나 놀랐겠어.

“어쩔 수 없네. 가자.”

“매점?!”

“물이라도 마시면 좀 나아지겠지? 물 많이 마시면 살 빼는 데에도 도움 된다니까.”

“……으응.”

자리에서 일어나 홀가분하게 말한다. 흠칫 놀라며 나를 따라 벌떡 일어나는 민서. 혹시나 해서 그런가보다. 화색이 도는 얼굴. 싱긋 웃으며 말하니 금세 시무룩해진다. 표정 변화가 너무 다이나믹하게 실시간으로 일어나 너무 귀엽다. 뭐랄까, 민서는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서, 이런 걸로 놀려먹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축 늘어진 민서와 함께 물 마시러 정수기까지 걸어간다.



─“응, 그런다니까. 살 빼느라.”

『헤에. 살 빼는 건 전혀 모르겠다.』

“그치. 리유니까.”

저녁, 집. 리유와 통화하고 있다. 어쨌든 호주씩이나 가서 얘기하고, 사죄하고, 화해 했으니까. 다시 밤마다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실질적으론 이미 예전 관계를 회복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 뭐, 그래봐야 리유의 의지가 있는 한 ‘친구’관계지만.

리유는 민서에 대해 모르니까, 조금 설명해주고 그 애가 살 빼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딱히 비밀로 부칠만한 얘기는 아니니까. 리유는 방긋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대답한다.

『살은 어떻게 해야 찌는 거야?』

“너…… 그 말 민서 앞에서 했으면 한 대 맞았을 지도 몰라.”

『헤헷☆ 민서란 애, 무서워?』

“아니, 엄청 착해. 순둥이야. 둥글둥글.”

『에헤헷, 만나보고 싶다. 여름방학 엄청 기대되!』

“그렇지, 아무래도.”

반쯤 장난으로 말하는 리유. 내 말에 깔깔 웃는다. 리유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 원래 마른데다 체구도 작고 먹는 것도 배가 얕아서 조금밖에 못 먹는 녀석이니. 그런 주제에 돌아다니기는 빨빨거리면서 잘 돌아다녀서, 도대체 살찔 구석이 없는 애니까, 리유는.

『아! 실리아가 바꿔달래! 받아봐!』

“어어?! 잠깐만!”

『Hi, Woong-do!』

“예,예스, 하이!”

조금 소란스러운 느낌이 들더니 갑자기 전화를 바꾸는 리유. 당혹스러워 더듬거리며 말하지만 이미 실리아의 원어민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시금 도지는 영어울렁증. 호주에서도 충분히 앓았는데, 한국에서도 이래야 해 나는?!

“마이 프랜드 다이어트. 쉬 베리 타이얼드.”

“uh? diet? fuck. shit.”

“잠깐만, 그거 다 욕 아닌가요?! 그러지 마, 실리아! 나의 실리아쨔응은 그러지 않아!”

“AHAHAHAHAHA!”

아무런 전조도 없이 뜬금없이 민서에 대한 얘기를 하는 나. 사실 민서라고 말도 못 했다. 그냥 내 친구가 다이어트 하고 있다 정도만. 실리아는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알아들었는지 격한 목소리로 말한다. 잠깐만요, 그거 영화에서 총 든 흑인 갱단 아저씨들이나 하는 격한 욕 아닌가요?! 실리아가 그런 말을 하다니! 그 고운 입으로, 그 고운 목소리로! 과연 여자애에게 다이어트는 세계 공용의 적이구나.

잔뜩 웃고 리유로 다시 바꿔주는 실리아. 리유와 한동안 통화하다 끊었다. 오랜만에 리유랑 얘기하니까 좋네. 남은 시간은, 게임이나 조금 할까. 12시가 넘었지만 괜찮겠지.


작가의말

다이어트 잘 하는(?) 친구한테 물어보니

여자애가 무리없이 부담없이 뺀다면 한달에 2kg가 최대.

민서 최소 10kg 이상은 빼야 하는데, 그럼 5달......!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56 비행병아리
    작성일
    15.10.07 08:42
    No. 1

    그냥 지방흡입을 해버리는건 어떨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10.08 07:11
    No. 2

    아- 아직은, 학생이니까. 좀 그렇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캐르릉
    작성일
    15.10.07 12:22
    No. 3

    다이어트 후 A-컵이 됐다고 하더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10.08 07:12
    No. 4

    ㅠㅠㅠㅠㅠㅠ 다이어트가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여러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5.10.09 18:00
    No. 5

    운동으로 살 빼면 가슴이 줄어들지 않고 굶어서 다이어트하면 가슴이 줄고...
    요요 와서 살쪄도 가슴은 찌지(?)않고 다시 굶어서 다이어트하면 가슴도 줄고~
    무한반복 하다보면 가슴 실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10.09 22:05
    No. 6

    그렇습니다. 페북에서 본 글중에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꽤 있데요. 다 다어이트가 문제죠 ㅠ 아니, 남자들 심미안이 문제인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5.11.16 21:10
    No. 7

    c컵이면 적당히 볼륨있는게 아닌 크신거죠.....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11.17 21:33
    No. 8

    그렇죠, C컵이면 큰거죠! 다만 웅도는 그런 거 잘 모르는 남자 고등학생이고, 왜곡된 성지식(?)으로 오염돼 있어서 C컵도 큰 게 아닌 것이라 생각하는 거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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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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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쉬는 날. +10 15.10.09 762 16 19쪽
188 11화 - 3 +9 15.10.08 927 23 18쪽
» 11화 - 2 +8 15.10.07 806 20 20쪽
186 11화. 고난의 행군 +12 15.10.06 875 17 19쪽
185 10화 - 5 +8 15.10.04 934 24 22쪽
184 10화 - 4 +8 15.10.03 827 24 18쪽
183 10화 - 3 +16 15.10.01 1,006 18 20쪽
182 10화 - 2 +8 15.09.29 1,050 16 21쪽
181 10화. 약속했어, 기다려 줘. +12 15.09.24 1,022 18 16쪽
180 09화 - 4 +12 15.09.22 951 25 17쪽
179 09화 - 3 +8 15.09.21 1,033 26 21쪽
178 09화 - 2 +9 15.09.20 891 21 17쪽
177 09화. 힘들지만 안녕, 하고 말하기 +8 15.09.19 1,232 16 19쪽
176 08화 - 4 +12 15.09.16 937 18 19쪽
175 08화 - 3 +10 15.09.15 1,063 19 21쪽
174 08화 - 2 +12 15.09.13 1,003 20 19쪽
173 08화.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16 15.09.11 959 20 19쪽
172 07화 - 3 +10 15.09.09 1,096 17 20쪽
171 07화 - 2 +16 15.09.08 935 17 19쪽
170 07화. 말했을 텐데. +10 15.09.06 1,035 20 18쪽
169 06화 - 4 +6 15.09.04 998 18 23쪽
168 06화 - 3 +10 15.09.01 1,046 20 21쪽
167 06화 - 2 +8 15.08.30 1,005 19 19쪽
166 06화. 일장춘몽 +12 15.08.27 1,219 68 20쪽
165 05화 - 4 +18 15.08.24 1,213 25 18쪽
164 05화 - 3 +14 15.08.22 1,104 21 19쪽
163 05화 - 2 +8 15.08.20 943 27 19쪽
162 05화. 너를 내 것으로 하겠어 +12 15.08.18 1,173 16 19쪽
161 04화 - 2 +10 15.08.15 918 27 17쪽
160 04화. 마음만큼은 나도. +10 15.08.11 1,120 2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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